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에 애초부터 객관적으로 올바른 길이란 없다. 긴 문장도 짧은 문장도 표현 수단의 하나다. 클라이스트의 문장을 읽고 있으면 언어가 주는 기쁨이 뇌세포와 다른 세포에 직접 전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흔들리는 문체로 지진을 묘사하고, 역사의 한 장면처럼 보이는 풍경에 문체로 동요를 일으키는 문장은 악문이 아니다. - P39
원래부터 있던 공동체엔 제대로 된 것이 없다. 산다는 것은 어떤 장소에서 사람들이 언어의 힘을 빌려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 P48
기이한 이야기를 이렇게 아름답게 쓸 수 있다니... 호기심에 하루키 기담집과 함께 구매했는데 예상치 못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남.
하지만 햇살이 내리쬐는 보도를 걷거나 바람에 휘는 나무 우듬지를 볼 때, 또는 이스트 강 위로 나지막이 걸린 11월의 하늘을 바라볼 때, 내 마음이 갑자기 어둠에 대한 앎으로 가득차는 순간들이 예기치 않게 찾아오기도 한다. 그앎이 너무 깊어 나도 모르게 소리가 터져나올 것 같고, 그러면 나는 가장 가까운 옷가게로 들어가 낯선 사람과 새로 들어온 스웨터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아마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도 이렇듯 반쯤은 알게 반쯤은 모르게, 사실일 리 없는 기억의 방문을 받으면서 세상을 이런 식으로 어찌어찌 통과해나갈 것이다. - P21
하지만 나는 진정, 냉혹함은 나 자신을 붙잡고 놓지 않는 것에서,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것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이게 나야, 나는 내가 견딜 수 없는 곳-일리노이 주 앰개시-에는 가지 않을거고, 내가 원하지않는 결혼생활은 하지 않을 거고, 나 자신을 움켜잡고 인생을 헤치며 앞으로, 눈먼 박쥐처럼 그렇게 계속 나아갈 거야! 라고. 이것이 그 냉혹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P204
하지만 나는우리가 아이였을 때 품게 되는 아픔에 대해, 그 아픔이 우리를 평생 따라다니며 너무 커서 울음조차 나오지 않는 그런 갈망을 남겨놓는다는 사실에 대해 내가 아주 잘 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것을 꼭 끌어안는다. 펄떡거리는 심장이 한 번씩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끌어안는다. 이건 내 거야, 이건 내 거야, 이건 내 거야. - P217
잎들은 많지만 뿌리는 하나.나는 젊음의 거짓 날들을 지나면서잎과 꽃들을 햇빛 속에 요란하게 흔들었다.이제야 나는 진실 속으로 움츠러들 수 있다.윌리엄 버틀러 에이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