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거기 있다, 한 점 의심도 없이 - 쓰는 사람 정지우가 가득 채운 나날들
정지우 지음 / 웨일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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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불안 > 전방위적인 강박과 압박

[서평] 행복이 거기 있다, 한 점 의심도 없이(정지우, 웨일북(whalebooks), 2019.08.14.)

 

중학교 시절 중간고사 끝나고 난 후, 저자 정지우 씨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인다. 그래서 소설을 써서 어머니께 보여드렸다. 군대를 제대하고 난 후에는 청춘을 달래듯 장편소설을 썼다. 그 후 정지우 작가는 매일 글을 썼다. 이 책 행복이 거기 있다, 한 점 의심도 없이는 그런 그의 숨결이자, 저녁이고, 잠과 같다고 표현했다.

 

8쪽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살면서 쓰는 사람이, 쓰면서 사는 사람이 되었다.”

 

글 쓰는 사람에겐 글 쓰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웬 당연한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으나, 요새 드는 생각은 그렇다. 가수는 노래를 하고 싶어 하고, 배우는 연기를 하고파 한다. 교사는 가르치고 싶고, 작가는 쓰고 싶다. 화가는 그리고 싶고, 정치인들은 남들을 속이고자 한다.

 

내가 가장 온전히 숨 쉴 수 있었던 시간의 증거이기도 하다.)(9)

 

책의 시작은 아케디아라는 악마에 대한 이야기다. 수도사들이 지금, 여기를 벗어나고 싶게 만드는 정오의 어느 순간을 의미하는 게 바로 아케디아. 정적이고 무료한 수도사 생활에서 벗어나 동적이고 멋진 외부가 있을 것 같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게 바로 아케디아. 작가들은 언제나 멀리 떠나고 싶다. 왜냐하면 현실이 지긋지긋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 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자 한다. 시간과 돈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작가들이 많은 경험을 하도록 이 세상이 허락하면 좋겠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아케디아를 견디는 유일한 힘은 바로 스스로 더 깊이 외로워지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면 악마도 어느 순간 포기하고 떠난다. 그 자리엔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 찾아온다. 요새 왜 그리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아케디아, 정오의 악마, 고독과 기쁨

 

두 번째 에세이는 거대함의 감각을 일깨우기이다. 일상을 벗어나고픈 심정처럼 거대함을 잊고 사는 인간들이다. 그래서 작가 정지우 씨는 아래와 같이 썼다. 그것이 꼭 자연일 필요는 없다. 지성의 전당이거나 문화와 문명의 역사, 혹은 태초의 탄생이나 우주의 확장 등 그 무엇이든 괜찮다. 종교적으로는 신이면 어떻겠는가. 글을 쓰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전쟁 같은 삶 속에서 작가는 삶의 핵심을 겨냥해 알아채기 위해서 글을 쓴다고 했다.

 

그래서 무엇이 되었든 거대한 것과의 연결점을 잃지 않는 건 중요하다.”(22)

작은 기쁨일수록 거대한 것에 뿌리내리고 있다.”(22)

 

행복은 발굴해야 하는 것이라는 에세이는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삶에 대해 최선을 다해서 살아내야 하는 것이라면,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역시 시간을 투자하고 사람과의 실패든 사업의 좌절이든 받아들여야 할 지점들이다. 정말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일들도, 발굴해야 하는 행복 앞에선 별개 아닌 일이 되고 만다. 가장 소중한 것들을 위해 우리는 얼마나 덜 소중한 것들에 매몰돼 있는가. 반성할 일이다.

 

행복이 거기 있다, 한 점 의심도 없이는 총 5부로 되어 있다. 1: 오늘의 괜찮음을 확인하는 것 2: 삶이 이미 쓰인 이야기라면 3: 우리는 각자 알맞은 자리에 서서 4: 정성스럽게 사랑하겠다 5: 나라는 고유명사로서의 삶. 에세이들이 정말 차원이 다를 정도로 좋다.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는 것이다. 우선 좋은 문장들부터 소개 하고 싶다.

 

시간으로 솜사탕을 만들어 먹고, 시간이 도처에 널려 있어 그것을 타고 구름 여행을 하는 어느 천국을 상상한다.”(33)

나는 어느 겨울, 세 강아지를 내 팔다리에 하나씩 끼고, 그들의 숨결을 느끼며, 고요히 책을 읽던 오후보다 더 나은 순간을 좀처럼 알지 못한다.”(41)

결혼하여 부부가 되었든, 고백하여 연인이 되었든, 오늘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저 공허한 명칭에 불과할 뿐, 사랑하는 자라고 할 수는 없다.”(43)

사람들은 자유로운 불안보다는 자기를 붙들어 매줄 수 있는 명확한 길을 원한다.”(51)

새로운 무언가가 되려면, 즉 새로운 관계를 얻고 새로운 세상을 알고자 하면, 나를 포기하는 순간이 있어야 했다.”(56)

삶은 자기 이상이라는 잉크로 척척 써나가는 것이라기보다는, 도래해버린 상황들 속에서 주섬주섬 적응하고 선택하는 일인 것이다.”(79)

사실 항로의 주인은 선장이 아니라 바람과 해류 따위이고, 선장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러한 이미 정해진 흐름을 크게 거스르지 않으면서 겨우 바다를 건너는 것 정도이다.”(80)

자기 존재의 근본, 당당함, 자신감, 나를 지켜주는 정체성의 근원이 나의 잘남보다는 내 앞의 타자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 필요는 있다.”(176)

대부분의 사랑이라는 것은 그 대상에 새겨진 자신의 시간에 대한 사랑이다.”(216)

 

정지우 작가는 이상할 만큼 나와 많이 닮은 것 같다. 살아온 방식도, 생각하는 것도, 지향하는 것들도. 아마 나이가 비슷한 것일까. 나이 듦에 대해서도, 그동안 해온 것들에 대한 상념들도 보니 꽤 닮아 있다. 나만의 착각일지 모르겠으나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아마 정지우 작가가 작가로서 역량이 충분한 것일지 모르겠다.

 

자부심에 대한 그의 무엇에 자부심을 가지는가에세이 소개로 서평을 마무리 해야겠다. 이 글을 읽고 있으니, 신해철의 <나에게 쓰는 편지>가 저절로 떠오른다. 우리는 그저 우리가 가진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서로 상대방에게 당신의 자부심이 무엇인지도 잘 묻지 않는 우리 문화다. 작가 정지우 씨는 자신이 여동생과 잘 지냈던 점, 동물들을 사랑하고 보살핀 점이 자신에겐 자부심이라고 했다. 나도 많이 그렇다. 형님을 많이 사랑하는 점, 동물들을 아끼고 보살피는 점이 나의 자부심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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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의 탄생 -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버는 8인의 성공기
김정진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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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연애는 모든 학문의 십자로”, “연애만사성

[서평] 덕후의 탄생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버는 8인의 성공기)(김정진(교육기관단체인), 덴스토리(Denstory), 2019.08.15.)

 

좋은 직장이란 어디일까? 저자 김정진 씨는 머리말에서 월급은 적어도 스스로 즐기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곳이 바로 좋은 직장이라고 적었다. 서원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한국밥상머리교육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정진 저자다. 그는 밥상머리교육 앱 지혜톡톡도 개발했다. 봉준호 감독은 덕후가 외롭긴 하지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강조한 바 있다. 김정진 저자는 전국의 수많은 덕후들을 인터뷰했다.

 

 

첫 번째 인터뷰이는 맥주 덕후 박상재 부루구루컴퍼니 대표다. “시작했으면 끝장을 봐야지”(14) 박상재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RC, 낚시, 야구 등 뭔가 하나 시작을 하면 끝을 보았다. 박상재 대표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호주에서 국제경영과 금융을 공부한 후, 카이스트 MBA 과정에 입학했다. 학교 현장 수업 수업에서 박 대표는 집에서 만드는 맥주를 발견했다. 백주 만드는 동호회에 가입하고, 장비들을 구입한 박상재 대표.

 

박 대표는 3년 동안 2만 시간이나 맥주에 투자했다. 그래서일까. 박상재 대표는 세계맥주양조대회에서 우승까지 거머쥔다. 맛있는 맥주를 만들어가는 박 대표는 울산의 한 양조장 사장과 기술제휴를 제안 받고 협업을 했다. 그래서 박 대표는 카이스트 MBA를 졸업하고, 취업이 아니라 사업을 시작한다. 그 회사가 바로 어메이징 브루잉컴퍼니이다. 이곳엔 인조 잔디가 있고, 100여 개의 맥주 탭이 있다고 한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박 대표는 콤부차(폴리페놀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 건강음료)’에 빠져든다. 그래서 창업한 게 바로 유기농 발효음료 스타트업 부루구루.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돈을 써가며 배우고 경험한다는 사실이었다.

 

관심 주제가 생기면 우선 돈을 써요. 실제로 경험해봐야 나한테 맞는지 안 맞는지 알게 되니까.”(38)

무한 반복 몰입: 검색 지식 축적 전문가 교류 숙달”(39)

 

덕후의 탄생에는 이외에도 게임, 종이비행기, 공룡, 연애, 드론, 민요, 악기 덕후들이 나온다. 그중에서 흥미로웠던 건 연애 덕후다. 이명길 미팅파티 브라더스대표는 친구들에게 연애 상담을 해주다가 이 길로 들어섰다. 이 대표는 남녀의 경쟁 심리를 잘 활용해 실제로 대학교 후배들에게 연애 상담과 실천을 알려주었다. 이 대표는 해군 제대 후, 서울대생들보다 잘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리고 깨달은 건 연애 전문가가 되기로 한다.

 

이명길 대표는 결혼정보 회사 듀오에 입사하기 위해 세 가지 전략을 세웠다고 한다. “첫째, 연애에 관한 책을 한 권 써보자. 둘째, 대학생 예비 커플매니저를 해보자. 셋째, 라디오 DJ를 해보자.”(138) 춘천의 한 방송에서 연애 상담 방송까지 하고, 실제로 여우들이 궁금해하는 늑대들의 진실이란 책도 냈다. 그리고 제안서 60부를 만들어, 듀오에 무작정 갔다. 담당자가 바빠서 미팅이 어렵다고 하자, 이명길 대표는 화장실에 숨어 제안서를 다 돌린다. 정말 덕질을 한 것이다.

 

결혼이 성과이던 회사 듀오에서 연애 코치를 해주는 일을 하고 싶었던 이명길 대표. 그는 전국을 다니며 연애 특강을 하면 회원이 늘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애 필살기라는 책이 대박을 쳤고, 결국 그는 연애 상담 덕후로서 성공한다. 돈도 많이 번 것이다. 거기엔 회사의 배려가 컸다고 한다. 그 결과, 이명길 대표는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연애코치로 정식 등록되는 기염을 토한다.

 

덕후의 탄생저자 김정진 씨는 두 가지 형태의 덕후가 있다고 강조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덕후가 된 경우, 즉 자연선택형이다. 또 하나는 직업을 갖기 위한 전략으로 덕후가 된 경우다. 이명길 대표는 후자인 경우다. 이명길 대표는 꾸준히 자신의 길을 개척해 10권의 연애 관련 책을 썼다. 책에서 진귀한 문장을 발견했다.

 

저는 연애가 모든 학문의 십자로라고 생각해요.”(148)

연애만사성”(153)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생활을 이끌어갈 수 있다면 정말 바람직할 것이다. 덕후의 탄생에 나오는 이들은 대부분 그렇다. 그러기 위해선 정말 덕질을 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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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은 아니지만 둘이 살아요 - 고양이랑 사는 현실남의 생활밀착형 에세이
김용운 지음, 박영준 그림, 스튜디오 고민 디자인 / 덴스토리(Denstory)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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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연(猫緣)’이 알려준 식구라는 소중한 개념

[서평] 두 명은 아니지만 둘이 살아요(김용운, 덴스토리, 2019.07.30.)

 

평범한 독신남이 과거를 알지 못하는 고양이 송이를 만났다. 일상은 더욱 소중해졌다. 꼭 둘이 살지 않더라도 그 안에서 찾는 행복이 크다. 책 제목이 두 명은 아니지만 둘이 살아요인 이유는 독신남과 고양이를 의미한다. 나도 고양이 2마리를 키우는데, 여간 할 일이 많은 게 아니다. 생명체와 교감한다는 건 그만큼 삶이 풍성해지는 것이다. 저자인 김용운 씨는 기자 생활을 하고 있다.

 

독신남의 생활은 어떨까? 첫 장부터 빨래 관련 내용을 읽다가 큭큭웃었다. 나도 예전에 빨래할 때 얼마나 귀찮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일부러 검은 색 옷들을 사기 시작했다. 흰색은 금방 티가 나기 때문이다. 운동화도 마찬가지였다. 나 혼자 사는 저자 김용운 씨도 비슷했다. 그런데 빨래에 대한 그의 상념들이 매우 동감되었다. 누군가의 인생을 알려면 그 누군가의 옷가지를 빨아보면 알 수 있다. 빨래의 철학이다.

 

문득 사랑하는 이들의 옷가지를 세탁해보기 전까지는 감히 인생을 안다고 말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p.12)

세탁의 과정을 통해 옷들은 사람의 징표로 되살아난다.”(p.12)

 

두 명은 아니지만 둘이 살아요에는 특별한 그림들이 들어가 있다. 콜라주 기법 이미지들이라고 하는데, 디지털로도 이런 걸 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요새 디지털로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유명 브랜드 샵(사과)에 갔더니 와콤을 소개해주었다. 그 질감을 알고 싶은데 시연은 해보지 못했다.



 

누군가의 빨래를 해준 적 있는가

 

주인공의 삼겹살 사연은 구슬프다. 정육점 아저씨가 반 근만 주문하는 저자 김용운 씨에게 가족들이 먹기엔 부족할 거라고 하자, 혼자 산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정육점 아저씨는 살며시 파절이 한 봉지를 주셨다. 그 당시 채소 값이 비쌌지만 말이다. 김용운 저자는 원적외선 삼겹살 판에 고기를 노릇노릇 구우면서 혼술을 했다.

 

혼자 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김용운 저자는 직장 생활 스트레스와 과음으로 A형 감염, 대상포진, 통풍에 걸렸다 낫기를 반복했다. 통풍에 걸리면 발가락이 아프다는 걸 처음 알았다. 잠을 못 이룰 정도라고 하니, 건강관리에 유의해야겠다. 그는 식습관부터 싹 고쳐야했다.

 

고양이 두 마리의 집사인 필자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일이 고양이 똥 치우는 것이다. 저자 김용운 씨 역시 고양이 밥을 챙겨주려고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 고양이를 입양하기 위해 고양이 까페에도 가보고, 길 고양이들의 캣대디역할도 했더란다.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송이는 피부병이 있어서 정기적으로 병원을 데려가야 한다. 아침 잠을 설치더라도 고양이 집사 역할을 해야 하는 김용운 저자는 가족을 부양하는 게 어떤 것인지 10분의 1은 체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명은 아니지만 둘이 살아요에서 가장 좋았던 단어는 바로 묘연(猫緣)’이었다. 고양이와의 묘한 인연은 독신남뿐만 아니라 모든 집사들의 삶을 바꾸었다. 그건 분명 행복한 삶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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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 심플리 - 당신의 마음을 따르는 삶, 살고 있나요?
빅초이.블리 지음 / 소로소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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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 심플리세상에서 균형을 잡게 해주는 무인도

[서평] 리브 심플리 (당신의 마음을 따르는 삶, 살고 있나요?)(블리 저, 소로소로 2019.07.27.)

 

생활모험가부부라니 참 멋지다. 자신들만의 기준으로 이 삶을 이끌어간다는 건 세상 모든 사람들의 꿈이 아니던가. 누군가는 자신의 구심력이 아니라 주변의 온갖 감언이설과 잡동사니로 인해 원심력에 의해 이끌려 간다. 책의 제목이 독특한데, 서문에 따르면 파타고니아 브랜드 철학이 바로 리브 심플리(LIVE SIMPLY)’라고 한다. 파타고니아는 남아메라카 대륙의 남쪽 끝이라고 한다.

 

리브 심플리는 자신만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10명을 인터뷰한 책이다. 첫 번째 인터뷰이는 Oh, Boy!라는 잡지의 김현성 편집장이다. 키우던 동물, 가족이 죽으면서 그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고 한다. 그래서 스타일리시한 사진을 찍는 포토그래퍼면서 동물과 환경에 대한 1인 독립매거진을 발행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관심이 많고, 진열돼 있다고 하니 대단하다. Oh, Boy!사지마세요. 입양하세요.’라는 캠페인을 벌이고도 있다. 지금도 세 마리의 유기견과 유기묘랑 같이 사는 김현성 편집장의 삶이 무척이나 반갑다.

 

두 번째 인터뷰이는 서프보드 만드는 남편과 아내인 허석환, 이정희 부부다. 주거 공간이지 작업실에서 살고 있는 이 부부는 블랭크스 서프보드 디자인이라는 것을 차려 전업으로 하고 있다. 부산 출신인 허경환 씨는 아마추어로 시작한 게 이제 자신의 프로페셔널한 일이 되었다. 취미가 자신의 직업이 된 것이다. 태어나서 서핑이라는 걸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필자로서는 정말 동경의 일이다. ‘생활서핑이라는 표현도 나오는데 참 신기했다. 강원도에서 서프보드 디자인에 올인하고 있는 부부를 응원한다.

 

 

자신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리브 심플리에는 싱어송라이터 일본인부터 청년 농부, 이탈리안 레스토랑 오너 셰프 일본인, 업사이클링 아티스트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나온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건 무인도 여행가 윤승철 씨다. ‘무인도 섬 테마 연구소대표인 윤승철 씨는 나라는 섬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제목의 장으로 인터뷰가 실렸다. 이카루스 탐험대장인 윤승철 씨는 무인도에 갈 때 당신이 가져가야 할 것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윤승철 대표는 스무 살에 큰 사고로 다리를 다친다. 그리고 불안감과 허무감에 닥치는 대로 독서를 했다.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고 싶은 열망에 모험 책을 읽으며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엄홍길 대장과 실크로드 횡단을 하고 운명적인 무인도 여행까지 나섰다. 윤승철 대표는 무인도가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고 한다. 철저한 준비와 소통 덕분이다.

 

무인도는 무인도의 요건을 갖춘 곳일 뿐, 그렇게 위험하거나 두려운 곳이 아니라고 한다.”(p. 143)

스스로 일부러 위험을 자초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위험할 수도 없는 곳이 무인도에요.”(p. 143)

 

무인도의 가장 큰 매력은 내 시간을 나 혼자만 온전히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무인도는 도시와의 소통이 단절되는 경계에서 벗어나 있다. 그런데 희한하게 무인도는 삶의 균형점 역할을 해준다. 도시에 있으면 무인도에 가고 싶고, 무인도에 있으면 세상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나의 기준을 만들어가면서 내 삶의 동력을 만들어내는 게 바로 무인도 여행이다. 지금은 무인도에 가고 싶은 이들과 함께 여행을 간다고 한다.

 

간단히 산다는 게 쉽지 않은 요즘이다. 너무나 각박하고 위험하고 복잡한 현대 도시사회. 그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다르게 또한 간단히 사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꼭 보길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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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세계 : 세상 별별 춤을 찾아 떠나는 여행 - 2020 세종도서 인문 선정도서
허유미 지음 / 브릭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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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재능-일상, 쉘 위 댄스? 춤추는 세계

[서평] 춤추는 세계(허유미 저, 브릭스, 2019. 07.18.)

 

이십 대에는 그저 위대한 안무가가 될 테야정도의 불확실한 꿈을 꾸었다. 또한 잘 보이는 길 밖으로는 사람이 다니지 않고 춤을 추지도 않는 줄 알았다. 그렇게 저자는 잘 보이는 길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춤을 찾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저자는 자신이 모르던 춤의 예술적 부분을 바라보게 되었다. 춤추는 세계는 복합적인 정서와 감각을 지닌 춤꾼의 모습이 여행서 형식으로 기록되어 있는 책이다.

 

처음 그 일에 뛰어드는 사건은 재능이다. 그러나 일상이 된 일의 지겨움을 견뎌내는 인내심은 소질이자 적성이다. 저자는 자신이 생각해보지 않은 형식으로 춤을 추는 사람들과 자신이 움직여 보지 않은 방식으로 몸짓하는 사람들을 보면 두고두고 궁금증이 일었다고 했다. 그리고 저자가 내린 결론은 춤사위는 그 지역의 땅이고, 물이고, 바람이고, 사람이다.”는 점이다. 성격, 정서, 감수성 같은 것들이 몸에 반영되어 오래 쌓이고 여러 사람 몸을 거치다 보면, 자연스레 춤사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춤이 지닌 예술적인 측면

 

지난 날 혜화역에서 실가라는 무언의 연극을 본 적이 있다. 춤으로서 관객을 집중시키는 그들의 몸짓은 춤이라고 하기에는 생소한 장르와도 같았다. 책을 읽는 내내 그때 보았던 춤 연극이 떠올랐고,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춤은 어떻게 춰야 된다고 정해져 있는 바가 없다. 공연자가 표현하기 나름이었다. 공연자의 몸 자체가 새, 풀잎, 바다, 흙 같은 존재로서 움직이는데 그만큼 심오하고 철학적인 주제를 지니고 있다.

 

관객 역시 춤꾼들을 볼 경우 보고 느끼는 감정은 각자 나름이다. 누구에게는 깊은 통찰이 아니라 깊은 난해함으로 느껴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춤은 알게 모르게 우리를 성장시킨다. 그것들은 모두 우리 몸을 채우고 또 우리를 늙어가게 한다. 예로 산카이 주쿠의 작품을 보자. 이 작품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을 표현하고 있다. “개별적인 인간은 비연속성을 갖지만 삶이라는 거대한 질서는 연속성을 갖는다.”가 주제다. 춤추는 이는 물이나 모래라는 자연적 환경과 인간의 몸이 어우러져, 우주란 무엇인가 혹은 삶이란 어떤 질서 속에서 이어지는가와 같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 몸을 움직여야 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어느 하나 허투루 빚어지는 게 없기에 두고두고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다. 어떤 춤이 궁금하다는 것은 그래서, 그 춤을 형성한 공유된 몸들의 세계와 더불어 어떤 사람이 궁금하다는 것이다.” 이에 맞게 저자는 각 나라의 춤을 설명하기 전 도시에 대한 역사와 지리 설명을 먼저 서술했다. 예를 들어, 중국의 경우 <발레의 종주국을 자처하던 20세기 중반의 소련에서 발레 교육과 작품 제작 시스템을 들여왔으므로 문화혁명 시기 매우 빠르게 일정 수준의 춤꾼과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설명의 경우 독자로 하여금 나라 고유의 춤이 생기게 된 이유를 파악하게 할 정도로 충분했다. 춤은 무엇을 표현하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니 동작 하나하나 무슨 의미인지 가늠해 보려 애써 본들 전문지식 없이는 힘들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읽으며 감상하는 방법이 오히려 유효할 것이다.

 

직관적인 세상 너머의 것을 표현하는 몸짓

 

저자는 여행을 할 경우 별 준비 없이 떠나는 편이다. 대부분 겨우 항공권을 준비해 놓는 것으로 여행 준비를 마친다. 비행기가 정상 고도에 오르면 여행 가이드북을 읽기 시작하고, 여행지에서 만난 여행자들, 숙소나 식당 사랑님들에게 정보를 얻고, 가다보니 좋아서 더 머무르거나,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한국에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싶을 정도로,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저자의 모습은 일관되게 게으르다. 그저 그 나라를 듬뿍 느끼다가 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여행기라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춤에 대한 저자만의 분석은 절대 어렵지가 않았다. 저자에 따르면 춤은 내 정체성을 드러내는 가장 강력한 매체이다. 과거 이주 한인들은 살아가는 동안 자신이 누군지 계속 되물어야 하는 과정을 겪어야 했다. 아마도 그들의 춤은 그런 확정되지 않은 몸의 흔들리는 과정을 웅변하면서 발전했을 것이다. 전 세계 이주 한인들은 저마다 현지에 적응하며 나름의 사회를 구성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가 같았던 시절 공유했던 어떤 것을 찾으려 하고 있다.

 

떠나고, 머물고, 춤추는 것, 그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단순한 경험적 세계에서는 알 길이 없다. 삶의 모진 순간들과 정면으로 만나 기꺼이 살아내고, 상처받은 그 몸을 일으켜 세워 움직이면서 지극한 상태의 진리를 몸에 다시 새기는 것이 춤이다. 춤은 그런 차원의 예술인 것이다. 울고, 웃고, 노래하는 것, 아마도 우리가 아는 세계는 이런 직관적이고 감정적인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가 모르는 세계에서 춤추듯 살아온 분들은 많다.


책을 읽다보면 내가 아는 춤의 세계가 좁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춤추는 이들을 보자면 우리는 동일하고 균일한 세계 속에 살고 있지 않았다. 다르다는 것을 무수히 만나봐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다름을 존중한 후에야 보편적인 삶도 이야기할 수 있다. 춤도 마찬가지다. 춤을 추고 싶은 근본적인 욕구는 세상 어느 사람이나 가지고 있겠지만, 드러나는 양식과 내용은 제각각이다. 다른 춤들을 많이 만나보고 이해하려고 애써 봐야 춤이 어떤 가능성과 보편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완성하기 위해 세계 곳곳으로 여행을 다녔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멋진 생각으로서 독자와 함께 이야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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