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을 지킬 권리
강원상 지음 / 경향BP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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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도 수벌처럼 평생 단 한 번만 교미한다면

[서평] 『나다움을 지킬 권리』(강원상 저, 경향BP, 2019. 12.18.)


나다움을 지킬 권리는 바로 평범해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나다움을 지킬 권리』는 ‘나’에게 쓰는 편지이자 에세이 형식이다. 


<비로 인해 피울 수 있던 꽃잎도/ 비로 인해 쓸려 가 버리듯이// 사람으로 인해 살 수 있던 용기도/ 사람으로 인해 좌절하게 된다. -95p>


나다움, 이것은 타인에 대한 나의 시선과 나에 대한 타인의 시선을 모두 포괄하여 이루어진다. 저자는 말한다. 사랑을 할 때 우린 가장 나다워질 수 있다고. 사랑에는 이별도 포함이 되는데 그만큼 다양한 감정이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당신만 열심히 좋아하면 될 줄 알았는데/ 언젠가부터 나만 좋아할까 봐 걱정하고 있고,// 당신만 있으면 된다고 말해 왔는데/ 혹여 당신은 나만으로 부족할까 봐 두려워하며,// 처음부터 너 하나만 바라보고 걷자 시작했는데/ 괜한 불안들로 정작 내가 걷던 길을 잃어버렸다.// 이렇게라도 너만 잡고 있으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결국 당신은 지쳐 먼저 떠나고 나만 남겨졌다.- 35p>


자신을 ‘호구’라고 비교하는 이들이 많다.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받은 이들이 대다수인데 이에 대해 저자는 말한다. ‘당신은 호구가 아니다.’ 속이기 좋고 이용당하기 쉬운 사람을 뜻하는 호구는 남들의 감정과 기분을 들여다볼 줄 아는 선함과는 엄연히 다르다. 분명한 건 그가 선하게 산다고 해서 호구가 되는 것이 아니듯이 누군가를 진심으로 믿고 있다고 해서 그를 호구로 여겨선 안 된다.

 



평범함의 반대 말은 나다움이다


책은 사랑을 이성적으로 분석하였다. 감성적인 분석이 아니기에 머리로 이해를 해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그만큼 깊은 철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랑을 빛과 어둠으로 표현한 장이 있는데 기억에 유난히 남았다. <모든 빛에는 어둠이 필요했듯 왠지 그에게 나는 꼭 필요한 존재였던 것 같다. 나의 따스함으로 그 어둠을 감싸 줄 수 있을 거라 믿었는데 그 반대였다. 내가 얼마나 따뜻한 열정을 가진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나도 충분히 괜찮은 여자란 걸 당신을 통해 알게 되어 버렸다.>


사랑에 대해 우리가 제대로 깨닫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 저자는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예로 상대방에게 무조건 적으로 맞추거나, 무조건적으로 사랑을 받으려는 자들을 들 수 있다. 어딘가 나에게 맞춰주는 사람이 존재할 거라는 바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바꾸지 않겠다는 선언이며, 언제라도 내 감정, 내 생각, 내 판단만으로 헤어지겠단 쉬운 이별다짐이다. 


어렸을 적 엄마에게 받은 사랑을 여전히 갈망하는 나이만 먹은 어른들의 사랑은 스스로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닌 부모 같은 사람만을 평생 찾고 갈구할 뿐이다. 보고 싶단 말에 주저 없이 달려오는 사람, 무엇을 갖고 싶다고 흘린 말에 고민 없이 달려가 사 올 수 있는 사람, 자신의 배고픔과 힘듦을 언제라도 우선적으로 돌봐 줘야 하는 사람으로 여길 뿐이다. 이러한 사랑은 서로의 성장을 방해하고 파멸시킨다. 


문구들은 서술이면서도 시적이다. 또한 위트와 유머를 가장한 비유 문장들도 많았다. <수벌은 여왕벌과 교미 후 자신의 정액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페니스까지 남긴다. 그리고 땅바닥에 떨어진 뒤 탈수증으로 수 시간 내에 죽는다. 만약 인간 수컷도 수벌처럼 평생 단 한 번의 성관계만 가능하다면 조금은 자신의 도구를 쓰는 데 신중했을 것이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가면을 쓰고서 걱정하지만, 간섭한다. 또 믿는다면서, 끝까지 구속한다. 또 위로한다면서, 처지를 동정한다. 또 들어 준다면서, 약점을 발설한다. 또 약속한다면서, 일찍이 파기한다. 단 한 번도 누군가를 위해 부지런해보지 못한 자는 평생 누군가가 준비했던 그 수고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오직 그 호의가 지쳐 멈출 때 평가 내려진다. “그럼 그렇지 너도 변할 줄 알았어.”


책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겪은 여러 상황을 새로운 시각으로 분석하고 있었다. 삶의 이면에 숨은 의미를 곱씹으며 과연 무엇이 올바른 인간관계인지 생각을 하게 한다. 저자는 주장한다. 평범함의 반대말은 화려한 게 아니라 바로 나다움이라고. 오직 나만이 가지는 나다움을 잃어 갈 때 우리는 평범해진다. 누구든 각자가 선택한 것을 누릴 때 보다 특별해지면, 흔한 어떤 비슷함에 매몰되려 할 때 가장 평범해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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