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여행, 바람이 부는 순간 - 퇴직금으로 세계 배낭여행을 한다는 것
이동호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청춘, 여행으로 변해가며 세월을 흐르게 하다

[서평] 『청춘의 여행, 바람이 부는 순간 (퇴직금으로 세계 배낭여행을 한다는 것)』(이동호 저, 세나북스, 2020. 01.10.)


여행을 쉽게 갈 수 있는 요즘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난다. 와중에 수많은 여행기가 쏟아지고 있다. 여행 방법을 구체적으로 내세운 책이 있는가하면, 여행을 다녀온 후기나 기행문을 중점으로 쓴 책도 있다. 『청춘의 여행, 바람이 부는 순간』은 여행기에 대한 객관적이고 주관적인 관점이 동시에 담긴 책이다. 


누구나 현실을 떠나 새로움을 느끼고 싶어 한다. 소설가 김연수는 말했다.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우리가 변한 게 아니라 우리가 변했기 때문에 세월이 흐른 것이다.” 여행이란 건 결국 변해가는 과정이었다. 세월을 흐르게 하는 과정이었다. 주인공은 배를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출발했다. 여행의 출발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떠나기 싫다는 마음이 강하게 일었다고 한다. 자유 뒤에 숨어있던 그림자가 덮쳐오면서 세상이 거대하게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여행으로 인생과 삶을 돌아본 이들


나는 여행을 떠나는 목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를 둘러보거나 특색 있는 음식을 먹기 위함이 크다. 그저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여행을 했다. 간혹 무작정 떠나는 여행도 있는데 이는 거의가 국내에서만 이루어졌다. 어디를 가던 간에 여행이란 통제할 수 없는 세계로 가는 것이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 서른셋 생일에 이탈리아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이 여행으로 그의 인생은 전기와 후기로 나뉘었다. 괴테는 이때의 경험을 책으로 냈다. “길 위에서 나는 내가 그동안 써 온 작품의 인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괴테 마음속에는 글이 있었고 그는 길 위에서 작품을 본 것이다. 


저자는 주요한 명소를 가기보다는 각국의 특정 도시를 자유로이 걸으면서 느낀 점을 적었다. 길 위를 걸으며 스스로의 모습도 보게 되었다. 와중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는데, 책은 이러한 기행과 온갖 산전수전을 겪은 수기로 점철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예로 이집트 스쿠버 다이빙 체험에서 저자는 두려움을 이해해가는 방법을 느꼈다고 한다. 어찌해볼 수 없는 거대한 자연을 이해해가는 과정, 경이로운 세계를 이해해가는 과정. ‘두려움은 무지에서 왔고 두려움을 이해하는 곳에 아름다움이 있었다. 두려움은 이해되는 만큼 아름다움을 허락했다.’ 


불가에는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사람과의 만남도, 어떤 사건에 연관되는 일도 모두 때가 있는 법이라고. 그때가 올 수 있을까,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건 모르는 일이다. 여행을 하며 저자는 자신이 안다고 생각했던, 옳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이 무너짐을 느꼈다. 여행은 스스로를 녹이고 불순물을 태울 것을 명령했다. 그렇게 9개월 간 아시아를 거쳐 중동으로 유럽으로, 또 아프리카까지 여행을 다녔다. 


그럼에도 저자는 세계란 게 당최 무엇을 말하는 건지, 어디까지를 말하는 건지 대답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미 숨 쉬며 살고 있는 곳, 이곳이 세계인데 마치 세계라는 건 저 너머에 있다는 듯 선을 그어 말한다는 게 우스웠기 때문이다.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세계인지 답은 우리 안에 있다. 우리는 모두 이미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 걸어야 할 이유가 있다면 길은 있다. 이제까지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각자의 가슴 깊은 곳에 숨겨진 길을 따라 나아가자.’

 

산다는 건 무엇일까, 인간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눈으로 보는 것, 머리로 아는 것을 넘어 ‘느끼고’ 싶어 했다. 각 나라의 음식문화를 이해하고 싶어 길거리 음식을 주로 먹다가 식중독에 걸린 사건도 있었고, 가는 동네마다 시장바닥을 기웃거리던 중 날강도를 만나기도 했다. 특히 ‘거지처럼 다녔다.’라고 쓴 부분은 너무도 우스웠다. 겸손한 자세로서 세상 자체를 알아보면서 인간이란 무언지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