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끝내는 오디세이아
박용남 편역 / 리미트리스 / 202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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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가치있고 의미있는 위대한 고전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어떻게 편역해냈을지 궁금해서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다른 편역본이나 초역본과 비교하며 의미있게 읽어 보았습니다.

특히 편역하신 박용남님께서 어느 지점에 중심을 두고 의미를 부여하셨을지도 고려하며 읽어 보았습니다.


위대하는 말로는 그 가치를 결코 다 담을 수조차 없는 고전 중의 고전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다들 한번쯤은 어떻게든 접해 보셨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완역본을 봤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편역본이나 초역본을 봤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기억 속에는 하나의 거대한 서사로서 오디세우스라는 인물이 통과해야 했던 막막한 삶의 궤적 전체를 헤아려 본 분들이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은 우리를 차분히 오디세이아 한 가운데에 데려다 놓습니다.

고전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고전으로 들어가는 문턱을 낮춰주고 있습니다.

완역본이 지닌 학문적 충실함이나 가치는 분명히 있습니다.

원작자 호메로스의 의도를 가장 잘 파악하는 방법이 완역본을 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전은 결코 어렵게 읽어야만 가치가 있는 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한번이라도 끝까지 읽어보고 그 세계에 매력을 느낀 사람이 원전으로 다시 돌아갈 때 고전의 깊이는 더욱 커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편역은 생략이나 단순 편집이라기 보다 고전에 대한 허들을 낮춰주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고전 원전을 그대로 끝까지 읽어낸다는 것은 하나의 숙제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호메로스의 원전은 시간 순서대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한복판에서 시작해 과거를 회상하는 복잡한 액자식 구조를 취하고 있으며 무수한 신들의 계보와 낯선 이름들로 가득 차 있어 중도 포기하기가 일쑤입니다.

그런 점을 감안하여 이 책에서는 긴 서사를 시간 순서대로 배치하여 서사의 흐름을 쉽고 편하게 따라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럼에도 각 장의 첫머리에 원전의 권수와 행수를 일일이 명시해 두고 부록에 원전 대조표를 담아둠으로써 원전의 깊은 뿌리를 해치지 않으려고 노력한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서사의 흐름을 편하게 흘러가게 해줌과 동시에 언제든 원전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게 한 이런 구성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런 구성은 흔히 볼 수 있는 축약본이나 줄거리 중심의 오디세이아 편역본과는 확실히 다른 부분이라 느껴졌습니다.

고전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독자 친화적인 형태로 재구성한 이런 작업이야말로 현대 독자가 오디세이아를 완독할 수 있게 돕는 가장 현실적인 도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해설을 덧붙여 놓은 것도 의미있는 지점이었습니다.

독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철학적 사유로 들어가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오디세이아의 줄거리나 서사의 기본 내용은 다들 너무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3,000년 전 고대 그리스에서 태어난 이 서사시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읽어야 하는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부분에 보다 집중하여 읽으면 조금 더 의미있게 이 책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디세이아는 단지 옛날 이야기나 영웅의 모험담이라 하면 아쉽습니다.

오디세우스는 모든 것을 힘으로 해결하는,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의 약한 순간, 너무나도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들여다보게 됩니다.

바다에서 표류하고, 동료를 잃고,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때로는 거짓말을 하며 살아남습니다.

힘이 있다고 해서 언제나 힘을 사용하는 것이 현명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줍니다.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크게 느껴지는 것은 승리보다 귀환의 의미입니다.

우리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성취와 성공을 요구 받습니다.

더 빨리,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라고 합니다.

그런데 오디세우스의 목적지는 결코 새로운 세계가 아닙니다.

자신이 떠나온 곳, 바로 고향입니다.

오디세우스의 위대한 여정은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한 여정입니다.


그렇다고 그의 귀환이 단순이 과거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닙니다.

과거의 이타카와 현재의 이타카는 결코 같지 않습니다.

그곳으로 돌아가는 오디세우스가 이미 전혀 다른 인간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인생에서 돌아간다는 것은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경험을 통과한 뒤 비로소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다시 발견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오디세이아는 귀환을 이야기 하면서 인간 자체에 몰입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떠난 사람의 귀환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한편으로는 기다리는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편역하신 박용남님께서는 페넬로페를 다시 바라보게 해 주신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디세우스가 바다를 떠돌며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남았다면 페넬로페 역시 이타카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시간을 견뎌냅니다.

그녀의 기다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기다리는 사람에게도 엄청난 인내와 전략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오디세우스의 귀환만이 영웅적인 것이 아니라 그가 돌아올 가능성을 끝까지 놓지 않은 페넬로페의 기다림의 시간 역시 하나의 위대한 서사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완역본의 두꺼운 벽 앞에서 실패를 경험하셨던 분들에게 의미있는 책이 될 것입니다.

복잡한 시간 구조와 막막한 분량을 배제했다는 것 자체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임을 다시 한번 강조 드립니다.

내용적 측면에서는 삶의 긴 방랑과 시련 속에서 지쳐있는 분들이 읽으신다면 오디세우의 여정이 위로와 용기로 느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불어 오디세우스의 선택들을 통해 냉철한 지혜를 들여다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결코 쉽지 않은 고전을 조금이나마 쉽게 다가갈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 책과 함께 많은 이들이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함께 해보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져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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