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같은 40대를 위한 책이 나와 반가웠다. 『마흔에는 어른이 될 줄 알았다』. 제목부터 공감 간다. 정말 마흔에는 어른이 될 줄 알았는데... 이 책을 쓴 일본의 정신과 의사 구마시로 도루는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제가 나이 들고 새삼스레 알게 된 것은 어른의 ‘형태’는 다양하고, 어른의 책임과 의무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른이란 청년이 상상하는 모습보다 훨씬 다양하고, 심리 발달 교과서에 나오는 전형적인 이미지와는 상당히 멀다고, 지금의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11쪽)
어쩌면 나도 TV나 드라마, 책에 나오는 40대의 모습을 보고, 그것을 정형화시키지는 않았나 돌아보았다. 그렇기에 내가 그런 모습이 안 되면, 나는 실패한(혹은 잘못된) 모습이었다고 쉽게 자책했었다. 저자는 이 사회가 어른이 되는 것을 방해한다고도 말한다.
오늘날 사회에서는 어른을 실천하고 실감하기 위한 장소가 사실상 쟁탈의 장이 되어버렸습니다. 다시 말해 인생의 의자 뺏기 게임에서 이긴 자만이 어른을 시작할 수 있는, 그런 시대가 되어버린 겁니다. (59쪽)
언뜻 이해가 되진 않지만, 점점 결혼하기 어려워지고, 아이를 낳고 키우기 어려워지는 시대 속에서 참된 어른으로 살아가기가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말처럼 예전에는 어른이 자연스럽게 됐는데, 이제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함을 새삼 느낀다.
저자가 말한 일본의 현 모습이 우리나라와 비슷해 많은 부분이 공감이 갔다. 그중 내 머리에 오래도록 남을 내용이 있었다.
누구나 인생의 어느 순간에 중년이 된다는 것을요.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어린 사람들의 ‘심판’을 받게 됩니다. 윗사람에 걸맞은 행동을 하고 있는지 심판대에 서게 되는 것입니다. (21쪽)
쉽게 읽고 끝낼 내용이 아니다. 예전에는 어른답지 못한 어른을 보며 손가락질하기에 바빴다. 그렇지만, 내가 이제 그 손가락질을 받을만한 위치에 서 있다는 것이다. 그 위치에 있다면, 얼마나 나의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할까.
그동안 어른에 대한 여러 책을 읽어 왔다. 40대라는 특정한 시기를 겨냥한 책도 여러 권 읽었다. 이 책은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어른이 된다는 것을 설명해 주어 도움이 되었다.
특히 <연애와 결혼>, <후배나 부모를 대할 때>, <취미와 함께하는 삶>, <나이 듦의 허무함을 극복하기 위해> 등 40대 중년의 사람이 극히 고민하고 있는 부분을 지적해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어른의 지침서라는 느낌도 든다.
단순히 읽고 치워버리는 책이 아니라, 어른으로서 힘들고, 흔들릴 때마다 다시 읽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어른은 한 번 되는 게 아니라, 계속 되어지는 것 같다. 계속 성장할 우리들의 40대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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