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달라지는 수면 과학 - 도쿄대학교 대학원 수면생리학 교수가 최신 연구를 총정리한 잠의 모든 것
하야시 유 감수, 홍성민 옮김 / 레몬한스푼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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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수면에 대한 최신 과학 정보를 설명함에 있어 다양한 그래프와 일러스트를 활용하기 때문에 어려운 내용을 보다 쉽고 편안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수면 부채의 의미와 원리는 물론이고 기존에 알고 있던 잘못된 수면 상식도 바로 잡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의미있게 읽어 보았습니다.


이 책을 통해 수면 부채라는 개념을 정리해 보게 됩니다.

잠은 하루하루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만큼 몸에 빚처럼 쌓일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깨달아야 합니다.

사실 수면은 부족해도 어떻게든 버틸 수 있다고 여겨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것, 해야할 것이 많을 때에는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 수면 시간을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몸과 뇌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수면이 부족하거나 적절하지 못하면 당장은 괜찮은 것 같아도 집중력과 판단력이 조금씩 떨어지고 실수가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감정 조절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결국 잠을 아껴서 얻은 하루가 오히려 다음 날의 나를 힘들게 만드는 셈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수면을 단순히 피곤하면 자는 것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잠이 부족하면 업무 능률이 떨어지고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뿐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부분은 인상적이면서 깊은 깨달음을 주는 지점이었습니다.

사실 지난 시간을 떠올려면 잠이 부족했던 날, 평소와 다르게 상대의 말이 날카롭게 들리거나 별것 아닌 말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 것들을 가볍게 성격이나 인간관계의 문제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부족한 잠이 원인이었을 수도 있다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수면은 단순한 생리 현상이 아니라 인간의 관계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조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좋은 인간관계를 위해 대화법을 배우고 상대를 이해하려 노력합니다.

물론 모두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충분히 자는 것 역시 좋은 인간관계를 위한 조건일 수 있습니다.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다른 사람의 말을 제대로 해석할 여유조차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잘 자는 것은 나 자신을 위한 일이면서 동시에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덜 날카로운 사람이 되는 일이기도 한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알고 있던 수면 상식에 질문을 던져 놓습니다.

수면 주기는 정확히 90분이다,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반드시 자야 한다와 같은 것들은 많은 이들이 잘 알고 있는 수면 상식과도 같습니다.

그런데 과학의 세계에서는 당연해 보이는 말일수록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이 책이 짚어줍니다.

이 책은 무엇을 무조건 믿으라고 하기보다 우리가 알고 있던 잠에 대한 지식을 한 번 의심해보게 합니다.


다른 수면 관련 책들과 비교했을 때 이 책의 장점은 숙면 비법을 앞세우지 않는다는데 있다고 느꼈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활 리듬을 돌아보는 일입니다.

일정한 기상 시간, 햇빛, 운동, 카페인과 음주 조절, 저녁 시간의 습관처럼 어쩌면 너무 평범해서 시시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들이 오히려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특별한 비법을 기대했던 사람에게는 다소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이런 지점들이 이 책의 가장 현실적인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잠을 잘 자야 한다는 당위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아침부터 낮, 저녁, 잠들기 전까지 하루 전체의 흐름을 하나의 수면 리듬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잠은 침대에 누운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침에 햇빛을 받는 것부터 낮에 움직이는 것, 오후의 카페인을 조절하는 것, 저녁의 빛과 음식, 목욕과 음주까지 결국 밤의 잠으로 연결됩니다.

이런 구성이 수면을 하루의 한 부분이 아니라 삶 전체의 리듬으로 이해하게 만들어 좋았습니다.


자려고 애쓰는 것에 대한 시선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잠이 오지 않으면 우리는 시계를 확인하고 조급해지곤 합니다.

내일의 피곤함을 미리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면 잠을 자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숙제처럼 되어버립니다.

잠은 원래 의지로 명령해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데 우리는 자꾸 잠마저 성취하거나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바꾸어버립니다.


인간은 깨어 있는 시간을 지나치게 중요하게 여기는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무엇인가를 하고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아깝게 여깁니다.

생산하고, 배우고, 소비하고, 움직이는 시간을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잠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을 줄이려 합니다.

하지만 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곳에서 몸과 뇌가 스스로를 회복하고 정리하는 시간입니다.

깨어 있는 나의 의지가 잠든 나의 몸을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은 깊은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아무리 바쁘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결국 잠을 통해 회복해야 합니다.

인간에게는 노력으로 뛰어넘을 수 없는 생물학적 한계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어쩌면 잠은 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가장 정직하게 알려주는 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더 잘 자기 위한 책인 동시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책으로도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흔히 하루를 얼마나 많은 성과와 성취를 이뤘는지를 통해 삶의 가치를 평가하곤 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잘 산다는 것은 무언가를 많이 해내는 것만이 아니라 내일의 나에게 필요한 것을 오늘의 내가 함부로 빼앗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잠을 줄여 오늘의 성과를 조금 더 높이는 대신 충분히 잠들어 내일의 나에게 온전한 정신과 몸을 돌려주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잠은 인생의 3분의 1을 차지합니다.

그렇다면 그 시간을 삶에서 버려지는 시간이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삶을 회복하는 시간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깨어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하는 것만큼 잠들어 있는 동안 나 자신을 온전히 회복시키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잠자리에 드는 순간의 마음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오늘 하루를 더 채우지 못했다는 아쉬움 대신 이제는 하루를 잘 살아냈으니 나에게 회복할 시간을 주어야겠다는 마음이 먼저 들게 되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통해 수면에 대한 최신의 과학적 연구 결과를 쉽고 흥미롭게 들여다보며, 자신의 수면은 물론이고 삶에도 반영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일이달라지는수면과학 #도쿄대학교대학원수면생리학교수가최신연구를총정리한잠의모든것 #홍성민 #하야시유 #레몬한스푼 #북유럽 #서평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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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꽃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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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1권에서 사랑은 다시 만나는 순간부터 현실과 부딪히기 시작했습니다.

5년이라는 시간을 견뎌온 마음이 있었지만 그 마음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삶의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권에 이르면 사랑의 의미는 한층 더 깊어집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얻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사람이 살아갈 수 있도록 곁에서 삶을 돌보는 일이 사랑의 중심으로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1권에서 윤소인의 삶을 짓누르고 있던 것은 가난과 가족의 몰락, 그리고 오랜 시간 누적된 고단함이었습니다.

이재이는 자신의 힘을 다해 그녀를 돕고자 합니다.

그러나 상황이 더욱 절박해집니다.

그리고 여기서 이 작품의 분위기는 조금 달라집니다.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세상과 싸우던 이야기가 이제 사랑하는 사람과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이야기로 변합니다.

이 부분이 이 작품에서 가장 의미있고 아름답다고 느꼈습니다.

사랑을 흔히 마음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사랑은 의외로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다면 자신의 생활을 바꾸어야 하고, 상대의 불편을 감당해야 합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자신의 계획까지 내려놓아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게 됩니다.

이는 사랑이 감정에서 삶으로 넘어가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이재이에게 사랑은 이제 더이상 낭만이 아닙니다.

너무나도 현실적인 삶 자체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아무리 사랑해도 상대의 병을 대신 앓을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간절해도 다른 사람의 운명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습니다.

결국 인간에게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사이에 경계가 존재합니다.

사랑이 깊어질수록 그 경계를 더 선명하게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도는 단순히 종교적인 행위로만 읽히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으니 이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고백처럼 느껴졌습니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인간의 삶에서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은 고통 자체만이 아니라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노력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싶어 합니다.

돈을 벌면 안정된 삶을 만들 수 있고 사랑하면 행복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삶은 언제나 우리의 계산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이 작품이 바로 그 지점에서 사랑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의 인생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순간에도 그 사람 곁에 머무르는 일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국 사랑의 가장 깊은 곳에는 나보다 상대를 앞에 두는 마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재이의 사랑이 일방적인 희생으로만 보이지 않는 것도 이 작품의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우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돌보는 일이 결국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입니다.

특히 작가님께서 이 작품에서 사랑을 다루는 방식은 기존의 로맨스와 상당히 다릅니다.

흔히 사랑을 소재로 한 작품에서는 사랑에 빠지는 순간의 설렘이나 이별의 아픔, 재회의 감격이 중심이 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사랑을 인간에 대한 태도까지 확장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대체 어떤 의미인지를 더 깊이 고민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 고민을 짙어지게 만드는 것이 고흐의 존재입니다.

이재이와 윤소인의 인연을 처음 이어준 것도 한 편의 시와 그림이었고, 파리와 암스테르담에서 고흐의 발자취가 두 사람의 여정과 연결됩니다.

고흐 역시 고독과 가난, 정신적인 고통 속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그림을 남겼던 예술가입니다.

그래서 윤소인이라는 화가의 삶과 고흐의 흔적이 오버랩 되는 것이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예술은 어쩌면 고통을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다른 형태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견디기 힘든 삶을 그대로 견디는 대신 그것을 그림으로 바꾸고, 문장으로 바꾸는 것.

그런 의미에서 이재이의 시와 윤소인의 그림으로 시작된 사랑은 결국 두 사람의 삶 전체를 하나의 작품처럼 묶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작가님의 또 다른 장점이 여기서도 느껴졌습니다.

오랜 세월 거대한 시대와 사회의 문제를 다뤄온 작가님답게 개인의 사랑조차 개인적인 감정으로만 소비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인간이 어떤 가치관으로 살아야 하는지, 인간은 자신의 운명을 얼마나 선택할 수 있는지까지 질문을 확장합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로맨스이면서 삶에 관한 소설이라 느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하고 의미있는 것은 함께 있는 시간 그 자체일지도 모릅니다.

아픈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곁을 지켜주는 사람일 것입니다.

그리고 힘든 순간에 건네는 한마디보다 아무 말 없이 함께 울어주는 마음이 더 큰 위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사랑은 소유가 아닙니다.

상대를 내 곁에 붙잡아두는 것도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그 사람의 존엄을 지켜주고 그 삶을 함께 감당하려는 마음이었습니다.


누군가를 오래 사랑해본 분, 사랑하는 사람의 아픔을 곁에서 지켜본 경험이 있는 분들에게 이 작품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더불어 삶의 어느 순간부터 성공보다 관계와 인간의 의미가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분도 의미있게 읽어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젊은 시절의 사랑과 지금의 사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생각해보고 싶은 분에게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조정래 작가님께서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삶과 죽음, 그리고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이 들여다보실 수 있길 희망합니다.

더불어 여전히 창작 활동을 하시는 작가님께 응원과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서리꽃 #서리꽃2권 #조정래 #해냄 #한국소설 #장편소설 #북유럽 #서평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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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꽃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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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조정래 작가님께서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삶과 죽음, 그리고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짚어볼 수 있을 것 같아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작가님께서 직접 유럽 취재를 다녀오셔서 그것을 주인공들의 여행으로 묘사해냈다는 점 또한 취향 저격이라 기대되었습니다.

여전히 창작 활동을 하시는 작가님께 응원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의미있게 읽어 보았습니다.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감정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변하고 환경은 달라지기 때문에 한때 간절했던 기억도 결국에는 사그라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조정래 작가님의 이 책을 읽으며 오히려 반대의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진짜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견디는 동안 어떤 모습으로 존재했는지가 드러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이재이는 대학 시절 시 동아리 글밭에 가입해 시를 쓴 철학도입니다.

윤소인은 글밭의 시화전에 참여해 이재이의 시에 그림을 그린 여학생입니다.

이 둘은 한 편의 시와 한 장의 그림으로 이어진 인연입니다.

여기에 작가님께서는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꺼내 놓습니다.

한 편의 시와 한 장의 그림으로 시작된 사랑을 소설에 담기 위해 작가님께서는 고흐의 자취를 따라 프랑스 파리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취재 여행까지 다녀오셨다고 합니다.

팔순을 넘긴 작가님께서 소설가로서의 직업병을 지독하게 겪으면서도 굳이 먼 길을 택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고흐 화집이나 관련서들의 간접 취재 못지않게 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던 지점이 있으셨을 것입니다.

어쩌면 이런 부분이 소설 쓰는 일에 대한 작가님의 태도를 보여주는 지점이자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답사가 책 속의 주인공들의 여행으로 잘 표현되어 책 전체를 보다 풍성하게 채워내게 됩니다.


이 작품 속의 사랑은 흔히 로맨스 소설에서 만나는 사랑과 조금 다르게 다가옵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두 사람이 다시 만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데서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재이가 다시 마주한 윤소인은 과거의 청초한 모습 그대로가 아닙니다.

가족의 몰락과 막대한 빚, 생계를 위해 밤낮없이 일했던 시간 속에서 지쳐버린 사람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났는데 기뻐하기보다 먼저 안타까움과 걱정이 밀려오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 지점에서 사랑의 성격도 달라집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행복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사람의 고통을 내가 함께 감당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지점 때문에 이 작품 속 사랑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랑을 아름다운 감정으로만 그리지 않고 책임과 선택의 문제로 끌어올리기 때문입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이재이가 사랑을 위해 자신의 삶을 실제로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윤소인의 빚을 해결하고 가족의 생계를 돕는 문제, 치료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문제에까지 자신의 미래를 걸고 나섭니다.

이 과정에서 형과의 밀약이라는 장치가 등장하면서 사랑은 개인적인 감정에서 현실적인 선택의 문제로 확장됩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립 가운데 하나는 사랑과 돈입니다.

윤소인을 바라보는 이재이 가족의 태도에는 돈이 사람의 가치까지 결정할 수 있다는 사고가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을 무시하고 경제적 능력을 인간의 가치와 동일시하는 태도입니다.

반면 이재이는 그 질서에 순순히 편입되지 않습니다.

철학을 공부하고 싶어 했던 인물답게 그에게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그것을 사용하는가에 가깝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연스레 사랑을 통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인간의 가치에 대해 묻게 됩니다.

오늘날 우리는 사람을 평가하는 데 지나치게 익숙해져 있습니다.

직업, 연봉, 집, 학벌, 자산, 사회적 지위 같은 숫자와 조건들이 사람의 가치를 설명하는 것처럼 사용됩니다.

그런데 사랑은 그런 계산법을 거부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조건을 합산한 뒤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계산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그 사람 자체를 받아들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재이의 선택은 단순히 가난한 여자를 사랑한 남자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세상이 정해놓은 가치의 순서에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돈이 많으면 좋은 사람이고 돈이 없으면 부족한 사람이라는 단순한 세계관에 맞서 한 사람의 존엄은 결코 숫자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사랑이라는 가장 인간적인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작가님 특유의 장점도 바로 이런 부분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의 작품은 개인의 삶을 개인적인 문제로만 남겨두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선택 뒤에 있는 가족과 사회는 물론이고 경제적 현실, 나아가 시대의 가치관을 함께 바라보게 합니다.

이 작품 역시 사랑 이야기라는 껍질을 뚫고 안으로 들어가보면 인간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과 돈의 위력이 보입니다.

더불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강요되는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마주하게도 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단순한 로맨스 소설과는 결이 다릅니다.

일반적인 로맨스가 두 사람의 감정 변화에 집중한다면 이 작품은 두 사람이 사랑하기 위해 넘어야 하는 세계 전체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두 사람만 행복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욕망과 경제적 조건, 과거의 상처와 현실적인 책임까지 함께 넘어야 합니다.

사랑이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것을 감당해야 하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오히려 사랑의 무게가 더 진하게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에 오래 남은 것은 사랑은 상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만이 아니라 함께 아파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실제 삶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늘 좋은 일만 생기지는 않습니다.

병이 찾아오거나 경제적인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예기치 않은 현실이 삶을 흔들게 되는 것입니다.

그때 곁에 남아 있는 것이 사랑이라면 사랑은 행복보다 오히려 고통 속에서 더 정확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감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겨울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잠시 피어나는 서리꽃은 따뜻한 계절의 꽃과는 전혀 다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래 피어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차가운 환경에서도 피어나기 때문에 더욱 눈길을 끕니다.

이재이와 윤소인의 사랑 역시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모든 것이 순조로운 상황에서 시작된 사랑이 아니라 오히려 삶이 가장 차갑고 힘겨운 순간에 다시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랑에 대해 조금 다른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누군가를 얼마나 사랑하는가라는 것보다 그 사람이 힘겨울 때도 그 사람의 삶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가에 보다 집중하게 됩니다.

어쩌면 사랑의 깊이는 함께 웃었던 시간보다 함께 견뎌낸 시간으로 판단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은 오래전 마음에 남겨두었던 사랑이 다시 찾아오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한 인간이 사랑을 위해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로 느껴졌습니다.

특히 화려한 사랑의 장면보다 상대의 고통을 자신의 일처럼 받아들이는 이재이의 태도가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오랜 연애의 끝에서 사랑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분, 조건과 현실 때문에 사랑을 망설여본 분, 돈과 성공이 인간의 행복을 정말 보장하는지 의문을 품어본 분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사랑을 단순한 설렘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끝까지 바라보는 마음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이 작품에서 깊은 울림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리꽃 #서리꽃1권 #조정래 #해냄 #한국소설 #장편소설 #북유럽 #서평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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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걸 우울증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 정신과 의사의 다정한 마음 처방
전지현 지음 / 시원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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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림으로 환자들과 소통하는 정신과 의사 전지현 자자의 그림 에세이입니다.

저자는 인스타그램과 브런치 스토리에 니너하리라는 이름으로 그림과 글을 연재하고 있는 작가님이시기도 합니다.

심리, 심리학과 정신건강, 정신건강학을 통해 우울증에 대한 이해와 동행의 방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우울이라는 말은 참 이상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사용해본 단어인데 막상 “당신은 지금 왜 우울한가요?”라고 물으면 쉽게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슬프거나 지쳐서일 수도 있고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도 마음이 가라앉아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가장 힘든 순간은 우울한 것 자체보다 내가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을 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것은 우울을 바라보는 저자의 태도였습니다.

이 책은 우울을 서둘러 정의하거나 몰아내려고 하지 않습니다.

“괜찮아질 거예요”라고 쉽게 위로하지도 않고,

“이렇게 하면 극복할 수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독자를 다그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잠시 걸음을 늦추고 지금 내 마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함께 들여다 보게 합니다.

바로 그런 점이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드는 장점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울증을 다룬 책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무겁고 전문적인 분위기를 떠올리게 됩니다.

증상과 진단 기준, 치료법 같은 의학적 설명이 중심이 되기 쉽습니다.

물론 그것들은 중요하지만 마음이 이미 지쳐 있는 사람에게는 그런 설명조차 버겁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어려운 마음을 우울이라는 귀엽고 흥미로운 캐릭터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우울이와 함께 하며 우울증에 대한 두려움과 오해를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덜어낼 수 있도록 도와줘서 좋았습니다.


이야기 속에 그림이 들어간 방식도 단순한 장식처럼 느껴지지 않아 좋았습니다.

오히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그림을 통해 쉽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지점이 되기도 했습니다.

마음이 힘들 때는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약하지?”라는 생각에 갇혀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내 마음과 조금 떨어져 우울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숨을 돌릴 공간이 생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우울을 설명하는 책이면서 동시에 우울한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책이었습니다.

우울증을 하나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그리지 않는 것도 좋았습니다.

물론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서로 다르다고 해서 그 마음의 고통까지 다른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우울한 사람이라는 표현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사람을 너무 쉽게 상태로 규정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하나의 형용사로 설명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오늘의 나와 어제의 내가 다르고, 같은 사람이라도 어떤 계절을 지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표정을 지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현재의 감정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착각합니다.

실패하면 실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우울하면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결론 내립니다.

그러나 감정은 나의 일부이지 나의 전부는 아닙니다.

슬픔이 나를 지나갈 수 있고 우울 또한 나를 통과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곧 슬픔이고 우울인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잠시 "나는 누구인가?"라는 조금은 근원적인 질문에 접근해 보게 됩니다.

우리는 자신을 고정된 존재라고 생각하고 싶어 합니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하면 복잡한 삶을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고정된 명사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에 가깝습니다.

오늘의 나에게 찾아온 감정이 내일의 나를 완전히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힘든 시기를 보내는 사람에게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것은 때로 너무 막연합니다.

행복해야 한다는 목표 자체가 또 하나의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조금 다릅니다.

행복하지 않아도 대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일 수도 있고, 일일 수도 있고, 한 사람과의 관계일 수도 있고, 배움이나 자유, 창작, 여행, 혹은 그저 평온한 하루일 수도 있습니다.


삶의 의미는 고통이 사라진 뒤에야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내가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우울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단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보다 더 깊은 문제일 수 있습니다.

다시 무엇을 향해 살아갈 것인지, 무엇을 소중히 붙잡을 것인지 발견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좋았던 점은 정신과 치료에 대한 거리감을 낮춰준다는 점이었습니다.

정신과에 가는 것을 망설이는 많은 분들은 정신과라를  단어 자체에서 큰 허들을 마주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자신의 슬픔과 아픔이 과연 병원을 갈 정도인지에 대한 의문도 가지곤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고통의 크기를 경쟁시키지 않습니다.

아주 큰 상처가 있어야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몸이 조금만 아프면 병원에 가면서도 마음은 아무리 아파도 끝까지 참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음의 고통을 의지의 문제로 오해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도움을 전문가에게 요청하는 것은 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자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택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우울한 당사자에게만 필요한 책도 아닙니다.

오히려 가까운 사람의 우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가족이나 친구가 예전 같지 않을 때 우리는 쉽게 판단하고 솔루션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면 상대의 행동 뒤에 어떤 마음의 어려움이 숨어 있을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우울한 누군가를 진단하기 위한 책이라기보다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조금 더 다정하게 바라보도록 도와주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울을 없애야 할 적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내 삶에 무언가 문제가 생겼음을 알려주는 신호로 바라보는 것이 유의미할 것입니다.

우울은 우리를 설명하는 이름이 아니라 한때 우리를 찾아온 상태일 수 있습니다.

인생에서 한 시기가 어둡다고 해서 삶 전체가 결코 어두운 것은 아닙니다.

우울한 사람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제시할 것이고, 그 곁에 있는 사람에게는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보여줄 것입니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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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를 위한 한입 일본어 초급 1 - 배운 문법으로 내 문장을 말하게 되는 일본어 ㅣ 왕초보를 위한 한입 일본어 1
오겡끼홈스쿨 지음 / 모티브 / 2026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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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특히 일본어를 처음 공부할 때 가장 먼저 생기는 감정은 어려움보다 막막함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익히고, 단어를 외우고, 조사를 공부하고, 문법을 하나씩 배워나가지만 정작 누군가 일본어로 말을 걸어오면 머릿속에서 알고 있던 것들이 좀처럼 문장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분명 배운 것은 많은데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말은 몇 마디 되지 않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어쩌면 이런 지점이 일본어를 공부할 때 가장 큰 문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명쾌하게 파고듭니다.

일본어를 많이 아는 사람이 되도록 만드는 것보다 배운 일본어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만들어주려고 합니다.

문법을 설명하고 예문을 보여주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법을 익힌 뒤 그것을 활용해 여러 문장을 직접 만들어보도록 구성한 방식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언어 공부에서 반복은 흔히 지루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비슷한 문장을 또 만들고 이미 아는 것 같은 문법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은 어쩌면 공부의 가장 재미없는 부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 반복이 조금 다르게 다가옵니다.

같은 문법을 반복하는 동안 어느 순간 내가 실제 사용 가능한 표현을 새기게 되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일본어 초급 교재들은 시중에 많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그런 책들이 문법의 양으로 승부를 보려고 하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습니다.

배운 문법을 통해 내가 직접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알려주려고 합니다.

남이 만들어놓은 문장을 정확하게 외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배운 문법에 맞춰 직접 만들어가는 과정이 좋았습니다.


이런 과정으로 일본어를 배우며 언어를 배우는 것 자체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외국어를 배울 때 자꾸 많이 아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단어를 몇 개 외웠는지, 문법을 어디까지 공부했는지를 성과처럼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언어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알고 있는 것을 가지고 무엇을 말할 수 있느냐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을 이 책은 정확하게 짚어 냅니다.


처음에는 아주 짧은 문장일 것입니다.

서툴고 단순하고 어색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만든 문장이라는 사실은 생각보다 큰 힘을 줍니다.

외국어를 공부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기쁨 중 하나도 바로 이 지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날 여행지에서 배운 표현 하나를 실제로 사용했을 때, 상대방이 알아듣고 자연스럽게 대답해주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때 우리는 단순히 일본어 표현 하나를 성공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게 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으로 느껴졌던 부분은 초보자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었습ㄴ비다.

일본어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이 정도는 알겠지라는 전제가 오히려 큰 부담이 됩니다.

이미 어느 정도 공부한 사람에게는 당연한 내용도 왕초보에게는 처음 만나는 개념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는 사람도 부담 없이 따라갈 수 있도록 기초 문법을 차근차근 짚어 줍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몇 번이나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가 포기했던 사람에게 더욱 잘 어울리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포기한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더 어려운 교재가 아니라 자신감일 것입니다.

공부에서 자신감은 결과가 만들어준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작은 성공이 쌓이면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내일 한 문장씩 만들어 가다보면 어느 순간 어제는 만들지 못했던 문장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작은 성취와 성공이 꾸준히 일본어를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원어민 음성, 단어장, 연계 강의, 공부방 같은 학습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도 혼자 공부하려는 사람에게 든든하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외국어는 눈으로 읽는 것만으로 익히기 어려운 만큼 소리를 듣고 따라 하고 직접 입 밖으로 꺼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책 한 권을 펼쳐놓고 혼자 공부하는 상황에서도 여러 방식으로 반복해서 접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매일 조금씩, 기본적인 문장 구조부터 조사, 숫자와 시간, 형용사, 존재 표현, 비교 표현 등에 이르기까지 초급 단계에서 필요한 내용을 하나씩 밟아가면서 마지막에는 전체를 복습하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이처럼 이 책은 일본어를 배우기 위한 첫걸음으로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

일본어를 많이 가르쳐 준다기 보다 배운 것을 직접 써보게 만드는 책이라는 점에서 다른 초급 교재와 차별점이 분명합니다.

일본어를 공부한다는 마음보다 일본어로 말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이 책을 활용한다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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