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줄곧 그녀를 생각하면서 도시들을 지나간다. 한 도시, 또 한 도시, 한 소절, 또 한 소절, 피닉스, 앨버커키, 오클라호마. 그는 차를 몰고 지나간다. 내 어머니로서는 결코 할 수 없었던 방식이다. 만약 우리가 그런 식으로 사태를 뒤로하고 떠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머니는 바로 그런 것을 생각하셨던 것이 아닐까 슬픔을 그런 식으로 지나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P-1
그는 아무도 좋아하지 않았고 아무도 그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이 상황에 그는 지극히 만족했던바 존경은 별개 문제로 그 자체로부터 왔고 안타깝게도 인간의 어리석음으로부터 저절로 생겨났으며 그 앞에서 그는 무력했으나 전전긍긍한 것은 아니어서 그는 사실 전전긍긍하지 않았어도 만일 그것을 직면한다면 정말로 괴로웠을 것이기에, - P-1
첫 결단이 이루어졌을 때 두 번째, 세 번째 등등의 결단이 더 있을 것임을 이미 알았던 것은 이 상황에서 단번에 스스로 해방시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고 그 무력감으로 인해 갑자기 고통이 밀려들었기 때문으로, 그는 이 단 한 번의 몸짓으로, 자신이 좋아한 바 이 ‘한 번에 끝장을 보는 몸짓으로 스스로를 해방시켜, 그래, 이건 이제 그만, 이라거나 저건 이제 끝장이야, 라고 말할 수 있길 바랐으니, 정말 끝장을 봐야 하는데, 결코 끝장이 충분하지 않아서 - P-1
‘전쟁과 전쟁‘을 먼저 읽고 싶었지만 건너뛰고 이 작품을 우선 읽어보기로 했는데 국내 출간작 중 아직 읽지 않은 ‘죔레가 사라졌다‘와 이 작품을 제외하고 가장 좋았던 작품은 분량은 짧지만 읽기는 만만치 않았던, 그러나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읽기를 포기할 수 없었던 ‘라스트 울프‘였는데,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은 분량은 상당하지만 주마등저럼 떠오르는 생각들을 리듬감 있게 따라가는 방식으로 읽기만 하면 서사는 흥미로워 오히려 가장 수월하게 읽히는 작품인듯한 것이 일단 리듬이 생기면 책을 손에서 놓기가 어려워진다.
마르셀 뒤샹이 "미적 쾌락은 피해야 할 위험"이라고 선언했을 때 그는 예술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보편적인 의미도 담겨 있다. 이 장소들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아직 우리 눈이 그 장소가 무엇이고 무엇을 상징하는지 제대로 인식하도록 훈련되지 않은 것이다. 대신 풍요로움이라는 어설픈 제안이 우리 눈을 유혹해 낚아챈다. - 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