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건축가다 - 자연에서 발견한 가장 지적이고 우아한 건축 이야기
차이진원 지음, 박소정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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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둥우리가 알려주는 지구온난화 변천사…새는 건축가다

[서평] 『새는 건축가다(양장본 HardCover) (자연에서 발견한 가장 지적이고 우아한 건축 이야기)』(차이진원 저, 박소정 역, 현대지성, 2020. 03.02.)


새 한 마리가 자라기 위해서는 어미 새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어미 새가 먹이를 구하러 나갈 경우 오직 둥지만이 아기 새를 보호할 수 있다. 그래서 새들에게 둥지는 수호신과 같다. 최대한 아기 새들을 지키기 위해 어미 새들은 자연의 도움을 받으려 한다. 『새는 건축가다』은 이러한 둥지의 신비로움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각 페이지마다 예술품 못지않은 새 둥우리가 다양하게 그려져 있다. 벽에 걸어두고 감상해도 좋을 정도다. 


전 세계에는 9천여 종의 조류가 있다. 이들은 알 하나하나에 생명의 에너지를 담아 대를 잇는다. 모든 새는 저마다의 환경 적응 방식에 따라 둥우리를 배치한다. 나무에서 활동하는 새는 나무숲에 둥우리를 짓고, 지상에서 활동하는 새는 대개 풀숲이나 바위 틈새에 둥우리를 숨겨둔다. 어떤 새는 물결 따라 움직이는 수초처럼 보이게끔 수면 위에 둥우리를 짓고, 어떤 새는 비바람이 몰아쳐도 끄떡없도록 튼튼한 나무 구멍 속에 둥우리를 짓는다. 어떤 새들은 인류의 건축물에 몸담으며 사람들과 친밀하게 지낸다.  




둥우리 관찰로 알 수 있는 지구의 변화


과거 생물학자들은 조류 화석을 많이 발굴했다. 북아메리카와 몽골 고비사막에서 찾은 공룡 둥우리와 알 화석을 통해 조류의 둥우리 건축 행동의 발전 과정을 탐구했다. 조류의 둥우리 건축 본능이 그들의 조상인 공룡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룡 역시 둥우리 모양의 형태 안에 알을 낳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새 둥우리 화석은 발견된 적이 없었다. 따라서 조류의 둥우리 건축 발전사를 설명할 길은 부족한 상태다.

 

1870년부터 1920년까지 북아메리카에서는 새 둥우리와 새알 수집 열풍이 불었다. 이러한 수집은 돌, 유목, 낙엽, 열매를 수집하는 것처럼 순수한 기호이자 취미였다. 그러나 둥우리를 수집하기는 했지만 어떻게 활용해야 하고,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이 때문에 수많은 표본들이 먼지, 벌레, 습기, 압착 등으로 훼손되었고 이로 인해 박물관은 새 둥우리 표본을 대거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늘날 과학자들은 새 둥우리와 새알 표본이 중요한 시대적 산물로, 당대 환경 상황에 관한 정보를 보존하고 자연의 가장 진실한 모습을 기록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새 둥우리 표본 속 둥우리 재료의 이산화탄소 함량을 비교해 지구온난화의 변천사를 탐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다른 시기의 같은 둥우리 재료를 비교해 대기오염 상황을 검사하고 증명할 수 있었다. 예로 조류의 알 낳는 기간을 계산하여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봄의 평균 기온이 예전보다 올라감을 발견하기도 했다. 


침묵의 봄은 둥우리 없는 사회에서 시작된다


책에 따르면, 전 세계 조류의 약 1%는 전형적인 탁란새다. 두견과 이외에도 참새과인 비두아류, 벌꿀길잡이새과, 북미산 찌르레기과, 오리과인 검은머리오리 등은 둥우리를 짓지 않는 유명한 탁란성 조류다. 조류가 둥우리를 지을 때 활용하는 도구는 부리와 다리뿐이다. 부리를 활용해 진흙을 바르거나 바늘처럼 잎을 꿴다. 

 

새들이 둥우리로 활용하는 재료는 무궁무진하다. 벌새는 세계에서 가장 체형이 작은 조류지만 거미줄, 솜털, 동물의 털, 이끼, 식물, 꽃 등을 사용해 정교한 둥우리를 짓는다. 동물의 털을 모아 둥우리 재료로 쓰는 새도 있다. 스윈호오목눈이와 많은 박새과 조류가 그렇다. 때문에 이들의 둥우리는 따뜻한 흰색 털양말처럼 보인다. 동박새는 거미줄로 둥우리를 짓는 데 능하다. 


제비과 조류는 진흙으로 둥우리를 짓는다. 조류에게 진흙은 둥우리를 짓는 중요한 재료 중 하나다. 진흙을 둥우리의 주재료로 사용하지 않는 새들도 가끔 진흙을 이용해 둥우리를 손질한다. 등붉은아궁이새 둥우리는 주재료인 점토에 동물의 대소변과 식물 등이 섞여 있어 매우 단단하다. 이외 침을 분비해 둥우리를 짓는 금빛제비, 나무와 땅에 굴을 파는 새도 있으며, 둥우리를 짓는 수고를 하지 않는 기생 조류도 존재한다. 


또한 재미있는 둥우리도 있다. 떼로 살 수 있는 큰 둥우리를 짓거나, 물 위에 짓거나, 둥지에서 여러 새끼를 같이 낳아 키우는 경우가 그렇다. 이러한 떼둥우리의 경우 번식 성공률이 높고, 먹이를 구하러 나갔을 경우 이웃이 포식자를 경계하는 역할을 대신해주며, 먹이와 자원을 찾기 수월하다. 그러나 포식자의 주목을 끌기 쉽고, 경쟁이 치열하며, 기생충이나 병균이 빨리 퍼지는 단점이 있다. 


각자 종은 자신들의 생존에 유리하고 후손의 생존율도 높이는 방향으로 번식을 해오고 있다. 심지어 같은 속이라도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둥지도 다양하다. 책을 읽고 깨달은 점은 단지 새의 ‘둥우리’만으로도 지구 생물의 다양성은 필수라는 점이다. 또한 생물 다양성으로 인해 새들이 창의적으로 예술품처럼 둥우리를 짓고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봄이 되어 새들이 둥우리를 만들고서 짝을 찾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자연의 다양함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과 함께 변한다. 그 안에서 인간은 영감을 받아 또한 새로운 예술을 볼 것이다. 둥우리의 철학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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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에듀윌 조리기능사 실기 중식 - 스탠드형 핵심요약집 수록/Full HD 동영상 무료제공(DVD/온라인) 2020 에듀윌 조리기능사 시리즈
문혜자 지음 / 에듀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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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식실기 조리기능사 자격증…2020 에듀윌 실기

『2020 에듀윌 조리기능사 실기 중식 (스탠드형 핵심요약집 수록/Full HD 동영상 무료제공(DVD/온라인)』(문혜자, 에듀윌, 2020.02.12.)


한국 사람에게 중식은 애틋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졸업식이나 이사하는 날엔 언제나 중식을 찾는다. 평상시보단 좀 더 특별한 날에 어울리는 음식이 바로 중국 음식이다. 부모님과 손잡고 가서 맛있게 먹었던 중식은 여전히 어린 날의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에듀윌에서 펴낸 조리기능사 실기 중식 책은 여러 중식의 조리법을 담고 있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건 바로 ‘유니짜장면’. 유니짜장면은 면 삶이 다시 데치기와 짜장소스의 색과 농도를 살피는 게 중요하다. 조리법은 양파, 호박은 사방 0.5cm 썰기부터 시작해서, 끓는 물에 면을 삶아 찬물에 헹구기, 다시 뜨거운 물에 면 데치기, 완성 그릇에 면 담고 짜장소스 얹고 오이채 올리기 등으로 이뤄진다. 정말 맛난 냄새가 난다. 




필지가 또한 좋아하는 음식은 바로 ‘새우케첩볶음’이다. 책 『2020 에듀윌 조리기능사 실기 중식』에는 ▶ 요구사항 ▶ 재료 ▶ 소스 ▶ 빈출 조합 ▶ 조리 과정이 상세히 나와 있어서 시험 준비에 안성맞춤이다. 조리 과정을 보면, 새우는 등쪽에서 내장을 빼낸 후 소금물에 씻어 물기를 제거하고 청주 1작은술을 넣어 섞어준다. 마지막으로 튀긴 새우를 넣고 버무린 후, 예쁜 접시에 담아내면 된다. 




요새 자영업이 힘들다고 하지만, 자신만의 비법을 가지고 있으면 누구나 일품 요리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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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에듀윌 조리기능사 실기 양식 - 스탠드형 핵심요약집 수록/Full HD 동영상 무료제공(DVD/온라인) 2020 에듀윌 조리기능사 시리즈
송은주.김선희.김자경 지음 / 에듀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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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실기 조리기능사 자격증…2020 에듀윌 실기

『2020 에듀윌 조리기능사 실기 양식 (스탠드형 핵심요약집 수록/Full HD 동영상 무료제공(DVD/온라인))』(김선희, 김자경, 송은주 공 저, 에듀윌, 2020. 02.)


조리기능사 실기를 준비할 경우 조리사가 옆에서 코치를 해주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때로는 책 한 권이나 영상이 그러한 역할을 충분히 해주기도 한다. 이번에 나온 『2020 에듀윌 조리기능사 실기 양식 (스탠드형 핵심요약집 수록/Full HD 동영상 무료제공(DVD/온라인))』(김선희, 김자경, 송은주 공 저, 에듀윌, 2020. 02.)는 어디로든 들고 다닐 수 있고, 조언을 얻을 수 있는 내 손 안의 조리사와 같은 책이다. 



같은 식재료라도 누가 만들었느냐와 조리환경에 따라 맛과 색, 모양은 각양각색이다. 이러한 다양함을 시험의 합격에 맞는 요리로서 습득하는 것은 힘들다. 책은 이러한 독자들의 요구를 충분히 충족시키면서 시험장에 알맞도록 구성되어 있다. 실기시험 시 요구사항과 채점기준에 입각하여 집필된 서적이기에 따라 만들기가 간결하며, 정확하게 기술되어 있다. 즉 시험에 최적화되어있는 것이다. 재료 손질법과 조리 과정별 사진과 설명도 구체적이다. 또한 조리 TIP도 있어 요리에 대한 디테일을 경험할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 중 두 가지를 꼽자면 스탠드형 요약집과 CD의 존재다. 시험장에서 시험 전 가볍게 볼 수 있는 요약 노트와 같은 스탠드형 핵심 요약집은 음식을 만들 때 눈높이에 맞춰 용지를 올려두고 가볍게 볼 수 있는 유용한 부분이다. 저자직강의 무료동영상 CD는 영상으로 조리 과정을 디테일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기 시험에 대한 준비물, 복장, 출제경향, 출제기준 등 모든 안내도 들어있어, 집에서 만나는 조리사와 같다. 시험시간에 따라 요리가 구분되어 있는 것도 특징이다. 여러 조리법이 들어 있어 책 한 권을 꼼꼼하게 마스터할 경우 앞으로 책에 나오지 않았지만 재료만 다른 요리들을 쉽게 따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이번 실기를 에듀윌로 준비하면서 합격을 기원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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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나에게 - 불교철학자가 40년 동안 찾은 고독의 조각들
스티븐 배철러 지음, 이영래 옮김 / 유노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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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곧 열반”…스티븐 배철러의 『고독한 나에게』

[서평] 『고독한 나에게 (불교철학자가 40년 동안 찾은 고독의 조각들)』(스티븐 배철러, 이영래 역, 유노북스, 2020.03.05.)


‘고독이 몸부림칠 때’라는 영화가 있었다. 얼마나 처절한 표현인지 모르겠다. 저자 스티븐 배철러는 고독이 지옥도 아니고, 더없는 행복 역시 아니라고 머리말에 썼다. 그는 고독의 절충점을 찾고자 한다. 그건 바로 ▶ 자율 ▶ 경탄 ▶ 사색 ▶ 상상 ▶ 영감 ▶ 배려다. 


이 책 『고독한 나에게』를 읽다보니, 내가 마치 어느 오지의 고요한 곳에서 침낭 하나 메고 탐험을 하는 기분이 든다. 또한 이름이 낯익은 ‘스티븐 배철러’를 따라 각종 환각제를 마시고 몽롱한 상태에 이르러 나를 온전히 느끼는 기분이 든다. 책에는 각종 환각제를 했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술과 담배만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을 한 단계 고차원으로 이끌어줄 마약 종류의 치료제를 옹호한다. 


『고독한 나에게』에는 붓다와 몽테뉴의 얘기가 많이 나온다. 특히 몽테뉴의 『수상록』을 인용하고 발췌한 대목들이 눈에 띈다. 미셜 드 몽테뉴는 13년이나 해오던 고등법원 참사관 자리를 내놓고, 고독한 삶에 빠져들고자 탑에서 저술하는 작업을 했다. 그때가 1570년이다. 몽테뉴는 거의 10년 동안이나 연구 활동에 매진했다. 『고독한 나에게』 말미에는 고독이 결국은 인류애를 깨닫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몽테뉴나 제인 구달이나 넬슨 만델라 등 모두 고독 속에서 휴머니즘을 찾았다. 




"내가 사랑하고 옹호하는 고독은... 인간애에서가 아니라 인간사에서 멀어지는 일이다."ㅡ42쪽. 


고독이 단순히 물리적 분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고독은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내면을 키워가는 일이다. 영혼을 돌봐야 하는 것이다. 스티븐 배철러는 종교를 믿든 믿지 않든 고독 안에서 실존적 질문을 마주하고 살핀다고 적었다. 고독은 보살펴 키워야 하는 운명이다.  


몽테뉴는 우리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지나간 일들을 회상한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고독 속에 있다고 하더라도 실패할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일은 고독해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부처의 ‘마음챙김’은 수행자가 어떤 것에도 집착 안 하고 독립적으로 머무는 일이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그래서 슬프다. 몽테뉴는 죽음을 각오하는 게 바로 자유라고 밝혔다. 죽음을 맞이하다 보면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종교는 고독을 먹고 산다. 스티븐 배철러는 “금욕의 어려움은 수익, 힘, 명성을 낳는다.”고 적었다. 


고독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데모크리토스는 진리라는 게 무한히 높은 신성한 깨달음에 있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신성함을 추구해야 하는가? 그 누구도 자신 있게 답변할 수 없겠지만, 고독함이야말로 신성함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다. 


“고독은 곧 열반이다. 욕망, 두려움, 미움, 견해에 휩쓸리지 않으며 세상에 대응할 수 있는 자유의 공간인 것이다.”-214쪽. 


『고독한 나에게』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수상록』이 로마 가톨릭 교회에 의해 1676년부터 1966년까지 290년 간 금서였다는 사실이다. 몽테뉴는 신앙과 이성이 양립할 수 없고, 구원은 신앙만에 의해 얻을 수 있다는 견해에 반대했다. 그러다가 자신의 책이 금서에 지정된 것이다. 몽테뉴는 아무래도 상상력과 창의력이 뛰어났던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독립적이 되고, 고독한 인간이 되었다. 나쁘다는 의미가 절대 아니다. 


책의 200쪽, 203쪽을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고독한 이들이여, 힘을 내자. 


“명상은 경험의 내용과 당신의 ‘관계’를 변화시킨다.”-200쪽. 


“세상은 우리를 놀라게 하려고 여기 있다.”-2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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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철학수업 - 인간의 정신을 만드는 사상적 원천은 무엇인가
윌리엄 제임스 지음, 이지은 옮김 / 나무와열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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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배기 아이도 아는 형이상학…하버드 철학 수업

[서평] 『하버드 철학 수업 (인간의 정신을 만드는 사상적 원천은 무엇인가)』(윌리엄 제임스, 이지은 역, 나무와열매, 2020.02.17.)


사고의 형태는 여러 가지다. 특히 실천의 힘을 강조하는 실용주의는 다양한 철학을 이어주는 회랑과 같다. 실용주의는 또한 이성과 경험 사이에 세워진 다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철학은 우주 통일과 사람의 가장 깊은 심리까지 통달시킨다. 『하버드 철학 수업』은 형이상학, 변증법, 인본주의 등 총 9챕터에 달하는 철학의 전 범위를 개론서와 같이 쉽게 설명한 책이다. 


철학을 시작하기에 앞서 ‘사고’란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사고를 개인의식의 구성 요소이자, 멈추지 않고 이어지거나 혹은 확연히 지속되는 것, 그리고 선택과 취향이라는 특성이 담겼다고 묘사했다. 사람들은 사물을 인식할 때 가장 먼저 해당 사물의 이름을 파악한 뒤에 영혼의 특징을 이용해 그것을 인식한다.


언어는 인류의 사고를 전하는 매개체로써, 사물의 명칭은 언어적 환경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마찬가지로 동일한 사물에 대한 인간의 사고도 처한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인류의 사고에서 언어는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에 지나지 않지만, 사고에 존재하는 이러한 방향을 우리는 예리하게 식별해낼 수 있다. 세상에 한 종류의 사고만 존재한다면, 인류의 사고를 논의하는 자리에 더 이상의 가설은 필요치 않을 것이다. 그 유일한 사고 앞에서 모든 사고는 상상에 머물고, ‘거기’ 또는 ‘그때’ 같은 단편적 존재로 한정될 뿐이다. 




감성과 이성의 중재자인 실용주의


철학으로는 광물을 캘 수도 없고, 눈에 보이는 일을 해낼 수도 없다. 직접적인 생산력을 만들어 내지 못하지만 철학은 우리의 영혼을 응원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의지를 불어넣어준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비춰준다. 철학이 없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한 자리에 멈춰 있을 것이다. 이처럼 철학은 직접적인 생산력을 지니지 못했지만 앞선 생산관계를 제시한다. 철학 없이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변혁이 일어날 수 없는 것이다. 


예로 자본주의는 일종의 철학적 흐름으로서 군주와 교회의 권력을 비난하고, 자유와 평등이라는 이념을 모든 사람에게 심어주었다. 이러한 사고의 변화가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봉건군주의 통치하에 살고 있을 것이다. 가장 복잡하고 미묘한 곳까지 파고들어 가장 광활한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철학이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지만 그 숭고함은 비교 자체를 불허한다. 


책에서 가장 오랫동안 생각을 하게 만든 부분이 있다. 실용주의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성과 경험 가운데 무엇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지 항상 고민을 해 온 나에게 실용주의는 그 두 관념을 하나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다. 지금껏 이성주의자와 경험주의자 사이에서 펼쳐지는 대결은 철학 분야에서도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사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경험주의자가 순수한 사실에 유달리 관심을 갖는데 반해 이성주의자는 추상적이라서 이해하기 어려운 사물을 유독 선호하고 영원불멸한 법칙이 실제 존재할 것이라고 믿는다. 경험주의자는 정신력의 결핍이나 원칙 없는 일 처리와 같은 상황을 겪곤 한다. 그런데 이성주의자의 경우 세상에 대해 자신이 얼마나 무지한지를 깨달아 존재의 목적을 찾지 못하는 처지에 놓이곤 했다. 실용주의는 이 둘의 중재자였다. 다시 말해 실용주의자는 일원론이 정확하다고 가정했을 때 ‘하나’가 어떤 효과를 가져 올 것인지, 또 우리에게 어떤 가치를 만들어줄 것인지에 집중한다.


시대 흐름을 수용할 수 있는 철학자가 되자


세상을 도전적으로 살아가기만 하면 공허하다. 그 공허를 채우기 위해서는 철학이 필요하다. 철학적 질문은 아이도 맞닥뜨릴 수 있다. 만약 어떤 아빠가 아이로부터 왜 공장에 가서 일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을 거듭 듣다보면 어느 순간 “그럼 사람은 왜 살아야 하는 건데요?”라는 질문까지 듣게 된다. 문제를 계속해서 캐묻다 보면 어린아이조차 세계의 본질을 묻는 문제에 도달하게 됨이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세계관이 있고, 이러한 세계관은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견해를 결정짓는다. 철학의 역사는 다양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 겪는 사상적 충돌의 역사다. 철학적 논쟁에 관해 자신보다 뛰어난 전문가라고 해도 그들은 그를 신뢰하지 않는다. 왜냐면 그들이 마음속으로 신뢰하는 것은 자기 성향이기 때문이다. 


책 『하버드 철학수업』은 관심 있는 철학의 한 분야를 선택에 심화 있는 독서와 생각에 도전할 수 있게끔 유도한다. 지금껏 많은 이들이 다양한 철학 서적을 읽은 후 여러 감상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켜 줄 만한 철학 사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익숙한 철학자, 이를테면 플라톤, 헤겔, 뮐러, 로크 등의 이론 또는 세계관이 절대적으로 정확하다고 말하는 건 상당히 우습다. 


한때 우리의 선조들은 상식을 믿었고 심지어 반드시 지켜야 할 법칙이라고 신봉했다.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상식을 무조건 맹신하고 있다. 그것이 한때 현실과 상당히 조화로운 균형을 이루기도 했지만 시대의 발전과 함께 현실에 맞지 않는 일면을 서서히 노출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제 과학은 상식으로 만들어진 신화를 무너뜨리고 우리에게 서광을 비추고 있다. 과학을 바탕으로 하는 철학을 새로이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처럼 철학에는 멈춤이 없고 계속되는 성찰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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