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일은 좋지만 인간관계는 귀찮아
로미오 로드리게스 주니어 지음, 조동림 옮김 / 미래북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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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가 당신을 죽도록 싫어한다면…인지 부조화 극복

[서평] 『하는 일은 좋지만 인간관계는 귀찮아』(로미오 로드리게스 주니어 저, 조동림 역, 미래북, 2020. 01.09.)


저자는 책의 머리말에 과감한 문구를 썼다. ‘프롤로그만이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읽고 책을 구입할 것이면 하라.’ 책 『하는 일은 좋지만 인간관계는 귀찮아』는 업무에는 특별한 어려움을 느끼지 않지만 직장의 인간관계가 힘들어서 마음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인간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저자는 여러 심리 테크닉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책은 다양한 카테고리를 지녔다. 상사와의 관계, 부하직원과의 관계, 선배와의 관계, 경영진과의 관계 그리고 동료와의 관계 등. 상사의 심리를 알고 싶은 직장인들은 많다. 특히 상사가 잔소리를 할 경우 ‘왜 나한테 그러는 걸까.’ 싶겠지만 이러한 듣기 싫은 말이나 설교는 상사로서의 강함을 보여줄 다른 수단이 없기 때문이기에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않아도 된다. 상사는 스스로 자아도취에 빠져 설교하는 자체에 쾌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상사의 말에 상처받지 않는 법


때로는 직장에서 상사에게 미움 받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이유는 다양하다. 당신이 상사의 위치를 위협하는 존재이거나, 상사가 싫어하는 타입이거나, 사사건건 상사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내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아픔에 약한 존재인데, 상사 역시 인간이다.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키는 과정에서 감정이 미움으로 변질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사례에 대해 저자는 ‘상사가 당신을 싫어하는 원인을 찾아 상사의 인지 부조화를 제거하라.’는 답으로서 상사와의 관계를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위와 같은 사례는 많이 있다. 또한 상대의 말에 대한 답으로 주장을 확실하게 표현하는 방법도 나왔다. 이는 직장에서뿐 아니라 거의 모든 인간관계에서 눈여겨 볼 부분이다. 포인트는 3가지이다. ‘사죄, 이유, 대안’. 예를 들면 “미안합니다.(사죄) 오늘은 선약이 있어서 어렵습니다.(이유) Y씨에게 한번 부탁해보면 어떨까요?(대안)”가 있다.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심리상태나 생각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이러한 자기주장은 훈련을 통해 반복해 몸에 익히면 매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동료와의 관계를 어려워하는 이들에 대한 조언은 정말로 마음에 새길만했다. 실수나 약점을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자신에 대한 호감을 높이는 방법이 된다는 부분이 그랬다. 이는 이모션 인팩트의 원리다. 그렇다고 어수룩해 보여서는 절대 안 된다. 


상대와 친해지는 법


책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어려운 것을 싫어한다. 뇌는 단순한 표현일수록 좋아한다. 단순할수록 좋은 문장이기에 호감도는 높다. 오히려 자신의 머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어려운 단어를 사용한다. 정말 똑똑한 사람이라면 어려운 단어를 잘 소화해서 상대에게 알기 쉽게 전달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동료들에게 머리가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저자는 몇 가지 포인트를 짚었다. 알기 쉽고, 간단하게, 명료하게, 간결하게, 최소한으로.


‘핀 포인트 피그말리온 효과’가 있다. 사람이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심리적 행동이 이에 포함된다. 이를 위해 본인은 상대의 능력이 높은 부분을 구체적으로 지적함으로써, 그 부분에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듣는 사람도 자신이 어떤 분야에서 힘을 쏟아야 하는지를 쉽게 알고 이해할 수 있다. 


정말이지 저자는 간단한 요소만으로 상대를 움직이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상사로 인정받는 법, 상대방의 흥미나 취미와 관련된 내용을 끌어들여서 대화를 확대하는 기법 등 마음에 새길 부분이 많았다. 


언변과 함께 외적인 차림새의 중요성도 저자는 강조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복장을 보고 상대방에 대한 호감도를 달리한다. 호감을 느끼기도 하고, 반대로 호감을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복장에 따른 심리학에서는 자유스러운 복장을 권유한다. 권위에 따르지 않는 모습이나 상식에 얽매이지 않는 유능함이 이에 포함된 것이다. 상사, 후배, 동료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법은 어렵다. 그만큼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책들이 대인관계를 위한 노력을 소개하고 있지만 한 단락씩 나누어 보기 편하게 소개한 책으로서 곁에 두고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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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움을 지킬 권리
강원상 지음 / 경향BP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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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도 수벌처럼 평생 단 한 번만 교미한다면

[서평] 『나다움을 지킬 권리』(강원상 저, 경향BP, 2019. 12.18.)


나다움을 지킬 권리는 바로 평범해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나다움을 지킬 권리』는 ‘나’에게 쓰는 편지이자 에세이 형식이다. 


<비로 인해 피울 수 있던 꽃잎도/ 비로 인해 쓸려 가 버리듯이// 사람으로 인해 살 수 있던 용기도/ 사람으로 인해 좌절하게 된다. -95p>


나다움, 이것은 타인에 대한 나의 시선과 나에 대한 타인의 시선을 모두 포괄하여 이루어진다. 저자는 말한다. 사랑을 할 때 우린 가장 나다워질 수 있다고. 사랑에는 이별도 포함이 되는데 그만큼 다양한 감정이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당신만 열심히 좋아하면 될 줄 알았는데/ 언젠가부터 나만 좋아할까 봐 걱정하고 있고,// 당신만 있으면 된다고 말해 왔는데/ 혹여 당신은 나만으로 부족할까 봐 두려워하며,// 처음부터 너 하나만 바라보고 걷자 시작했는데/ 괜한 불안들로 정작 내가 걷던 길을 잃어버렸다.// 이렇게라도 너만 잡고 있으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결국 당신은 지쳐 먼저 떠나고 나만 남겨졌다.- 35p>


자신을 ‘호구’라고 비교하는 이들이 많다.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받은 이들이 대다수인데 이에 대해 저자는 말한다. ‘당신은 호구가 아니다.’ 속이기 좋고 이용당하기 쉬운 사람을 뜻하는 호구는 남들의 감정과 기분을 들여다볼 줄 아는 선함과는 엄연히 다르다. 분명한 건 그가 선하게 산다고 해서 호구가 되는 것이 아니듯이 누군가를 진심으로 믿고 있다고 해서 그를 호구로 여겨선 안 된다.

 



평범함의 반대 말은 나다움이다


책은 사랑을 이성적으로 분석하였다. 감성적인 분석이 아니기에 머리로 이해를 해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그만큼 깊은 철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랑을 빛과 어둠으로 표현한 장이 있는데 기억에 유난히 남았다. <모든 빛에는 어둠이 필요했듯 왠지 그에게 나는 꼭 필요한 존재였던 것 같다. 나의 따스함으로 그 어둠을 감싸 줄 수 있을 거라 믿었는데 그 반대였다. 내가 얼마나 따뜻한 열정을 가진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나도 충분히 괜찮은 여자란 걸 당신을 통해 알게 되어 버렸다.>


사랑에 대해 우리가 제대로 깨닫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 저자는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예로 상대방에게 무조건 적으로 맞추거나, 무조건적으로 사랑을 받으려는 자들을 들 수 있다. 어딘가 나에게 맞춰주는 사람이 존재할 거라는 바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바꾸지 않겠다는 선언이며, 언제라도 내 감정, 내 생각, 내 판단만으로 헤어지겠단 쉬운 이별다짐이다. 


어렸을 적 엄마에게 받은 사랑을 여전히 갈망하는 나이만 먹은 어른들의 사랑은 스스로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닌 부모 같은 사람만을 평생 찾고 갈구할 뿐이다. 보고 싶단 말에 주저 없이 달려오는 사람, 무엇을 갖고 싶다고 흘린 말에 고민 없이 달려가 사 올 수 있는 사람, 자신의 배고픔과 힘듦을 언제라도 우선적으로 돌봐 줘야 하는 사람으로 여길 뿐이다. 이러한 사랑은 서로의 성장을 방해하고 파멸시킨다. 


문구들은 서술이면서도 시적이다. 또한 위트와 유머를 가장한 비유 문장들도 많았다. <수벌은 여왕벌과 교미 후 자신의 정액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페니스까지 남긴다. 그리고 땅바닥에 떨어진 뒤 탈수증으로 수 시간 내에 죽는다. 만약 인간 수컷도 수벌처럼 평생 단 한 번의 성관계만 가능하다면 조금은 자신의 도구를 쓰는 데 신중했을 것이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가면을 쓰고서 걱정하지만, 간섭한다. 또 믿는다면서, 끝까지 구속한다. 또 위로한다면서, 처지를 동정한다. 또 들어 준다면서, 약점을 발설한다. 또 약속한다면서, 일찍이 파기한다. 단 한 번도 누군가를 위해 부지런해보지 못한 자는 평생 누군가가 준비했던 그 수고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오직 그 호의가 지쳐 멈출 때 평가 내려진다. “그럼 그렇지 너도 변할 줄 알았어.”


책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겪은 여러 상황을 새로운 시각으로 분석하고 있었다. 삶의 이면에 숨은 의미를 곱씹으며 과연 무엇이 올바른 인간관계인지 생각을 하게 한다. 저자는 주장한다. 평범함의 반대말은 화려한 게 아니라 바로 나다움이라고. 오직 나만이 가지는 나다움을 잃어 갈 때 우리는 평범해진다. 누구든 각자가 선택한 것을 누릴 때 보다 특별해지면, 흔한 어떤 비슷함에 매몰되려 할 때 가장 평범해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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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취향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일은 없겠지만 - 특별한 책 한 권을 고르는 일상의 기록
나란 지음 / 지콜론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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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서점에 담긴 북-큐레이터의 고민과 정성

[서평] 『우리 취향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일은 없겠지만 (특별한 책 한 권을 고르는 일상의 기록)』(나란 저, 지콜론북, 2019. 12.20.)


책을 즐겨 읽든 그렇지 않든, 살면서 어떤 하나의 문장이 필요한 순간은 있다. ‘서점원에서의 365일’, ‘마음에 문장이 필요한 날’,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일’, ‘어제에서 찾은 오늘’. 각 장의 제목에 담긴 문장들은 의미심장하고 심상치 않은 느낌을 풍긴다. 『우리 취향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일은 없겠지만』은 한 큐레이터가 소규모 동네 서점이라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며 보낸 경험과 서점원 혹은 북 큐레이터라는 이름으로 직접 읽고 소개한 책과 문장들이 담겼다. 


시인에 대한 인용 문단은 좋았다. ‘시인은 다루기 어려운, 가령 슬픔의 치욕 같은 것들을 다룬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저마다의 사랑스러움을 일깨운다. 시는 가장 추한 감정들을 인정하는 동시에 그 사이에 질서를 부여해 고귀하게 만든다.’ 에세이에 대한 고찰도 좋았다. ‘갈수록 에세이가 많이 팔린다. 무겁지 않아서,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라고 하는데 사람들이 대화를 잃어버려서인 것 같다……. 그들이 할 말이 많은 게 아니라 내가 대화를 잃어버린 거다. 나는 그렇게 에세이를 찾기 시작한다. 대화를 찾아서.’


확실히 도서관 큐레이터가 쓴 책이라서인지 여타 에세이보다 깊이가 있으며 문장들도 유려했다. 저자는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일과 삶에 대한 태도와 책과 엮인 삶에서 여전히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관하여 썼는데, 이러한 부분은 공감이 되도록 쓰여 있다. 




큐레이터의 삶과 생각을 보다


저자는 서점에서 책을 소개하는 사람이다. 그런 만큼 ‘책 소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였다. 원래 저자는 회사를 다녔다.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와 멈출 줄 모르는 무한한 호기심으로 회사를 다녔는데, 와중에 체력이 약해지고 정신력도 힘들어지는 경험을 했다. 이때 저자는 체력 역시 힘들면 팍팍 고갈되는 자원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어느 날 저자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알게 된 출판사 대표에게서 서점 오픈 멤버를 제안 받았다. 신기하게도 제안을 받은 후부터 고갈됐던 호기심과 에너지가 되살아나는 게 느껴졌으며 이로 인해 더 고민할 필요도 없이 서점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이때부터 커피, 빵, 사람은 인생의 협력자로서 기능을 하게 되었다. 이후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서점이 시대의 것이 될 수 있을까.’였다. 이미 많은 동네 서점들이 먼저 그 고민을 시작했으며 서점만의 소개 방식은 항상 필요했다. 


서점에서의 업무는 책을 배열하는 것 이전에 어떤 책을 서가에 채울 것인가의 단계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그다음에는 서점에 놓인 책들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를 설명하는 부분은 서점 역시 마트처럼 오가는 사람을 의식하여 배치를 하고 있구나 느끼게 하였다. 서가에 꽂힌 책에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물론 큐레이터의 취향이 한껏 반영되는 경우가 컸다. 


저자는 원래 서점의 모습을 특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 토크를 통해 서점은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서점이 의미가 있음으로 답을 얻었다. 저자의 경우 성북동 주택 단지에 좀 더 어울리는 서점이었다. 동네마다 도서관이 있긴 하지만 대여보다 소통이 중심이 되는 서점이 필요했다. 이러한 저자의 글들에는 일에 대한 자부심과 철학이 있었다. 서점에 처음 들어오는 손님이 첫 번째로 마주치는 매대에는 어떤 책을 놓을지, 커피를 주문할 때 어떤 말을 건넬지, 책을 결제했을 때 포장을 어떻게 해줄지 같은 것들도 고심해야 했다. 


서점은 한두 번의 유명세로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는다. 이미지라는 것은 오랜 시간 서점과 손님들 간에 교집합들이 쌓여야 한다. 저자는 이외에도 독립 출판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실었다. 『불안의 서』의 저자이자 포르투갈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도 독립출판을 했는데, 출판사에서 자신의 원고를 몇 번 거절하자 직접 독립 잡지를 만들어 문학 활동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외 저자는 다양한 사례와 유려한 문체를 통해 성글지 않은 글을 썼다. 근래 읽은 에세이 가운데 가장 꼼꼼히 읽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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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여행, 바람이 부는 순간 - 퇴직금으로 세계 배낭여행을 한다는 것
이동호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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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청춘, 여행으로 변해가며 세월을 흐르게 하다

[서평] 『청춘의 여행, 바람이 부는 순간 (퇴직금으로 세계 배낭여행을 한다는 것)』(이동호 저, 세나북스, 2020. 01.10.)


여행을 쉽게 갈 수 있는 요즘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난다. 와중에 수많은 여행기가 쏟아지고 있다. 여행 방법을 구체적으로 내세운 책이 있는가하면, 여행을 다녀온 후기나 기행문을 중점으로 쓴 책도 있다. 『청춘의 여행, 바람이 부는 순간』은 여행기에 대한 객관적이고 주관적인 관점이 동시에 담긴 책이다. 


누구나 현실을 떠나 새로움을 느끼고 싶어 한다. 소설가 김연수는 말했다.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우리가 변한 게 아니라 우리가 변했기 때문에 세월이 흐른 것이다.” 여행이란 건 결국 변해가는 과정이었다. 세월을 흐르게 하는 과정이었다. 주인공은 배를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출발했다. 여행의 출발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떠나기 싫다는 마음이 강하게 일었다고 한다. 자유 뒤에 숨어있던 그림자가 덮쳐오면서 세상이 거대하게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여행으로 인생과 삶을 돌아본 이들


나는 여행을 떠나는 목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를 둘러보거나 특색 있는 음식을 먹기 위함이 크다. 그저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여행을 했다. 간혹 무작정 떠나는 여행도 있는데 이는 거의가 국내에서만 이루어졌다. 어디를 가던 간에 여행이란 통제할 수 없는 세계로 가는 것이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 서른셋 생일에 이탈리아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이 여행으로 그의 인생은 전기와 후기로 나뉘었다. 괴테는 이때의 경험을 책으로 냈다. “길 위에서 나는 내가 그동안 써 온 작품의 인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괴테 마음속에는 글이 있었고 그는 길 위에서 작품을 본 것이다. 


저자는 주요한 명소를 가기보다는 각국의 특정 도시를 자유로이 걸으면서 느낀 점을 적었다. 길 위를 걸으며 스스로의 모습도 보게 되었다. 와중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는데, 책은 이러한 기행과 온갖 산전수전을 겪은 수기로 점철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예로 이집트 스쿠버 다이빙 체험에서 저자는 두려움을 이해해가는 방법을 느꼈다고 한다. 어찌해볼 수 없는 거대한 자연을 이해해가는 과정, 경이로운 세계를 이해해가는 과정. ‘두려움은 무지에서 왔고 두려움을 이해하는 곳에 아름다움이 있었다. 두려움은 이해되는 만큼 아름다움을 허락했다.’ 


불가에는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사람과의 만남도, 어떤 사건에 연관되는 일도 모두 때가 있는 법이라고. 그때가 올 수 있을까,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건 모르는 일이다. 여행을 하며 저자는 자신이 안다고 생각했던, 옳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이 무너짐을 느꼈다. 여행은 스스로를 녹이고 불순물을 태울 것을 명령했다. 그렇게 9개월 간 아시아를 거쳐 중동으로 유럽으로, 또 아프리카까지 여행을 다녔다. 


그럼에도 저자는 세계란 게 당최 무엇을 말하는 건지, 어디까지를 말하는 건지 대답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미 숨 쉬며 살고 있는 곳, 이곳이 세계인데 마치 세계라는 건 저 너머에 있다는 듯 선을 그어 말한다는 게 우스웠기 때문이다.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세계인지 답은 우리 안에 있다. 우리는 모두 이미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 걸어야 할 이유가 있다면 길은 있다. 이제까지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각자의 가슴 깊은 곳에 숨겨진 길을 따라 나아가자.’

 

산다는 건 무엇일까, 인간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눈으로 보는 것, 머리로 아는 것을 넘어 ‘느끼고’ 싶어 했다. 각 나라의 음식문화를 이해하고 싶어 길거리 음식을 주로 먹다가 식중독에 걸린 사건도 있었고, 가는 동네마다 시장바닥을 기웃거리던 중 날강도를 만나기도 했다. 특히 ‘거지처럼 다녔다.’라고 쓴 부분은 너무도 우스웠다. 겸손한 자세로서 세상 자체를 알아보면서 인간이란 무언지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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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전자 쏙닥쏙닥 - 개념을 만화와 애니로!
아우라디자인연구소 그림, 강주원, 골든벨 R&D 발전소 기획 / 골든벨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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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전기전자 개념을 만화와 애니로 살펴본다!

[서평] 『전기전자 쏙닥쏙닥』(골든벨 R&D 발전소, 골든벨, 2020.01.10.)

    

아까 퇴근하고 나서 옷을 벗다가 정전기가 다다닥 튀는 걸 느꼈다. 과연 정전기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또한 우리가 만날 쓰는 전기는 과연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것일까? 전기는 튀어나가기 전 ‘대전(帶電) 상태’에 있다. 대전 상태란 전기를 띠고 있는 걸 말한다. 만화와 함께 이 어려운 전기전자를 이해해볼 수 있다.  


전기에는 양전기와 음전기가 있다. 양과 음은 서로 끌어당기고, 같은 전기끼리는 밀어낸다. 에보나이트-셀룰로이드-유황-고무 등 순으로 음전기로, 모피-수정-스티롤-유리 등으로 양전기로 대전하기 쉽다. 양전기는 음의 전기가 없어진 빈자리이다. 정전기의 흐름이 바로 전류다. 천둥은 구름 속에서 발생하는 정전기라고 생각하면 쉽다. 전기가 너무 많이 생성되어 지상으로 떨어지면 그게 바로 낙뢰다. 천둥번개가 칠 때 전기가 통하는 물체를 갖고 있으면 위험하다. 


전기가 발생하는 건 음 전기가 많은 쪽에서 적은 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건전지는 탄소봉과 아연통, 절연물인 플라스틱을 이용하여 만든 것이다. 탄소봉이 플러스극이다. 건전지 안에는 이산화망간, 탄소분말, 염화암모늄을 혼합하여 채웠는데, 마이너스극을 생성시킨다. 아울러, 소형 전구 안은 진공상태다. 그 이유는 산소가 있으면 필라멘트가 끊어지기 때문이다. 




양전기는 사실 음전기의 빈자리


배선도에 따라 회로의 연결이 그림으로 표현된다. 직렬연결은 어느 하나가 끊어지면 전체가 끊어지는 단점이 있다. 병렬연결은 어느 하나가 끊어져도 불은 들어오지만, 전기를 많이 사용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직렬과 병렬을 함께 쓰는 방법도 고안됐다. 


“전기는 (+)극에서 (-)극으로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 건전지의 방향을 틀리게 연결하면 소형 전구가 켜지지 않거나 어두워지기도 한다.”(46쪽)


이 책 『전기전자 쏙닥쏙닥』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건 전압의 총계와, 전류의 총계였다. 직렬로 연결하면 각각 1.5V씩 전압은 늘어난다. 하지만 병렬로 연결하면 아무리 많이 연결해도 그대로 1.5V만 된다. 병렬로 연결하면 대신 건전지를 오래 쓸 수 있다. 그 원리는 전류라는 게 들어간 입구의 양과 나온 출구의 양이 같기 때문이다. 


전기 전자의 개념을 만화와 애니로 이해하니 훨씬 쉽다. 아이들에게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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