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어 그대로 읽어야 이 글에 가깝겠다. 이대로 번역할 수밖에 없었을 텐데 우리말 제목으로 느껴지는 것과는 다른 책이고 원제를 보니 이해된다. 우리가 사는 방식을 읽고, 작가의 책을 두권 더 구매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머지 두권도 소장하기로 했다. 별점 다섯개로는 부족하고, 작가의 예전 글보다도 더 좋아 아껴두고 읽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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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3월 7일
지나치게 내 생각에 몰입하면 안 될 것 같아서 한동안 일기를 쓰지 않았다. 잠시 나를 잊어야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나치게 깊게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나를 사로잡은 이 불안감이 일기장을 산 날부터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갈수록 확고해진다. 일기장에 사악한 악령이 숨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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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여다보고 기록하는 행위의 의미에 대해 이토록 잘 드러나는 글이 또 있을까? 일상적인 언어로 된 운장일 뿐인데 전율이 오는 지점들이 있고, 과소평가된 작가라는 평에도 공감이 된다. 누군가는 쓰지 않고는 살 수 없었다고 하였고, 다른 누군가는 지지 않으려고 쓴다고도 했지만 내게는 다만 타인의 이야기였다. 글을 쓰고 세월이 흐른 후에 다시 읽을 때는 과거의 나는 타인이로구나 싶기도 했고, 모든 걸 붙잡으려는 집착으로도 느껴져 어느 때부터인가 쓰는 행위를 중단했었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다시 기록을 시작해볼지 생각하게 되었다. 75년이 지난 지금 이것은 금지된 행위는 아니므로...





Date 1950년  11월  26일

애초에 일기장을 산 것 자체가 실수였다. - P9

Date 1951년  1월  1일

솔직히 말하면, 내게는 저녁에 침대에 눕는 순간 밀려오는 피로감이 평안의 원천이다.어쩌면 휴식을 거부하는 나의  굳은 의지는 피곤이라는 행복의 원천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서 오는 두려움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 P38

Date 1951년  1월  3일

친구들의 옷차림과 쨍쨍하고 날카로운 불안한 목소리에서 자신의 행복과 부와 행운을 증명하려는, 한마디로 자신들의 삶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의도가 느껴졌다.
하지만 선물받은 장난감을 자랑하던 학창 시절처럼 실은 그들조차 그 사실을 진심으로 믿는 건 아닐 것이다. 친구들에게는 아직도 어린아이 같은 잔혹함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어머니가 그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는 미켈레와 아이들과 나의 삶을 생각하면서, 어머니를 해묵은 종교화 인쇄물처럼 바라보곤 한다. 그럴 때면 세상 모두에게서, 심지어는 어머니로부터도 떨어진 채 오직 이 일기장과 나만 홀로 남은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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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신앙은 자칼처럼 무덤들 사이에서 먹이를 찾고 이런 맥 빠지는 의혹 속에서도 가장 생기 넘치는 희망을 끌어모은다.






내 안에서 뭔가가 부드럽게 누그러지고 있었다. 상처 난 마음과 사납게 날뛰던 손은 더 이상 늑대 같은 세상에 맞서지 않았다. 이 선량한 야만인이 내게 세상을 되찾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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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세상으로 떠난 사람의 이름 앞에는 불멸의 영혼이라는 의미심장하면서도 불경한 말을 쓰면서 왜 지구상에서 가장 먼 인도양으로 떠나는산 자에게는 그런 말을 하지 않는가? 왜 생명보험회사는 죽어서 불멸의 존재가 된 자에게 사망 보험금을 지급하는가? 혹시 6,000년전에 죽은 줄 알았던 옛적의 아담은 아직도 꼼짝하지 못하고 영원히 마비된 채 치명적이고 가망 없는 혼수상태를 겪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죽은 자들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천상의 기쁨 속에서 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왜 그들을 생각하면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은가? 모든 산 자가 모든 죽은 자의 입을 다물게 하려는 건 무슨 이유인가? 무덤 속에서 죽은 자가 노크하는 소리가 들린다는 소문에 도시 전체가 겁먹는 건 왜인가? 이 모든 것에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신앙은 자칼처럼 무덤들 사이에서 먹이를 찾고 이런 맥 빠지는 의혹 속에서도 가장 생기 넘치는 희망을 끌어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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