百年泥 第158回芥川賞受賞 (單行本)
石井 遊佳 / 新潮社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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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상반기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일전에 읽은 나는 나 혼자서 갑니다와 함께 수상했다.
나는 나 혼자서 갑니다의 와카타케 지사코 씨가 무려 63세로 사상 두 번째 고령 수상이라 화제성에 밀리긴 했지만 백 년 진흙의 작가 이시이 유카石井遊佳 역시 54세로 만만치 않은 고령 수상이다.(아쿠타가와상은 등단 10년 이내의 작가에게 주는 일종의 신인상이다)
심지어 데뷔작인데도 이야기를 엮어내는 솜씨가 범상치 않다.

작가의 이력부터 독특하다.
현재 인도 첸나이의 IT회사에서 일본어 강사로 근무중.
작품의 주인공 ‘나‘ 역시 작가 스스로를 모델로 한 인물이다.
즉 배경은 첸나이.
주인공은 인도인을 상대로 일본어를 가르치는 강사.

어느날 첸나이에 백 년에 한 번이라고 할 정도의 큰 홍수가 몰려오고 홍수가 지나고 난 뒤, 홍수에 쓸려와 쌓인 거대한 진흙더미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나‘는 홍수가 지나고 첫출근길에 다리 위에서 홍수 뒤의 장면을 바라보게 된다.

그런데 이 소설.
분위기가 범상치가 않다.
회사의 중역을 비롯한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은 개인 날개를 가지고 날아서 출퇴근을 한다.

그리고 홍수에 밀려와 쌓인 진흙에서 발굴 되는 것(?)들도 기상천외하기 짝이 없다.
일본에 있던 시절 ‘나‘의 전남편이 단골로 가던 바에 키핑해둔 술병, 인어의 미이라...
수십 년 전에 (아마도 죽어서) 사라졌던 누군가의 친구, 연인이 젊은 시절의 모습 그대로 살아서 나오기 시작한다.
(심지어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현실과 비현실, 과거와 현재의 장벽이 슬그머니 사라진 풍경을 두고 ‘나‘의 사연, ‘나‘가 가르치는 회사 직원 데바라지(?)의 사연도 함께 한 올 한 올 풀려나오기 시작한다.

기상천외한 상상력도 상상력이지만 그걸 능청스럽게 풀어놓는 솜씨에 허를 내둘렀다.
적어도 내가 읽은 중에서는 가장 탈일본적인 일본문학.
세상에나 이런 보물을 만나게 되다니... 흐흐흐~

이국적인 첸나이를 배경으로 상상과 현실을 능청스럽게 뒤섞은 이야기를 읽다 보면 떠오르는 단어.
남미문학.
백 년 진흙은 남미문학의 특징인 마술적 사실주의를 일본문학으로 해석해낸 하나의 (그것도 뛰어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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