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들 예언의 시작 편 6 : 짙은 어둠의 시간 전사들 1부 예언의 시작 6
에린 헌터 지음, 서나연 옮김 / 가람어린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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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의 영역다툼과 성장기전사들이야기

[서평] 전사들 6 (예언의 시작, 짙은 어둠의 시간)(에린 헌터, 서나연 역, 가람어린이, 2019. 07.10.)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로서 흥미로운 책을 보았다. 전사들 6은 뉴욕 베스트셀러 목록에 무려 116주 동안 머무른 책이다. 야생 고양이들의 습성과 행동에 대한 묘사가 생생한데, 그 속에서 자신의 영역과 집단 그리고 먹잇감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는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다. 고양이들은 인간에 의해 변화되는 자연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 싸우거나 상생하려 애썼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숲에 발을 들인 어린 고양이의 힘겨운 성장과정이었다. 우리 집에도 한 때 주먹만 한 아기고양이 한 마리가 와서 밥을 얻어먹었던 적이 있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베란다 아래로 와서 밥을 달라고 울어댔다. 이웃에 시끄러울까 비몽사몽한 채로 잽싸게 밥을 던져주었다. 그 고양이는 어미한테서 독립을 한지 오래 되었는지 멀리서 어미가 오니까 누군지 못 알아보고 몇 번 학학 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어미가 가까이오자 비로소 알아보고는 다가가곤 했다.

 

그 어미는 애기를 알아보고 있었다. 원래 우리 집에 자주 오던 고양이였다. 어미는 새끼가 밥을 다 먹기를 기다리다가 남은 부스러기를 먹었다. 애기는 반가운지 엄마한테 애교를 부렸다. 그런데 예전과 달리 이젠 어미가 받아주지 않았다. 핥아주지도 않고, 다 컸다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쳐다보기만 했다. 그러나 아기 고양이는 엄마를 오랜만에 본 듯 꼬리를 세우고 반갑다고 졸졸 따라다녔다.

 

그런 애기를 어미는 항상 몰래 멀리서 보고 있었던 듯했다. 애기는 혼자 주변 어른 고양이 사이에서 먹을 거 찾느라 눈치보고 사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다른 어른 고양이 영역에 들어갔다가 꼬리와 털을 바짝 세우고 학학 거리며 싸우다가 결국 기에 눌려 달아나기도 했다. 그런 자신의 아기가 잘 독립하는지 멀리서 지켜보는 어미 마음도 매우 아팠을 것이다. 어미는 비쩍 말라있었다.

 

 

인간에 의지하라는 고양이들

 

책은 인간의 눈으로 보기에는 시시해 보일 고양이들 영역 다툼을 대하소설처럼 썼다. 독자들이 고양이들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끔 말이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 집을 다녀갔던 고양이들 생각이 많이 난 것은 그들의 세상을 가까이서 지켜본 경험 때문이리라. 책에 나온 아기 고양이들은 항상 꼬리를 바짝 세운 채 뛰어다녔다. 절대 꼬리를 다리 사이로 끼우지 않았다. 꼬리가 그들의 감정표현이라면 오직 떳떳함만을 내세우는 모습일 뿐, 아직 어려서 감정표현이 미숙한 것이 분명했다. 어른이 되어서야 공포나 즐거움 등을 꼬리로 표현하며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었다.

 

청년이 된 아기 고양이들은 자신들의 엄마를 만나면 지켜줘서, 키워줘서 고맙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철이 들 것이다. 하지만 그때쯤이면 어미는 이미 곁을 떠난 뒤일 것이다. 그렇게 아기들은 그냥 어른이 된다. 그러다 새끼를 낳고, 성장하고, 살아가며 그간 얻었던 감정을 자신의 새끼들에게 표하고 사랑을 나눠줄 것이다. 어미에게 못했던 말을 새끼에게 하면서, 그렇게 한 세대가 또 흐르게 될 것이다.

 

어느 날은 큰 노란 고양이가 문 앞에서 앉아 울고 있었다. 배가 고픈가 싶어 먹이를 주니 구석에서 갑작스레 새끼가 튀어나와 어미를 재치고는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새끼가 먹는 동안 어미는 아무 것도 먹지 않았고, 한참 뒤 배부른 새끼와 함께 떠나갔다. 다음날 또 다른 큰 고양이가 울어대, 먹이를 주니 검은 구석에서 경계하던 다른 새끼가 튀어나왔다. 새끼가 밥 먹는 걸 옆에서 웅크리고 보던 어미는 익숙한 듯 굶주린 채로 새끼와 함께 떠났다. 어느 날은 또 다른 얼룩 고양이 어미가 새끼 3마리와 나타났다. 먹이를 주자 새끼들이 먹고 남은 밥을 어미가 먹었다.

 

며칠 그러더니 이후부터 어미는 안 오고 여러 새끼들만 오기 시작했다. 독립을 한 듯했다. 생각해보니 어미는 새끼들에게 굶지 않을 방법을 학습시키고 있었던 듯했다. 인간에 의지하라고. 그리고 어미들은 자신의 새끼를 나에게 맡긴 채 그렇게 어디론가 영영 떠나갔다.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고양이 세계를 단순히 판타지로 볼 것이 아니라 인간과 어울리는 지구 상 한 세상으로 보며, 우리 인간 역시 고양이와 함께 성장하는 존재임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도 고양이에 대해서는 알아야 할 부분이 많다. 고양이를 통해 인간을 알고 나를 파악할 새로운 시간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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