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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을 읽는 40가지 이야기 - 중동으로의 첫 발걸음
박현도 외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6년 8월
평점 :
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우리에게는 친숙하지 않은 중동은 학창시절에도 비중있게 공부하지 않았던 곳입니다.
하지만 어른이 된 후 우리 삶이 중동의 종교, 역사, 전쟁, 음식, 여행 등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중동에 대한 편협한 시각과 단편적인 지식들만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다루는 다양한 주제를 통해 중동에 대해 조금 더 깊이있게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았습니다.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이 책은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이라는 우리에게 친숙한 이야기로 글을 시작합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40이라는 숫자에 주목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수메르 문명에서 인류의 수호신으로 모셨던 엔키의 상징에 숫자 40이 포함됩니다.
게다가 유일신 종교에서 숫자 40은 다양하게 사용되는데, 창세기에는 40일 밤낮동안 비가 내렸다는 내용이 있고, 노아가 홍수가 나서 방주를 만들어 떠돌다가 정확히 40일 동안 기다렸다가 까마귀를 내보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모세는 가나안 땅에 정탐꾼을 보낸 40일 동안 정탐했고, 히브리 민족은 약속의 땅 밖에서 40년을 살아야 했습니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예수가 부활하고 승천하기까지 40일을 제자와 보냈고, 사순절은 부활절을 앞두고 40일 동안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하고 지내는 절기입니다.
이슬람에서는 예언자 무함마드가 처음으로 계시를 받았던 나이가 40이고, 시신을 매장하고 난 후 40일이 되는 날에 죽은 자를 추모하는 행사를 합니다.
그리하여 이 책에서는 중동의 역사와 문화를 총 40개의 주제로 이야기 합니다.
이렇게 딱딱 맞아 떨어지는 서사의 흐름 자체를 좋아하고 마음 편안해하는 저에게는 이 자체에서 희열이 느껴졌습니다.

우리에게 낯설어서 그렇지 전세계 인구의 25% 이상이 이슬람을 믿습니다.
이슬람을 믿는 이들을 무슬림이라 하고 이들이 가는 종교 시설은 모스크입니다.
원칙적으로 모든 무슬림은 하루에 다섯 번 예배를 드려야 하는데 이때 메카를 바라보고 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한편 여성 무슬림의 경우 대부분 머리를 가리는 히잡을 씁니다.
먹는 음식도 율법에 따라 가려 먹는데, 특히 돼지고기와 술은 절대 입에 댈 수 없습니다.
이런 이슬람의 규율들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어 결코 낯설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엄격한 규율을 보면 답답함과 불편함이 느껴지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나거나 이슬람으로 개종하는 순간 이슬람은 삶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준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런 이슬람은 개인의 신앙을 넘어 사회와 공동체 전반을 아우르는 총체적 체계가 되어 버립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슬람의 시작과 확산 과정을 살펴보며 조금 더 그 세계를 이해하게 됩니다.
종교적 정체성과 그 뿌리가 깊지만 예언자 무함마드가 사망한 이후 정치와 종교는 분리되었다고 평가되며, 이후의 통치자들은 자신들의 통치 정통성을 강화하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철저하게 종교를 이용하였다는 걸 이해하게 됩니다.
그러니 이슬람이라고 해서 결코 우리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끼게 되며 이는 곧 이슬람과 중동에 대한 거리감을 좁히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이슬람을 하나의 종교로만 바라보지 않고 그 종교가 만들어지고 퍼져 나간 역사와 사람들의 삶까지 함께 들여다보게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종교와 정치의 관계를 따라가다 보니 이슬람 세계가 우리가 막연히 생각했던 것처럼 전혀 다른 곳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교적 신념이 권력과 만나고,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정당성과 권력을 지키기 위해 종교를 이용하는 모습은 역사적으로 이미 여러 시대와 지역에서 보아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우리에겐 낯선 이슬람이라는 종교의 모든 모습을 이해하게 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이상하거나 불편한 것으로 단정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은 분명해졌습니다.

중동을 이해하는 근본적인 시작점이 이슬람이었다면 그곳에 부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 또한 흥미로운 주제였습니다.
중동의 걸프 산유국들은 에너지 자원으로 얻은 부와 권력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예술, 관광, 스포츠 등의 문화 허브로 자리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아랍에미레이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는 그 핵심 국가들입니다.
특히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에는 이미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협정을 맺고 루브르 박물관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루브르 아부다비가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구겐하임 아부다비 또한 올해 개관을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문화 예술 산업에 대한 관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런 세계적 박물관과의 협업은 아부다비를 중동의 문화 수도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이렇게 국가를 알리고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고 국가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 바로 소프트 파워입니다.
소프트 파워는 단순히 문화적으로 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신뢰와 호감, 매력을 통해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예를들어 방탄소년단이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좋아하는 이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 여행까지 선택하고 결국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에 대한 호감과 관심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소프트 파워의 긍정적인 영향력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중동의 경우에는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인해 그동안 쌓아 온 안전이라는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런 지점들은 여전히 중동의 소프트 파워의 가능성과 한계점을 모두 생각해보게 하는 지점이었습니다.
전쟁과 갈등이라는 불안한 한계 속에서도 문화 허브를 꿈꾸는 중동 주요 도시와 국가들의 끊임없는 노력은 안전과 신뢰라는 것이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지는지 또한 생각해보게 해주었습니다.
한편 앞으로는 한 국가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가치로 단순히 자원이나 군사력보다 소프트 파워에 더 집중하게 될 것이라는 점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중동의 새로운 변화는 바로 그 사실을 생각하게 했다는 점에서 오래 기억에 남는 부분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엄선하여 다루는 40개의 주제에 나름의 의미와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특히 석유의 시대에서 문화의 시대로 넘어가려는 중동의 움직임은 단순한 산업 전환이 아니라 어떤 이미지로 기억되고 싶은지에 대한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하는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결국 국가도 사람처럼 과거의 모습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의 중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변화하는 모습과 미래까지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의미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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