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틸다의 비밀 편지
스텐 나돌니 지음, 이지윤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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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전세계를 마법 열풍으로 이끈 작품이 있었다. <해리포터> 시리즈. 어린이들만 좋아할 것만 같은 마법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매료되었다. 아마도 마법을 통해 지루한 현실을 벗어나 신비한 곳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리라.

 

또 다른 소설 마틸다의 비밀 편지가 독자들을 마법의 세계로 이끈다. 이 소설에 독특한 설정이 있다. 바로 어느 마법사가 마법 기술을 손녀 마틸다에게 전수하기 위해 편지를 쓴다는 것이다.

 

마법사 파흐로크는 공중을 마음대로 날아다닐 수 있었고, 벽을 통과하거나 몇 초 동안 강철 몸으로 변하는 능력을 익힌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 덕분에 그는 두 번의 세계대전에서도 무사히 살아남는다. 또한 돈을 자유자재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었던 그는 금세 마법의 대가 반열에 오른다. 그렇지만 라디오 수리공, 발명가, 심리치료사 등으로 신분을 숨긴 채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그렇게 어느덧 106살이 된 그는 마법 기술을 손녀 마틸다에게 전수해주기 위해 그동안 삶의 여정을 기록한다.

 

꼬마 마틸다, 이 편지를 읽을 때쯤이면 이미 다 컸겠지만 너에게 많은 것을 전해 주고 싶구나. 모든 것을 옮겨 적는 일을 완수하기를 바란다. 나는 이제 106세란다. 죽음은 마법으로도 멈출 수 없지. (39)

 

평생 자신이 해 온 마법을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전수하려는 파흐로크. 그의 절실함이 전해져 오는 것만 같다. 파흐로크는 <팔 늘이기>, <공중에 뜨기와 날기>, <벽 통과하기>, <강철 되기>, <지혜에 도달하기> 등 자신의 마법 12가지를 소개하며, 마틸다에게 12개의 편지를 쓴다.

 

이 책을 읽으며, 마술을 익힐 순 없었지만, 순간순간 삶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삶의 지혜를 맛볼 수 있었다.

 

그런 통찰은 대부분 성공보다 좌절과 함께 온단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어. 그러니 착륙이 순조롭지 못해도 두려워하지 말거라. 불시착 없이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법이지. 어떤 통찰에 이르는 과정은 언제나 고통스럽게 마련이야. 고통 없이는 무분별함이 선물한 안락함에서 헤어날 수 없단다. (343)

 

머리를 끄덕이게 된다. 우리는 실패할 때 얼마나 좌절하고, 실망하는가. 그럼에도 그 속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12번째 편지에서도 파흐로크는 말한다.

 

행운은 오래 유지될 수는 있지만 언젠가는 사라진단다. 새떼처럼 훌쩍 날아가 버리지. 하지만 영영 가버리는 것도 아니야. 또다시 만날 수 있으니 행운이 다른 곳에 깃들었다고 해서 화낼 필요는 없어. 행운은 그저 지루한 게 싫어서 그런 거니까. (387)

 

왜 내겐 행운이 안 따르냐고 얼마나 투정을 부렸었나. 행운은 다른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것 같고... 그럴 때 또 다시 행운을 만날 수 있다는 마법사의 말은 큰 위로를 준다.

 

이 책은 마법사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쓰는 편지이다. 하지만 읽다보면, 마치 내게 쓴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지루하고 힘든 세상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와도 같다. 사실, 마법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삶에 대한 나의 태도임은 아닐까. 그 태도가 마법처럼 이 세상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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