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취향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일은 없겠지만 - 특별한 책 한 권을 고르는 일상의 기록
나란 지음 / 지콜론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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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서점에 담긴 북-큐레이터의 고민과 정성

[서평] 『우리 취향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일은 없겠지만 (특별한 책 한 권을 고르는 일상의 기록)』(나란 저, 지콜론북, 2019. 12.20.)


책을 즐겨 읽든 그렇지 않든, 살면서 어떤 하나의 문장이 필요한 순간은 있다. ‘서점원에서의 365일’, ‘마음에 문장이 필요한 날’,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일’, ‘어제에서 찾은 오늘’. 각 장의 제목에 담긴 문장들은 의미심장하고 심상치 않은 느낌을 풍긴다. 『우리 취향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일은 없겠지만』은 한 큐레이터가 소규모 동네 서점이라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며 보낸 경험과 서점원 혹은 북 큐레이터라는 이름으로 직접 읽고 소개한 책과 문장들이 담겼다. 


시인에 대한 인용 문단은 좋았다. ‘시인은 다루기 어려운, 가령 슬픔의 치욕 같은 것들을 다룬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저마다의 사랑스러움을 일깨운다. 시는 가장 추한 감정들을 인정하는 동시에 그 사이에 질서를 부여해 고귀하게 만든다.’ 에세이에 대한 고찰도 좋았다. ‘갈수록 에세이가 많이 팔린다. 무겁지 않아서,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라고 하는데 사람들이 대화를 잃어버려서인 것 같다……. 그들이 할 말이 많은 게 아니라 내가 대화를 잃어버린 거다. 나는 그렇게 에세이를 찾기 시작한다. 대화를 찾아서.’


확실히 도서관 큐레이터가 쓴 책이라서인지 여타 에세이보다 깊이가 있으며 문장들도 유려했다. 저자는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일과 삶에 대한 태도와 책과 엮인 삶에서 여전히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관하여 썼는데, 이러한 부분은 공감이 되도록 쓰여 있다. 




큐레이터의 삶과 생각을 보다


저자는 서점에서 책을 소개하는 사람이다. 그런 만큼 ‘책 소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였다. 원래 저자는 회사를 다녔다.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와 멈출 줄 모르는 무한한 호기심으로 회사를 다녔는데, 와중에 체력이 약해지고 정신력도 힘들어지는 경험을 했다. 이때 저자는 체력 역시 힘들면 팍팍 고갈되는 자원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어느 날 저자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알게 된 출판사 대표에게서 서점 오픈 멤버를 제안 받았다. 신기하게도 제안을 받은 후부터 고갈됐던 호기심과 에너지가 되살아나는 게 느껴졌으며 이로 인해 더 고민할 필요도 없이 서점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이때부터 커피, 빵, 사람은 인생의 협력자로서 기능을 하게 되었다. 이후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서점이 시대의 것이 될 수 있을까.’였다. 이미 많은 동네 서점들이 먼저 그 고민을 시작했으며 서점만의 소개 방식은 항상 필요했다. 


서점에서의 업무는 책을 배열하는 것 이전에 어떤 책을 서가에 채울 것인가의 단계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그다음에는 서점에 놓인 책들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를 설명하는 부분은 서점 역시 마트처럼 오가는 사람을 의식하여 배치를 하고 있구나 느끼게 하였다. 서가에 꽂힌 책에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물론 큐레이터의 취향이 한껏 반영되는 경우가 컸다. 


저자는 원래 서점의 모습을 특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 토크를 통해 서점은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서점이 의미가 있음으로 답을 얻었다. 저자의 경우 성북동 주택 단지에 좀 더 어울리는 서점이었다. 동네마다 도서관이 있긴 하지만 대여보다 소통이 중심이 되는 서점이 필요했다. 이러한 저자의 글들에는 일에 대한 자부심과 철학이 있었다. 서점에 처음 들어오는 손님이 첫 번째로 마주치는 매대에는 어떤 책을 놓을지, 커피를 주문할 때 어떤 말을 건넬지, 책을 결제했을 때 포장을 어떻게 해줄지 같은 것들도 고심해야 했다. 


서점은 한두 번의 유명세로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는다. 이미지라는 것은 오랜 시간 서점과 손님들 간에 교집합들이 쌓여야 한다. 저자는 이외에도 독립 출판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실었다. 『불안의 서』의 저자이자 포르투갈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도 독립출판을 했는데, 출판사에서 자신의 원고를 몇 번 거절하자 직접 독립 잡지를 만들어 문학 활동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외 저자는 다양한 사례와 유려한 문체를 통해 성글지 않은 글을 썼다. 근래 읽은 에세이 가운데 가장 꼼꼼히 읽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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