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Bird)는
들사슴이라도 되는 양 당당하고 우아하게 
진열장에 자리잡고 있는
멋진 아프리카 지도를 내려다보며 
조그맣게 억제된 한숨을 내쉬었다. 

버드는 입을 다물고 생각해 보았다. 
나는 식물도 고통을 느낀다고 생각했던가?
산양에게 씹히고 있는 
양배추가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나?

버드는 센티멘털로 질척질척해진 자신이
허용되고 정당화되는 것을 느끼며 
자신의 눈물에서 단맛조차 발견했다. 
내 아들은 아폴리네르처럼 
머리에 붕대를 감고 찾아왔다. 
내가 모르는 
어둡고 고독한 전장에서 부상당하여. 
나는 아들을 
전사자처럼 매장해야만 한다. 
버드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쥐처럼 조그만 레밍이라는 
북쪽 지방의 짐승은 
때때로 집단 자살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데 
이 지상에는 
레밍 같은 인간들이 있는 것 아닐까 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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