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맛
손미주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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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저자가 들려주는 음식과 관련된 지극히 사적인 추억과 함께 그 음식이 걸어온 내력까지 살펴볼 수 있게 해주는 흥미로운 책이 될 것 같아 기대되었습니다.

저자 개인의 식탁 서사는 물론이고 음식의 역사, 그리고 제 추억까지 떠올려 가며 의미있게 읽어 보았습니다.


음식에 관한 책은 참 많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음식에 관한 책임에도 음식보다 사람이 더 진하게 보이는 책이었습니다.

음식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한 개인의 삶을 엿보느 느낌이었고 또 그것을 통해 제 자신의 추억까지 들여다보게 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추억속의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어떤 음식은 이상할 만큼 오래 기억됩니다.

그 이유는 맛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그 음식을 먹던 때의 분위기와 함께했던 사람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도 된장찌개 냄새 하나에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고, 어느 날 갑자기 먹고 싶어진 떡볶이에 잊고 지냈던 추억이나 그때 함께했던 사람이 떠올랐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음식에 대한 기억은 미각에 대한 기억보다 삶에 대한 기억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음식을 매개로 자신이 지나온 계절과 관계와 상실, 그리고 견뎌온 날들이 보여 줍니다.

특히 책의 출발점인 할머니의 부엌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적인 중심처럼 느껴집니다.

작은 부엌에서 만들어진 음식이 한 사람의 인생에 이렇게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할머니가 건네던 음식에는 레시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아마도 할머니의 사랑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너무 늦게 알아차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때는 그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밥 한 끼가 사실은 누군가의 수고였다는 것, 아무렇지도 않게 받았던 반찬 하나가 그 사람의 하루를 온전히 담아낸 결과였다는 것 말입니다.

어릴 때는 사랑이 거창한 말이나 특별한 사건의 형태로 오는 줄 알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사랑은 오히려 매일 반복되는 사소한 일상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음식 또한 바로 그 지점을 관통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의 매력은 개인의 기억을 역사와 연결하는 방식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음식 에세이라고 하면 대개 맛있는 음식, 추억, 감성, 여행 등과 연계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게만 정리하지 않습니다.

음식을 통해 역사, 사회 변화, 정책, 생활사 등 다양한 흔적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부분이 이 책을 다른 음식 에세이와 구별하는 지점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의 추억은 흔히 아주 사적인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시대가 들어 있기 마련입니다.

한 사람의 밥상이 결코 한 사람만의 것이 아닐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음식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매개체였습니다.

저자는 할머니의 부엌에서 출발해 오래된 자료와 기록을 찾아가지만 결국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옵니다.

역사를 공부하기 위해 음식을 바라본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억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음식의 역사를 들여다본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음식이 생존과 사랑 사이에 놓여 있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먹어야 살 수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먹었는지를 기억하는 순간 음식은 단순한 생존의 수단을 넘어섭니다.

누군가를 위해 만든 음식은 관계가 되고 함께 먹은 음식은 추억이 됩니다.

혼자 먹었던 음식은 때로 외로움으로 기억되기도 합니다.

같은 음식도 누구와 언제 어떤 마음으로 먹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맛으로 기억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자는 결국 우리에게 어떤 맛이 남아 있는지 묻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음식 이름보다 사람이 먼저 떠오르게 됩니다.

어린 시절의 나, 과거의 나, 실패했던 나, 누군가를 사랑했던 나, 누군가의 사랑을 받았던 나, 그리고 지금의 나까지 말입니다.


아마 기억이란 과거를 그대로 보관하는 일이 아니라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를 다시 이해하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나이가 들어 다시 맛보면 전혀 다른 감정이 밀려오는 것도 그래서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음식에 대한 책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기억하는 방법에 대한 책으로도 느껴졌습니다.

무엇을 먹었는지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을 먹으며 어떤 시간을 지나왔는지를 기억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오래전 가족의 밥상이 그리운 분들, 부모님이나 할머니의 손맛을 떠올리면 마음 한켠이 아려오는 분들에게 이 책이 의미있을 것 같습니다.

자취와 직장 생활을 하며 혼자 끼니를 해결해온 분들도 뭔가 깨달음을 남기게 되는 지점이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자신의 지난 삶에 대해 한번 되묻고 싶은 이들에게도 기억을 소환하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일상적으로 마주했던 식탁 위 음식들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질 것입니다.

무심코 생각했던 한 끼의 소중함을 깨닫고 나를 찾아온 수많은 기억의 맛들을 정리해보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져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기억의맛 #손미주 #작가의집 #추억의맛 #에세이 #북유럽 #서평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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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머무는 마음 - 시가 피어나고 그림이 머무는 자리
나태주 지음, 나난 그림 / OTD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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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번잡한 일상을 잠시 멈추게 만들어주는 나태주 선생님의 시에 꽃과 자연을 특색있게 표현하시는 나난 작가님의 그림이 어우러지는 시화집이라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시로 먼저 한번, 그림으로 한번 더! 마음속의 기억과 감정을 꺼내보는 시간을 가져보며 의미있게 읽어 보았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어떤 문장이 기억에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의미있는 독서는 그때의 마음을 남기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바로 이 책이 저에게는 마음을 남기게 해주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이상하게 창밖을 한 번 더 바라보게 하고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쳤던 일상의 모습 작은 것들에 시선을 멈추게 해주었습니다.


이 책은 나태주 선생님의 시와 나난 작가님의 그림을 한 권으로 만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이 책의 진짜 매력은 시와 그림이 만났다는 데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두 작품이 서로에게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고 느껴집니다.

시가 그림을 설명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그림 또한 시를 해석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그냥 차분하게 나란히 배치되어 있을 뿐이고 그 사이에 우리가 어디쯤인가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좋은 예술, 문학이란 뭔가를 더 많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말을 들으며 살아갑니다.

더불어 짧고 강렬해야 하게 한눈에 이해되어야 하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감정조차도 너무 빠르게 소비되는 느낌입니다.

무엇인가를 오래 바라보는 일은 점점 사라져 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아주 느리게 우리에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차분한 마음으로 천천히 보고 읽는 시간을 주는 느낌이었던 것입니다.


나태주 선생님의 시에는 거창하게 인생을 설명하려는 태도가 없습니다.

꽃 한 송이를 보고, 계절을 느끼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고, 이별 뒤의 빈자리를 바라봅니다.

그런데 그렇게 작고 평범한 것들이 오히려 삶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나난 작가의 그림도 특별한 느낌입니다.

그림이 시의 감정을 화려하게 보여주려하지 않습니다.

시가 지나간 자리에 조용히 한 칸을 더 만들어 놓는 느낌이었습니다.

꽃과 계절, 자연의 색감이 펼쳐지면서 시를 읽을 때 생겨난 감정이 쉽게 사라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줘서 좋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일반적인 시집이나 화집과는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시집에서는 언어가 중심이 되고 화집에서는 이미지가 중심이 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좋은 작품은 감상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느껴야 하는지 정답을 제시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독자마다 다른 기억을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같은 꽃을 보면서도 사람마다 다른 기억과 추억을 떠올리듯이 말입니다.

이 책이 바로 그렇게 우리들을 이끌고 간다고 느껴졌습니다.


많은 것을 이루는 것보다 뭔가를 깊이 바라보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났는가보다 누구를 진심으로 사랑했는지가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얼마나 바쁘게 살았는가보다 한 번이라도 걸음을 멈추고 꽃 한 송이를 제대로 바라본 적이 있는지가 우리의 삶을 조금 다르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마음이 바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가는 분, 무엇을 해도 마음이 쉽게 채워지지 않는 분들에게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불어 오래전의 사랑이나 사람을 아직 마음 한켠에 간직하고 계신 분들에게도 잘 맞으실 것 같습니다.

특별히 시를 좋아하지 않는 분도 큰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굳이 시를 어렵게 읽지 않아도, 그 옆에 자리한 그림을 보면서 책장을 넘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조금 천천히 읽으시길 추천드립니다.

꼭 완독해야 한다는 압박이나 재촉없이 천천히 자신의 삶과 마음을 들여다보며 읽는다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나면 주변의 일상적인 것들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실지도 모릅니다.

이 책이 세상을 바꾼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조금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느낌을 많은 분들이 차분히 느껴보실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래머무는마음 #시가피어나고그림이머무는자리 #나태주 #나난 #OTD #북유럽 #서평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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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끝내는 오디세이아
박용남 편역 / 리미트리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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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가치있고 의미있는 위대한 고전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어떻게 편역해냈을지 궁금해서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다른 편역본이나 초역본과 비교하며 의미있게 읽어 보았습니다.

특히 편역하신 박용남님께서 어느 지점에 중심을 두고 의미를 부여하셨을지도 고려하며 읽어 보았습니다.


위대하는 말로는 그 가치를 결코 다 담을 수조차 없는 고전 중의 고전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다들 한번쯤은 어떻게든 접해 보셨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완역본을 봤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편역본이나 초역본을 봤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기억 속에는 하나의 거대한 서사로서 오디세우스라는 인물이 통과해야 했던 막막한 삶의 궤적 전체를 헤아려 본 분들이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은 우리를 차분히 오디세이아 한 가운데에 데려다 놓습니다.

고전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고전으로 들어가는 문턱을 낮춰주고 있습니다.

완역본이 지닌 학문적 충실함이나 가치는 분명히 있습니다.

원작자 호메로스의 의도를 가장 잘 파악하는 방법이 완역본을 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전은 결코 어렵게 읽어야만 가치가 있는 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한번이라도 끝까지 읽어보고 그 세계에 매력을 느낀 사람이 원전으로 다시 돌아갈 때 고전의 깊이는 더욱 커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편역은 생략이나 단순 편집이라기 보다 고전에 대한 허들을 낮춰주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고전 원전을 그대로 끝까지 읽어낸다는 것은 하나의 숙제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호메로스의 원전은 시간 순서대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한복판에서 시작해 과거를 회상하는 복잡한 액자식 구조를 취하고 있으며 무수한 신들의 계보와 낯선 이름들로 가득 차 있어 중도 포기하기가 일쑤입니다.

그런 점을 감안하여 이 책에서는 긴 서사를 시간 순서대로 배치하여 서사의 흐름을 쉽고 편하게 따라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럼에도 각 장의 첫머리에 원전의 권수와 행수를 일일이 명시해 두고 부록에 원전 대조표를 담아둠으로써 원전의 깊은 뿌리를 해치지 않으려고 노력한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서사의 흐름을 편하게 흘러가게 해줌과 동시에 언제든 원전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게 한 이런 구성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런 구성은 흔히 볼 수 있는 축약본이나 줄거리 중심의 오디세이아 편역본과는 확실히 다른 부분이라 느껴졌습니다.

고전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독자 친화적인 형태로 재구성한 이런 작업이야말로 현대 독자가 오디세이아를 완독할 수 있게 돕는 가장 현실적인 도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해설을 덧붙여 놓은 것도 의미있는 지점이었습니다.

독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철학적 사유로 들어가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오디세이아의 줄거리나 서사의 기본 내용은 다들 너무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3,000년 전 고대 그리스에서 태어난 이 서사시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읽어야 하는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부분에 보다 집중하여 읽으면 조금 더 의미있게 이 책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디세이아는 단지 옛날 이야기나 영웅의 모험담이라 하면 아쉽습니다.

오디세우스는 모든 것을 힘으로 해결하는,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의 약한 순간, 너무나도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들여다보게 됩니다.

바다에서 표류하고, 동료를 잃고,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때로는 거짓말을 하며 살아남습니다.

힘이 있다고 해서 언제나 힘을 사용하는 것이 현명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줍니다.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크게 느껴지는 것은 승리보다 귀환의 의미입니다.

우리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성취와 성공을 요구 받습니다.

더 빨리,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라고 합니다.

그런데 오디세우스의 목적지는 결코 새로운 세계가 아닙니다.

자신이 떠나온 곳, 바로 고향입니다.

오디세우스의 위대한 여정은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한 여정입니다.


그렇다고 그의 귀환이 단순이 과거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닙니다.

과거의 이타카와 현재의 이타카는 결코 같지 않습니다.

그곳으로 돌아가는 오디세우스가 이미 전혀 다른 인간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인생에서 돌아간다는 것은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경험을 통과한 뒤 비로소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다시 발견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오디세이아는 귀환을 이야기 하면서 인간 자체에 몰입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떠난 사람의 귀환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한편으로는 기다리는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편역하신 박용남님께서는 페넬로페를 다시 바라보게 해 주신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디세우스가 바다를 떠돌며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남았다면 페넬로페 역시 이타카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시간을 견뎌냅니다.

그녀의 기다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기다리는 사람에게도 엄청난 인내와 전략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오디세우스의 귀환만이 영웅적인 것이 아니라 그가 돌아올 가능성을 끝까지 놓지 않은 페넬로페의 기다림의 시간 역시 하나의 위대한 서사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완역본의 두꺼운 벽 앞에서 실패를 경험하셨던 분들에게 의미있는 책이 될 것입니다.

복잡한 시간 구조와 막막한 분량을 배제했다는 것 자체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임을 다시 한번 강조 드립니다.

내용적 측면에서는 삶의 긴 방랑과 시련 속에서 지쳐있는 분들이 읽으신다면 오디세우의 여정이 위로와 용기로 느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불어 오디세우스의 선택들을 통해 냉철한 지혜를 들여다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결코 쉽지 않은 고전을 조금이나마 쉽게 다가갈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 책과 함께 많은 이들이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함께 해보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져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디세이아 #박용남 #리미트리스 #호메로스 #북유럽 #서평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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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만드는 평생 연금 ETF 투자 혁명 - Ray Dalio’s The All Weather Portfolio
도세 도시로 지음, 김지선 옮김 / 북웨이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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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변동성이 극심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안으로 글로벌 자산 배분, 특히 미국 ETF를 활용한 평생 포트폴리오를 추천하는 책이라 기대를 가지고 선택했습니다.

복잡한 분석이나 미래 예측은 배제하고 몇 개의 ETF와 우량주 조합만으로 시장의 어떤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해냈는지 그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의미있게 읽어 보았습니다.


투자를 하며 우리는 매번 어려운 고민과 선택을 하게 됩니다.

투자할 종목을 고르는 일부터 시작하여 매수 시점을 찾고 매도 타이밍을 잡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고민과 선택의 패턴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속에서 수없이 많은 순간 이성보다 앞서는 감정과도 싸워내야 합니다.

떨어지면 불안해서 팔고 싶고 남들이 큰 수익을 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뒤늦게라도 따라가고 싶어지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일반 투자자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뭔가를 하지 않는 것 또한 하나의 결정과 선택으로 바라보게 해줬다는 점이 의미있었습니다.


경제는 우상향한다고 믿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주식은 오래 가지고 있으면 결국 오른다는 말을 우리는 너무 쉽게 믿곤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너무 쉽게 믿어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에서 출발합니다.

돈을 잃는다는 것은 단순히 계좌의 숫자가 줄어드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의 생활과 가족의 안정, 때로는 미래에 대한 믿음까지 흔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투자를 주제로 하는 책들을 보면 보통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방법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어떤 주식이 유망한지, 어느 산업이 성장할지를 다루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요즘은 레버리지를 어떻게 활용해서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 이야기하는 책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미래를 정확히 맞힐 수 없다면 굳이 미래를 맞히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들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입니다.

저자의 이런 생각 자체가 현실적이면서도 깊은 깨달음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미국 주식, 국채, 금, 원자재처럼 서로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자산을 한곳에 담는 올웨더 포트폴리오의 핵심은 결국 예측하지 않는 것에 있습니다.

경제가 좋아질지 나빠질지, 물가가 오를지 떨어질지,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 매번 맞히려 하기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버틸 수 있는 자산을 미리 준비해두는 것입니다.

투자라는 행위에 따라붙는 불안의 상당 부분이 미래를 알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전략은 단순한 자산 배분을 넘어 하나의 삶의 태도로도 읽혔습니다.


우리는 인생에서도 미래를 알고 싶어 합니다.

어떤 선택이 옳을지, 지금의 직업이 계속 안전할지, 부동산 가격이 오를지, 자녀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면서도 끊임없이 예측하려 합니다.

그러나 인생이든 투자든 미래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오히려 선택의 폭이 넓어집니다.

모든 상황을 맞히려는 대신 다양한 상황을 견딜 수 있도록 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웨더 전략은 예측보다 대비에 집중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저자는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올웨더 전략을 상당히 구체적인 형태로 제시합니다.

분산투자가 중요하다는 원론적인 이야기에 머물렀다면 또 하나의 비슷한 투자철학 책으로 지나갔을 것이지만, 실제로 3개의 ETF와 5개의 우량주라는 단순한 구조를 제시하고 백테스트와 리밸런싱, 레버리지 활용, 약세장 대응까지 연결해 놓고 있어 좋았습니다.


투자 방법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은 쉬워 보여도 그 방법을 끝까지 지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시장이 계속 오를 때는 분산투자가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고 특정 종목이 폭등할 때는 설정한 포트폴리오가 초라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시장이 폭락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무책임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결국 저자가 말하는 1년에 한 번 리밸런싱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삶에 투자하라는 지점이 의미있게 다가왔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투자를 잘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도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사람이 반드시 훌륭한 투자자는 아닐 것입니다.

한 번의 상승장에서 큰돈을 버는 것보다 예상하지 못한 폭락을 만나도 삶이 무너지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놓는 것이 훨씬 중요할 수 있습니다.

돈을 버는 목적이 결국 더 자유롭게 살기 위한 것이라면 투자 때문에 매일 불안하고 시장의 움직임에 삶 전체가 끌려다닌다면 어딘가 이상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미리 해놓았기 때문에 불필요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에 집중해야 하는 것입니다.

매일 주가를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들고 내 감정이 매수와 매도의 기준이 되지 않도록 규칙을 만들어놓는 구조를 세팅해 놓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 책은 투자 초보자들에게 먼저 추천하고 싶습니다.

주식투자를 시작했지만 무엇을 사야 할지 몰라 매일 종목을 검색하는 분, 시장이 조금만 흔들려도 마음이 불안해지는 분들에게 의미있는 깨달음을 남겨 줄 것입니다.

물론 이미 투자 경험이 많은 분에게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오히려 많이 알수록 더 자주 사고팔고 싶어지는 투자자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능력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은퇴를 준비하면서 월급 이후의 현금흐름을 고민하는 분이나 장기간 가족의 자산을 관리해야 하는 분에게도 잘 어울리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평생 연금이라는 표현을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연금은 단순히 매달 돈이 들어오는 금융상품만을 의미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일하지 않는 시간에도 자산이 작동하도록 만들어놓고 시장이 내 삶이 함께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

그런 의미에서 평생 연금은 결국 돈으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지는 구조가 아닐까 싶습니다.

ETF 투자 안내서를 넘어 불확실한 미래를 대하는 태도에 관한 책으로 이 책을 많은 분들이 읽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나만드는평생연금ETF투자혁명 #도세도시로 #김지선 #북웨이브 #북유럽 #서평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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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자의 시대 - 사건에 휩쓸리지 않고 구조를 읽는 법
김준현 지음 / 어깨위망원경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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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네이버 카페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우리 앞에서 벌어지는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가능하게 만든 조건과 배치, 즉 구조에 주목한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서로 무관해 보이는 사건을 연결하고, 변화가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디로 향하는지 읽어내는 관점을 이 책을 통해 배워볼 수 있기를 바라며 의미있게 읽어 보았습니다.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시작한 지점에 질문이 하나 있었다고 합니다.

왜 똑같은 세상을 보면서 어떤 사람은 흔들리지 않고, 어떤 사람은 매번 휩쓸리는가.

처음에는 그 차이가 지식의 양이라고 생각했으나 결국 그 차이는 시선의 방향에 의한 것이었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같은 사건이나 뉴스를 접하더라도 사건 자체에만 집중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반면에 그 사건을 만들어낸 구조를 들여다보는 사람도 있기 마련입니다.

저자는 개별 사건처럼 보이는, 서로 무관해 보이는 뉴스들 사이에도 반드시 구조가 있다고 얘기합니다.

여기서 저자는 우리에게 창발이라는 개념을 이해시켜 줍니다.

개별 요소들이 모였을 때, 어느 하나에서도 예측할 수 없었던 새로운 성질이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복잡한 개념도 단순한 것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 바로 해석입니다.

같은 정보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격차가 벌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사건을 보는 사람은 반응할 수 밖에 없지만, 구조를 보는 사람은 준비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고, 구조를 아는 사람은 세상이 다르게 보이게 될 것입니다.


사실 사건은 눈에 쉽게 보이지만 구조를 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사람의 행동은 쉽게 보고 판단할 수 있지만 그 행동을 만들어낸 환경과 규칙, 보상과 기술, 문화의 변화까지 바라보는 일은 훨씬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복잡한 현실을 자꾸 개인의 성격이나 도덕성으로 설명하려고 하려고 합니다.

누군가 이기적으로 행동하면 그 사람을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세상이 각박해졌다고 느끼면 사람들의 마음이 변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말 사람이 먼저 변한 것인지, 아니면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판이 먼저 변한 것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저자는 바로 그 익숙한 생각의 방향을 돌려 놓으려 합니다.


저자는 세상을 하나의 분야로 설명하려 하지 않습니다.

세계, 감각, 지식, 과학, 기술, 경제, 문화, 법, 정치와 권력, 판단이라는 여러가지를 연결해서 바라봅니다.

각각의 영역만 떼어놓으면 익숙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것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생각하는 순간 세상이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특히 이러한 구조가 지식을 쌓는 방식과도 닮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우리는 흔히 많이 읽으면 현명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정 분야의 관련 서적을 읽으면 세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식이 많아진다고 해서 반드시 세상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정보가 머릿속에 쌓일수록 무엇이 중요한지 더 혼란스러워질 때도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결국 중요한 것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지식과 지식 사이를 연결하는 능력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말하는 해석자라는 개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해석자는 단순히 정보를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닙니다.

사건의 표면에 머물지 않고 그 아래에 있는 조건을 살피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나의 변화가 다른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고 지금 당연해 보이는 것이 언제부터 당연해졌는지를 묻는 사람인 것입니다.

조금 더 깊이 생각하면 이것은 보는 방법을 배우는 일에 가깝다고 느껴졌습니다.


더불어 해석자라는 의미를 태도의 문제로도 접근 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 빨리 결론 내리지 않고 눈앞의 현상을 보면서 조금 차분하게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를 구조적으로 생각해보게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SNS와 알고리즘, AI가 일상으로 깊숙히 자리한 현대의 우리들에게 이런 태도는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는 모든 것에 너무 속도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새로운 사건이 터지면 즉시 의견을 내고 빠르게 정보를 취득하여 사람과 세상을 판단하곤 합니다.

그런데 반응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생각의 깊이는 오히려 얕아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떤 사회 속에서 살아왔는지에 따라 같은 사건도 전혀 다르게 보이게 됩니다.

그런데 알고리즘 시대에는 이 문제가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같은 사회에 살면서도 각자가 접하는 정보가 달라지고 서로 다른 현실을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본 것이 현실의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깨달음은 이제 겸손을 넘어 하나의 생존 능력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중에는 이미 세상을 분석하거나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는 교양서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이 비슷한 유형의 다른 책들과 차별화 되는 지점이 분명 있습니다.

기존의 책들이 알고리즘이나 AI, 기술, 문화, 경제 등 단편적인 현상 하나만을 떼어놓고 깊이 파고들었다면 이 책은 세계, 감각, 지식, 과학, 기술, 경제, 문화, 법, 정치, 권력, 판단이라는 11가지를 톱니바퀴처럼 완벽하게 연계해서 보여줍니다.

기술의 변화가 어떻게 경제적 비용을 바꾸고 그것이 어떻게 문화의 기본값이 되어 최종적으로 한 개인의 판단과 미덕 기준까지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연결 구조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감탄이 나올 정도입니다.

복잡하게 얽힌 세상을 한눈에 풀어내는 짜릿하면서도 시원한 경험을 할 수 있게끔 도와줍니다.


한편 저자는 우리에게 뭔가 가르치려는 뉘앙스를 배제하고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상당수의 인문 서적이 조금 당연한 주장을 하면서 독자들을 가르치려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는 변화의 향방을 스스로 읽어낼 수 있는 깨달음을 툭 던져주는 느낌이었습니다.

독자를 가르침의 대상이 아니라 세상을 함께 읽어낼 주체적인 해석자로 대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좋았습니다.


더불어 저자가 다루는 내용 자체가 조금은 추상적인 이론으로 흘러가기 쉬울 수 있음에도, 우리 삶과 밀접한 현상들을 배치하여 이론과 현실의 갭을 메워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실 감각과 몰입감을 극대화시켜 주는 느낌이 들었던 점도 좋았습니다.


이 책은 특정 분야의 전문가보다 오히려 세상이 왜 이렇게 변하고 있는지 답답함을 느끼는 분들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뉴스는 많이 보는 것 같은데 세상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분이나, 여러 분야가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의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듯합니다.

특히 AI 시대에 단순히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넘어 사회가 어떻게 달라질지 생각해보고 싶은 분들에게도 의미있는 지점을 남겨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자신의 판단을 한 번쯤 의심해보고 싶은 분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뜻이 아니라 내 생각이 어떤 조건에서 만들어졌는지를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더 깊은 생각의 시작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는다고 복잡한 세상이 단숨에 단순하게 보이게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복잡해졌다고 느껴질 것입니다.

뉴스나 사건 하나를 보더라도 그 뒤에 어떤 기술이 있고, 어떤 경제적 유인이 있으며, 어떤 문화가 그것을 자연스럽게 만들었고, 어떤 법과 권력이 그것을 유지하는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것이 저자가 우리에게 건내 주고 싶었던 해석의 지점이이었을 것입니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세상을 완벽하게 해석하기 위해서가 결코 아닙니다.

흐름에 떠밀려 다니는 않고, 주도적으로 세상을 읽어내는 해석자가 되기 위해 이 책을 많은 분들이 읽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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