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를 삼킨 사물들 - 보이지 않는 것에 닿는 사물의 철학
함돈균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왜 이 책의 제목이 '코끼리를 삼킨 사물들'일까? 이 책은 우리 눈에 보이는 사물의 외형과 쓰임새 뿐만 아니라 사물을 둘러싸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철학을 알아보는 방법을 일러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마치 '어린 왕자' 작가 생텍쥐페리가 그린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어른들은 모두 생텍쥐페리가 보여준 그림을 보고 모자만을 떠올렸다. 어른들 모두가 생텍쥐페리가 생각했던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볼 만큼 오랜 시간 정성들여 그림을 주의 깊게 보지 않았던 탓이다. 저자 함동균씨는 이 책을 통해 계단, 다이어리, 라디오, 밴드, 빨대, 텀블러와 같이 67가지 익숙한 일상 사물들을 가장 힙하고 낯설게 사유하는 인문적 훈련법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우리의 일상이 고착화될수록, 우리는 더 빠른 속도로 늙어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기계에 기름칠을 해서 '낡음'을 방지하듯 우리도 끊임없이 새로운 경험을 통해 '노화'를 방지해야만 한다. 스트레스를 받은 직장인들은 여행을 통해 단조로운 일상의 탈출을 꿈꾸곤 한다. 물론 여행을 통해 우리는 평소에 먹을 수 없는 음식을 접하고, 길 위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평소와 다른 하루를 겪게 될 것이다. 새로운 경험을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나의 일상이 있는 집과 회사 밖으로 벗어나는 '여행'이겠지만, 새로운 경험은 반드시 여행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불을 갈고, 출퇴근길에 들어본 적 없는 최신가요 또는 올드팝을 틀어 듣거나, 편의점에서 '신상 먹거리'를 시도해보는 식으로도 우리는 일상의 단조로움을 깨뜨릴 수 있다. 또, 여행은 어느 곳에서나 이루어질 수 있다. 침대 위에 누워서도, 회사 컴퓨터 앞에 앉아서도 가능하다. 평소보다 조금 더 꼼꼼하게 내 주위의 사물을 둘러보거나, 또는 평소에 보지 않는 각도에서 쳐다보거나, 평소에 쓰던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그 사물을 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해보는 것만으로도 내 주변이 낯설게 느껴지는 경험은 충분히 획득할 수 있다는 말이다.


- - - - -


어른들과 나-어린 왕자가 인식 면에서 갖는 결정적 차이는 '사물'을 대하는 접근 방식에 있다. 어린 왕자가 소행성들을 여행하며 만난 어른들은 자본가, 교수, 왕, 공무원 등이었다. 소설에서 이들은 사람과 사물의 세계를 즉각적인 쓸모의 차원에서만 바라본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쓸모-필요-유용성만으로 사물들을 본다는 것은 그들이 세계 전체를 도구적 가치로만 여긴다는 걸 뜻한다. 우리의 세계, 특히 과학기술이 현저히 발달하여 인공 사물의 즉각적 유용성이 작동하지 않는 곳이 없는 세계에서 이러한 관점은 불가피한 것일지 모르겠으나, 어린 왕자는 이 관점이 인간이 세계와 대면하는 유일한 관점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어 한다.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자신의 사색을 담은 메모에서 '아이들은 늘 폐기물에 이끌린다'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짓다만 건물, 무너져가는 폐가, 쓰레기더미처럼 어른들은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인공 사물에서 아이들은 천진한 놀이터를 발견한다는 것이다. 늘 수수께끼처럼 말하는 벤야민은 이 표현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지만, 어린 왕자의 관점은 벤야민의 생각을 짐작하는 데도 참조가 될 수 있다. 어른들이 인공 사물들의 더미에서 보는 것은 표면의 폐허인 데 비해 아이들의 시선은 표면 너머에 닿는다. 즉각적인 쓸모의 관점으로만 사물들을 쳐다보는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쓸모를 망각한 채 존재의 다면성과 만나는 일이 많은 것이다. 벤야민의 열렬한 해석자 조르조 아감벤이 이야기한 '유년기 체험' 같은 것을 하나의 해석적 아이디어로 참조해보자. 사람에게 유년기가 있는 것처럼, 사물에도 유년기가 있을 수 있다고 말이다. 모든 사물이 세상에 출현하는 최초의 순간을 떠올려보라. 한 인공 사물의 출현에는 설사 우연에 불과한 것일지라도 그 시각 인류가 당면한 크고 작은 문제들이 얽혀 있으며, 필요-해결-진보를 향한 인류의 꿈이 깃들어 있다. 하나의 필요는 곧 여러 사람의 필요와도 연관되는데, 이는 하나의 필요가 여러 차원의 필요의 연쇄 속에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떤 도구가 업그레이드되면 이전 버전의 도구는 즉각적인 쓸모만을 따지는 관점에 따라 순식간에 폐기물로 전락해버리지만, 어린이들은 그 자신이 유년기 존재이기에 폐기물이 된 사물들에서조차 그것들이 최초로 등장했던 순간에 지녔던 꿈과 설렘을 지속할 수 있다. (pp.7-8)


관상학에서는 '고난은 같이 할 수 있으나 기쁨은 같이 할 수 없는 상'이 있다고 하는데, 계단이야말로 이런 상에 부합하는 사물이 아닐까.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으로만 존재하기에 행인에게는 머무르는 사물이 아니라 늘 이별하기 위해 만나는 사물인 계단. (계단, p.22)


오늘날 고궁에서 도시인들이 느끼는 '과거'의 향수는 역사적 의미에서도 일탈해 있으며, 그 외형만이 향유된다는 점에서 키치적이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E.H.카의 유명한 명제를 상기한다면, 역사적 유물의 외관을 두르고 있는 이 사물은 실은 더 이상 '역사적'이지 않다. (고궁, p.29)


서른 개 또는 서른한 개의 동일한 사각형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격자에 의해 분할된다. 이 분할은 열두 달의 달력으로 포괄됨과 동시에 365개의 방으로 각각 수렴된다. 이 사물은 365개의 노트 뭉치이자 시간의 책이다. (다이어리, p.61)


지금까지 이 사물에서부터 허공으로 퍼져나간 인간의 목소리와 음악 소리는 인간이 지구에서 멸종한 뒤일지도 모를 까마득한 미래 시간에도 지구 어딘가에서, 또 우주 어딘가에서 떠돌 것이다. 빛과 마찬가지로 일단 송출되면 사라지지 않는 것이 전파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지구의 대기권으로부터 해방되어 외계로 나아간 비틀스와 들국화의 음악은 우리가 감각하지 못하는 시간과 공간을 지나 언젠가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어느 먼 별의 미지의 존재에 닿을 것이다. 우리의 10대 시절을 키우고 위로해주었던 그 음악이, 우리가 지구와 우주에서 먼지가 되어 사라진 후에도 말이다. 라디오는 그래서 별, '라디오 스타'다. (라디오, p.80)


이때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르는 것이다. 우리 몸의 '중심'은 어디일까. 배꼽일까, 심장일까, 얼굴일까, 아니면 허리일까. 혹시 중심은 고정적인 특정 자리가 아니라, 이 작은 사물을 붙여야 하는 그 상황에서 발생한 바로 그 상처의 자리가 아닐까. 상처에 몸 전체의 신경이 집중됨으로써 육체와 정신도 꼼짝없이 그 자리에 구속되기 때문이다. (…) 이런 사고를 확장시켜보자. 사람의 신체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중심이 있다면? 지금 이 시각 아픔을 호소하는 곳이 있다면, 그런 존재가 있다면 거기가 바로 사회의 중심이요 이 순간 가장 중요한 자리가 아닐까. 그 자리를 돌보는 것은 사회라는 신체 전체를 돌보는 일이기도 하다. 엄마가 붙여준 밴드처럼 그곳에도 밴드가 필요하다. 엄마와 밴드의 그러한 역할은 사회 구성원인 우리도 같이 할 수 있다. (밴드, p.111)


우주의 모든 사물이 중력의 영향을 받는 데 비해 빨대는 중력을 거스르는 수직상승 운동을 보여주는 사물이라는 것이다. 숨을 통해 낙하 법칙을 거스르는 운동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빨대는 생명 현상의 메타포처럼 보인다. (…) 한마디로 무생명의 특징은 주변 환경의 흐름에 내맡겨져 떠내려간다는 것이고, 생명의 특징은 그런 환경에서도 거슬러 오른다는 것이다. (빨대, p.132)


이 사물은 문화-문명이라는 이름의 '사람다움'이 저절로 생기거나 확고부동한 물리적 실체가 아니라, 부단히 관리하고 제어해야 하는 지향적이고 동사적 행위라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일지 모른다. 사람은 사람에게서 났으나 '사람다움'은 사람에게서 오히려 멀리 있다. 그래서 그 멀리 있는 것을 가까이 가져 오기 위한 노력의 이름이 '문화 · 문명'이다. 그냥 두면 사람은 짐승이나 귀신이 되기 십상이다. (손톱깎이, p.143)


시적인 말은 의식의 표층에 떠 있는 명료한 소리, 큰 소리가 아니라 스스로도 분간하지 못하는 소리, 내면의 미묘한 파장, 어둠 속에 묻혀 떠오르지 않는 소리, 존재했으나 망각된 기억, 억압되어 의식의 저 해저에 갇혀 있는 소리들을 시인이 길어 올린 것이다. 조금 다르지만 본질적으로는 다르지 않은 차원에서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프로이트는 '이런 말들에 진짜 내 심장이 깃들어 있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그가 남긴 수수께끼 같은 문장은 "Wo es war, soll ich werden(그것이 있는 곳에 내가 있다 / 그것이 있는 곳에 내가 있어야 한다)"은 이런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잘 들어야 하는 것 중에는 때로 내 안 깊숙이 스민 말들도 있다. 시나 정신분석에서는 이런 말들도 전적으로 '내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타자'라고 부른다. 그것은 내가 주체가 되어 통제할 수 있거나 자기도 잘 인지하지 못하는 나의 타자인데, 진실은 바로 이 타자에 있다. 타자를 존중하는 것은 낮은 자리에서 나오는 나직한 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과 다른 것이 아니다. (스피커, p.160)


텀블러가 보온병 같은 단순한 도구-생필품이 아니라 기호가 된 이유는 이 사물 역시 최근 거의 모든 유행 아이콘이 따르는 두 가지 공식을 좇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공식은 해당 사물의 명칭을 낯설고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어떤 사물이 도구로부터 이탈한다는 것은 그 사물을 부르는 명칭에서도 도구적 느낌을 거둬낸다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 사물의 이름 자체에서부터 그것이 '도구'라는 사실을 망각시켜야 한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모호하거나 이국적이거나 아예 국적이 느껴지지 않는 명칭이 필수적이다. 서양 문화에 대해 상당한 콤플렉스가 있는 우리 사회에서는 동일한 사물의 이름을 외국어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기호적 효과를 만들 수 있다. 그것의 쓸모가 무엇인가와는 상관없이 '서양' '현대'라는 이미지만으로도 본래의 쓸모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두 번째 공식은 중장년 세대가 아닌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삼는 것이다. 우리 시대에서 늘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유행하는 사물의 이미지는 그것을 누가 사용하는가에 따라 결정적으로 좌우된다. (텀블러, p.24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차피 다닐 거면 나부터 챙깁시다 - 매일같이 털리는 직장인에게 필요한 멘탈 스트레칭 에세이
불개미상회 지음 / 허밍버드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회사 출근하는 게 너무 끔찍하게 느껴지는 요즘. <어짜피 다닐 거면 나부터 챙깁시다>라는 책 제목에 끌려서 이 책을 집어들었다. 책을 펼치면 한 면은 짧은 글, 다른 한 면은 임팩트 있는 그림 한 점으로 채워져 있다. 말장난, 언어유희로 점철된 소제목과 그림 밑 해쉬태그에 처음에는 공감하면서 재밌게 읽었는데, 뒤로 갈수록 어딜 가도 회사생활은 거기서 거기니까 참고 견디라는 엄마의 잔소리 같이 느껴져서 오히려 피로하게 느껴졌다. 친구 붙잡고 회사 욕하면 처음에는 좀 풀리는 것 같다가도,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면 듣는 사람 말하는 사람 모두가 피로해지는 순간이 온다. 처음에는 내 이야기처럼 공감하면서 읽었지만 뒤로 갈수록 내 이야기 같지 않고 남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는 피로도가 몰려왔다. 이 책이 네이버 출판 서바이벌 1위한 책이라고 하는데, 네이버웹툰 잡다한컷과 비슷한 느낌이다. 이것이 바로 Naver 갬성인가...

 

가장 내 이야기 같았던 편은 "어쩌라고 정신"편이었다. 요즘 나한테 가장 필요한 정신이지!

일일이 빡쳐서 매일 매일이 지옥 같았던 2018년 상반기 ㅠㅠ
 

 

반대로 잉스러웠던 편은 "매일매일 갈라쇼"편. 언제부터 김연아 선수의 주특기가 트리플 악셀이었나 싶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소한 것들 - 인생을 바꾸는 아주 작은 차이
앤디 앤드루스 지음, 이경식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저자 앤디 앤드루스는 세계적 베스트셀러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의 작가이자, 개그맨 겸 조직 컨설턴트 일을 하는 통찰자란다! 결국 그 말을 쉽게 바꿔 말하면, 앤디 앤드루스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란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은 사소함이 불러오는 차이에 대한 열 다섯가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결국 "성공하려면 사소함에 목숨을 걸 것"을 우리에게 주문한다. 이 시대 우리 모두는 성공을 꿈꾸고 있기 때문에.


꼼꼼한 준비, 긍정적인 마음가짐, 끊임없이 ‘왜?’라고 던지는 질문, 포기하지 않는 끈기, 반대편에 설 수 있는 용기, 자신의 잘못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태도……. 저자는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을 통해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관점을 아주 조금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변화가 개인적 혹은 직업적 차원의 삶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내게 던진 질문 중에서 가장 묵직했던 질문은 신의 관점에서 내 최상의 미래를 상상해보고, 그 미래와 현재 내 삶의 갭을 비교해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랬을 때, 신은 우리 부모님이 항상 내게 던지는 것과 같은 질문을 내게 던졌다. "얘야, 너는 지금보다 더 좋은 것을 가지기 위해 왜 노력하지 않는 거니? 나는 네가 그럴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는데 말이다."


좋은 이야기가 이 책에 너무 많아서, 한 두번 읽기로는 소화해 낼수가 없는데, 다행히도 이 책은 여러 번 읽을 수 있을 만큼 읽기 쉽고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왕중추 <디테일의 힘 1,2>권에서 나오는 이야기들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언급하는 일화들이, 사소함이 가진 힘을 전달하는데더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대부분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이야기, 실화 중심으로 이야기를 꾸렸지만, 왕중추 씨는 어디서 이미 들어봄직한, 교훈적인 타인의 이야기로 책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내것과 내것이 아닌 것, 여기서부터 벌써 갭이 크다. 세상에는 책 한 권으로 묶을 수 있는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있지만, 앤디 앤드루스의 이야기는 앤디 앤드루스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읽은 메세지는 요약해서 남에게 전달할 수 있겠지만(제목부터가 이미 스포일러다!), 이 책에 실려있는 일화들은 '내 이야기'가 아닌 탓에 저자만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내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읽기를 권장하고 싶다.


- - - - -


하나의 아이디어가 모든 것을 바꿀 것이며, 하나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꿀 것이다. 당신과 나는 하나의 아이디어가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 하나의 아이디어가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하는 것을 목격했었다. 하나의 아이디어는 당신이 현재 있는 곳에서 당신이 가고 싶어하는 곳으로 당신을 데려다줄 수도 있다. 그런데 만에 하나라도, 위대한 아이디어는 모두 이미 나와버렸으니 이제 더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을 거라는 잘못된 생각은 하지 말자. 인류는 오래전에 달에 사람을 보냈지만, 그로부터 아주 긴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가방에 바퀴를 단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 얼마나 많은 멋진 아이디어가 당신이 자기 앞에 나타나주길 끈기 있게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p.35)


평균적인 성취를 거두는 사람들은 결코 생각하지 않는 진실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인생이라는 경기장에서 뛰는 어떤 특출한 선수가 발휘하는 어떤 특출한 기량은 해당 경기가 벌어지는 시점보다 훨씬 이전에 이미 준비된 것이다. (…) 펠프스가 펼쳤던 경기를 놓고 보자면, 그를 우승자로 이끌었던 아주 작은 차이는 그가 거기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했던, 거의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한 어떤 차이를 통해 획득한 것이었다. 예컨대 그는 경기 당일 아침에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셨을 수도 있고, 경기 일주일 전에 연습을 하면서 수영장 레인을 한 차례 더 왕복했을 수도 있으며, 혹은 어디에선가 5분의 휴식을 더 취했을 수도 있다. (…)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신체의 모든 활동과 동작은 뇌에서부터 시작된다. 펠프스가 경기 도중 어떤 부정적인 생각을 조금이라도 했다면 그 생각 때문에 그의 기록이 0.02초 느려졌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혹은 출발 신호를 기다리던 순간에 그의 머리에 떠오른 어떤 긍정적인 생각 덕분에 금메달과 은메달을 갈랐떤 문제의 그 0.01초가 가능했던 건 아니었을까? 펠프스가 이 경기에서 우승했을 당시 그의 후원업체였떤 스피도는 그에게 100만 달러를 지급했다. 펠프스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간에 이처럼 그를 지원하고 후원하는 사람이나 기업은 줄을 서기 마련인데, 이것만 보더라도 100분의 1초라는 아주 작은 차이가 얼마나 어마어마한 가치를 낳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 100분의 1초를 놓고 따지는, 정말 사소한 이야기다. (p.39)


세부적인 사항들을 모두 확실히 처리해라. 지금 당장 따로 시간을 내서 바로잡아두지 않는다면, 과연 나중에 그럴 기회가 올까? (p.40)


수백 년 전에 일어났던 어떤 역사적 사건에 관한 이야기들은 흔히 다양한 버전으로 전해져온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를 생각해본 적 있는가? 동일한 사건을 두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다투는 일은 특히 역사 기록을 찾아보면 분명하게 나타난다. 사람들은 대부분 '역사'와 '과거' 사이에 커다란 차이가 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한다. 단순하게 보자면 과거는 지금이 아닌 예전에 일어났던 일이지만 역사는 그 일을 소재로 하여 어떤 사람이 쓴 글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동일한 사건을 놓고 수많은 다양한 버전의 설명이 인터넷이나 역사책에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과거와 역사를 대조하면 또렷이 드러난다. 어떤 사건을 재구성할 때 그 사건을 구성하는 사소한 부분들이 흔히 무시되거나 삭제되는 이유도 과거와 역사의 대조 속에서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런 사서한 누락들 때문에, 학생들이나 사회 전체가 과거에 실제로 일어났던 일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사실과 전혀 다른 것으로 바뀌곤 한다. 이에 대한 고전적 사례로는 나폴레옹의 워털루 전투에서 거둔 승리 이야기를 들 수 있다. (pp.40-41)


화를 내는 것만큼이나 자기 인생에 손해가 되는 행동은 없다. 우리는 화를 내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화를 내지 않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게 간단하다. 굳이 쉽다고 할 것조차 없다. 그냥 간단한 일이니까. 게다가 이 선택을 우리는 언제나 자기 통제권 안에서 행사할 수 있다. (p.55)


어떤 일이 말썽 없이 잘 돌아가고 있을 때면 우리는 그것을 그냥 가만히 내버려둔다. 고장이 나거나 말썽이 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러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우리는 이유를 묻고 해답을 발견한 뒤 문제를 해결하고, 그래서 일이 다시 잘 돌아가게 되면 손을 놓는다. 이렇게 하는 것이 왜 문제일까? 이것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게 해주는 어떤 것을 배울 최상의 기회를 우리가 놓치고 있음을 뜼하기 때문이다. 그 기회를 활용하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것이 완벽하게 잘 돌아가는 바로 그 시점에 '왜'라고 물으면 된다. (pp.69-70)


'거의'는 위험한 개념이다. 이 개념을 믿다가는 어떤 집단에서 배제될 수 있고,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 있으며, 심지어 죽을 수도 있다. 결코 속아서는 안 된다. '거의 안전하다'는 안전하지 않다는 뜻이다. '거의 일직선이다'는 일직선이 아니라는 뜻이다. (p.84)


나는 내가 보냈던 그 초등학교 미식축구 시즌이 아버지에게 얼마나 힘든 경험이었는지를 열여덟 살 때 처음 알았다. 그 이야기를 해준 사람은 어머니였는데, 어머니는 그때 아버지가 흘린 눈물이 내가 흘린 눈물보다 더 많았다고 이야기해주셨다. 어머니의 말씀으로는 내가 무언가를 하다가 도중에 포기하는 것을 '일이 힘들 때 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선택지'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버지의 확고한 생각이었다고 한다. (p.100)


"이것만 기억하면 된다. 성공은 많은 형태로 찾아오고 또 자기 나름의 시간표에 따라서 등장한단다. 너는 지금도 그때의 미식축구 활동이 시간 낭비였다고, 혹은 네가 그때 실패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만 난 이 말을 네게 지금 꼭 해주고 싶구나. 그때 그건 실패가 아닌 성공이었다고. 왜냐하면 너는 정말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결국에는 버티고 돌파할 수 있음을 증명했으니까 말이다. 이건 장담할 수 있는데, 나중에 언젠가 너는 초등학교 6학년의 그 힘든 시즌을 겪으며 네가 스스로 개발한 투지 덕분에 성공을 경험하게 될 거다. 그리고 하던 일을 도중에 포기하는 습관을 들이지 않을 때 가질 수 있는 어떤 미덕 혹은 강점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아는 유일한 사람이 되겠지. 바로 네가 말이다." (p.102)


당신 어머니가 당신에게 하는 말. "다른 사람들이 모두 절벽에서 뛰어내린다고 해서 너도 따라서 뛰어내릴래? 다른 사람들이 모두 한다고 해서 그 일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란다." (p.107)


'어떤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 바위에 새겨져 있으므로, 모든 사람들은 전혀 생산적이지 않은 방식을 줄기차게 고집하며 '바나나 껍질을 벗긴다.' 사소한 어떤 것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결론을 안토니오 같은 사람이 보여주기 전까지는 말이다. (p.114)


당신이 생각하는 모든 것이 반드시 옳다고 늘 믿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다가는 당신이 인생을 살면서 경험했을 수도 있는 성장 잠재력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만다. 솔로몬 왕은 '사람은 일생을 사는 동안 늘 잃어버린 보석을 찾듯이 지혜를 찾아야 한다'고 썼다. 그는 지혜야말로 아무리 많은 돈을 지불하더라도 충분히 사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진실은 지혜의 토대다. 그리고 원리라는 것은 토대가 되는 진실이다. 그러므로 토대가 되는 진실은 언제나 옳은 것이고, 인생의 원리들은 언제나 제대로 통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런 사실을 통해 우리는 현명해지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여러 원리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우리는 그런 원리들을 이해하려고 힘써야 한다. 그리고 또한 한층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여러 원리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자 나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여러 원리를 깊이 이해할 때 당신과 당신 가족은 그만큼 많은 힘을 가지게 되고, 따라서 나쁜 결과로부터 그만큼 많이 보호받을 수 있다. 여러 원리는 언제나 늘 작동한다. 당신이 이 원리를 알고 있뜬 아니든 간에 이것들은 당신 주변에서 늘 작동한다는 말이다. '법을 몰랐다는 것은 변명이 안 된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마찬가지로, 원리를 몰랐다는 이유만으로 원리를 어겼을 때의 결과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것 또한 기억해야 한다. (pp.121-122)


보다 깊이 이해한다는 것은 당신이 지금 알고 잇는 것보다 아주 조금만 더 많이 이해하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아주 조금만 더 많이 이해할 때, 우리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 (p.123)


당신의 관점은 당신만의 것이다. 그걸 가진 사람은 당신이다. (…) 당신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태어났다. 당신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을 당신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은 길이 끝났다고 보는 환경에서도 당신은 길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p.127)


모든 사람은 일이 잘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일이 바뀌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p.162)


'좋은 것'은 언제나 '가장 좋은 것'의 적이다. (p.19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 감정 오작동 사회에서 나를 지키는 실천 인문학
오찬호 지음 / 블랙피쉬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랜만에 책 인증샷을 올려본다. 같이 받은 굿즈가 넘 예뻐서. 키링은 "괜찮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우리들의 메세지를 고유해주세요."라는 의도로 책 안에 담고 있는 메시지로 만든 것이란다. Shame on me / I'm a feminist / YES KIDS ZONE / Gender equality / It's not ok 5개의 메세지가 있다. 핀버튼과 스티커 3종 세트는 알라딘 구매시에만 받을 수 있는 알라딘 단독 증정 굿즈다.


책 띠지에는 '차이나는 클라스', '말하는대로'에 나온 사회학자 오찬호의 신작임이 강조되어 있다. 해당 방송을 보지 못해서 책 내용에 대한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읽었는데, 오히려 그 덕분에 시간 가는줄 모르고 재밌게 읽었다. 가장 처음에 접한 신속배달로 인해 죽은 배달원 에피소드를 읽을 때에는 쉽게 서비스 불만을 터트리는 내 태도를 돌이켜보게 만들었고, 작가의 '예스 키즈 존'에 대한 생각(애엄마에 대한 혐오가 아동혐오로 이어졌다는 작가의 주장)은 나의 생각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시각으로 접근할 수도 있는 문제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특히 우리나라는 어떤 일이 발생하면 그 문제의 탓을 피해자의 노력 여부나 운을 언급하며 개인탓으로 치부한다는 내용들이 가슴 깊게 와닿았다. 어렸을 때부터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병폐들-부조리하고 정의롭지 않은 상황이 일어나도 직장생활을 유지하려면 결국 참거나 침묵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떠올렸다.


"기승전 '사회 탓' 말고 실질적인 해법은 없을까요?"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내가 행복해진다는 거잖아요. 그럼 저는 당장 뭘 해야 할까요?"

저자는 책 서론부에 많은 사람들이 저자의 강의를 듣고 그렇다면 당장 내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를 많이들 묻는다고 했다. 기존에는 저자가 사회적 현상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사람들에게 제기하는 것에 그쳤지만, 이 책은 사람들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썼다고 한다. 사람이 아플 때, 의사의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만 해방전을 처방받을 수 있고, 시간이 지나 나을 수 있다. 우리 모두 사회에 불만만 가지지 말고, 우리가 어렴풋하게 느끼고 있는 사회의 문제점이 뭔지를 명확하게 말할 수 있어야 이에 따른 해결책을 떠올릴 수 있다.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해법, 그건 바로 우리가 제대로, 제때 성찰하며 사는 것이란다. 불만이 폭주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사회인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 - - - -


끝난 후에 다 같이 피자를 먹기로 했었나 보다. 선생님은 왜 아직도 피자가 안오냐면서 다급히 전화기를 든다. 비에 젖은 배달원이 가쁜 숨을 내쉬며 도착하자 기어코 한마디를 한다. "제때 갖다 달라고 신신당부했건만……." 다른 선생님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말을 보탠다. "앞으로 다른 곳에 주문하죠." 지구를 향해 오는 소행성을 폭파시키기 위한 것도 아니고, 한국에서만 1년에 6억 마리 넘게 도계된다는 그런 (닭에게는 미안한 표현이지만) 사소한 치킨 한 마리 배달하다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무서운 사회 구조는 이렇게 완성된다. 사람이 죽을 확률이 높은 시스템을 애용하는 우리들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하지만 실제로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은 없다. 모든 게 그 대단한 '권리' 때문이다. (p.26)


분노하지 말아야 할 것에 분노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면 이런 꼴이 난다. '구조적'으로 정의롭지 못한 사회가 완성되는 셈이다. (p.33)


누구는 주인이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게 왜 문제냐고 한다. 앞서 사적 재산권의 문제를 짚은 게 이 때문이다(층간소음). 주인은 사회 '밖'에서 사는가? 개인에게 어떻게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를 위반할 자유가 있단 말인가? 자신의 공간을 단지 장사에 최적화된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 누군가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할수록 일상에서 아이의 '저지레'를 예방하지 못한 엄마들은 혐오 받아도 마땅한 대상이 된다. 또 배제가 당연한 줄 알고 자란 아이들이 어떤 '노-OO존'을 만들지 걱정이다. 딱 한 걸음만 떨어져서 보면 말도 안 되는 생각과 행동을 타인을 향해 할 수 있는 용기, 이것이 혐오다. 그럴 만한 이유를 상대를 가려서 주장하는 사람, 혹시 당신 아닌가? (p.37)


부모의 경제력과 사교육의 투자 정도, 그리고 입시 결과의 상관성을 말할 때 "우리 아이는 학원 한 번 다닌 적 없지만 특목고 갔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 지방(대) 출신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을 이야기 할 때 온갖 수모를 참아내고 대기업에 합격한 자기계발서의 '남 탓 하지 않는 주인공'을 등장시키는 사람들……. 이들은 억지로 예외를 찾아서 '산다는 건 사람 하기 나름'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타인의 상황이 어떠하든 "괜찮아. 열심히만 하면 다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을 남발한다. 고통받는 당사자들은 하나도 괜찮지 않은데 말이다. 단언컨대, 예외를 가지고 평균적인 불평등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반드시 나쁘게 변한다. (p.41)


윤가은 감독의 영화 <우리들>에는 모든 어른들이 두고두고 명심해야 하는 대사가 등장한다. 영화는 인간관계의 삭막함에 지쳐가는 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들의 일그러진 심리를 에두르지 않고 드러낸다. '당해 봐서 다 아는' 주인공은 경험에서 우러난 세상 이해를 한다. 현실은 냉정하다, 당했다면 그대로 갚아야 한다. 그래서 어느 날 다섯 살 동생이 친구와 놀다가 한 대 맞고 상처가 나서 돌아오자 화를 내면서 "너도 때려야지! 왜 맞고만 다녀!" 라고 소리친다. 하지만 동생은 그걸 조언이랍시고 하느냐면서 퉁명스럽게 말한다. "계속 때리가만 해? 그럼 언제 놀아? 친구가 때리고 나도 때리고 나도 때리고 친구가 또 때리고……. 난 그냥 놀고 싶은데." (p.72)


'이기적인' 공동체에서 '이타적' 개인이 존재할 리 없다. 결국 각자도생만이 해법이기에 '나'는 우리로 뭉치지 못하고 원자화된다. 연결되지 못한 원자들은 '약하기에' 어떻게든 자신이 짊어져야 할 부담을 최소화하는 걸 상책으로 여긴다. 그것이 의무라도 말이다. 공공선을 파괴하는 행동을 감히 절약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우리의 불안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거다. (p.108)


남자든 여자든 '때릴' 권리느 없다. 누구도 '맞지 않을' 권리가 있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남자가 여자 때리는 거 아니야'라는 건 푝력 자체에 엄중한 경고보다 왜 '강한' 남자가 '약한' 여자를 배려하지 않느냐면서 문제의 본질을 다른 맥락으로 전환시켜 버린다. 오히려 '남자라면' 지당 참아야 한다는 느낌에는 경우에 따라 '맞을 만한, 그래서 때려도 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뉘앙스다. 여기에 젖어들면 '네가 여자라서 참는다'는 해괴망측한 의지 표현을 자랑이랍시고 떠벌리고 다니는 이상한 남자가 탄생한다. 참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이상하나 의지로 버티는 남자들은 여자를 잘 때린다.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짓을 '참는다''고 이해하면 '손해본다', '그래서 억울하다'고 생각이 확장되기 때문이다. (…) '강자라서' 배려를 하다 보면 배려받는 자는 만만한 '약자'로 인식되어 상황이 급변하면 '감히 네가'라는 생각이 자동적으로 튀어나온다. 배려한 만큼 배려한 쪽이 사랑을 좌지우지해야 하는데 상황이 반대로 흘러가니 자신이 '억울하다'고 생각하고 뚜겅이 열린다. 남자들만 이상하게 성장해서가 아니다. "남자가 여자 때리는 거 아니야"라는 말은 '여자인' 아내가 아들이 '쪼잔하고 좀스러운' 남자가 되지 않길 희망해서 한 말이다. 그리고 '딸'도 들었다. (…) 사람이 들어갈 자리에 남자, 여자를 넣어 보자고 다같이 협심하니 어찌 우려가 안 되겠는가. (pp.120-121)


기업들은 정말로 긍정적인 사람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회사원들이 사장의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내고 '이 정도면 충분하지'라는 긍정을 했다가는 바로 '태만한 사람' 소릴 듣는다. (…) 기업은 '사실을 부정하는', '불의를 보고도 참을' 긍정적인 사람을 인재라 한다. 이를 잘 알기에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청춘들은 가치관을 통일시킨다. (…) 모두가 부정을 보고도 부정하겠다는 다짐을 드러낸다. (p.1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 컴퍼니 휴넷 스토리 - 기업은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
조영탁 지음 / 행복한북클럽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책은 휴넷의 대표가 휴넷의 비전, 사명, 핵심가치와 이념 설정부터 시작해, 휴넷웨이라는 고유의 문화가 기업 전체에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시도한 다양한 시도들과 진행중인 제도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직원의 행복"과 "직원의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많은 것을 느끼고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개인적으로 책 뒷면에 "직원 행복은 기업의 의무다!"라는 문구가 인상깊었다. 그리고 이익 추구 포기를 정관에 명시한 책의 첫 시작부도. "우리는 이익 극대화가 아닌 직원, 고객, 사회, 주주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의 행복 극대화를 목적으로 한다."


- 휴넷의 사명은 '에듀테크 교육 혁명으로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든다'이며, 경영이념은 '남을 먼저 이롭게 함으로써 내가 이롭게 된다'라는 자리이타自利利他 정신, 비전은 '세계 일등 교육기업, 행복한 성공 파트너', 그리고 핵심가치는 '직원 최우선의 원칙', '고객 행복 컴퍼니', '모범 컴퍼니', '일등 컴퍼니'이다. 직원들이 휴넷웨이(휴넷정신)를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게끔 조 대표는 이를 더 자주 이야기하고, 필요한 교육을 더 많이 하고, 경영층부터 솔선수범하도록 전두지휘하고 있다.


- 휴넷은 탐나는 독특한 제도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휴가신청란에 사유를 적을 필요가 없는 '무제한 자율휴가제', 5년 근무하면 1개월 재충전할 수 있는 '유급 휴가제', 근무 시간을 스스로 선택하는 '근무시간 자율 선택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또한 전 직원에게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제공되고 있다. 리더십 칼리지 프로그램, 매월 리더십 TED, 365학점제, 혁신아카데미, 학습휴가, 필드앤포럼, 휴넷 유니버시티라는 이름의 사내 대학 운영, 금요일 하루는 일 대신 학습에 시간을 쓰는 프라이러닝데이 등. 휴넷은 향후 매출액의 3퍼센트까지 교육비를 증액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세상에서 가장 교육을 많이 하는 회사', '교육을 가장 잘하는 회사'로 발전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그것을 지원해줄 수 있는 자양분, 즉 회사의 경영이념과 문화가 맞지 않으면 뿌리내릴 수 없다. 좋은 것만 가져다 붙여 만들었지만 괴물을 탄생시킨 프랑켄슈타인 박사처럼, 휴넷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강점 제도를 거리낌 없이 보여줄 수 있는 이유는 아무나 따라서 만들 수 없는, 휴넷이기에 가능한 제도들이기 때문인 것 같다. 


- "TGIM, 오늘이 월요일이야!" 우리나라에 이렇게 행복한 기분으로 출근하기 위해 월요일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과연 있을까? 왜 기업은 직원들이 회사에 열정을 바치길 원하면서 열정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 행복이라는 에너지는 제공하려고 하지 않는 걸까? 왜 요즘애들은 자기들 세대처럼 희생정신이 없다고 한탄할까? 행복하지 않은 직원들이 어떻게 고객의 행복을 끌어낼 수 있을까?



- - - - -


컨설팅 회사인 템킨의 연구에 따르면 사명의식 있는 직원이 자사를 지인에게 홍보할 가능성은 평균보다 4.7배 이상 높다고 한다. 또한 사업의 개선 방안을 제안할 가능성은 평균보다 3.5배, 회사에서 기대한 수준 이상의 일을 주도적으로 행할 가능성도 3.5배 높다고 한다. 회사가 세상을 바꾸는 사명을 확고히 할 때 직원의 몰입도가 높아지고 직원 행복도 커진다. 숭고한 사명에 대해 직원들이 올바로 인식하면 외부적으로 성공을 창출하는 행동방식이 자연스레 이어진다. 그것이 기업을 위해, 고객을 위해, 동료 직원을 위해 더 노력하게 만든다. 곧 사라질 일시적 열정을 뛰어넘어 세상을 바꾸기 위한 야심찬 사명에 동참하게 만든다. 위대한 기업은 위대한 사명으로부터 출발한다. (p.33)


구성원들이 머리로 비전을 이해하게 되면 전략이 일관성 있게 한 방향으로 정렬되고 조직의 힘이 그 방향으로 결집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소위 전략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선택과 집중의 바로미터가 바로 비전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머리로만 이해해서는 비전이 온전히 작동하지 않는다. 가슴으로 비전을 받아들여야만, 구성원의 열망을 끌어내어 비전 달성을 앞당길 수 있다. 폭발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가슴으로 받아들이려면 그 비전에 숭고함이 들어가거나, 세상을 구원하는 것과 같은 원대한 목표가 들어가 있어야 한다. (p.42)


불가능해 보이는 원대한 꿈을 꾸고 그 꿈이 모두의 것이 되게 함으로써 운명공동체가 되어 한 방향으로 매진하게 하는 것, 그것이 리더의 첫 번째 역할이다. (p.44)


바람직한 성공, 즉 우리 휴넷이 추구하는 행복한 성공은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것을 말한다. 첫째, 성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그 과정이 올바르고, 윤리적이고, 남과 더불어 성공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본인이 가진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그 결과 최상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어야 한다. 셋째, 성취의 결과가 개인의 안위가 아닌 사회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p.45)


시계를 만드는 것,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핵심가치를 만들고 그 가치에 따라 조직이 일관성 있게 움직이도록 하는 것 (p.49)


잭 웰치 GE 전 회장은 "훌륭한 사명은 당신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려주며, 가치는 당신이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행동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말해준다"라고 말했다. (p.50)


공자는 '근자열 원자래'라 했다.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잘하면, 멀리 있는 인재들이 찾아온다 (p.58)


"나의 경영 이념은 '소니와 이해관계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직원들의 행복이 나의 최대 관심사다. 그들은 한 번 밖에 없는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기를 소니에게 맡긴 사람들이기 때문에 반드시 행복해져야 한다." (…)직원들은 하루의 상당부분을 회사에 투자한다. 소중한 시간의 대부분을 회사 관련 일을 하면서 보내는 것이다. 한 번뿐인 소중한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우리 회사에 바치고 있는 사람들, 난와 함께 인생의 소중한 시기를 회사에 투자하는 사람들, 그들의 인생을 가치 있게 살도록 도와주는 것, 그들이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들의 성장과 발전을 돕는 것이야말로 경제적 이유를 떠나 회사와 경영자의 당연한 의무다. (pp.58-59)


EVP(Employee Value Proposition) … 회사가 우수한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해 이미지를 개선하고 직원 친화적인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활동 (p.60)


단순히 학슴만 가지고는 리더를 크게 성장시킬 수 없다. 가장 강력한 방법은 구체적인 평가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키워주는 방식이다. (p.82)


직원몰입도 … 직원이 자신이 근무하는 기업을 위해 시간, 노력, 에너지 등을 얼마나 자발적으로 투자하는지를 나타내는 수치 (p.89)


우리는 창업 초기부터 하루에 한 시간씩 공부해야 한다는 취지의 365학점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상당히 유연하게 운영하고 있어서 독서는 물론이고 학습에 도움이 되는 영화 관람도 학점으로 인정 (p.98)


'혁신아카데미'라는 제도를 새롭게 도입했다. 매주 금요일 아침 한 시간 빨리 출근해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강의를 듣고, 대신 한 시간 빨리 퇴근해 주말을 남들보다 한 시간 빨리 시작하는 제도 (…) 연간 40여 회에 이르는 강의 주제도 나름대로의 기준에 맞춰 편성한다. 고객만족에 대한 것은 몇 회, 직원 윤리나 기본 소양 몇 회, 인문교양 몇 회, 비즈니스 스킬 몇 회, 신기술과 트렌드 몇 회하는 식으로 강의를 배치한다. (p.99)


필드앤포럼 … 각 부서별로, 혹은 전사를 대상으로 6개월 동안 학습할 주제를 스스로 정하고 학습동아리를 만든 다음, 근무시간에 관계없이 모여서 토론하고, 주제에 관해 발표하고, 때로는 외부 전문 강사의 강의를 듣기도 한다. 학습이 끝나면 회사에 적용할만한 아이디어를 내서 바로 실천하거나 제안 (p.100)


경영과 리더십은 곧 사람에 관한 것이다. 경영자의 지향점과 철학, 비전과 전략, 회사의 제도와 정책, 변화 이슈에 대해서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가질 경우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반면에 서로서로 다른 생각과 오해를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조직의 힘은 약화될 수 밖에 없다. 이 모든 것이 곧 소통의 문제다. 직원들의 자발성과 주인의식, 동기부여 역시 소통에 따라 달라진다. 주의 깊게 들어주고, 의사결정에 참여케 할 때 당연히 주인의식과 자발성이 높아지고 동기부여가 활발해진다.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끌어내는 것 역시 소통과 상관관계가 높다. 소통이라는 환자는 '갓 베어 놓은 풀과 나무 사이를 바람이 통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유래되었다.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는 조직은 곧 썩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고, 소통이 활발해질 경우 조직의 위기 징후를 빨리 알아내어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경영과 리더십의 성패는 소통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105)


비전, 전략 방향 등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한두 번 이야기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알아들을 때까지 끝까지 이야기해야 한다. 하향식 일방향 소통보다는 쌍방향 수통형 소통이 필요하다. (p.107)


휴넷은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바꿨다. 상대평가의 가장 큰 문제는 동료를 협력자가 아닌 경쟁자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 1회 평가에서 수시 평가와 피드백으로 바꾸었고, 평가의 목적도 승진과 보상을 위한 평가에서 코칭과 육성, 현업에서의 성과 창출 극대화를 우선 목표로 전환했다. (p.117)


변화 혁신에서도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과 중간관리자 층의 솔선수범이 중요하다. 사장과 경영진보다는 중간관리자가 변화에 더 많이 저항한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따라서 변화 혁신을 즐기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중간관리자에 대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수시로 중간관리자 층에 대한 코칭과 교육을 통해 안주와 저항 대신 변화를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 변화를 위해서도 학습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끊임없이 학습을 해야만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생겨 미래를 향한 도전에 나서게 된다. 과거에 연연하고 안주하면 실패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학습을 통해 배울 수 있다. (p.156)


과거의 지식과 경험, 성공 체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언러닝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과거의 지식에서 벗어나는 길 여시 끝없이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데서 찾을 수밖에 없다. (p.15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