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돛대 유람선 <넬리>호의 돛은
펄럭이지 않았고 배는 닻을 내린 채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멎었다.
조수는 이미 밀려들고 있었는데 
바람은 거의 불지 않았다. 
그래서 강 하류로 내려갈 예정이었던 배는 
정박한 채 조수가 썰물로 바뀔 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 P7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프레스레벤이야말로 일찍이 이 세상에서 두 발로 걸어다닌 동물 중에서도 가장 점잖고 가장 조용한 사람이었다는 이야기를 함께 들었지만, 그런 사람이 어떻게 그 몹쓸 짓을 할 수 있을까고 놀라지는 않았다네. 그가 점잖고 조용한 사람이었음에는 틀림없겠지. - P20

그 이유는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도 더 정직하기 때문이 아니고 그저 거짓말이 내게는 무섭기 때문이야. 거짓말 속에는 죽음의 색깔이 감돌고 또 인간 필멸의 냄새도 풍기는 게 아닌가. 바로 거짓말의 이런 속성이야말로 내가 이 세상에서 증오하고 혐오하는 바이며 내가 잊어버리고 싶은 바이기도 하다네. 그리고 그런 속성은 마치 무언가 썩은 것을 한 입 물었을 때처럼 나를 비참하게 하고 또 구역질나게 한다네. - P61

그는 모든 것을 자기의 것이라고 했어.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밀림이 그만 하늘에 박힌 별들을 뒤흔들 
정도로 굉장한 웃음을 터뜨리게 되지나 
않을까 싶어 나는 숨을 죽이곤 했네.
그는 모든 것을 자기 것이라고 했어. 
하지만 그것은 보잘것 없는 주장이었지. 
중요한 것은 
그가 무엇에게 복속(服屬)하고 있었으며 
얼마나 많은 어둠의 힘이 
그를 자기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느냐를 
아는 것이었어. 
그런 생각을 하면 온통 오싹해지기도 하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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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사회의 새로운 엘리트들은 
Bourgeois이자 Bohemi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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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더 이상 제어하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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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말기에 직면하게 되는 문제는 결국 우리가 생애 전체에 걸쳐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모든 것을 다 고려해야 하고, 모든 것이 곧바로 결정되어야 했다. - P30

의료 조력 사망은 새로운 선택지지만, 
다른 선택지 없이 단 하나 남은 선택지가 
아니어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나는 의료 조력 사망을 시행하기 시작하면 
죽을 준비가 완벽히 된 사람들 옆을 지키며 
하프를 연주하는 천사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상상했지만 어떤 경우에는 
환자가 더 살 수 있도록 도움을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확성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도 배우게 됐다. - P40

내가 어떤 느낌으로 사는지
이해해주면 좋겠어요.

웬디가 복도로 나를 따라나왔다. 
"괜찮으세요?" 그녀가 물었다. 
그제서야 나는 울기 시작했다. 
내가 깨닫지 못하고 있던 사실, 조의 죽음이 
방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만큼이나 
내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웬디가 알아차렸다는 것에 나는 놀랐다. 
나는 의사다. 
죽음을 목격한 게 처음이 아니다. 
웬디는 사촌이자, 평생의 친구를 잃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내 걱정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누군가를 살아있게 한다는 명목으로 
해를 끼치고 고통을 지속시킬 때가 많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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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도시 변두리에는 
황니가泥街라는 거리가 있었다.
나는 아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그런 거리가 없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찾아가 보았다. 
누런 먼지를 뚫고, 
누런 먼지를 뿌옇게 뒤집어쓴 
사람들의 그림자를 뚫고
황니가를 찾아가 보았다.
우연히 마주친 사람에게 물었다. 
혹시 여기가 황니가아닌가요
사람들은 하나같이 
내게 죽은 물고기의 눈빛을 보였다. 
질문에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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