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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인문학 공부 - 인문학의 첫걸음 <천자문>을 읽는다
윤선영 편역 / 홍익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천자문’에 담긴 우주…다시 시작하는 인문학 공부
[서평] 『다시 시작하는 인문학 공부(인문학의 첫걸음 『천자문』을 읽는다)』(윤선영 저, 홍익출판사, 2020. 02. 26.)
고전은 삶을 살아가는 길잡이가 되어주면서 때로는 지친 삶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된다. 각자가 즐겨 읽는 고전은 제각각일 것이다. 나는 삼국지와 고전 소설을 읽으며 마음에 위안을 얻곤 한다. 『다시 시작하는 인문학 공부(인문학의 첫걸음 『천자문』을 읽는다)』 저자는 지치고 힘들 때마다 천자문을 편다고 한다. 세상을 보는 지혜와 초심으로 돌아가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
하늘과 땅을 안다는 건 세상을 아는 것과 같다. 그래서 천자문의 ‘하늘 천, 따 지’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첫 한자어들이다. 책은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을 소개하는 1장, ‘수신과 도덕, 그리고 실행’을 설명하는 2장, ‘임금과 신하, 그리고 백성’을 설명하는 3장, ‘인간의 도리, 그리고 행복’을 설명하는 4장으로 이루어졌다.
하늘과 땅을 알면 세상을 아는 것이다
<천자문>은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려운 책이다. 일관된 주제 없이 인간 생활과 관련한 여러 방면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각자 인생에 필요한 여러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하늘 천, 따 지, 검을 현, 누루 황, 집 우, 집 주. 넓은 홍, 거칠 황….’ 아마 많은 이들이 이 정도의 천자문은 외우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몇 자가 바로 세상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천자문의 시작은 인류가 태어나 살아가고 있는 자연과 우주의 원리와 법칙, 그리고 만물의 현상 변화와 흐름에 대한 이야기다. “무릇 검고 누렇다는 것은 하늘과 땅이 섞인 것이니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일체의 공간과 시간을 아울러 ‘집 우, 집 주’라고 한다. 우주 공간이 형성되기 전의 혼동 상태를 형용하는 말은 ‘넓은 홍, 거칠 황’이다. 우주와 자연 안에는 사람도 물론 포함된다. 천자문을 다시 읽으며 내 삶이 조화로운지 살펴볼 수 있다.
또한 1년의 반복되는 날씨 변화와 만물의 성장 흐름을 계절별로 나타내고 있음도 깨달을 수 있다. 책은 이러한 천체의 흐름과 함께 윤달의 유래도 흥미롭게 제시를 하였다. 책에 따르자면, 윤달은 음력과 양력의 일수 차이에서 생겨난 것이다. 양력은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한 번 도는 것을 기준으로 하여 만든 역법이고, 음력은 달이 지구를 일주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하여 만든 것이다. 양력은 1년에 약 365일로 한 달에 30일 혹은 31일인데 반해서 음력은 한 달을 약 29.530일로 계산하므로, 한 달 한 달이 지날수록 조금씩 차이가 생기게 된다. 해당 년도에 한 달이 모자라게 되면 윤달을 넣어 한 달을 채워서 양력과의 균형을 맞춘다.
천자문에 담긴 우주의 흐름
책은 천자문을 각각의 문장으로 엮어 마음에 새길만한 구절들로서 설명하고 있었다. 옛 성인들의 말씀이 천자문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건지 생각이 들 정도로 매우 다양하고 또 심오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사람들은 주변의 유혹에 의해 나쁜 길로 빠지기도 하고, 높은 사람의 덕정에 교화를 입어 온순하게 그 말에 복종하기도 하는 등 환경에 의해 쉽게 좌지우지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더더욱 자신의 입지를 굳게 세워 현자와 성인을 목표로 삼아 행동을 닦아야 할 때다.
‘덕행이 굳건하면 명예가 서게 되고, 형모가 단정하면 겉모습도 바르게 된다.’
‘소리 없는 것에서 듣고, 형태가 없는 것에서 본다.’
‘좋은 사람과 함께 지내는 것은 마치 난초 향기가 그윽한 방에 들어가는 것과 같으니.’
천자문을 읽다 보면 비유를 사용한 문장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봉황과 흰 망아지는 태평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나타내며, 드리운 옷자락과 팔짱을 낀 모습은 아무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나라를 평안하게 다스리는 군주를 나타내고, 난초와 소나무는 청결하고 곧은 절개를 비유하는 것 등이 있다.
책의 1장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과 환경에 집중했고, 2장은 인간의 내면과 수신, 유가의 윤리 도덕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책은 3장과 4장에 이르러 점차 인간사를 깊숙이 파고들기 시작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마주하는 여러 상황에 대해 두서없이 서술한 단락들이 많았다. 올바른 처세의 방향에 대해 서술한 어떤 문단이 매우 맘에 들었다.
‘군자의 용모는 여유가 있고 느긋해야 하니 존경할 만한 사람을 보면 곧 삼가고 공손해야 한다. 발 모양은 무겁게 하며, 손 모양은 공손히 하며, 눈 모양은 단정하게 하며, 입 모양은 삼가야 하며, 소리는 고요하게 하며, 머리 모양은 곧게 하며, 기운은 엄숙하게 하며, 서 있는 모양은 덕이 있게 하며, 얼굴 모양은 장엄하게 해야 한다. 앉아 있을 때는 시동(尸童)과 같이 하며, 한가하게 거처하며, 말할 때는 온화롭게 한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다시금 ‘침묵의 사회’가 되어가는 지금, 책을 통해 마음을 수양하는 시간을 가져봐서 매우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