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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정원, 고양이가 있어 좋은 날
이시이 모모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샘터사 / 2018년 11월
평점 :
다사다난했던 올해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설렘을 갖고 시작한 1월부터 지금까지 돌이켜보면, 참 정신없이 살았던 것 같다. 바쁘게 아등바등 살아가느라 주위의 소중한 것을 제대로 살펴볼 기회도 없었다. 1년을 마무리하며, 『책과 정원, 고양이가 있어 좋은 날』을 읽었다.
이 책을 쓴 이시이 모모코는 《곰돌이 푸》, 《피터 래빗 이야기》 등을 일본에 소개한 유명 아동 문학가이자 번역가이다. 유명한 소설가 에쿠니 가오리가 “그녀의 에세이를 읽는다는 것은 빛이 잘 드는, 그립고 올바른 장소에 가는 것과도 같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바쁘고 시끄러운 도심의 생활에서 처음에는 잘 읽히지 않았다. 그렇지만, 차차 작가가 전해주는 따뜻한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작가는 계절이 바뀌는 시간들, 어린 시절의 가난했지만 풍요로웠던 시간, 전쟁이 끝난 직후 밭을 일구던 시골 생활의 추억, 우연히 만나 가족이 된 개와 고양이와의 인연 등 일상생활 하나하나를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
내가 지금 이런 뻔한 소리를 구태여 쓰는 이유는 농촌 사람들의 반성을 촉구한다기보다는 도시에 사는 우리가 자숙하기를 원해서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어느새 이 ‘문화생활’에 젖어 음악회에 자주 가고 화가 이름을 많이 아는 사람이 훌륭하다는 자만심에 빠지기 쉽다. (67쪽)
수십 년 전에 섰던 글이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동일한 성찰을 주는 글이다. 나 역시 도시의 편한 생활에 젖어 진정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작가는 계속해서 시골 생활에 대해 말한다.
이런 이유로 나는 사람들이 만원 전철에 시달리며 사는 요즘 세상이 정말 안타깝다. 나는 산을 좋아한다. 여러분 중에 혹시 산을 좋아하시는 분은 여기에 와서 살아보세요. 단, 새벽 네 시에는 일어나 풀을 베고 거름을 짊어지는 게 싫은 분은 안 됩니다. (161쪽)
작가는 이 책에서 지금은 우리 곁에서 사라진 것들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유와 신문 배달하는 풍경에서부터 떡을 직접 만들어 먹는 모습, 흰 백합으로 뒤덮인 산, 해초 참도박을 캐던 추억까지...
읽다 보면, 어느새 작가가 살았던 과거의 시골에서 직접 작가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된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 따뜻한 아랫목에서 막 찐 고구마를 먹으며 듣는 기분이랄까. 이 책과 함께 조금이나마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 샘터 네이버 공식 포스트 http://post.naver.com/isamt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