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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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음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가? 멀티버스도? 이 책은 에세이로 보아야 할 것 같은데 지속적으로 교양과학으로 분류되고 있는 게 가장 큰 오류인 것 같다. 교양과학으로 본다면 내용이 어처구니 없을 수 있지만 나는 저자가 인생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지켜보는 마음이었기에 잘 읽히는 책이었다. 더 구불구불한 세계를 먼저 지나온 사람으로써 아직도 이어지는 그 세계를 영문도 모른 채 서성이는 어린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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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남자가 큰 소리로 말한다. 

"하지 않은 말이야말로 
대화에 감칠맛을 주는 소금이지!" 

루드빅은 소스라치며 잠에서 깨어났다. - P32

그걸 제때 알았더라면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가만 놔두지 않았을 거라고. 
그리고 그런 야만적인 일들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맹세했어. 
하지만 야만은 끄떡없이 버티고 
영향력을 행사해 
무수한 추종자를 만들어 냈고
시체 더미들은 늘어만 갔지. 
그렇다고 나머지 사람들이 
- 우리를 포함해서 말이야 - 무릎을 꿇고 
치욕과 고통의 피눈물을 흘리거나 
살인자들에 맞서 무기를 들지는 않거든.

이 나이가 돼서도 
인간의 난폭한 광기엔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아요. 
무수한 이들의 마음속에 
감춰진 분노는 뭐며, 
또 다른 무수한 이들의 마음속에서 뒹구는 
엄청난 비굴함은 또 뭔지...... - P75

이 시대에 만연한 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세월을 보냈다고 말했어요. 
무수한 아이들이 목숨을 잃는 마당에 
그렇게나 오래 산 게 부끄럽다고,
가슴속에서 불길이 솟구친다고, 
세상에 들끓는 도살자 무리가 
쉴 새 없이 맹위를 떨치며 
이 불을 계속 타오르게 한다고 
되풀이해 말했어요. 
책들이, 그가 평생 동안 읽고 
깊이 생각하고 사랑했던 책들이 
타들어 가는 느낌이라고요.
단어와 시가 타들어 가고, 
다른 이들의 말이 타들어 가고,
웃음과 노래가 타들어 가고, 
언어가 타들어 가는 걸 느낀다고요. 
내면에서 감지되는 
악의 공포가 너무 생생해, 
자신이 읽고 배우고 사랑했던 그 무엇도 
이 공포를 잠재울순 없다고. 
언어가 그의 살과 영혼 속에서 
불길에 삼켜져버렸다고....

자신이 시대의 비극에 그 정도로 깊이 
연루되어 있음을 몰랐던 거죠.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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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운데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다양한 집단 기만에 
넘어가지 않았던 자 누구일까? 
그것들에 엄청난 공물을 갖다 
바치지 않은 자, 또 누구일까? 
‘무슨 조형예술 취급받는 집단 기만‘
에 대한 책을 쓸 수는 없을까? 
역사란 과연 무엇일까? 
영광의 면류관일까? 
신문에 실린 기사들의
헤드라인을 뒤바꿔 놓는다든지, 
혹은 사진을 바꿔치기하면서 
설명은 그대로 두는 시도를 해보면 어떨까
재미있는 일일 수도,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은 기이한 길들을 통해 앎에 가닿는다

- 이리 콜라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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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지긋한 여자는 오래전 상하이에서 터무니없는 돈을 주고 샀던 백조 한 마리를 기억했다. 그때 시장 상인은 떠벌려댔다. 이 새는 원래 오리였는데, 거위가 되고 싶어서 목을 길게 빼고 있었다고. 그 결과 지금은 보세요! 그냥 잡아먹어버리기엔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워졌잖아요?"
그 뒤 여자와 백조는 수천 리 바다를 건넜다. 미국을 향해 목을 쭉 빼고서. 배 위에서 여자는 백조에게 속삭였다. "미국에 가면 날 닮은 딸을 낳을 거야. 그곳 사람들은 여자의 위상은 그 남편이 트림을 얼마나 크게 하나 들어보면 안다는 둥 뭐 그 따위 소리는 안 하겠지. 그 애를 낮잡아 보는 사람도 없을 거야. 그 애가
"완벽한 미국식 영어만 하게끔 가르칠 거니까. 그곳에서는 늘상 풍족할 테니 슬픔으로 배 채울 일도 없어. 내 딸은 내 뜻을 알 거야. 내가 이 백조를 전해줄 테니까. 스스로 바라던 것보다도 훨씬 근사해진 이 새를 말이야."

조이 럭 클럽 _ 징메이 우
아빠는 나에게 엄마를 대신해 조이 럭 클럽의 네 번째 자리를 맡아달라고 했다. 두 달 전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 마작 테이블의 그자리는 줄곧 비어 있었다. 아빠는 엄마가 생각에 사로잡혀 죽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흉터 _ 안메이 슈
내가 어릴 적에 할머니는 말씀하시길, 우리 어머니는 귀신이라고 했다. 죽은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그 시절 귀신이란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존재를 이르는 말이었다.

붉은 초 _ 린도 종
나는 부모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내 삶까지도 희생한 적이 있다. 이렇게 말해도 너는 별생각 없겠지. 약속을 가볍게 생각하는 애니까. 

달의 여인 _ 잉잉 세인트 클레어
나는 아주 오랜 세월 입을 굳게 닫고 살았다. 내 이기적인 소망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못하도록 말이다. 그리고 내가 아주 오랫동안 침묵하였기 때문에, 이제 내 딸은 나에게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 애는 화려한 수영장에 앉아 소니 워크맨을 듣거나 무선 전화기를 귀에 가져다댄다. 아니면 자기 남편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거나, 왜 집에 숯은 있는데 라이터 기름이 없는 거야? 그는 아주크고 중요한 사람이니까.

게임의 규칙 _ 웨벌리 종
내가 여섯 살 때 엄마는 나에게 보이지 않는 힘을 사용하는 기술을 가르쳐주었다. 그것은 논쟁에서 이기고 남들에게 인정받는 전략이었다. 나중에는 체스에도 사용되었는데, 그 당시에는 엄마도 나도 그게 그렇게 쓰일 줄은 몰랐다.

벽에서 들려 온 목소리 _ 레나 세인트 클레어
어린 시절, 엄마는 나에게 증조할아버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증조할아버지는 어느 걸인 한 사람을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도록 명하셨는데, 이후 죽은 자의 원혼이 다시 돌아와 증조할아버지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것이다. 

반반 _ 로즈 슈 조던
엄마는 매주 일요일 제일중국침례교회에 갈 때면 인조가죽으로 장정한 작은 성경책을 챙겨 들곤 했다. 그것은 엄마에게 믿음의징표였다. 그러나 엄마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린 뒤, 그책은 한쪽 다리가 짧은 탁자 밑을 괴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것이 엄마가 삶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방법이었다. 저 성경책은 이십년 넘도록 그 자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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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다나오 섬의 비극

"그 사람들이 이 풀을 그 고기랑 같이 끓였어."

‘그 이야기‘를 해 주었는지 물어보았다.
"안 했어. 아들한테 말할 수는 없지."

그들에게는 총과 탄약이 있었으니, 단백질이 필요했다면 짐승을 사냥해도 되지 않았을까? 짐승이 아니라면 영양이 풍부한 토란만으로도 꽤 오랫동안 살 수 있었을 텐데, 사람을 수십 명이나 먹었다니.......

"투항했을 때 그들은 몸 상태가 꽤 좋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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