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저널 그날 조선 편 2 - 문종에서 연산군까지 역사저널 그날 조선편 2
역사저널 그날 제작팀 지음 / 민음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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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1권 태조에서 세종까지보다 2권 문종에서 연산군까지를 더 재밌게 읽어서 2권에 좀 더 높은 평점을 매겼다. 2권은 세자빈 권씨가 단종 낳고 죽던 날(방송20회), 계유정난(방송5회), 수양대군이 옥새를 받던 날(방송6회), 세조와 공신들이 피로 맹세한 날(방송21회), 남이 장군이 혜성과 함께 사라진 날(방송22회), 인수대비가 며느리에게 사약을 내린 날(방송23회), 연산군이 어머니의 복수를 시작한 날(방송24회)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별 기획은 조선 왕릉의 비밀이다.

 

훌륭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라설까. 세종에게는 유달리 총명한 아들들이 많다. 장남 문종을 비롯하여 안평대군, 수양대군, 광평대군, 영응대군……. 믄종에 대한 책은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세종에 대한 책을 읽으면 문종을 알게 되는데, 문종이 오래 살았더라면 세종이 만들고자 했던 문치주의국가 조선의 틀이 굳어지고, 국방은 튼튼해져서 조선왕조가 좀 더 오래 가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든다. (몸은 비록 약했지만 문종은 신기전을 발명, 제작할 만큼 군사에 조예가 깊은 왕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날 2권에 내가 생각하는 역사가 바뀐 날로 문종이 죽던 날을 추가 하고 싶다. (책에서는 문종의 죽음을 다루고 있지만, 제목으로 다루고 있지 않은 점이 아쉬워서다.)

 

그렇지만 문종의 아들, 단종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많지 않다. 아버지 못지 않게 총명했다는 글은 몇 번 본 것 같기도 하다. 단종에 대해 알지 못하니 단종이 펼칠 치세는 상상이 아예 되지 않아, 세조가 반역에 실패했더라면, 단종이 왕위를 그대로 이었더라면 하는 가정은 해본 적 없다. 하지만 최근에 다음 웹툰 살생부를 읽고, 지금까지 눈여겨보지 않았던 '공신'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세조 이후로 다섯 차례의 공신 책봉이 있었고, 공신들에 주어진 혜택이 어마어마했으며, 심지어 공신은 살인을 해도 이를 눈감아주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다. 최근 방영된 그날의 '어사 박문수와 영조 균역법을 시행하다'에서 영조가 했던 말이 갑자기 떠오르더라. "백성은 나의 동포이니 백성과 함께 해야 한다. 너희들 처지에서 백성을 볼 때에는 너와 나의 구별이 있을지 모르나, 내가 볼 때에는 모두가 나의 적자인 것이다." 그렇지만 동복형제와 조카조차 죽여서 권력을 탐했던 세조에게도 백성이 이런 절절한 의미 있는 존재였을까? 세종과 문종이 품었을 애민사상이 사라져버린 세조의 조선은 매우 각박해진 모습이었을 것 같다. 세자빈 권씨가 죽지 않았더라면, 아니면 계유정난이 실패했더라면 정말, 이렇게 많은 피가 흐르지 않았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산군. 사실 이전까지는 인수대비가 폐비윤씨가 반성하기는 커녕, 왕을 원망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노라 거짓고변을 시켜 며느리를 죽인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연산군이 어머니 기일에도 난교를 벌이고, 어머니는 어머니고 나는 천수를 다 누리겠다는 내용의 시를 지었다는 사실을 알고 품었던 일말의 동정심마저 사라졌다. 가정교육이 문제였지만, 그것을 핑계로 대기에는 연산군이 저지른 일들이 너무 어마어마하다. 그가 만들어낸 고문 및 살인형법은 잔인하기 그지 없다. 만약, 성종이 태종처럼 연산군이 왕이 될 자질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다른 왕자를 왕위로 세웠더라면 어땠을까? 역사에는 만약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 책에서 찾은 오타가 하나 있다.

<221페이지 신병주: 정면에서 볼 때 왼쪽에 있는 것이 왕 무덤입니다.> 왕 무덤입니다로 고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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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주: 문종이 연이어 결혼에 실패하니까 왕실에서도 '이제 검증된 사람이 필요하구나' 하고 생각을 하는 거예요. 성격도 좋고, 신발도 안 태우고, 술도 덜 마시는 그런 사람을 뽑은 게 바로 세자빈 권씨였죠. 이때도 빠뜨린 게 있었어요. 건강진단서 제출을 요구했어야 해요. 권씨가 워낙 몸이 약한 사람이라 단종 낳고 바로 사망하거든요. (p.28)

 

이해영: 문종은 부치지 못한 편지 같은 느낌이에요. 우리에게 알려진 모습보다 문종이라는 사람 안에 훨씬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겠구나, 끝내 하지 못한 말씀도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p.38)

 

이해영: 단언컨대 피는 씻기지 않는다. 에너지가 보존되듯이 폭력도 보존되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한 번 발생한 폭력은 아무리 긴 시간이 지나도 어딘가에서 분명히 또 다른 폭력으로 발생합니다. 따라서 수양대군이 일으킨 그 폭력이 지금까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죠. 이는 좋지 안은 본보기입니다. 만약 세조가 저승에서 그때의 폭력을 후회한다면 김종서 개인에 대한 미안함이 아니라 계속해서 반복되는 이 기나긴 폭력의 에너지를 후회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p.72)

 

류근: 세조는 인간적으로 용서받기 어려운 인물이 됐지만, 신숙주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할 여지가 있을 것 같아요. 그 시대에 신숙주 같은 지식인이 정치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신숙주 같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 무뢰한의 정치에 균형을 잡을 수 있었던 게아니냐? 세조 시대가 이만큼이라도 정당성을 가질 수 있었던 건 그런 지식인들의 덕분 아니겠느냐? 이런 생각이 든다는 거죠. (p.95)

 

박현모: 저는 세종을 주로 공부했기 때문에, 다른 임금들을 연구할 때도 종종 세종과 빕교하게 됩니다. 세종과 세조 대에 공통적으로 여진족 토벌 기록이 나오는데요. 세조가 세종보다 더 좋은 성과를 거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세종은 1438년에 여진족을 토벌하는데 7800여 명을 끌고 60명을 사로잡는 성과를 거뒀고, 세조는 1467년에 만여 명을 이끌고 286명의 전과를 거뒀습니다. 거의 다섯 배에 가까운 수치죠. 게다가 세조는 대부분 최고 사령관인 신숙주에게 직접 지시를 내려 일을 추진하는데 비해 세종은 전부 기록을 통해서 의사를 결정했습니다. (p.98)

 

그날: 수양대군이 옥새를 받은 그날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어떨까요?

이해영: 어떤 경우에도 결과가 과정을 완전히 덮을 수는 없다. (p.101)

 

그날: 노년에 한명회가 이런 시를 남긴다고요.

청춘에는 사직을 붙들고,

늙어서는 강호에 누웠네.

신병주: 한명회가 자신의 위상을 과시하는 건데, 김시습이 이걸 보고 재치있게 패러디를 해요.

청춘에는 사직을 위태롭게 하고,

늙어서는 강호를 더럽혔네. (p.115)

 

그날: 갑자사화를 폐비 윤씨 사건에 대한 복수로 봐야 할까요, 아니면 정치적 고립을 극복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봐야 할까요?

신병주: 어머니의 복수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것 같아요. 실제로 갑자사화 이후에는 어머니 기일에도 유흥을 즐기고 심지어는 사람들 앞에서 발가벗고 교합했다는 기록까지 있습니다. (p.213)

 

신병주: 정면에서 볼 때 왼쪽에 있는 것이 왕이 무덤입니다. 뒤에서 보면 오른쪽이 되죠. 보통 살아생전에는 좌상우하라고 해요. 왼쪽이 높고 오른쪽이 낮다는 거죠. 그래서 삼정승 중에서 영의정 다음이 좌의정이거든요. 그 다음이 우의정이고요. 그런데 돌아가시면 이게 바뀌어요. 돌아가신 분을 기준으로 우상좌하가 되죠. 그래서 무덤 뒤편에서 볼 때 오른족이 높은 분, 즉 왕의 무덤이 됩니다. (pp.22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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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컬쳐 - 커피에 얽힌 문화와 숨은 이야기
최승일 지음 / 밥북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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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부모님을 위한 선물로 커피를 사 왔는데, 집에 와서 마셔보니 둘 다 향도 좋고 탄맛과 신맛도 심하지 않아 식후에 한 잔씩 꼭 마시고 있다. 그러다 갑자기 커피에는 어떤 종류가 있고, 종류별로 맛이나 향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또 어떤 식으로 끓여야 맛과 향이 사는지 제대로 배우고 싶어졌다. 마침 책콩 카페에서 이 책 [커피 컬쳐] 서평 이벤트가 열리길래, 이 기회에 커피에 대해 알아보자라는 탐구심으로 책을 신청했다.

 

이 책은 커피콩 구분하는 방법이나 맛있는 커피 레시피가 들어있는 책은 아니다. 그 대신 책 제목처럼 커피와 연관된 다양한 주제가 다뤄진다. 커피를 주제로 한 바흐의 음악, 카페를 관찰하고 그렸던 반 고흐, 커피 최다 생산국인 미국과 반대로 커피보다 차를 즐겨 마시는 영국, 살롱 문화의 프랑스, 비엔나 커피의 창조자, 콜쉬츠키……. 뒷 부분에는 내가 궁금하게 생각했던 커피의 맛과 향에 대한 설명도 있고, 한국의 커피 문화, 커피 대기업들 등에 대한 내용도 있다. 나는 원래 커피를 즐겨 마시지 않아서 커피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커피 왕 초보자'다. 이 책은 오로지 커피만을 주제로 다루는 책이 아니고, 전문적인 커피 용어가 쓰이는 챕터가 몇 없다보니(굳이 꼽자면 커피의 맛과 향 챕터?) 나 같은 초보자가 읽어도 결코 어렵지 않았다. 다만 책이 너무나 다양함을 추구한 나머지, 통일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이 아쉬웠다. 주제(커피)에서 벗어난 내용이 많아서 초반에 집중해 읽기가 어려웠다.

 

이 책에서 가장 재미없었던 토픽은 커피와 바흐, 커피와 반고흐다. 글에 커피는 없고 바흐와 반고흐만 있었던 것이 그 이유다. 반대로 제일 흥미로웠던 토픽은 커피와 콜쉬츠키였다. 처음에는 콜쉬츠키라는 발음이 생소해 어느 나라 사람인지 가늠하기도 어려웠는데, 비엔나 커피의 창시자라는 말을 듣고 갑자기 아는 사람을 만난 것처럼 반가운 기분이 들더라. 작년 10월, 빈의 자허에서 자허 토르테와 콜쉬츠키가 만들었다는 비엔나 커피, 아이슈패너를 먹어봤다. 난 커피를 좋아하지 않지만 커피 이름에 도시명이 붙을 정도면 굉장히 맛있거나 독특하리라는 기대심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너무 평범한 맛이어서 커피가 어떤 맛이었는지 기억 나지 않는다. 가격 대비 별로라고 실망했던 기억만 남아있다. 그래도 만약 내가 빈을 다시 방문한다면 카페에서 아인슈패너를 주문하지 않을까. 기억나지 않을 만큼 평범했던 그 맛을 다시 느끼기 위해서. 또, 커피와 노예도 짧지만 인상 깊게 읽었는데, 공정무역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는 책 서문에서 1쇄 출판이 급하게 되다 보니 상당한 오류가 있어 2쇄에서 이를 수정, 보완했다고 밝혔는데, 책을 읽다가 아래와 같은 오류를 또 찾아냈다. (띄어쓰기 오류까지 일일히 옮겨적기에는 분량이 너무 많아져 포기하기로 했다.) 아래 오류가 모두 교정된 3쇄가 조만간 출판되기를 바란다.

 

2쇄 오타 및 오류

p.98 1848~90년 카우보이들이 양말을 이용한 드립 커피나 포트로 끊인 커피를 마심 → 끓인

p.121 (위)모피잔, 메레 오펜하임, 1936 → 모피찻잔

p.141 루소는 이 그림을 그가 살던 도시의 시장에게 그림을 사달라는 편지를 직접 썼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p.193 헝가리 워터(E de la Reine Hangarie) → Eau de la Reine Hangarie

p.193 퍼퓸과 오 드 트왈렛의 중간 타입이며 퍼퓸에 가까운 풍부한 향을 지니고 이따. → 있다.

p.200 숙성 후 약 2주일, 중볶음은 숙성기간 4~5, 일 맛과 향이 좋을 때는 → 4~5일,

p.209 개인적으로 커피콩을 볶는 것을 기준으로 볶기 전 관계자는 자연의 시간에 가까운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로스터는 그 가운데 해당하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바리스타는 커피를 판매하기 위해 고객의 마음을 더 잘아야 할 것이고 로스터는 콩의 성질도 알아야 하지만 고객의 입맛을 알아야 하고, 커피 헌터나 커피 생산자는 자연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 잘 알아야

p.237 레드부리 62.5mg → 레드불

p.259 같은 평민이라도 종사하는 직종에 따라 순위가 매겨졌다. 상인과 제조업자들이 1순위이고, 농부는 2순위였다. → 조선에서는 사농공상 순으로 신분에 귀천을 매겼는데, 따라서 농민이 제조업자와 상인보다 높게 평가되었다.

p.268 쉽게 예를 들어. 스타벅스 커피 상품의 전체가 공정무역 상품은 아니다. → 쉽게 예를 들어,

p.275 I once was lost, but now I'm foun → f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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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얼 CEREAL Vol.2 - 영국 감성 매거진 시리얼 CEREAL 2
시리얼 매거진 엮음, 김미란 옮김 / 시공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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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읽는 책이라는 의미로 'Cereal'이라고 이름 붙었다는 이 영국 출신의 잡지는 여행과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짤막한 글과 글에 꼭 어울리는 감성 사진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잡지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포함된 광고가 없다. 사용된 종이 질은 최상급이고, 덕분에 인쇄된 사진의 색감이 뛰어나다. Vol.2의 주제는 베를린, 소금과 후추, 에이프릴 룩, 신예디자인팀 These are things, 서울, 펨브로크셔이다.
 

영국판과 달리 한국어판은 겉표지를 통일감 있게 표지 사진을 회색톤으로 맞춘 듯 하다. 덕분에 잡지를 쪼르륵 모아놓으면 참 예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아직까지 사진집을 구입해 본 적도, 관심을 가져 본 일도 없는데, 이 잡지 속에 있는 사진들이 하나같이 참 느낌있고, 보기 즐겁다는 생각이 들더라. 사진에서 보다 시피 페이지에 여백이 많고, 기사는 길어야 세 페이지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첫 번째 기사, [유대인 박물관] 편에서 소제목으로 이어진 문장이 인상 깊었다. 사람들과 함께 있었고 낮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밀려오는 공포감에 등줄기가 서늘했다. 밤이고 혼자였다면 정말 끔찍했을 것이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내가 사진 속 박물관 복도에 서 있는 느낌이 들었고, 회색 색감만큼이나 서늘한 바람이 복도를 지나가는 상상을 했다. 유럽 여행에서 독일은 내게 크게 인상 깊은 국가가 아니었는데(동화 속 건물처럼 아기자기한 소도시를 중심으로 돌아닫녔는데, 왠지 정감 없고 삭막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또 음식은 기름져서 먹기 힘들었다.), 베를린 만큼은 또 가고 싶은 도시다.

 

 

 

 

 

 

 

커리부어스트(잡지에서는 커리부르스트로 나왔는데, 실제 발음에는 커리부어스트가 더 가깝다.)도 독일에서 싸고 흔한 음식이다보니 여러 차례 먹어봤지만, 개인적으로는 뉘른베르크 손가락소세지가 훨~~씬 더 맛있다.

 

 

 

 

 

 

개인적으로 이번 잡지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기사를 뽑으라면 소금&후추.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소재다보니 글이 쉽고 또 몰랐던 내용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재밌게 읽힌다. 둘이 합쳤을 때 각각 혼자일 때와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되는 것이 바로 콤비다. 소금과 후추도 예외는 아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소금은 엄청난 부의 원천으로 한 왕국을 멸망으로 몰아넣거나 수많은 사람들을 노예로 전락시키기도 했다. 후추는 무역풍을 타고 세계 곳곳을 누비며 유혈 사태와 모험을 일으키곤 했다. 이 둘을 한데 합치면 묘하게 어울리는 콤비가 된다. 그렇다고 소금과 후추를 함께 섞어 새로운 양념으로 만든다는 뜻은 아니다.

 


 

 

 

 

 

 

'우유u·yu' 사진 너무 귀엽다. 외국인이 정리한 한국어에 대한 정의와 놀라운 사실들로 채워진 기사다. 이 기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은 제일 첫줄부터 다섯번째줄까지다. 미국의 외교관 교육기관 FSI는 한국어 습득 시간을 2200시간으로 추천했다는데, 힌디어나 줄루어보다 두 배, 프랑스어나 독일어보다 네 배 긴 시간이라고 한다. 음, 애매하다. 차라리 일본어와 비교해주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아무래도 영어권 외국인들은 한국어와 어순이 다르다보니까 한국어 배우는 데 유럽언어를 배우는 것보다 더 긴 시간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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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글자를 사각형 틀 안에 세워 한 음절로 만든다는 문장도 재미나다. 생각해보니 나도 어려서 한글을 배울 때, 자음을 모음 위에 모자처럼 씌워라, ㅁ을 받침으로 얹어라 식으로 배웠던 기억이 난다.

 

 

 
 
 
이번 호에서 가장 화려한 색감의 사진을 자랑하는 [고추장]편. 글은 찰리 리-포터가 썼고, 루이사 브림블의 사진이다. 흰 종이 위에 고추장을 듬뿍 찍어 텍스쳐감이 그대로 보이도록 찍은 사진이 눈에 가장 들어온다.
 
처음에 잡지를 펼쳤을 때는 생각보다 두껍네, 였는데, 다 읽고 나니까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이전 볼륨들과 다음 볼륨들도 구입해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Cereal 잡지 한 권당 가격은 15000원으로 결코 싼 편은 아니다. 정기구독하면 조금 더 저렴하려나, 하는 생각에 잡지를 뒷면을 펼쳤는데, 보통 잡지 뒷면에 크게 인쇄되어 있는 정기구독에 관한 안내 글이 없다. 시공사 홈페이지, 씨리얼 영국 본사 홈페이지, 그리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주소만이 있다. 페이스북에도 정기구독 안내 내용이 없는 걸 보니 개별구입만 가능한 듯. 3월에는 vol.3이, 5월에는 vol.4가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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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사랑을 그리다
유광수 지음 / 한언출판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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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역사 야사를 모아놓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다보니 예전에는 책 제목만 보고 야사 책을 많이 구입했다. 황제를 지배한 여인들,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시리즈, 재미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시리즈 등. 그러나 이 많은 책 중에서 내 마음에 쏙 들만큼 잘 써진 책은 한 권도 없었다. 책 제목을 읽고 기대했던 것보다 내용이 부실하거나 또는 저자의 상상력과 문장이 너무 많이 개입되어 소설 같이 느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자극적인 제목과 단어가 남발되는 책들은 소장욕구를 느끼지 못해 알라딘 중고로 처분했다. 그렇다고 야사 책을 읽는 것을 아예 포기한 건 아니다. 다만, 이제는 책 제목보다는 책을 쓴 사람이 누구냐를 우선으로 고려하는 편이다.

 

이 책 역시 아쉬움이 다소 있지만 앞에 읽었던 야사 책들과 비교하면 잘 쓰여진 책이라고 생각한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읽을 만한 쉽게 읽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사랑을 크게 나만의 사랑과 서로의 사랑으로 나누고, 그 안에서 또 소제목을 달아 사랑을 분류했다. 그리고 관련된 이야기를 몇 개 엮어 들려주고, 그들의 사랑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달고 있다. 저자가 들려준 많은 사랑 이야기 중에서 인상 깊었던 이야기를 몇가지 꼽자면, 윤지경과 최소저의 사랑, 조신의 꿈, 포의교집 순이다. 이 중에서 이상적인 사랑은 윤지경과 최소저 뿐이고, 나머지는 하자 있는 사랑 이야기다.

 

윤지경 이야기는 중종조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인데, 실존 인물과 허구의 인물이 교묘하게 섞여 소설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기록한 것처럼 느껴진다. 윤지경이 최 참판의 딸과 결혼식을 올리는 날, 경빈 박씨의 딸 연성옹주랑 결혼하라는 왕명이 떨어지며 문제가 발생한다. 윤지경은 자신이 옹주와 결혼하면 최씨 여인이 청춘과부가 될 것을 염려하며 왕명을 거절하는데, 왕의 진노를 두려워한 최 참판과 윤지경의 아버지 윤현이 둘을 파혼시켜 윤지경은 억지로 왕의 부마가 된다. 결혼 후에도 윤지경이 옹주를 거들떠 보지 않자 최 참판과 윤현이 공모해 최소저를 숨긴 뒤 거짓 장례를 치르는 소동까지 벌인다. 나중에 경빈이 작서의 변으로 처형되어 몰락하자, 윤지경과 최소저는 귀향에서 풀려나 더 이상 억압 없이 서로를 사랑하며 살게 된다. 이 이야기 중간에 왕이 윤지경에게 최소저를 만나지 말라고 억압하기 위해 사자를 보내는 장면이 있는데, 왕의 사자 앞에서도 윤시경은 최소저 따라 명주실 꾸러미로 실을 잣느라 정신이 없다. 조선 시대 이런 애처가가 있었다니, 이 이야기를 사자에게 전해들은 왕도, 이 이야기를 읽고 있는 나도 윤지경이 집안일하는 그림을 머릿속에 떠올리다 피식하고 웃었다. 조선 시대 모든 남자들이 윤지경과 같이 아내를 아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조신은 승려로, 우연히 보게 된 신분 높은 김씨 아가씨를 사모하게 되어 밤마다 관음보살에게 그녀와 결혼하게 해달라고 빈다. 그러다 수년이 흘러 아가씨의 혼례 소식을 듣고, 조신은 슬픔에 잠겨 통곡하다 실신해 꿈을 꾸게 되는데, 사랑하는 김씨 아가씨가 결혼을 위해 자신을 찾아온다. 조신은 사랑하는 아가씨를 얻지만 가난과 병으로 인해 수십년간 어렵게 산다. 갑작스런 큰 아들의 죽음을 겪고 크게 상심한 부인은 조신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는데, 조신이 이 말을 듣고 매우 기쁘고 행복한 기분이 들어 꿈에서 깨어난다. 꿈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은 조식은 김씨 아가씨를 사모하는 마음을 버리고 평생 동안 선한 일을 하며 살다 죽는다. 이 이야기를 읽고 드는 가장 먼저 생각은, 아무리 주변에서 말리고 조언을 해줘도 듣는 당사자가 귀를 닫고 있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는 그래, 겪어봐라, 그리고 깨달아라, 하고 냅두는 것이 상책이다. 관음보살은 조신에게 김씨아가씨와 우리 결혼했어요를 찍어볼 기회를 줌으로서, 철없이 굴던 조신이 현실을 직시하게끔 했다. 연애와 달리 결혼은 현실이다. 사랑만으로는 살 수가 없다. 생계를 끊임없이 걱정해야 하고, 생활이 궁핍해지면 마음이 각박해지고, 마음이 각박해지면 사랑은 사라지고 어느새 싸움과 미움, 화만 남는다. 보통 사람들은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좋은 이야기만 듣길 원하고, 좋은 생각만 하려 하는데, 실패 없이 일을 끝내기 위해서는 리스크를 생각하고, 이를 대비할 방법을 찾고, 굳은 다짐을 갖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관음보살은 조신도 구했고, 김씨 아가씨도 구했고, 그 둘 사이에서 태어나 고통받았을 다섯 아이들도 구했다. (물론 김씨 아가씨는 애시당초 조신을 몰랐으니 둘이 결혼할 일과 그 사이에서 애들이 태어날 일은 애시당초 없었다고 볼 수 있지만.)

 

마지막으로 포의교집은 마흔이 넘은 이생이란 변변찮은 양반이 열일곱살 어린 유부녀 초옥과 불륜을 저지르는 내용이다. 예쁘고 어린 초옥을 유혹하는 손길은 참 많았는데, 항상 쌀쌀맞고 냉담하게 굴던 초옥이 이생이 위아래 모르고 함부로 다니는 천한 행랑것들을 가르치고, 한밤에 자신을 만나서도 예의를 갖추는 모습에 반해 그에게 몸과 마음을 모두 바치기로 한다. 결국, 초옥은 남편을 버리고 집을 나오고, 친구들이 집을 마련해 초옥을 데리고 살라고 조언하지만 금전적으로 부담스러웠던 이생은 이를 거절, 시골로 내려갈 생각을 비친다. 친구가 이대로 이생이 떠나면 초옥이 위험해질 것이라고 경고하는데, 이생은 이에 이렇게 답한다. "행랑에 있는 물건이니 뭐가 어렵겠나." 초옥은 포의지교를 나눌 상대로 이생을 보았지만, 이생은 그럴만한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아마 그녀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사람을 잘 못 봤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미 몸은 허락했고 소문이 다 난 상태이니 이제와서 이생과 자신의 관계가 포의지교가 아니라고 하면 안 되었던 것이다. 왠지, 오늘 날 네이트판을 읽는 기분이 들었다. 남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쉽게, "뭐 저런 사람을 만나. 당연히 헤어져야지."라고 말하지만, 막상 내가 그 일을 겪으면 이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헤어질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이 남자를 바꿀 수 있을 것 같아서,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지하기 싫어서, 미련이 남아서, 남보기 부끄러워서, 손해를 어떻게든 줄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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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라고 해서 보기에 예쁘고 듣기에 고운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대로 흉한 것은 흉한 대로 담겨져 있다. 그래서 고전이다.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모든 것을 보여주고 들려주지 않는다면 우리 삶에 배울 것이 없다. 좋은 것에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나쁜 것에서도 배우는 것이 인생이다. (p.8)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난날에 기뻤던 일들이 모두 이런 근심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당신과 내가 어쩌다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지요?" 잊을 수 없는 말이다. 사랑으로 시작한 것이 근심과 괴로움으로 끝났다는 것이다. 이 말이 조신의 가슴속 깊이 박혀 있던 짝사랑을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건 근심과 걱정을 하지 않기 위해 사랑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고 기쁘기도 하지만 근심과 걱정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냉정하게 지적한 말이다. (p.27)

 

당신이 부족하고 못나서 상대가 당신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원래 인간사가 그렇다. 당신이 아무리 잘났어도 태양의 신 아폴론보다 잘났겠는가. 그런 아폴론도 외면당했다. 다프네가 아폴론을 싫어한 것은 아폴론이 못나서가 아니었다. 그냥 싫었던 것이다. (p.49)

 

뭔가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모른다. 다른 것을 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른 것이 더 아름답고 더 즐겁고 행복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집착은 사랑이 될 수 없다. (p.118)

 

사랑은 사소한 일상 속에 있다. 사소함이 진정이다. 사실 그것이 전부다. (p.305)

 

그녀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찾아온 이유는 사랑하기 위해서였다. 그녀들은 사랑을 만들어냈고 사랑을 이룩해냈다. 사랑해서 찾아온 것은 아니지만 사랑하려고 찾아온 것은 분명 맞다. 그들은 알았다. 사랑이란 진행형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진행의 방식은 먼저 깨달은 자의 헌신과 섬김이라는 것을 말이다.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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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만나러 간다 파리 도시의 역사를 만든 인물들
마리나 볼만멘델스존 지음, 장혜경 옮김 / 터치아트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 [그들을 만나러 간다 파리]는 왕, 시인, 철학자와 화가, 요리사와 샹송 가수, 패션 디자이너 등으로 구성된 스무 명의 파리 인물이 그들이 발자취를 남긴 파리의 명소와 함께 소개되는 책이다. 나는 평전, 에세이, 자서전처럼 인물을 소개하는 글 읽는 것을 좋아하고, 작년 유럽 여행을 계기로 여행 서적 읽는 것도 좋아해서 책콩 서평 이벤트에 참여, 이 책을 받았다. 소개되는 인물이 많으니까 두꺼울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얇아서 넉넉잡고 두시간이면 쉽게 읽을 수 있다.


저자가 엄선한 파리 인물 스무 명은 아래 연표 기준, 태어난 시대 순으로 차례차례 소개되는데, 이들 중 가장 먼저 태어난 인물은 신학자 아벨라르와 엘로이즈라는 연인으로 우리나라 역사로 치면 고려 시대 사람들이고, 나와 동시대를 산 인물은 이브 생 로랑(1936~2008)이 유일하다. 아래 맵 속에 표시된 명소들은 이 스무 명과 연관이 있는 파리 유명 장소들로, 나 역시 작년 파리 여행 때 표시된 여행지의 반을 둘러보았다. 책 읽는 내내 내가 여행했던 파리의 곳곳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떠올라서 책 제목대로 정말 파리에 가고 싶어졌다.




 



이 책에서 다소 아쉬운 점을 꼽자면, 각 인물당 할애된 페이지수가 적어 온전히 그 인물에 대해서만 설명해도 모자름에도 주제에 벗어난 내용이 너무 많이 삽입되어 글의 몰입도가 떨어지는 점이다. 프랑수아 트뤼포는 해당 인물을 소개하는 글인지, 프랑스 영화를 소개하는 글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나폴레옹과 마리 앙투아네트는 내가 알고 있는 내용과 조금 다른 에피소드들이 몇 섞여 있었는데, 작가가 틀렸는지 내가 틀렸는지 확인하기 위해 올해가 가기 전 나폴레옹과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다른 책을 더 찾아서 읽기로 결심했다. 11세기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너무 다양한 시대의 인물들을 설명하다보니 해당 인물의 시대적 배경이나 공간적 배경에 대해 감이 없는 독자들에게는 이 책이 너무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물론 이 책만으로 책 속에 소개된 인물의 삶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 파리에 이런 인물들이 있었구나, 새로 알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된 점이 좋았다. 시간을 두고 찬찬히 소개된 인물들의 인물 평전을 구해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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