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산 : 소보로별 이야기 이야기 파이 시리즈
정옥 지음, 유영근 그림 / 샘터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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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만화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레퍼토리가 있다. 바로 모험. 주인공은 지도를 갖고 보물섬을 향한다. 쉽지만은 않다. 태풍이 불고, 해적을 만나고, 먹을 것이 떨어지고... 이런 갖은 시련을 뚫고 가까스로 보물섬에 도착한다. 내용은 달라도 그 모험은 항상 존재한다.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동화가 출간되었다. 정옥 작가의 신작 꽁꽁산. 꽁꽁산은 철을 따라 옮겨다니는 산이다. 산이 옮겨다니다니... 그것만으로도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한 것 같다. 첫눈 내리는 날 어김없이 철산은 마을에 등장한다.

 

꽁꽁산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첫눈 내리는 날 왔네. 꽁꽁산은 어디서 오는 걸까?” (14)

 

보보는 친구 코코아와 함께 꽁꽁산에 가기로 한다. 할머니의 생일 선물로 무지개 고드름을 따 오기 위해서이다. 과연 멋진 선물을 찾아올 수 있을까?

 

 

그림을 그린 유영근 작가는 중간 중간 그래픽 노블 형태로 글을 표현했다. 마치 유쾌한 웹툰을 보는 것처럼 생생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 꽁꽁산, 고드름, 동굴, 우주기차 등의 이야기는 마치 환타지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모험을 많이 다니는 할머니는 이런 말을 한다.

 

그래, 멋진 이야기. 두근두근 설레고, 재미있는 모험 이야기는 아무리 많아도 무겁지도 않고, 여행 다니다가 잃어버릴 일도 없으니, 탐험가한테 가장 좋은 선물이지.” (59)

 

어쩌면 모험을 잃어버린 우리들에게 작가가 하고픈 말이 아닐까. 너무 바쁜 생활에 치여서, 너무 현실적인 삶을 살다보니 어느새 우리에게 모험이란 단어는 잊혀진 것 같다. 모험을 찾고, 즐기는 보보와 코코아, 그리고 할머니처럼 모험이란 단어를 다시금 생활 속에서 사용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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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디테일 - 고객의 감각을 깨우는 아주 작은 차이에 대하여
생각노트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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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일 가까운 나라이지만, 왠지 꺼려지는 나라다. 과거 우리를 침략했던 역사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한국 여행객이 일본을 찾기도 한다. 가깝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과 볼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일본 여행에 대한 책도 홍수를 이룬다. 여기 일본에 대한 책이 있다. 여행과 맛집에 대한 내용이 아니다. 도쿄의 디테일.

 

디테일. 그것도 도쿄의 디테일은 어떤 것일까? 작가 생각노트는 2017122일부터 6일까지 도쿄를 여행한다. 그때 기록했던 모든 발견과 영감에 대한 이야기가 책의 내용이다. 층별로 카테고리를 달리 하는 이토야 문구점, 새로운 편의점 모델을 선보인 빌 마르쉐가 눈에 띈다.


 


 

자일리톨 껌 안에 함께 들어있던 종이도 놀라웠다. 일본인들은 먹을 때뿐 아니라, 먹고 나서도 신경 쓴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해준다. 초록볼 신호 연장 버튼도 감탄을 자아낸다. 신호가 끊기기 전에 보행자가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버튼이 차차 생겨난다고 하는데,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으면 좋겠다.

 

작가는 일본의 디테일을 보고 감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 대안도 내놓는다.

 

키테를 보며 우리나라에도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 복합문화 쇼핑몰이 생기면 어떨지 상생했습니다.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막강한 자본력으로 쇼핑몰의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개성 있고 전통을 지키는 다수의 개인이 모여 키테와 같은 쇼핑몰을 구성하는 거죠. (97)

 

 

 

아크릴판에 요일이 표기된 탁상용 달력, 타비오에 있는 양말 마네킹, 성별로 구분되어 판매하는 수건 등 작가의 눈에 비친 도쿄의 디테일은 새롭고 놀라웠다. 조그마한 것도 허투루 보지 않고 제품에 반영하는 일본인의 노력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작가는 이런 일본인의 디테일을 보며 전달을 생각한다.

 

디테일의 본질은 결국 전달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또는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잘 파악한 뒤 혜택이 느껴지도록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사소한 배려이기에 아무도 발견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런 사소한 배려는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고 알려집니다. (326)

 

이 책은 기획자나 디자이너가 읽으면 많은 도움을 받을 것 같다. 그렇지만, 그런 직업을 갖지 않더라도 우리 실생활에 적용할 부분이 많다.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한 내용의 책의 홍수 속에서 이렇게 독특하고 실용적인 책을 만나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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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정원, 고양이가 있어 좋은 날
이시이 모모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샘터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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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올해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설렘을 갖고 시작한 1월부터 지금까지 돌이켜보면, 참 정신없이 살았던 것 같다. 바쁘게 아등바등 살아가느라 주위의 소중한 것을 제대로 살펴볼 기회도 없었다. 1년을 마무리하며, 책과 정원, 고양이가 있어 좋은 날을 읽었다.
 
이 책을 쓴 이시이 모모코는 곰돌이 푸, 피터 래빗 이야기등을 일본에 소개한 유명 아동 문학가이자 번역가이다. 유명한 소설가 에쿠니 가오리가
그녀의 에세이를 읽는다는 것은 빛이 잘 드는, 그립고 올바른 장소에 가는 것과도 같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바쁘고 시끄러운 도심의 생활에서 처음에는 잘 읽히지 않았다. 그렇지만, 차차 작가가 전해주는 따뜻한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작가는 계절이 바뀌는 시간들, 어린 시절의 가난했지만 풍요로웠던 시간, 전쟁이 끝난 직후 밭을 일구던 시골 생활의 추억, 우연히 만나 가족이 된 개와 고양이와의 인연 등 일상생활 하나하나를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
  
내가 지금 이런 뻔한 소리를 구태여 쓰는 이유는 농촌 사람들의 반성을 촉구한다기보다는 도시에 사는 우리가 자숙하기를 원해서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어느새 이 문화생활에 젖어 음악회에 자주 가고 화가 이름을 많이 아는 사람이 훌륭하다는 자만심에 빠지기 쉽다. (67)
 
수십 년 전에 섰던 글이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동일한 성찰을 주는 글이다. 나 역시 도시의 편한 생활에 젖어 진정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작가는 계속해서 시골 생활에 대해 말한다.
 
이런 이유로 나는 사람들이 만원 전철에 시달리며 사는 요즘 세상이 정말 안타깝다. 나는 산을 좋아한다. 여러분 중에 혹시 산을 좋아하시는 분은 여기에 와서 살아보세요. , 새벽 네 시에는 일어나 풀을 베고 거름을 짊어지는 게 싫은 분은 안 됩니다. (161)
 
작가는 이 책에서 지금은 우리 곁에서 사라진 것들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유와 신문 배달하는 풍경에서부터 떡을 직접 만들어 먹는 모습, 흰 백합으로 뒤덮인 산, 해초 참도박을 캐던 추억까지...
 
읽다 보면, 어느새 작가가 살았던 과거의 시골에서 직접 작가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된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 따뜻한 아랫목에서 막 찐 고구마를 먹으며 듣는 기분이랄까. 이 책과 함께 조금이나마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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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틸다의 비밀 편지
스텐 나돌니 지음, 이지윤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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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전세계를 마법 열풍으로 이끈 작품이 있었다. <해리포터> 시리즈. 어린이들만 좋아할 것만 같은 마법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매료되었다. 아마도 마법을 통해 지루한 현실을 벗어나 신비한 곳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리라.

 

또 다른 소설 마틸다의 비밀 편지가 독자들을 마법의 세계로 이끈다. 이 소설에 독특한 설정이 있다. 바로 어느 마법사가 마법 기술을 손녀 마틸다에게 전수하기 위해 편지를 쓴다는 것이다.

 

마법사 파흐로크는 공중을 마음대로 날아다닐 수 있었고, 벽을 통과하거나 몇 초 동안 강철 몸으로 변하는 능력을 익힌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 덕분에 그는 두 번의 세계대전에서도 무사히 살아남는다. 또한 돈을 자유자재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었던 그는 금세 마법의 대가 반열에 오른다. 그렇지만 라디오 수리공, 발명가, 심리치료사 등으로 신분을 숨긴 채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그렇게 어느덧 106살이 된 그는 마법 기술을 손녀 마틸다에게 전수해주기 위해 그동안 삶의 여정을 기록한다.

 

꼬마 마틸다, 이 편지를 읽을 때쯤이면 이미 다 컸겠지만 너에게 많은 것을 전해 주고 싶구나. 모든 것을 옮겨 적는 일을 완수하기를 바란다. 나는 이제 106세란다. 죽음은 마법으로도 멈출 수 없지. (39)

 

평생 자신이 해 온 마법을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전수하려는 파흐로크. 그의 절실함이 전해져 오는 것만 같다. 파흐로크는 <팔 늘이기>, <공중에 뜨기와 날기>, <벽 통과하기>, <강철 되기>, <지혜에 도달하기> 등 자신의 마법 12가지를 소개하며, 마틸다에게 12개의 편지를 쓴다.

 

이 책을 읽으며, 마술을 익힐 순 없었지만, 순간순간 삶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삶의 지혜를 맛볼 수 있었다.

 

그런 통찰은 대부분 성공보다 좌절과 함께 온단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어. 그러니 착륙이 순조롭지 못해도 두려워하지 말거라. 불시착 없이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법이지. 어떤 통찰에 이르는 과정은 언제나 고통스럽게 마련이야. 고통 없이는 무분별함이 선물한 안락함에서 헤어날 수 없단다. (343)

 

머리를 끄덕이게 된다. 우리는 실패할 때 얼마나 좌절하고, 실망하는가. 그럼에도 그 속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12번째 편지에서도 파흐로크는 말한다.

 

행운은 오래 유지될 수는 있지만 언젠가는 사라진단다. 새떼처럼 훌쩍 날아가 버리지. 하지만 영영 가버리는 것도 아니야. 또다시 만날 수 있으니 행운이 다른 곳에 깃들었다고 해서 화낼 필요는 없어. 행운은 그저 지루한 게 싫어서 그런 거니까. (387)

 

왜 내겐 행운이 안 따르냐고 얼마나 투정을 부렸었나. 행운은 다른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것 같고... 그럴 때 또 다시 행운을 만날 수 있다는 마법사의 말은 큰 위로를 준다.

 

이 책은 마법사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쓰는 편지이다. 하지만 읽다보면, 마치 내게 쓴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지루하고 힘든 세상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와도 같다. 사실, 마법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삶에 대한 나의 태도임은 아닐까. 그 태도가 마법처럼 이 세상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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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8.12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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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졌다. 이젠 제법 두꺼운 점퍼를 꺼내야 할 정도다. 달력도 한 장 남았다. 올해 마지막 <샘터>가 찾아왔다.
 
이번 호에서는 래퍼 타이거JK의 인터뷰가 먼저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 힙합을 있게 한 장본인인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최고의 래퍼였지만, 매니저의 공금 횡령 등 여러 부침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계속 자기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돈은 없지만 저는 지금이 행복해요. 랩도 그랬어요. 음악이나 글을 배워서 랩을 시작한 게 아니라 좋아서, 단지 그게 너무 즐거워서 시작한 거였어요. 지금도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행복감으로 살고 있어요.” (19)
 
현재 그는 11월 중순에 발매될 드렁큰 타이거 10앨범 작업에 매진중이다. 앞으로는 드렁큰 타이거란 이름을 쓰지 않는단다. 특히 디지털 음원이 아닌 서른 곡의 노래를 담은 정식 음반으로 발매된다. 그의 앨범을 앞으로는 볼 수 없어 아쉽지만, 제작자이든 피처링이든 앞으로도 그의 음악을 기대하고 응원한다.
 
연말이라 이번 특집도 따뜻한 주제였다. <추위를 잊게 하는 내 마음속 난로>. 엄마의 이불, 두 아들의 선물, 문자 한 통, 잊지 못할 밥상 등 이웃들의 정겨운 이야기가 내 마음을 절로 따뜻하게 한다. 과연 나를 따뜻하게 하는 사람이 누가 있는지 돌아볼 수 있었다.
 
매번 흥미롭게 보는 <삼시세끼 철학>도 인상 깊었다. 김성규 세프의 글은 음식으로 올 한해를 추억해 볼 수 있었다.
 
음식에 대해 유연하게 생각하면 상상력을 가미한 자신만의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이때부터 요리도 더 재밌어진다. 문화적으로 음식을 바라보는 것도 또 다른 흥미 요소다. (45)
 
이밖에도 이번호는 <희망 나누기>, <함께하는 세상> 등 연말에 어울리는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한, <지구촌 소식>, <길 위의 사람들>, <길모퉁이 근대건축>, <이등병의 편지> 등 다양한 우리네 이웃 소식이 들린다.
 
추워지는 이때, <샘터>와 함께 올 한해를 조용히 추억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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