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돛대 유람선 <넬리>호의 돛은
펄럭이지 않았고 배는 닻을 내린 채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멎었다.
조수는 이미 밀려들고 있었는데 
바람은 거의 불지 않았다. 
그래서 강 하류로 내려갈 예정이었던 배는 
정박한 채 조수가 썰물로 바뀔 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 P7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프레스레벤이야말로 일찍이 이 세상에서 두 발로 걸어다닌 동물 중에서도 가장 점잖고 가장 조용한 사람이었다는 이야기를 함께 들었지만, 그런 사람이 어떻게 그 몹쓸 짓을 할 수 있을까고 놀라지는 않았다네. 그가 점잖고 조용한 사람이었음에는 틀림없겠지. - P20

그 이유는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도 더 정직하기 때문이 아니고 그저 거짓말이 내게는 무섭기 때문이야. 거짓말 속에는 죽음의 색깔이 감돌고 또 인간 필멸의 냄새도 풍기는 게 아닌가. 바로 거짓말의 이런 속성이야말로 내가 이 세상에서 증오하고 혐오하는 바이며 내가 잊어버리고 싶은 바이기도 하다네. 그리고 그런 속성은 마치 무언가 썩은 것을 한 입 물었을 때처럼 나를 비참하게 하고 또 구역질나게 한다네. - P61

그는 모든 것을 자기의 것이라고 했어.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밀림이 그만 하늘에 박힌 별들을 뒤흔들 
정도로 굉장한 웃음을 터뜨리게 되지나 
않을까 싶어 나는 숨을 죽이곤 했네.
그는 모든 것을 자기 것이라고 했어. 
하지만 그것은 보잘것 없는 주장이었지. 
중요한 것은 
그가 무엇에게 복속(服屬)하고 있었으며 
얼마나 많은 어둠의 힘이 
그를 자기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느냐를 
아는 것이었어. 
그런 생각을 하면 온통 오싹해지기도 하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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