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가 책 속으로 들어왔다. 그 여자는 떠돌이가 빈집으로, 버려진 정원으로 들어서듯 책의 페이지 속으로 들어왔다.그 여자가 들어왔다. 문득. 그러나 그녀가 책의 주위를 배회한 지는 벌써 여러 해가 된다. 그녀는 책을 살짝 건드리곤 했다. 하지만 책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녀는 아직 쓰이지 않은 페이지들을 들춰보았고 심지어 어떤 날은 낱말들을 기다리고 있는 백지상태의 페이지들을 소리나지 않게 스르륵 넘겨보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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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이란 무엇인가? 그게 무엇인지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고통이란 크고 작은, 날것의 다면적인 모든 신음, 비명, 한숨의 근원에 붙이는 이름이라는 것은 안다. 그것이 우리의 관심사이다. 그 단어는 우리가 무엇을 보고 있는가보다는 우리의 응시를 정의한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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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숲에서 할머니는 오직 살아남아 다음번에 또 먹을 기회를 얻기 위해서 먹었다. 50년이 지난 후 미국에서 우리는 입맛 당기는대로 먹었다. 찬장에는 기분따라 산 음식들, 지나치게 비싼 식도락용음식들, 필요하지도 않은 음식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유효 일자가 지나면 냄새도 맡아 보지도 않고 그대로 버렸다. 아무 걱정 없이 마음껏 먹었다. 할머니는 우리가 그런 삶을 살 수 있게 해 주셨다. 하지만 할머니 자신은 절박함을 떨쳐 버리지 못하셨다. - P12

어쩌면 ‘고기‘란 아예 없을지도 모른다. 대신 이 농장에서 기르고, 이 공장에서 도살하고, 이런 식으로 팔리고, 이 사람이 먹는 이 동물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각각이 다 달라서, 모자이크처럼 하나로 짜 맞추기는 힘들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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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르 족 인디오들은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의 카누를 밀어 준 뒤, 그의 모습이 멀리 사라지자 발자국을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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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Bird)는
들사슴이라도 되는 양 당당하고 우아하게 
진열장에 자리잡고 있는
멋진 아프리카 지도를 내려다보며 
조그맣게 억제된 한숨을 내쉬었다. 

버드는 입을 다물고 생각해 보았다. 
나는 식물도 고통을 느낀다고 생각했던가?
산양에게 씹히고 있는 
양배추가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나?

버드는 센티멘털로 질척질척해진 자신이
허용되고 정당화되는 것을 느끼며 
자신의 눈물에서 단맛조차 발견했다. 
내 아들은 아폴리네르처럼 
머리에 붕대를 감고 찾아왔다. 
내가 모르는 
어둡고 고독한 전장에서 부상당하여. 
나는 아들을 
전사자처럼 매장해야만 한다. 
버드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쥐처럼 조그만 레밍이라는 
북쪽 지방의 짐승은 
때때로 집단 자살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데 
이 지상에는 
레밍 같은 인간들이 있는 것 아닐까 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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