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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얼 CEREAL Vol.2 - 영국 감성 매거진 ㅣ 시리얼 CEREAL 2
시리얼 매거진 엮음, 김미란 옮김 / 시공사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읽는 책이라는 의미로 'Cereal'이라고 이름 붙었다는 이 영국 출신의 잡지는 여행과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짤막한 글과 글에 꼭 어울리는 감성 사진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잡지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포함된 광고가 없다. 사용된 종이 질은 최상급이고, 덕분에 인쇄된 사진의 색감이 뛰어나다. Vol.2의 주제는 베를린, 소금과 후추, 에이프릴 룩, 신예디자인팀 These are things, 서울, 펨브로크셔이다.
영국판과 달리 한국어판은 겉표지를 통일감 있게 표지 사진을 회색톤으로 맞춘 듯 하다. 덕분에 잡지를 쪼르륵 모아놓으면 참 예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아직까지 사진집을 구입해 본 적도, 관심을 가져 본 일도 없는데, 이 잡지 속에 있는 사진들이 하나같이 참 느낌있고, 보기 즐겁다는 생각이 들더라. 사진에서 보다 시피 페이지에 여백이 많고, 기사는 길어야 세 페이지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첫 번째 기사, [유대인 박물관] 편에서 소제목으로 이어진 문장이 인상 깊었다. 사람들과 함께 있었고 낮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밀려오는 공포감에 등줄기가 서늘했다. 밤이고 혼자였다면 정말 끔찍했을 것이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내가 사진 속 박물관 복도에 서 있는 느낌이 들었고, 회색 색감만큼이나 서늘한 바람이 복도를 지나가는 상상을 했다. 유럽 여행에서 독일은 내게 크게 인상 깊은 국가가 아니었는데(동화 속 건물처럼 아기자기한 소도시를 중심으로 돌아닫녔는데, 왠지 정감 없고 삭막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또 음식은 기름져서 먹기 힘들었다.), 베를린 만큼은 또 가고 싶은 도시다.

커리부어스트(잡지에서는 커리부르스트로 나왔는데, 실제 발음에는 커리부어스트가 더 가깝다.)도 독일에서 싸고 흔한 음식이다보니 여러 차례 먹어봤지만, 개인적으로는 뉘른베르크 손가락소세지가 훨~~씬 더 맛있다.

개인적으로 이번 잡지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기사를 뽑으라면 소금&후추.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소재다보니 글이 쉽고 또 몰랐던 내용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재밌게 읽힌다. 둘이 합쳤을 때 각각 혼자일 때와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되는 것이 바로 콤비다. 소금과 후추도 예외는 아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소금은 엄청난 부의 원천으로 한 왕국을 멸망으로 몰아넣거나 수많은 사람들을 노예로 전락시키기도 했다. 후추는 무역풍을 타고 세계 곳곳을 누비며 유혈 사태와 모험을 일으키곤 했다. 이 둘을 한데 합치면 묘하게 어울리는 콤비가 된다. 그렇다고 소금과 후추를 함께 섞어 새로운 양념으로 만든다는 뜻은 아니다.
'우유u·yu' 사진 너무 귀엽다. 외국인이 정리한 한국어에 대한 정의와 놀라운 사실들로 채워진 기사다. 이 기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은 제일 첫줄부터 다섯번째줄까지다. 미국의 외교관 교육기관 FSI는 한국어 습득 시간을 2200시간으로 추천했다는데, 힌디어나 줄루어보다 두 배, 프랑스어나 독일어보다 네 배 긴 시간이라고 한다. 음, 애매하다. 차라리 일본어와 비교해주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아무래도 영어권 외국인들은 한국어와 어순이 다르다보니까 한국어 배우는 데 유럽언어를 배우는 것보다 더 긴 시간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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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글자를 사각형 틀 안에 세워 한 음절로 만든다는 문장도 재미나다. 생각해보니 나도 어려서 한글을 배울 때, 자음을 모음 위에 모자처럼 씌워라, ㅁ을 받침으로 얹어라 식으로 배웠던 기억이 난다.

이번 호에서 가장 화려한 색감의 사진을 자랑하는 [고추장]편. 글은 찰리 리-포터가 썼고, 루이사 브림블의 사진이다. 흰 종이 위에 고추장을 듬뿍 찍어 텍스쳐감이 그대로 보이도록 찍은 사진이 눈에 가장 들어온다.
처음에 잡지를 펼쳤을 때는 생각보다 두껍네, 였는데, 다 읽고 나니까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이전 볼륨들과 다음 볼륨들도 구입해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Cereal 잡지 한 권당 가격은 15000원으로 결코 싼 편은 아니다. 정기구독하면 조금 더 저렴하려나, 하는 생각에 잡지를 뒷면을 펼쳤는데, 보통 잡지 뒷면에 크게 인쇄되어 있는 정기구독에 관한 안내 글이 없다. 시공사 홈페이지, 씨리얼 영국 본사 홈페이지, 그리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주소만이 있다. 페이스북에도 정기구독 안내 내용이 없는 걸 보니 개별구입만 가능한 듯. 3월에는 vol.3이, 5월에는 vol.4가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