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온 탐정
이동원 지음 / 스윙테일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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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가 즐비하고 수사기관에서는 용의자의 동태마저 카드사와 통신사에서 쉬이 수집할 수 있기에 무법지대가 없는 오늘날.

검거율마저 상위권을 웃도는 현실에도 며칠 전, 경찰은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한 범죄자의 얼굴을 포함한 신상정보를 공개하며 포토라인에 세웠다.

높은 검거율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노출시키는 것은 그만큼 저번에 깔린 범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이 횡행하는 범죄의 범죄자들에 대한 경고가 아닐까.

어찌 보면 끝나지 않은 범죄와의 전쟁이 진행 중인 오늘날, 전직 법의관 출신의 커피 내리는 목사와 신학대학 출신 형사의 콜라보라는 흥미로운 등장인물로 수사를 시작하는 천국에서 온 탐정은 이 어울리지 않을듯한 독특한 배경의 인물들이 아이러니하게도 공통적으로 죄인을 상대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음을 던져주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한쪽은 수면 위로 드러난 죄인, 한 쪽은 교양 있는 얼굴로 교회에 나와서 하나님의 뜻대로 살겠다고 기도하는 죄인.

본문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 바로 곁에서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끊임없이 일어나는 범죄들의 온상을 한 편의 다큐멘터리 취재물을 감상하듯 자연스럽고 유려한 전개로 끌고 나간다.

실종된 아이, 부패한 자선단체, 학교폭력, 묻지 마 살인, 스토킹 이슈까지.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수면 위로 드러내어 비판하며 시커멓기 그지없는 더럽고 추악한 인간의 실체를 드러낸다.

이 끊임없이 얽히고 얽힌 에피소드들은 잠시도 쉴 틈 없이 휘몰아치며 전개되고 그 사소한 실마리들이 사건들을 연결해 이어지는 반전과 놀라움의 이야기 안에 독자들은 잠식된다.

특히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 포인트는 선악의 구도를 색다른 관점으로 녹여냈다는 점이다.

선한 이들만 갈 수 있다는 천국의 의미를 괴리감 있는 것들과 연결시키고, 실패가 곧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 도움닫기의 과정임을 짚어주며 지속적으로 갱생의 여지를 부여하는 발상의 전환은 복수의 이면에 용서가 선행되며 그 참의미를 되새기고 또 다른 관점인 철학적 관점에서 죄와 선악을 탐구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이나 무고한 이들의 희생이라는 감수성 자극하는 요소들까지 더해져 완성도를 높인 데다가, 평범해 보이지만 가장 난해하기에 이루기 어려운 보통의 형사라는 모토를 가진 성요한 형사의 투철한 책임감과 어우러져 더욱 깊이감 있는 울림을 전한다.

거침없이 전진하는 성요한 형사의 매력적인 이야기에 반해 몰입하고 있자면 요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형사 이야기, 나카야마 시치리의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와 같이 그의 이야기가 시리물로 펼쳐졌으면 하는 바람마저 생긴다.

또한 오늘도 추악한 사건 사고들의 뉴스를 접하며 구원준과 같은 이들이 늘어나 이로 하여금 변해가는 세상을 만날 수 있게 되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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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와인이 필요해
송정하 지음 / 현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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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음식점에서 음주를 하게 된다면 대다수의 선택은 취향을 떠나 쉬이 마실 수 있는 주류인 소주나 맥주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과 달리 와인은 드레스코드를 신경 써야만 할 것 같은 레스토랑에서나 만날 수 있었기에 일상생활에서 간단하고 가벼이 마시기 쉽지만은 않았다.

최근 들어 편의점이나 대형 마트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가격 또한 부담스럽지 않은 제품들이 출시되어 관심도가 높아졌지만 이 역시 최근의 일이며,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오늘날과 달리 와인을 판매하는 판매처가 부족한 탓에 구입하기도 번거롭고 가격 또한 부담스러워 타 주류에 비하여 다가가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나 또한 이렇듯 다양한 종류와 원산지, 가격대도 천차만별인 와인의 세계로 섣불리 접근하기가 어려운 탓에 실패라는 리스크를 안고 모험을 하기도 두려워 추천해 주는 와인들의 언저리에서만 기웃거렸던 것 같다.

이런 고정관념들 때문이었을까, 저자는 나와 같이 와인에 대하여 문외한인 독자를 위해 와인에 대한 벽을 허물고 와인과 더불어 그와 얽힌 문화적 요소, 에티켓, 역사, 제조방식, 여기에 프랑스어를 배우게 되는 즐거움까지 선사하며 매력적인 와인의 세계로 독자를 초대했다.

특히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 1차를 합격했음에도 와인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프랑스 보르도로 떠났다는 저자의 소개 글은 내가 알지 못하는 와인의 세계는 대체 어떠한 매력이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설렘을 심어주었고, 본문의 전개 방식 역시 일상생활과 가까운 이야기들로 포문을 여는 서술 방식으로 거리감 없이 친근감을 느끼며 와인에 시나브로 빠지게 되었다.

다양한 캐릭터와, 배우, 사람 등으로 빗대며 늘어놓는 와인에 대한 비유들은 어설프게 이름만 들어왔던 와인들의 뜻과 맛, 색상, 향 등을 느낄 수 있어 문자만으로도 수많은 감각을 느낄 수 있었고, 다양한 음식과 분위기에 적합하게 시너지효과를 내는 와인을 안내해 주는 친절함으로 하여금 나 또한 나의 일상으로 와인을 가져오며 어울리는 조합을 상상하게 되었다.

갑갑한 정장 차림으로 즐겨야 할 것만 같던 와인이었지만 본문에서는 강요하는 규칙도 없고 금지하는 행위도 없이 팁과 조언을 줄 뿐이었다.

결코 와인에 대해 정답이 없음을 강조하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만나며 나 역시 오래전부터 갖고 있던 와인에 대한 인식과 편견에서 탈피해 부담이 즐길 수 있겠다는 인식을 만들어 주는 시간이었다.

감기로 며칠째 앓고 있는 요즈음, 독서로만 만났던 와인을 일상으로 가져와 뱅쇼를 마셔볼 기회가 바로 오늘 다가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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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이 각시는 당신이 아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심조원 지음 / 곰곰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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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이슈였던 잔혹동화라는 컨텐츠.

이는 기존에 대중들이 익히 알고 있던 동화의 단순한 권선징악이라는 결말의 이면에는 기실 그로테스크하고도 잔혹한 이야기들이 숨어있었음을 드러내며 특유의 매력으로 화제가 되었다.

그 동화들은 대부분 신데렐라나 백설 공주와 같은 서양의 동화들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이번에 만난 <우렁이 각시는 당신이 아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라는 기묘한 제목의 도서는 한 권 가득 우리나라에서 구전되던 작품들을 열거하며 표면적으로 드러난 줄거리 이외 그 안에 상징적으로 나타낸 소재와 숨어있는 의미, 시대적 관습 등을 아우르며 독자를 호기심과 흥미의 동화의 세계로 안내한다.

헌데 본문을 참고하자면 어쩌면 동화조차도 한국형 주입식 교육의 폐해로 세뇌된 것인지 어린 시절 자연스레 접했던 동화 가운데 여럿은 언어를 습득한 남성 중심의 사회적 배경으로 말미암아 각색되며 곡해된 내용으로 전파되거나, 이야기들이 구전으로 전파되다 보니 전해내려오는 기억만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특히 그 가운데 너무나 유명한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 역시 성폭력과 약탈혼을 가해자의 눈으로 로맨틱하게 그려진 대표적 사례라는 의견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또한 익숙한 표현임에도 그 실체가 여성의 몸이 음식으로 취급되어 묘사되었던 표현들, 도깨비가 남성성을 상징한다는 놀라운 사실들은 전혀 생각지 못한 발상이었다.

하여 이를 토대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임에 있어서는 무조건적인 습득보다 비판적 시각과 선별적 수용이 필요한 자세임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본문에 제시된 우리 이야기들은 솔직하면서도 해학스럽고 꽤나 선정적이며 직설적이고 심지어 천륜을 어기기도 하는 충격적 스토리가 즐비해 있었다.

이에 당혹스러운 부분도 존재했지만 결코 겉으로 보이는 이야기가 끝이 아닌 그 안에 담긴 교훈과 여성의 낮은 지위와 억압의 고통들을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을 페미니즘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해 또 다른 관점으로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난해하지만 정겨운 사투리의 문헌들을 독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친절히 설명해 주는 성실함은 팬데믹의 상황에서도 줌으로 만나 소통을 하는 옛이야기에 대한 저자의 열정과 맞닿아 있었다.

이렇게나 다양한 이야기들이 전해져 내려온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어 한편으로는 안데르센이나 그림형제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구전되는 이야기들도 시대에 맞게 각색이 되어 그 명목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시대가 흐름에도 고전 작품들은 꾸준히 스테디셀러로 읽히듯 우리 선조들에게서 전해내려오는 이야기 역시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가 분명 있을 터.

현대적 시선으로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들만을 취해 옛이야기에서도 선조들의 지혜와 기치를 배워가는 기회가 다양해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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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년 12월 31일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길상효 외 지음 / 우리학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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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미래를 다룬 SF 소설이나 영화를 감상하면 마치 영화 인터스텔라와 같은 광활하고 두렵고도 황홀한 우주에 빠지는듯한 기분이 든다.

2100년 12월 31일도 지금으로부터 78년 후인 2100년 12월 31일을 4인의 작가가 네 가지 에피소드로 그렸는데, 이 세상에 스며들어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흥미로운 등장인물들과 소재들의 향연에 녹아들다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또한 오롯이 나 스스로 만들어낸 상상이 아닌 타인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세상에 잠식되다 보면 더욱 기묘한 찬란함이 느껴지는듯하다.

본문에서 다루는 작품들에서도 반영하고 있듯 현실이 아닌 미래를 다룬 이야기의 강점이라 함은 외려 비인간적인 존재와 무미건조한 장치들로 하여금 주제를 극대화하며 미래를 이용하여 현실을 비판할 수 있는 점이다.

여유 따위 없이 물질만능주의와 환경파괴를 일삼는 현실로 말미암아 찾아온 상실과 허무함을 공통적으로 그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제시하지만 미래를 마냥 투명하고 밝게 그리기보다는 조금은 불투명하고, 어떻게 펼쳐질지 모를 이야기로 그렸기에 우리가 오늘을 단순히 살아가기보다는 미래를 위해 후손을 위해 부단히 노력을 기울이며 신경 써야 할 대상으로 여기게 만든다.

환경에 개의치 않고 과잉 생산을 남용하는 문제와 오염과 전염병으로 인한 결과물인 신인류, 인간과 로봇의 괴리감과 같이 오늘의 현실이 녹아있는 미래의 이야기들.

쏟아지는 창의력과 상상력, 예리한 비판에 경탄하며 다양한 모습의 미래로 시간 여행을 다녀온 나는 미래에서 바라본 나의 오늘을 반성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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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과, 모서리를 닮은 여자
금봉 지음 / 좋은땅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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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소싯적 위대한 삶에 대해 갈망하며 큰 꿈을 품고 호기롭게 장래희망을 써넣곤 했다.

허나 이내 현실의 한계에 부딪히고 그 꿈은 범접할 수 없으며 가능성이 희박함을 깨닫고 목표를 낮추고 평범한 삶이야말로 가장 이루기 어려운 것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평범한 삶이라도 유지하길 바라며 살아간다.

광과, 모서리를 닮은 여자는 소름 끼치도록 우리 삶의 저변에 위치한 익숙한 일상의 모습들을 그대로 담고 있다.

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익숙함에 공감하고 귀엽고 소박한 위트들에 시종일관 웃으며 읽게 된다.

그러나 이야기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히,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낯설고 당혹스럽고 생경하며 서글프게도 변모한다.

평범함이 무엇이라고.

그것을 갈망하게 되는 젊은이들의 애환을 너무나 농익게 잘 녹여냈으며, 번뜩이는 재치들이 녹아있는 단어 선택으로 만들어낸 신선한 표현들과 매력의 결정체인 주인공들, 어디로 튈지 모르며 화수분과 같이 계속해서 쏟아지는 여러 에피소드들로 그려냈다.

또한 각기 주인공들을 활용해 플라토닉, 에로스, 가족들이 보여주는 아가페적 사랑까지.

다양한 각도로 사랑의 모양을 보여주며 쉴 새 없이 독자의 가슴을 널뛰게 한다.

당차고 때론 뻔뻔하지만 한 번 빠지면 그 매력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주인공 설휘와 그녀에게 그저 빛과 같은 존재 운의 알 수 없는 미래가 엮여 마치 부자연스러운듯 하면서도 조화롭게 그들을 유려하게 그려냈고, 냉혹하고 가혹한 현실 앞, 밑바닥까지 추락한 삶들을 어찌나 현실적으로 그렸는지, 단번에 가슴이 아려 먹먹하게 만드는 화제 전환의 면모까지 갖춘 필력에 또 한 번 감탄해 저자에게 푹 빠지게 되었다.

충격적이면서도 설레고, 가슴 시린 우여곡절 끝의 다사다난한 400여 페이지의 결코 짧지 않은 작품이었음에도 나는 설휘와 운을 보내기 아쉬워 저자의 차기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되고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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