너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 - <고통을 달래는 순서>의 김경미 시인이 차곡차곡 쌓아올린 일상의 풍경
김경미 지음 / 혜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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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는 중국 소수 민족 백족의 지역 이름

[서평] 너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 (<고통을 달래는 순서>의 김경미 시인이 차곡차곡 쌓아올린 일상의 풍경)(시인이자 방송작가 김경미, 혜다, 2019.07.20.)

 

너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표지를 보면 내 삶이 그렇게 잘못되고 있는 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씩 우울하고, 화가 날 때도 있고, 짜증이 나더라도 내가 행복한 일상 안에 있는 것이구나, 라고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시인이자 방송작가인 김경미 씨는 그런 것들이 이미 나를 웃음 짓게 만들 수 있는 일상들이라고 보듬어준다. 시인의 감성이란 이렇게 따뜻하다.

 

책의 서문을 읽다가 저자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조금은 짐작하게 되었다. 하루에 세 꼭지씩, 어떤 날은 주말 녹화 때문에 여섯 꼭지를 써야 하는 고된 글쓰기 노동 속에서도, 시인 김경미 씨는 스스로를 다독인다. 너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에 쓰인 글들은 KBS 클래식FM <김미숙의 가정음악> 프로그램의 한 코너 <시간이 담고 있는 것들>에 쓰인 방송 원고들이라고 한다. ‘다정함의 덕을 누리며라는 서문에 나오는 내용들이다.

 

책은 <느리게, 그러나 차곡차곡>, <내가, 사랑한>, <너의 북소리를 들어라>, <무적霧笛 소리를 따라> 4장으로 나뉘어 있다. 첫 사연부터가 매우 강렬하다. ‘제자리걸음이란 사연은 한 여인이 선배에게 발전 없는 자신의 삶에 대해 얘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선배는 일본에서 있었던 한 아이의 실종 사건 얘기를 들려준다. 550명이 찾아 나섰으나 못 찾은 아이를, 한 할아버지가 찾아주었다. 아이들은 길을 잃으면 무조건 산 위쪽으로 올라가거나 길 앞쪽으로만 간다는 걸 안 경험으로 말이다. 선배는 여자에게 미숙한 사람들이나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을 건넨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연이다.

 


 

제자리걸음하거나 뒷걸음치거나

 

몽 생 미셸여행을 듣노라면 내가 철새들을 따라 함께 비행하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다. 시인이자 방송작가인 김경미 씨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무엇보다 꼭 신기하고 새로운 체험에서가 아니라 날개 없는 사람이 날개 달린 철새들의 귀향을 돕는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너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을 통해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대리석의 대리가 서구에서 온 게 아니라는 점이다. 대리는 중국 소주 민족인 백족이 사는 지역의 중심지 이름이다. 백족 출신 사람들은 흰옷을 즐겨 입고, 백김치를 먹고, 하얀 집에서 산다고 한다. 중국 운남성에서 온 한 여성 시인 펑나<운남의 소리>란 시는 아름답게 들린다. 인간이 아는 언어란 자연을 누리며 즐길 줄 아는데서 비로소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이스라엘에는 하갈셀리(나의 파도)’라는 서핑 대안 학교가 있다고 한다. 그곳에서는 인생은 파도를 타는 것과 같다는 철학을 가르친다고 한다. 우리들의 인생 학교는 어떨까? 이 책 너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에선 한 대학 강사의 고단한 삶도 나온다. 지역에 강의가 있는 줄 알고 가다가, 착각을 했다는 걸 나중에야 깨닫고 그 마을에서 일탈하기로 했다는 대학 강사. 우리의 삶도 가끔은 그런 일탈이 있으면 좋겠다.

 

너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에 있는 사연들은 라디오를 들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비나 눈이 오는 날, 차 한 잔 마시면서 읽으면 아주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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