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인사를 하는 새 친구의 목소리가 
정원길을 걸어가는 
미스 해나 몰을 쫓아왔고
그녀가 스쳐 지나갈 때 
월계수들은 소곤소곤 하지만 
묘하게 뚜렷한 소리로 
곧 또 오라고 다짐을 받는 
깁슨 부인의 초대를 반복했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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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오자, 
밤꾀꼬리는 잠들지 않으려 노래를 불렀다.

포도 덩굴이 자라고, 자라고, 자라는 동안...
나는 잠들지 않겠어!
포도 덩굴이 자라고, 자라고, 자라는 동안... - P18

밤이 지나 새벽으로 접어들 때면 
언제나 사려 깊고 서늘한 새벽의 손이 
내 입술 위에 놓이고, 
격렬했던 내 외침은 
소심한 혼잣말이 되거나,
자신을 안심시키고 두려움을 떨치려 
큰 소리로 아무 말이나 떠들어대는 
아이의 수다로 변해…….

나는 비록 행복한 잠은 잊었어도, 
이제는 포도 덩굴손이 두렵지 않아.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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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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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음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가? 멀티버스도? 이 책은 에세이로 보아야 할 것 같은데 지속적으로 교양과학으로 분류되고 있는 게 가장 큰 오류인 것 같다. 교양과학으로 본다면 내용이 어처구니 없을 수 있지만 나는 저자가 인생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지켜보는 마음이었기에 잘 읽히는 책이었다. 더 구불구불한 세계를 먼저 지나온 사람으로써 아직도 이어지는 그 세계를 영문도 모른 채 서성이는 어린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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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남자가 큰 소리로 말한다. 

"하지 않은 말이야말로 
대화에 감칠맛을 주는 소금이지!" 

루드빅은 소스라치며 잠에서 깨어났다. - P32

그걸 제때 알았더라면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가만 놔두지 않았을 거라고. 
그리고 그런 야만적인 일들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맹세했어. 
하지만 야만은 끄떡없이 버티고 
영향력을 행사해 
무수한 추종자를 만들어 냈고
시체 더미들은 늘어만 갔지. 
그렇다고 나머지 사람들이 
- 우리를 포함해서 말이야 - 무릎을 꿇고 
치욕과 고통의 피눈물을 흘리거나 
살인자들에 맞서 무기를 들지는 않거든.

이 나이가 돼서도 
인간의 난폭한 광기엔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아요. 
무수한 이들의 마음속에 
감춰진 분노는 뭐며, 
또 다른 무수한 이들의 마음속에서 뒹구는 
엄청난 비굴함은 또 뭔지...... - P75

이 시대에 만연한 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세월을 보냈다고 말했어요. 
무수한 아이들이 목숨을 잃는 마당에 
그렇게나 오래 산 게 부끄럽다고,
가슴속에서 불길이 솟구친다고, 
세상에 들끓는 도살자 무리가 
쉴 새 없이 맹위를 떨치며 
이 불을 계속 타오르게 한다고 
되풀이해 말했어요. 
책들이, 그가 평생 동안 읽고 
깊이 생각하고 사랑했던 책들이 
타들어 가는 느낌이라고요.
단어와 시가 타들어 가고, 
다른 이들의 말이 타들어 가고,
웃음과 노래가 타들어 가고, 
언어가 타들어 가는 걸 느낀다고요. 
내면에서 감지되는 
악의 공포가 너무 생생해, 
자신이 읽고 배우고 사랑했던 그 무엇도 
이 공포를 잠재울순 없다고. 
언어가 그의 살과 영혼 속에서 
불길에 삼켜져버렸다고....

자신이 시대의 비극에 그 정도로 깊이 
연루되어 있음을 몰랐던 거죠.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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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운데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다양한 집단 기만에 
넘어가지 않았던 자 누구일까? 
그것들에 엄청난 공물을 갖다 
바치지 않은 자, 또 누구일까? 
‘무슨 조형예술 취급받는 집단 기만‘
에 대한 책을 쓸 수는 없을까? 
역사란 과연 무엇일까? 
영광의 면류관일까? 
신문에 실린 기사들의
헤드라인을 뒤바꿔 놓는다든지, 
혹은 사진을 바꿔치기하면서 
설명은 그대로 두는 시도를 해보면 어떨까
재미있는 일일 수도,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은 기이한 길들을 통해 앎에 가닿는다

- 이리 콜라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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