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파괴
김민수 지음 / 달꽃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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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 B612와 같은 느낌을 주는 유전자 DRD4-7R은 여행 유전자, 모험 유전자 또는 호기심 유전자, 방랑 유전자라고 부른다고 한다.
아마 나에게도 저 유전자는 빼곡히 들어차있을 것 같았다.

저자 역시 본인에게 포함되었을법한 유전자와 사주에서도 역마살이 나타난다는 본인을 언급하며 본격적으로 떠날 예고를 한다.

강렬한 도입부로 독자에게 충격을 주는 소재는 바로 유명을 달리한 아내와의 4년 전 추억을 회상하며 떠난 쿠바 여행이었다.

4년 전 그들은 친구로서 23일간 쿠바에서 여행을 함께 했고, 4년이 지난 현재, 화자는 홀로 쿠바 땅을 밟았다.
두 사람이 함께 했던 기억들과 현재를 교차 시점으로 그려내어 함께 했던 추억들이 그대로 남아있기도, 빛바랜 추억이 되어 사라지기도 한 모습에 남아있어 사무치는 그리움에 괴로워하기도 하고 사라져 추억의 소멸에 서글퍼하는 심경을 무미건조한 담백한 어투로 고백한다.

누구나 늘 그렇듯 상대방을 대할 때에 익숙함으로, 이해해 줄 거라는 기대감으로 소홀히 대했던 처사를 곱씹고 다시금 고통과 인고의 시간과 마주하는 화자.

시간이 약이라지만 일상 속에서 시도 때도 없이 밀려오는 먹먹함에 감정을 추스르기 어려워하는 인간적인 모습의 화자가 그려진다.

눈물을 쏟아내며 흑백의 사진들이 컬러로 변모하는 후반부에 이르러 마지막 에필로그를 읽다 떠올랐다.

이 이야기는 허구가 가미된 이야기였다는 것을.

깊은 자괴감과 허탈함, 공허함은 물론 둘의 결혼 생활 속에서도 흔히 겪는 생경한 충돌들을 잘 묘사해 무지몽매함 속 저지른 과오를 회한 가득한 심경의 어투로 잘 표현해 내어 호접지몽인가 싶을 정도로 저자의 필력에 과몰입해 문득 잠에서 깨어 숨을 돌리듯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쿠바의 풍경이 선연히 그려지고 화자의 심경이 섬세하게 그려져 완벽에 가까운, 치밀하게 짜인 매혹적인 이야기에 흠뻑 적셔져 나는 책의 첫 장을 펼쳐 다시 한번 더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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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7일 - 페로제도
윤대일 지음 / 달꽃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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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브랜딩의 나비효과로 퍼핀을 보았다?
저자는 페로제도에 대해 아이슬란드 여행 당시 스쳐 지나갔음에도 알지 못했던 곳이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삼성 갤럭시 노트 CF로 페로제도를 접하게 된 후 받은 감동에 직항노선도 없고 거리도 멀지만 주요 랜드마크만 사진 찍고 이동하는 여행과 달리 좁은 면적 덕에 일주일이면 충분히 즐길 일정과 아름다운 경관으로 여행을 결심했다고 한다.

저자가 여행을 시작하며 준비하는 이야기는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 출발 3~4개월 전부터 여행 계획을 세우며 여행을 준비하던 나를 보듯 평행이론으로 다가왔다.

여행하는 설렘의 상징으로 등장한 비행기 사진.
이를 통해 나 또한 설렘을 안고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한 권 가득 선명한 화질로 삽입된 사진들에 감격을 느꼈고, 이 감흥이 식기도 전에 QR코드를 통해 맞이하는 광경은 엄청난 대자연 그 자체였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에서나 볼 수 있을 광경을 다녀온 저자에게 부러움보다 앞선 감정은 이질감이었다.
아니 세상에 이런 곳을 갈 수 있다니.
경이로움에 다시 한번 놀란 후에야 부러움이 나를 스멀스멀 잠식했다.

국가 전체 인구수 보다 양의 수가 더 많고 나라 이름의 어원 또한 양의 나라라는 자연친화적인 나라.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를 지켜내며 화폐에 인물이 아닌 자연경관이 나타나 자연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한 이 나라는 여행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치안에서도 안심할 수 있는 제로에 가까운 범죄율을 자랑한다고 한다.

백야로 밝은 저녁이라는 장점과 쉴 틈이 없다는 단점을 안고 도착 후 시작된 여정.
저자는 여행 초심자 독자를 위해 공항에서 렌트하는 방법부터 친절하게 가이드해 주신다.

어디서도 볼 수 없던 자연과 마주하겠다는 목적에 음식에 관심이 없어진다는 나로서는 살짝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과😂 엄청난 물가가 융합하여 만들어낸 시너지 효과는 여행 중 섭취할 전투식량까지 준비하게 한다.
이 철저함의 이면에는 실제로 한 끼에 85,000원이 청구되었다는 놀라운 경험담이 언급되었지만, 1년에 한 번 단 일주일이면 감수할 수 있다는 긍정 한 스푼에 사용했던 장비와 구글에서 검색이 안되는 주차 공간은 좌표까지 친절하고 상세히 나열된 가이드를 차근차근 열심히 정독하게 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인구 2만의 수도 토르스하운.
가사달루마을의 12명이라는 소박한 인구.
얼마 안 되는 기념품샵 등에서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는 매력을 체감할 수 있었고, 우리나라에서 쉬이 볼 수 없는 사방이 뻥 뚫려 온전히 폭포의 모습이 드러나 있는 지형의 폭포는 탐방 팁마저 제공해 주어 팬데믹도 잊고 바로 떠나고 싶게 만들었다.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해 경계선으로 둘러싸인 여타 유적지와 판이한 나라, 산 정상 해발고도를 표기한 한국과 다름을 언급할 때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코앞에 보이던 밀로의 비너스가 생각나기도 했다.

중반부 워낙 장관을 많이 보아 감흥이 떨어질까 봐 걱정하던 기우조차 날려버리는 절경과 트레이라니판의 코끼리의 발이 바다 위를 서있는 것처럼 보이는 노예의 절벽도 너무나 신기했고 거인과 마녀의 이야기로 확인할 수 있는 바위와 선녀와 나무꾼을 연상시키는 설화 역시 흥미로웠다.

호수를 보며 트래킹 하는 자연과 하나 된 여유.
기상악화로 불행인지 다행인지 강제 휴식을 하는 타이밍도 적절해 쉴 틈 없이 빼곡한 타임 테이블에 여행을 여행이 아닌 의무로 변질 시키는 부분에서 나를 느낀 스스로 뜨끔하며 다음 여행은 이렇게 떠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팬데믹 상황에 적응할 대로 적응해 버린 나로서는 직접 떠난 여행이 아니어도 책으로 만난 절경 그 자체가 큰 감사이고 행복이라 읽는 동안 함께 일주일을 자연 속에서 만끽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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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 초코가 당신을 구해줄 거야 - 골라 읽는 재미, 4가지 맛으로 엮어낸 인생
김민 지음 / 달꽃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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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소재와 경험을 차분하고 담담한 문체로 풀어낸 저자의 이야기는 크게 상실과 가족애, 고군분투하는 우리의 삶, 일상의 감사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독자의 좌절도 다 지나갈 일로 다독이며 낙관을 조망하기에 늘 그 자리에 존재하는 불변의 상록수나 몇 년째 탕아를 기다리고 있던 고향 또는 가족이나 오랜 친구가 주는 안정감을 내포하고 있었고 이 이야기들은 위로와 따스함 마저 동반하고 있어 저자는 누구보다 빛날 독자를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툭툭 내던지듯 이야기하지만 절대 무심하지 않았고,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넘기라 하지만 당신의 상처를 결코 사소하게 치부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픔은 누구나 겪는 이야기라 하지만 그 역시 당신과 우리가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모든 것은 존재의 이유가 있음을 알려준다.

익숙함에 달관한 듯 또는 그 이상의 경험을 겪어 초월한 듯 저자는 우리 생의 유한함을 인정하고 그 한정된 생애 앞에서 최선을 다하기를, 실패를 신경 쓰지 않길, 평균을 표준으로 착각하지 말길 조언하며 사연 없는 사람은 없고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가 한 권이 책이라 표현한다.

나긋나긋하기만 한 문장 안에는 언어를 행동으로 바꾸게 해 줄 크나큰 힘이 있었고 시적 표현과 함축적 의미, 일상의 나를 이해하며 다독여주는 진심 어린 헤아림에 독자는 저자에게 의지하면서 본문을 찬찬히 톺아가며 읽게 된다.

깊고 진해 여운이 삭여지지 않는 위로를 담아 가슴 깊이 큰 울림을 주는 책이었기에 나열된 모든 문장에서 빛을 보았고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왜 프레임 속에 갇혀 있었을까.
생각을 바꾸며 때로는 달관의 자세로 거시적 혜안을 갖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며 삶의 지혜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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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투 인공지능 -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AI 입문서
이경미 지음 / 서사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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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수많은 컨텐츠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블랙미러 시리즈였다.
고도로 발전된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이야기가 대다수였는데 오히려 비현실적인 부분이 워낙 취향 저격이라 시리즈 전체를 순삭했던 기억이 있다.
허나 이는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로 인하여 일부 사후세계를 그리거나 과장된 에피소드를 제외하면 곧 인공지능 기술의 특혜를 받고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이 되었다.

본문에서는 최초의 컴퓨터,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의 비교, 인공지능의 역사와 현실, 미래, 나아갈 길을 그리며 친절하게도 인공지능 및 기술, 정보 관련 도서답게 QR코드를 삽입해 동영상으로 더욱 다가갈 수 있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도서였다.

왠지 얼리어답터가 된 듯한 우쭐한 기분으로 독서를 하게 되었는데, 그 속에서 일부 IT 관련 CEO들의 패기 넘치는 미래를 예측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낙관과 혁명적인 혁신을 예고해 내일이 더욱 기대되었다.

또한 이미테이션 게임이나 HER의 사만다, 아일랜드, 마이너리 리포트 등의 익숙한 영화와 빅 브라더가 등장하는 조지 오웰의 1984를 통한 설명도 눈높이에 맞게 풀어내어 문외한인 비전문가도 다가가기 쉬운 책이었고, 1초 안에 1,000조 번에 달하는 연산 처리를 할 수 있는 PC와 감은 눈도 뜨게 하는 페이스북의 기술, 사후 100년 이상 지난 예술가의 작품마저 복원하게끔 도와주는 엄청난 인공지능과 앞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개인 주치의를 한 명씩 가지게 될 거라는 낙관, 처음 알게 된 드론의 엄청난 유형의 활용 등으로 인공지능 등을 소개해 매우 흥미로웠다.

빛이 있다면 그림자도 당연히 존재하듯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이면에는 비인간성 속에 짙게 깔린 차별과 개인 정보, 사생활 침해, 일자리 문제, 사기로 악용되는 등의 이슈 또한 존재한다.

도태될 것인가, 법과 제도의 개선과 인식의 변화로 융화될 것인가.
과거 유럽에서는 흑사병으로 안타깝게도 수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과학기술과 의학이 발전하여 산업화로 연결되었고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었다.
팬데믹으로 인해 새로운 르네상스가 펼쳐질지, 저자는 본문에서 우리의 정체성과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미래를 살아가길 당부한다.
다방면에서 무궁무진한 활용도와 점점 견고해지는 치밀함으로 발전하는 인공지능의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되었다.

인간의 뇌가 인공지능과 구별되는 능력은 창의력이다.
타인을 설득하는 변호사의 능력이나 환자의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창의력으로 서문에서 언급하듯 인간다움을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인공지능 시대를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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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의 간식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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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순리로 한계가 정해져있는 유한한 삶이기에 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도 너무나 중대한 사안이다.

마지막이라는, 죽음이라는 것은 마냥 나쁘고 부정적 이미지로만 치부되어 언급부터 금기시되지만 이를 시한부라는 당혹스러운 사실로 받아들이게 될 경우 당사자는 더욱 고뇌하고 갈피를 잡지 못하며 고통받게 된다.

그러나 세토우치해에 위치한 라이온의 집은 마지막을 아름답고 근사하게, 그리고 담담히 받아들이며 종국에는 행복하게 맞이하길 도와주는 곳이다.

라이온의 간식에서는 남들보다는 조금 더 빨리, 33세라는 나이에 시한부 판정을 받은 우미노 시즈쿠가 라이온의 집에 당도하며 시작된다.

적이 덮칠 걱정 없이 안심하고 먹고 자는 사자처럼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인 라이온의 집에는 마돈나와 식구들이 있다.

아침에는 죽, 점심 뷔페, 저녁은 개별로 차려지는 하루 세 번의 식사와 간식 시간.
특히나 간식 시간은 각자의 사연과 함께 먹고 싶은 추억의 간식을 뽑아 사연을 소개하며 함께 나누는 독특하고 소소한 나름의 행사다.

시즈쿠는 그곳에서 타인이 죽음을 맞기도 하고 각자의 삶과 사연들을 들여다보며 누군가를 통해 위로를 받고 그를 통해 본인의 죽음 또한 준비하며 더욱 성장한 모습으로 담담히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으로 변화한다.
사소한 삶에도 소중함을 느끼고, 생애를 톺아가며 행복을 다시금 만날 무렵 시즈쿠는 시나브로 옅어지고 희미해져 간다.

처음 섬에 도착 후 착한 아이를 연기하는 건 그만두기로 하고 마지막을 눈치 보고 양보하지 않으며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본인을 받아들이며 희생만을 하지는 않고 살아가려 한 시즈쿠.
하지만 마지막 가는 길 관에 인형을 넣어달라며 끝내 타인에게 쓰레기를 처분하는 짐까지 덜어주고자 하던 그녀의 모습은 짧은 생에 속 그녀가 가진 이타심과 인류애를 보여주었다.

따스하고 아름답지만 한 번씩 물밀듯 밀려오는 먹먹함에 눈물을 훔치며 읽다 보니 나에게도 언젠가 찾아올 마지막과 죽음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에 현재 주어진 삶에 더욱 감사하며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죽음은 두렵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과 약간은 담담히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준 책이었다.

마지막으로 주인공들의 이름에 담긴 뜻을 설명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특히 롯카의 이름이 추운 겨울에 태어났을 거라는 내용에서는 일본어가 주는 낯섦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궁금함에 검색 찬스를 사용하여 확인해도 알 수 없어 미지수로 남겨진 이 부분은 일본어에 낯선 이들이 알 수 있게 각주로 설명이 되었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 하는 아주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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