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지혜, 듣기 아우름 33
서정록 지음 / 샘터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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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면, 너도 나도 스마트폰 삼매경이다. 책 읽는 풍경은 이제 옛날 신문에서나 봄직하다. 각종 SNS와 뉴스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상세히 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옆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디언들의 삶을 공부하고 있는 서정록 씨는 『잃어버린 지혜. 듣기』를 통해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는 듣기의 비밀을 전한다. 

 

 

수천 년 동안 귀는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으로 알려져 왔다. 물론 눈과 귀 중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우리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불편을 겪는다. 자연 상태에서는 생존의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양자는 서로 보완 관계에 있다. 그러나 영적인 문화권에서는 귀와 소리를 중시했고, 문명권에서는 대체로 눈과 시각적인 문화를 발전시켰다. (18쪽)

저자는 듣기의 비밀을 1부와 2부로 나누어 전한다. 1부는 원주민 사회와 전통 사회의 듣기 문화에 대해서, 2부는 태교를 다룬다. 특히 저자는 인디언 사회의 듣기에 대해 강조한다.

인디언들은 그렇게 일상의 모든 행위에서 자연 존재의 이야기와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한다. 그것이야말로 생명을 공경하는 것이라고. 또 다른 존재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사람은 이런 침묵과 듣기를 통해 성숙한다. 그리고 투명해진다. (64쪽)

동물과 식물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인디언들은 자연과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고 있는가.

또한, 저자는 침묵과 듣기를 잃는 순간. “나를 앞세우고 남을 지배하려고 한다(65쪽)”고 말한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항상 나부터 생각하는 나의 모습을 본다.

저자는 불교와 그리스도교에서도 듣기의 모습을 찾아낸다. 많은 종교계가 요즘은 욕을 많이 먹고 있다. 그 이유가 듣기를 잃어버린 데서 오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태교에 있어서도, 아이의 성장 과정에 있어서도 듣기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이렇듯 인디언 아이의 생활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나 태어나서도 이야기와 노래로 가득 차 있다.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를 따라 배우는 동안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내적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운다. (129쪽)

 

 

우리 아이들의 모습은 어떤지 돌아본다. 글을 깨우칠 때부터 학원에 보내야만 하는 사회. 그 속에서 아이들의 감정과 욕망은 뒷전이고, 지식만이 강조된다. 그런 부담 없이 마음껏 뛰노는 아이들의 삶이 부러워진다.

 

 

이 책은 우리가 살면서 잃어버린 것들을 일깨워준다. 한편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조언한다. 어쩌면 우리는 그 답을 이미 알고 있는지 모른다. 나부터 듣기의 삶을 시작해야겠다.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일단은, TV와 스마트폰, 노트북부터 멀리하자. 멀리하는 만큼, 새롭게 들리는 것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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