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길어 올리기 - 그 설핏한 기억들을 위하여
이경재 지음 / 샘터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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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도 언급된 “추억을 향수처럼 병에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영화 레베카의 대사처럼 시간 길어올리기는 저자가 세상을 살아가다 기억나는 것들을 모아 모아 써 내려간 이야기이다.
이야기 다음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지지만 연관성이나 정해진 순서의 규칙조차 없이 그야말로 시간 길어 올리기식으로 나열되었다.

하지만 그 비연속성이 오히려 좋았다.
알쓸신잡을 떠오르게 하는 박학다식한 이야기들은 7,80년대 배경은 기본이고 신라시대나 고려 시대 이야기까지 차용되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서양을 넘나든다.
종교적 이야기까지 등장하는 엄청난 스펙트럼의 주제로 쓰인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어쩌면 이 책은 저자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써 내려간 글이 아닌가 싶다.😄

오히려 이런 매력으로 놀라움과 감동을 주기도, 우울과 비탄에 잠기기도 하며 방대한 양의 지식들을 채울 수 있는 감사한 경험을 만끽했다.

곳곳에 삽입된 qr코드는 주제와 관련된 아름다운 음악들을 제공하기에 여유를 갖고 읽으며 고단한 하루도, 지리멸렬한 각박함의 생활도 틀에 갇혀있다 해방된 기분을 선사했고 음악을 통해 밑바닥까지 감정이 추락하기도, 황홀경에 빠져 현실을 잊기도 했다.

어찌 취향의 공통점이 이리 다양한지 학창 시절부터 매료되어 지금도 뮤지컬을 보러 다니곤 하는 백석 시인도 반가웠고 최근 알게 되었던 전혜린 작가나 이번 기회에 처음 마주하게 된 로자 룩셈부르크도 흥미로웠다.
이 감흥은 특히 생전에도 너무나 사랑해 마지않았던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음악을 들을 때 감정이 극에 달했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는 저자는 시린 대로 아픈 대로 두는 것이 오히려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라 말한다.

저자의 아름다운 기억들을 회상하며 함께 지식을 함양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분위기에 취해 낭만에 취해 향수에 취해 몽롱한 기분으로 즐기다 온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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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파괴
김민수 지음 / 달꽃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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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 B612와 같은 느낌을 주는 유전자 DRD4-7R은 여행 유전자, 모험 유전자 또는 호기심 유전자, 방랑 유전자라고 부른다고 한다.
아마 나에게도 저 유전자는 빼곡히 들어차있을 것 같았다.

저자 역시 본인에게 포함되었을법한 유전자와 사주에서도 역마살이 나타난다는 본인을 언급하며 본격적으로 떠날 예고를 한다.

강렬한 도입부로 독자에게 충격을 주는 소재는 바로 유명을 달리한 아내와의 4년 전 추억을 회상하며 떠난 쿠바 여행이었다.

4년 전 그들은 친구로서 23일간 쿠바에서 여행을 함께 했고, 4년이 지난 현재, 화자는 홀로 쿠바 땅을 밟았다.
두 사람이 함께 했던 기억들과 현재를 교차 시점으로 그려내어 함께 했던 추억들이 그대로 남아있기도, 빛바랜 추억이 되어 사라지기도 한 모습에 남아있어 사무치는 그리움에 괴로워하기도 하고 사라져 추억의 소멸에 서글퍼하는 심경을 무미건조한 담백한 어투로 고백한다.

누구나 늘 그렇듯 상대방을 대할 때에 익숙함으로, 이해해 줄 거라는 기대감으로 소홀히 대했던 처사를 곱씹고 다시금 고통과 인고의 시간과 마주하는 화자.

시간이 약이라지만 일상 속에서 시도 때도 없이 밀려오는 먹먹함에 감정을 추스르기 어려워하는 인간적인 모습의 화자가 그려진다.

눈물을 쏟아내며 흑백의 사진들이 컬러로 변모하는 후반부에 이르러 마지막 에필로그를 읽다 떠올랐다.

이 이야기는 허구가 가미된 이야기였다는 것을.

깊은 자괴감과 허탈함, 공허함은 물론 둘의 결혼 생활 속에서도 흔히 겪는 생경한 충돌들을 잘 묘사해 무지몽매함 속 저지른 과오를 회한 가득한 심경의 어투로 잘 표현해 내어 호접지몽인가 싶을 정도로 저자의 필력에 과몰입해 문득 잠에서 깨어 숨을 돌리듯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쿠바의 풍경이 선연히 그려지고 화자의 심경이 섬세하게 그려져 완벽에 가까운, 치밀하게 짜인 매혹적인 이야기에 흠뻑 적셔져 나는 책의 첫 장을 펼쳐 다시 한번 더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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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7일 - 페로제도
윤대일 지음 / 달꽃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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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브랜딩의 나비효과로 퍼핀을 보았다?
저자는 페로제도에 대해 아이슬란드 여행 당시 스쳐 지나갔음에도 알지 못했던 곳이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삼성 갤럭시 노트 CF로 페로제도를 접하게 된 후 받은 감동에 직항노선도 없고 거리도 멀지만 주요 랜드마크만 사진 찍고 이동하는 여행과 달리 좁은 면적 덕에 일주일이면 충분히 즐길 일정과 아름다운 경관으로 여행을 결심했다고 한다.

저자가 여행을 시작하며 준비하는 이야기는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 출발 3~4개월 전부터 여행 계획을 세우며 여행을 준비하던 나를 보듯 평행이론으로 다가왔다.

여행하는 설렘의 상징으로 등장한 비행기 사진.
이를 통해 나 또한 설렘을 안고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한 권 가득 선명한 화질로 삽입된 사진들에 감격을 느꼈고, 이 감흥이 식기도 전에 QR코드를 통해 맞이하는 광경은 엄청난 대자연 그 자체였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에서나 볼 수 있을 광경을 다녀온 저자에게 부러움보다 앞선 감정은 이질감이었다.
아니 세상에 이런 곳을 갈 수 있다니.
경이로움에 다시 한번 놀란 후에야 부러움이 나를 스멀스멀 잠식했다.

국가 전체 인구수 보다 양의 수가 더 많고 나라 이름의 어원 또한 양의 나라라는 자연친화적인 나라.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를 지켜내며 화폐에 인물이 아닌 자연경관이 나타나 자연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한 이 나라는 여행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치안에서도 안심할 수 있는 제로에 가까운 범죄율을 자랑한다고 한다.

백야로 밝은 저녁이라는 장점과 쉴 틈이 없다는 단점을 안고 도착 후 시작된 여정.
저자는 여행 초심자 독자를 위해 공항에서 렌트하는 방법부터 친절하게 가이드해 주신다.

어디서도 볼 수 없던 자연과 마주하겠다는 목적에 음식에 관심이 없어진다는 나로서는 살짝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과😂 엄청난 물가가 융합하여 만들어낸 시너지 효과는 여행 중 섭취할 전투식량까지 준비하게 한다.
이 철저함의 이면에는 실제로 한 끼에 85,000원이 청구되었다는 놀라운 경험담이 언급되었지만, 1년에 한 번 단 일주일이면 감수할 수 있다는 긍정 한 스푼에 사용했던 장비와 구글에서 검색이 안되는 주차 공간은 좌표까지 친절하고 상세히 나열된 가이드를 차근차근 열심히 정독하게 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인구 2만의 수도 토르스하운.
가사달루마을의 12명이라는 소박한 인구.
얼마 안 되는 기념품샵 등에서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는 매력을 체감할 수 있었고, 우리나라에서 쉬이 볼 수 없는 사방이 뻥 뚫려 온전히 폭포의 모습이 드러나 있는 지형의 폭포는 탐방 팁마저 제공해 주어 팬데믹도 잊고 바로 떠나고 싶게 만들었다.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해 경계선으로 둘러싸인 여타 유적지와 판이한 나라, 산 정상 해발고도를 표기한 한국과 다름을 언급할 때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코앞에 보이던 밀로의 비너스가 생각나기도 했다.

중반부 워낙 장관을 많이 보아 감흥이 떨어질까 봐 걱정하던 기우조차 날려버리는 절경과 트레이라니판의 코끼리의 발이 바다 위를 서있는 것처럼 보이는 노예의 절벽도 너무나 신기했고 거인과 마녀의 이야기로 확인할 수 있는 바위와 선녀와 나무꾼을 연상시키는 설화 역시 흥미로웠다.

호수를 보며 트래킹 하는 자연과 하나 된 여유.
기상악화로 불행인지 다행인지 강제 휴식을 하는 타이밍도 적절해 쉴 틈 없이 빼곡한 타임 테이블에 여행을 여행이 아닌 의무로 변질 시키는 부분에서 나를 느낀 스스로 뜨끔하며 다음 여행은 이렇게 떠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팬데믹 상황에 적응할 대로 적응해 버린 나로서는 직접 떠난 여행이 아니어도 책으로 만난 절경 그 자체가 큰 감사이고 행복이라 읽는 동안 함께 일주일을 자연 속에서 만끽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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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 초코가 당신을 구해줄 거야 - 골라 읽는 재미, 4가지 맛으로 엮어낸 인생
김민 지음 / 달꽃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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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소재와 경험을 차분하고 담담한 문체로 풀어낸 저자의 이야기는 크게 상실과 가족애, 고군분투하는 우리의 삶, 일상의 감사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독자의 좌절도 다 지나갈 일로 다독이며 낙관을 조망하기에 늘 그 자리에 존재하는 불변의 상록수나 몇 년째 탕아를 기다리고 있던 고향 또는 가족이나 오랜 친구가 주는 안정감을 내포하고 있었고 이 이야기들은 위로와 따스함 마저 동반하고 있어 저자는 누구보다 빛날 독자를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툭툭 내던지듯 이야기하지만 절대 무심하지 않았고,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넘기라 하지만 당신의 상처를 결코 사소하게 치부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픔은 누구나 겪는 이야기라 하지만 그 역시 당신과 우리가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모든 것은 존재의 이유가 있음을 알려준다.

익숙함에 달관한 듯 또는 그 이상의 경험을 겪어 초월한 듯 저자는 우리 생의 유한함을 인정하고 그 한정된 생애 앞에서 최선을 다하기를, 실패를 신경 쓰지 않길, 평균을 표준으로 착각하지 말길 조언하며 사연 없는 사람은 없고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가 한 권이 책이라 표현한다.

나긋나긋하기만 한 문장 안에는 언어를 행동으로 바꾸게 해 줄 크나큰 힘이 있었고 시적 표현과 함축적 의미, 일상의 나를 이해하며 다독여주는 진심 어린 헤아림에 독자는 저자에게 의지하면서 본문을 찬찬히 톺아가며 읽게 된다.

깊고 진해 여운이 삭여지지 않는 위로를 담아 가슴 깊이 큰 울림을 주는 책이었기에 나열된 모든 문장에서 빛을 보았고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왜 프레임 속에 갇혀 있었을까.
생각을 바꾸며 때로는 달관의 자세로 거시적 혜안을 갖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며 삶의 지혜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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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투 인공지능 -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AI 입문서
이경미 지음 / 서사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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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수많은 컨텐츠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블랙미러 시리즈였다.
고도로 발전된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이야기가 대다수였는데 오히려 비현실적인 부분이 워낙 취향 저격이라 시리즈 전체를 순삭했던 기억이 있다.
허나 이는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로 인하여 일부 사후세계를 그리거나 과장된 에피소드를 제외하면 곧 인공지능 기술의 특혜를 받고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이 되었다.

본문에서는 최초의 컴퓨터,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의 비교, 인공지능의 역사와 현실, 미래, 나아갈 길을 그리며 친절하게도 인공지능 및 기술, 정보 관련 도서답게 QR코드를 삽입해 동영상으로 더욱 다가갈 수 있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도서였다.

왠지 얼리어답터가 된 듯한 우쭐한 기분으로 독서를 하게 되었는데, 그 속에서 일부 IT 관련 CEO들의 패기 넘치는 미래를 예측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낙관과 혁명적인 혁신을 예고해 내일이 더욱 기대되었다.

또한 이미테이션 게임이나 HER의 사만다, 아일랜드, 마이너리 리포트 등의 익숙한 영화와 빅 브라더가 등장하는 조지 오웰의 1984를 통한 설명도 눈높이에 맞게 풀어내어 문외한인 비전문가도 다가가기 쉬운 책이었고, 1초 안에 1,000조 번에 달하는 연산 처리를 할 수 있는 PC와 감은 눈도 뜨게 하는 페이스북의 기술, 사후 100년 이상 지난 예술가의 작품마저 복원하게끔 도와주는 엄청난 인공지능과 앞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개인 주치의를 한 명씩 가지게 될 거라는 낙관, 처음 알게 된 드론의 엄청난 유형의 활용 등으로 인공지능 등을 소개해 매우 흥미로웠다.

빛이 있다면 그림자도 당연히 존재하듯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이면에는 비인간성 속에 짙게 깔린 차별과 개인 정보, 사생활 침해, 일자리 문제, 사기로 악용되는 등의 이슈 또한 존재한다.

도태될 것인가, 법과 제도의 개선과 인식의 변화로 융화될 것인가.
과거 유럽에서는 흑사병으로 안타깝게도 수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과학기술과 의학이 발전하여 산업화로 연결되었고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었다.
팬데믹으로 인해 새로운 르네상스가 펼쳐질지, 저자는 본문에서 우리의 정체성과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미래를 살아가길 당부한다.
다방면에서 무궁무진한 활용도와 점점 견고해지는 치밀함으로 발전하는 인공지능의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되었다.

인간의 뇌가 인공지능과 구별되는 능력은 창의력이다.
타인을 설득하는 변호사의 능력이나 환자의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창의력으로 서문에서 언급하듯 인간다움을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인공지능 시대를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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