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철학수업 - 인간의 정신을 만드는 사상적 원천은 무엇인가
윌리엄 제임스 지음, 이지은 옮김 / 나무와열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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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배기 아이도 아는 형이상학…하버드 철학 수업

[서평] 『하버드 철학 수업 (인간의 정신을 만드는 사상적 원천은 무엇인가)』(윌리엄 제임스, 이지은 역, 나무와열매, 2020.02.17.)


사고의 형태는 여러 가지다. 특히 실천의 힘을 강조하는 실용주의는 다양한 철학을 이어주는 회랑과 같다. 실용주의는 또한 이성과 경험 사이에 세워진 다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철학은 우주 통일과 사람의 가장 깊은 심리까지 통달시킨다. 『하버드 철학 수업』은 형이상학, 변증법, 인본주의 등 총 9챕터에 달하는 철학의 전 범위를 개론서와 같이 쉽게 설명한 책이다. 


철학을 시작하기에 앞서 ‘사고’란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사고를 개인의식의 구성 요소이자, 멈추지 않고 이어지거나 혹은 확연히 지속되는 것, 그리고 선택과 취향이라는 특성이 담겼다고 묘사했다. 사람들은 사물을 인식할 때 가장 먼저 해당 사물의 이름을 파악한 뒤에 영혼의 특징을 이용해 그것을 인식한다.


언어는 인류의 사고를 전하는 매개체로써, 사물의 명칭은 언어적 환경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마찬가지로 동일한 사물에 대한 인간의 사고도 처한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인류의 사고에서 언어는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에 지나지 않지만, 사고에 존재하는 이러한 방향을 우리는 예리하게 식별해낼 수 있다. 세상에 한 종류의 사고만 존재한다면, 인류의 사고를 논의하는 자리에 더 이상의 가설은 필요치 않을 것이다. 그 유일한 사고 앞에서 모든 사고는 상상에 머물고, ‘거기’ 또는 ‘그때’ 같은 단편적 존재로 한정될 뿐이다. 




감성과 이성의 중재자인 실용주의


철학으로는 광물을 캘 수도 없고, 눈에 보이는 일을 해낼 수도 없다. 직접적인 생산력을 만들어 내지 못하지만 철학은 우리의 영혼을 응원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의지를 불어넣어준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비춰준다. 철학이 없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한 자리에 멈춰 있을 것이다. 이처럼 철학은 직접적인 생산력을 지니지 못했지만 앞선 생산관계를 제시한다. 철학 없이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변혁이 일어날 수 없는 것이다. 


예로 자본주의는 일종의 철학적 흐름으로서 군주와 교회의 권력을 비난하고, 자유와 평등이라는 이념을 모든 사람에게 심어주었다. 이러한 사고의 변화가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봉건군주의 통치하에 살고 있을 것이다. 가장 복잡하고 미묘한 곳까지 파고들어 가장 광활한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철학이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지만 그 숭고함은 비교 자체를 불허한다. 


책에서 가장 오랫동안 생각을 하게 만든 부분이 있다. 실용주의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성과 경험 가운데 무엇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지 항상 고민을 해 온 나에게 실용주의는 그 두 관념을 하나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다. 지금껏 이성주의자와 경험주의자 사이에서 펼쳐지는 대결은 철학 분야에서도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사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경험주의자가 순수한 사실에 유달리 관심을 갖는데 반해 이성주의자는 추상적이라서 이해하기 어려운 사물을 유독 선호하고 영원불멸한 법칙이 실제 존재할 것이라고 믿는다. 경험주의자는 정신력의 결핍이나 원칙 없는 일 처리와 같은 상황을 겪곤 한다. 그런데 이성주의자의 경우 세상에 대해 자신이 얼마나 무지한지를 깨달아 존재의 목적을 찾지 못하는 처지에 놓이곤 했다. 실용주의는 이 둘의 중재자였다. 다시 말해 실용주의자는 일원론이 정확하다고 가정했을 때 ‘하나’가 어떤 효과를 가져 올 것인지, 또 우리에게 어떤 가치를 만들어줄 것인지에 집중한다.


시대 흐름을 수용할 수 있는 철학자가 되자


세상을 도전적으로 살아가기만 하면 공허하다. 그 공허를 채우기 위해서는 철학이 필요하다. 철학적 질문은 아이도 맞닥뜨릴 수 있다. 만약 어떤 아빠가 아이로부터 왜 공장에 가서 일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을 거듭 듣다보면 어느 순간 “그럼 사람은 왜 살아야 하는 건데요?”라는 질문까지 듣게 된다. 문제를 계속해서 캐묻다 보면 어린아이조차 세계의 본질을 묻는 문제에 도달하게 됨이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세계관이 있고, 이러한 세계관은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견해를 결정짓는다. 철학의 역사는 다양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 겪는 사상적 충돌의 역사다. 철학적 논쟁에 관해 자신보다 뛰어난 전문가라고 해도 그들은 그를 신뢰하지 않는다. 왜냐면 그들이 마음속으로 신뢰하는 것은 자기 성향이기 때문이다. 


책 『하버드 철학수업』은 관심 있는 철학의 한 분야를 선택에 심화 있는 독서와 생각에 도전할 수 있게끔 유도한다. 지금껏 많은 이들이 다양한 철학 서적을 읽은 후 여러 감상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켜 줄 만한 철학 사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익숙한 철학자, 이를테면 플라톤, 헤겔, 뮐러, 로크 등의 이론 또는 세계관이 절대적으로 정확하다고 말하는 건 상당히 우습다. 


한때 우리의 선조들은 상식을 믿었고 심지어 반드시 지켜야 할 법칙이라고 신봉했다.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상식을 무조건 맹신하고 있다. 그것이 한때 현실과 상당히 조화로운 균형을 이루기도 했지만 시대의 발전과 함께 현실에 맞지 않는 일면을 서서히 노출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제 과학은 상식으로 만들어진 신화를 무너뜨리고 우리에게 서광을 비추고 있다. 과학을 바탕으로 하는 철학을 새로이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처럼 철학에는 멈춤이 없고 계속되는 성찰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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