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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부엉이
사데크 헤다야트 지음, 배수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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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는 마치 나병처럼 고독 속에서 서서히 영혼을 잠식하는 상처가 있다." (P.7)

충격적인 하지만 매혹적인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 첫 문장에 송두리째 마음을 뺏긴 나는, 한번에 <눈먼 부엉이(사데크 헤다야트, 문학과지성사>를 읽어 나갔다.

하지만 쉽게 읽혀지진 않았다. 소설 전반에 걸쳐, 주인공의 슬픔과 절망, 죽음의 악취가 피어난다. 마치, 장례식장에서 계속 피어나는 향냄새처럼. '죽음, 무덤, 고통, 질병, 공포, 창녀' 등 작가가 계속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단어들은 이 세상의 온갖 슬픔과 좌절을 형상화하고 있다. 때로는 너무 잔혹한 표현이 눈살을 찌푸리게도 한다. 그럼에도 이 소설 속엔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 진흙 속에서 피는 연꽃처럼.

눈먼 부엉이는 작가 자신?

주인공은 필통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다. 그는 자기 자신 안에 갇힌, 철저히 고립된 존재를 그린다. 소설에 묘사된 그의 모습은 꿈과 현실을 오가고,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나는 마치 꿈속에서 이게 꿈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로 어서 깨어나기를 원하지만,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P.28)

어쩌면 아편에 취한 주인공이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리라. 짧지만, 몽환적이고 계속 반복되는 이야기 구조 탓에 나 역시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플롯이 엄청 조밀하게 짜여 있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이 인물이 누구를 지칭하는 것이지?'라는 질문을 계속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 책을 (무사히) 다 읽고 나서, 이 책의 줄거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읊는 것은 무의미함을 깨달았다.

<눈먼 부엉이>의 화자이자 주인공(이름도 없다)은 작가 사데크 헤다야트의 자아였다. 작가는 이란의 대표적인 작가로 페르시아 문학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우리에겐 낯선 이름이다.

헤다야트는 자신이 직접 남긴 기록을 통해 이렇게 소개한다.


"내 삶에는 그 어떤 눈에 띄는 점도 존재하지 않는다. 특별한 사건은 전혀 일어나지 않으며 흥미로운 요소라고는 어느 구석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높은 지위에 있는 것도 아니며 확실한 학위를 가진 것도 아니다. 학교에서는 늘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이었고, 항상 패배하는 쪽이었다. 일하는 직장에서도 이름 없는 하급 직원에 불과했으며 상사들에게는 불만의 대상이었다. 나를 위해 울어주는 사람도 하나 없었다. 한마디로 나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쉽게 잊히고 마는, 그런 인간이었다." (p.178, 옮긴이의 말)

무력함을 이야기하고 있는 헤다야트. 그는 작가의 예술적 성향을 지지하지 않는 고국의 정치적 현실에 깊이 실망한다. 그는 페르시아 문학을 서구적 형태로 발전시킬 꿈을 갖고 있었지만, 시대는 그의 꿈에 부응하기에 아직 많이 낙후되어 있던 것이다(p.180). 결국 1951년 4월, 체류 비자 연장을 거부당한 뒤, 파리에서 가스를 틀어놓고 자살한다. 

제3세계 문학의 아름다움

헤다야트 삶의 팔할이었던 슬픔과 좌절, 무력함이 <눈먼 부엉이> 전반에 걸쳐 흐른다. 하지만 작가는 단순히 자신의 우울한 모습만을 담긴 것은 아니다.

"무정하고 냉혹하게 삶은 모든 인간의 얼굴에서 가면을 벗겨버린다. 인간은 누구나 가면을 뒤집어쓴 채 살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면은 당연히 더러워지고 주름이 생기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인간은 계속해서 그것을 쓰고 다닌다.(p.136)"   

작가는 가면을 대부분의 인간이 쓰고 다닌다고 표현한다. 이 책은 1900년대 초반(1937년)에 써졌지만, 지금 이 시대와도 잘 부합된다. 자신을 감추기 위해 그리고 점점 암울해져 가는 세상을 보지 않기 위해 누구나 가면을 쓰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 가면이 냉혹한 삶에 의해 벗겨질 때, 우리는 얼마나 큰 고통을 맛보게 되는가. 물론 가면이 벗겨졌을 때, 순전한 진실을 맛보게 되는 상은 있을 것이다.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매일 얼굴을 대하면서 함께 어울려 살고 있는 이 인간들과 내가 너무나 다르며, 너무도 멀리 있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또한 동시에, 그들과 내가 외모가 유하하며, 아주 희미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들과 연결의 끈을 유지하고 있음도 느낀다." (p.94)

어쩌면 주인공, 아니 작가의 제일 큰 좌절은 이 문장 안에 있지 않을까? 자기가 그토록 혐오하고 구역질나게 했던 '타인, 세상'이 결국 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사실, 그 사실이 더욱 처절한 슬픔이 아니었을까.

주인공에게 슬픔과 고통을 안겨 준 아내(창녀), 노인의 모습이 바로 자기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나는 거울 앞으로 가 섰다. 놀라움과 공포에 사로잡힌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리고 말았다. 거울 속의 나는 바로 고물상 노인처럼 보였다." (p.171)

이처럼 이 책의 여러 문장에서 현실에 대한 명징한 비판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볼 수 있다. 한편 소설가 배수아씨의 번역은, 번역했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수려하고, 깔끔하다. 그녀의 멋진 번역 덕에 읽는 맛이 더했다. 역시 번역이 중요함을 새삼 깨닫는다. 

너무 염세적인 작가의 세계관이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세계관도 다양한 색깔과 생각의 스펙트럼을 넓혀 주는 귀중한 것이리라. 아울러 영미 소설과 일본 소설에 편중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문학 시장에도 이같이 다양하고 수준 높은 3세계 문학들이 소개되고, 읽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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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9급 관원들 - 하찮으나 존엄한 너머의 역사책 6
김인호 지음 / 너머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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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사회의 단면 엿보다

조선의 9급 관원들, 하찮으나 존엄한(김인호 / 너머북스)

 

역사책하면, 왠지 어렵고 나와는 상관없는 책이라는 생각이 많았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용어들도 너무 생소했고, 역사의 전체 내용을 잘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다행히 그런 거시적인 관점이 아닌, 미시적 관점에서 본 역사의 소소한 단면을 비춰 주는 책들이 근래에 나오고 있다.

 

이 책도 그런 종류의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제목에서 나와 있듯이 조선의 9급 관원들-하찮은 관원들을 총칭한다-의 단면을 보여 주는 책이다. 9급 관원들이라 하면은 우리가 잘 알고 있고, 들어 왔던 높은 관직과 하층민 사이에 있는 관원들을 가리킨다. 여기에는 약간이라도 들어 봤을 의녀, 광대, 마의부터 구사, 산원, 금루관 등 처음 들어봤던 관직도 포함되어 있다.

 

 

조선 관료제의 손과 발, 조선 시대의 뒷골목

책을 읽어 나가며 아니, 이런 관직이 실제로 존재했었다니?’라는 놀라움이 있었다. 예를 들면, 죽은 사람의 시체를 직접 만져야 하는 오작인, 말을 길러서 국가에 바쳐야 하는 목자, 위험한 배를 운행해야 하는 조졸, 정확한 시간을 알려야 하는 금루관 등이다. 이들은 생명의 위험 속에서도 국가가 돌아가기 위해, 사회가 잘 굴러가기 위해 이 일을 해야만 했다. 물론, 일반 하층민보다는 낫지 않겠냐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양반들은 천한 직종이라고 이들을 폄하하기 일쑤였다.

 

배를 타는 일은 당시의 선박 조건에 목숨을 걸어야 했다. 조졸이 힘들고 천시받았던 이유는 무엇보다 위험부담이 크다는 점 때문이었다. (p.210)

 

한편, 이들을 폄하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적 구조가 있었던 것도 흥미로웠다. 대표적인 것이 맹인이었다.

 

흉년이 들어 굶주린 사람을 구제할 때에도 맹인은 최후까지 나라가 돌보아야 할 대상이었다. 활인원이 이를 맡아하는 곳이었는데, 가을 곡식이 있어 사람들을 돌려보내도 맹인은 계속 남아 있게 했다. (p.259)

 

이 책이 주는 장점은 단지 잘 모르는 옛 관직을 소개해 주는 데만 있지 않다. 거기서 더 나아가 그 관직에 있었던 실제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연루된 다양한 사건들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살인, 간음, 권모술수 등 현대 신문의 사회면에 나오는 사건들이 나와 있다. 물론, 여기에는 옛 자료들을 낱낱이 조사해 현대의 언어로 포장해 전달한 김인호 작가의 노력이 크다. 갖가지 사건들을 보며, 조선 시대 역시 지금의 우리 사회와 비슷함이 많았음을 볼 수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곳은 거기서 거기인가 보다.

 

 

 

마지막으로, 책의 뒷머리에 작가의 코멘트가 이 책의 전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선왕조는 원래부터 차별을 전제로 한 사회였다. 그것이 사회를 지탱하는 원리였다. 성리학에서는 이것이 자연의 원리라고 했다. 그러나 차별이 곧 천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차별의 원래 의미는 각각의 사회적 역할이 다르다는 뜻이다....

그러나 차별은 시간이 갈수록, 다름을 이유로 천대를 낳았다. 그리고 그 희생은 사회의 밑바닥에서 일하는 사람의 몫이었다.“ (p.305)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시대다. 각기 다른 모습이지만, 결코 천대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시계속 수많은 부품 중, 하나만 빠져도 시계가 그 역할을 못 하는 것처럼, 한 직업만 없어져도 당장 이 사회는 삐걱댈 것이다. 사회의 작지만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되는 이 책. 한 번 읽어 봄 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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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찌결사대 - 제2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샘터어린이문고 40
김해등 지음, 안재선 그림 / 샘터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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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날개 달린 새야!” 

2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발찌결사대> (김해등 / 샘터)를 읽고

 

흔히 동화라 하면, 어린이들만 봐야 하는, 약간 유치한 책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김해등 작가의 <발찌결사대>는 어른들이 봐도 전혀 유치함을 느낄 수 없는, 잘 쓰인 동화이다. 오히려, 흔히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를 잘 버무리어 바쁜 일상을 보내는 어른들이 한번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우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중간중간의 안재선씨의 삽화는 동화의 내용을 더욱 빛나게 해 주고 있다.

     

 

 

  

하늘로 날아오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비둘기다. 평화의 상징으로서가 아닌,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닭둘기라는 좋지 않은 별명을 가진 비둘기가 주인공이다. 날지 못하고 인간이 주는 먹이만을 먹고, 뒤뚱뒤뚱 걸어 다니는.

      

 

그 비둘기들 중, 초록목과 흰줄박이는 닭둘기로 남아 있기를 거부한다. 이들은 또다른 비둘기들과 발찌결사대를 결성, 인간이 주는 먹이를 거부하고, 생전 해 보지 않았던 사냥을 한다. 개미 등의 사냥. 그리고, 검은혹부리와 경찰 비둘기들의 눈을 피해 나는 것을 연습한다. 

   

   

그렇지만 곧 발각되고, 이들은 하늘을 나는 것을 포기해야 할 상황에 처한다. 하지만, 이들의 자유를 향한 갈망은 막을 수 없었다. 초록목과 흰줄박이는 경찰 비둘기들과 사냥개를 뒤로 하고, 날갯짓을 하며 하늘로 올라갔다. 다른 발찌결사대들도 이들의 뒤를 따라 창공을 난다.

      

 

50페이지의 짧은 동화이지만, 이 작품에는 많은 것들을 생각나게 해 준다. 마치 어른의 세계를 비둘기의 세계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는 듯하다. 매일의 일상에서 반복되어 살아가는, 그리고 거기에 만족하여 발전하지 못하고, 쳇바퀴 도는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 작가는 그 모습을 재미있는 단어 구구뒤뚱법을 사용해 설명한다.

      

 

구구뒤뚱법이 만들어진 뒤로 비둘기가 날개를 퍼덕이는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비둘기는 절대 인간의 기분을 언짢게 하거나 놀라게 해서는 안 됐다. (p.14) 

   

   

학교나 회사에서 윗사람들의 눈치만 보면서 숨죽이며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의 모습 아닌가. 작가는 그런 비둘기들에게, 아니 우리 인간들에게 새로운 길이 있음을 보여 준다. 바로 비둘기가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능력이다. 바로 나는 것’. 인간들에게는 인간다움을 펼치는 것,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 모험에 도전하는 것 등이겠다.

      

 

매일매일 날갯죽지 힘을 길러야 해. 닭둘기가 아니라 비둘기로 살고 싶으면 날아서 여기를 탈출하는 거야.” (p.26)

     

  

하지만, 그 길을 가고, 그 능력을 펼치는 것엔 장애물이 놓여 있다. 작품 속에서는 검은혹부리를 필두로, 째진눈과 사냥개, 경찰비둘기들이 발찌결사대를 필사적으로 방어한다. 인간들도 마찬가지일 것. 수많은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을 것이다. “그냥 평범하게 살아!”라고 외치는 일갈, 다른 길로 나아가는 것에 대한 시기, ‘지금이 아니라 나중으로 미루어버리는 나태. 하지만, 작가는 이런 장애물을 한마디로 일축한다.

      

 

초록목이 흰죽박이에게 팩 쏘아붙였다. “영원히 닭둘기로 살 거야?” (p.34)

   

   

 

  

 

동화의 아름다움에 빠지다

 

<발찌결사대> 외에도 이 책에는 김해등 작가의 다른 작품, <마술을 걸다>, <탁이>, <운동장이 사라졌다>가 실려 있다. <발찌결사대>처럼 이 작품들 역시 일상의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로 구성된다. <마술을 걸다>는 전학와서 만난 한 여학생을 좋아해서 생긴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고, <탁이>는 달걀을 낳은 닭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지막 <운동장이 사라졌다>는 어쩌면 제일 독특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수업 중, 운동장에 새파란 파도가 덮친다. 반 유리창엔 상어가 달려든다. 바닷물이 사라지자, 이번에는 교실이 땅속으로 푹 꺼지기 시작한다. 거대한 개미와 땅강아지가 달려든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불붙은 운석이 운동장에 떨어지기도 한다. 이 기이한 이야기는 운동장 괴물(?)과 유능한 교장 선생님의 대화로 끝을 맺는다.

      

 

교장 : “근데 이번엔 왜 또 나타난 거야?”

운동장 괴물 : “말했잖아! 심심하고, 보고프다고!”

교장 : “!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거 몰라? 벌써 강산이 다섯 번이나 변했다고. 지금 아이들이 얼마나 바쁜데 운동장에서 놀 시간이 어디 있어? ?”

운동장 괴물 : “, 그런가…….”

운동장 괴물은 금세 풀 죽은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p.157)

      

 

 

. 나는 이 부분에서 허를 찌른 듯 했다. 운동장을 의인화할 수 있다니? 그리고, 그 운동장이 화나서 땅을 꺼뜨리고, 바닷물을 보내는 등의 심술(?)을 부렸다니? 작가의 상상력에 탄복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요즘 운동장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는, 너무 바쁜 아이들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그리고 있어 씁쓸하기도 했다.

      

 

스마트폰의 발달로 편리해졌지만, 점점 감수성은 메말라가는 것 같다. 이때,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하고,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동화가 여기 있다. <발찌결사대>속에 오롯이 담긴 우리들의 이야기, 우리 자녀들의 이야기, 우리 삶의 이야기를 맘껏 누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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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3.11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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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도 힘이 된다’, 샘터 11월호 

 

외로움도 힘이 된다 

 

이번 샘터 11월호의 특집은 <외로움도 힘이 된다>이다. 점점 추워지고, 조금씩 낙엽이 떨어지는 이때, 공감할 수 있는 특집이다. 뒤늦게 대입 공부를 시작했던 유양수 님, 가족과 떨어져 LA에서 혼자 지내며 뷰티스쿨 공부했던 현호 님, 식당에서 하루종일 밥을 나르며 힘들게 일하면서 아이들을 위해 외로움을 이겨 냈던 이송이 님 등 우리 이웃의 가슴 아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때 나는 알았다. 정말 힘든 싸움에서 외로움은 힘이 된다는 것을. (유양수 님) p.57

-나를 지켜봐 주는 가족의 사랑이 있었기에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현호 님) p.59

-외로움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지만 흉터도 남겼나 봅니다.(이현지 님) p.62

-외로움을 등에 업고 내가 이루어온 하루하루가 어느새 훤칠하게 자라 있다. (이송이 님) p.63

    

 

 

그리고, 내 눈을 끈 것은 얼마 전 소천한 최인호 작가에 대한 글이었다. 최인호 작가님은 이 <샘터> 잡지에 356개월, 402회에 걸쳐 가족을 연재했다. 그는 생전, 세월이 얼마나 흘렀으며 가족이 얼마만큼 서로 싸우며 흥겨운 것인가를 가늠해보고 싶을 때면 <샘터>에 실린 가족을 읽어 보았단다. 한마디로 샘터의 역사가 곧 작가님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짧은 지면이나마 <샘터>에서 하늘나라로 떠난 작가님에게 마지막 인사를 보낸 것이 고마웠고, 흐뭇했다. 

 

최인호 작가가 이 세상에서 가족과 나눈 마지막 인사는 아이 러브 유”,  "미 투"였다고 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p.67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  

샘터 11월호는 이외에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이달에 만난 사람들은 마음을 훈련하는 스포츠심리학자 조수경씨의 인터뷰를 밀도 있게 다루었다. 스포츠 심리학은 요즘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학문이라 조수경씨의 이야기를 통해 스포츠 심리학과 상담의 중요성을 새로 조명할 수 있었다. 

 

 "행복은 무언가 큰 것을 이룬 다음에 오는 게 아니에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에 집중해서 행복을 느낀다면 나는 불행한 사람이 될 수 없어요 . 작은 것들이 쌓이면서 행복을 느끼는 거지요." 그래서 그에게 상담을 받는 선수들은 행복해지는 훈련을 받는다. (p.16)

 

 

 

 

이번 호로 연재를 마치는 나의 시민유사 답사기도 의미 있었다. 우리나라 두꺼비의 대표적 서식지인 충북 청주 원흥이방죽을 담았다. 개발의 바람으로 서식지를 잃게 된 두꺼비를 살리려고 보호운동에 앞장선 사람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한편, 우리 주위에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너무 파괴되어지는 우리의 자연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지면이었다. 

      

 

양서류는 피부호흡을 하기 때문에 물이나 토양오염에 아주 민감해요. 환경 지표나 다름없습니다. 양서류를 잘 알면 우리가 사는 곳을 이해하게 됩니다.” () 두꺼비친구들 신경아 사무부처장 p. 22

 

     

 

  

이번 호의 특집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 같은 현경 님의 <연약함의 힘>도 특히 좋았다.

 

 

참 자아로 사려면 새로운 종류의 힘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그 힘이 바로 연약함의 힘이라는 겁니다. p.114  

      

 

<샘터> 11월호 구석구석에는 막 삶에서 길러낸 듯한 삶의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바빠서 책 한 권 읽지 못하는 이 때, 한손에 잡히는 작은 <샘터> 한 권 들고, 가까운 공원에라고 가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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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붕어빵, 홈런을 날리다 - 카페 아자부 역발상 창업 성공 스토리
장건희 지음 / 샘터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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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원칙이 만들어낸 홈런! 

<명품 붕어빵, 홈런을 날리다> (장건희 / 샘터)를 읽고 

  

   

<명품 붕어빵, 홈런을 날리다>는 길거리 대표 먹거리인 붕어빵을 카페에서 먹는다는 기발한 생각을 현실로 옮긴 장건희 대표의 창업 성공 스토리를 담고 있다. 막상 읽기 전에는 수없이 쏟아지는 창업에 대한 일반적인 책일 것 같았다. 어려운 상황에서 독특한 아이템을 선점하고, 처음에는 약간 고생하다가 이후에 성공하여 승승장구하는. 하지만, 이 책은 거기에 하나를 더한다. 바로 전직 야구선수와 야구 해설 위원(1999~2004)이라는 본인의 이력을 십분 활용한 생생한 야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야구와 창업 

야구와 창업이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도 있겠다. 이 책에는 저자가 맨 처음 붕어빵에 관심을 갖고, 창업을 꿈꾸던 순간부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드디어 창업에 성공해 어느 정도 사업이 궤도에 올라간 내용들이 담겨 있다. 그 내용과 함께 다양한 야구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어 더욱 흥미를 자아낸다. 어쩌면 한 사업가의 성공 이야기로만 그칠 수 있는 창업 스토리를 인생사라고도 표현되는, 야구에 빗대어 드라마틱하게 그려 내고 있는 것이다. 마치 실제 야구 경기를 보는 듯하다. 뿐만 아니라, 야구의 숨겨진 비화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수없이 야구 경기를 해설해 온 저자가 쓴 글이기에 생생한 느낌을 준다. 야구에서 한 번의 큰 실패를 경험했던 저자가 재기해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가슴이 찡하고, 어느 샌가 저자를 응원하게 된다. ‘창업야구’, 이 책이 다른 일반적인 창업서와 자리를 달리 하는 지점이다.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고들 한다.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이 말은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인생을 야구에 빗대어 설명할 때 흔히 언급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너무나 식상해져버렸지만, 인생이 정말로 끝날 때까지 우리가 희망을 갖고 살 수 있게 해주는 말임은 분명하다. (p. 19) 

  

가치와 원칙 

이 책에서 계속 반복되어 나오는 단어가 있다. 아마도 저자가 강조하는 단어이리라. 바로 가치원칙이다. 저자는 붕어빵이 길거리뿐 아니라, 카페에서도 당당한 먹거리가 될 수 있는 가치를 발견했다 

  

팥이 상해서 못 판다고? 그럼 냉장 시설이 있는 실내 매장이라면 붕어빵을 사계절 내내 팔 수 있겠구나!’ (p. 31) 

  

이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핵심인 붕어빵의 은 절대 국산 것만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끝까지 고수한다. 한마디로 저자에게 있어 가치와 원칙은 절대 양보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기업, 고객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기업, 공정하게 거래하고 경쟁하는 윤리적인 기업. 처음 아자부를 시작하면서 세운 원칙들은 나의 초심이자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p.289)

    

흔히, 창업 성공기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특별한 콘텐츠(content), 특별한 기술, 특별한 인테리어, 특별한 위치, 특별한... 물론, ‘특별함이 없다면 성공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기술하듯, 아자부의 성공은 특별함을 넘어선 원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가뜩이나 비싼 원재료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저자와 아자부의 직원들은 외국의 싼 팥을 산다거나, 우유에 물을 조금 넣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편한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 당장은 많은 이익을 보지 못한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구매자들의 신뢰를 얻어 갈 수 있는 길을 간 것이다. 결국 그러한 뚝심과도 같은 원칙이 있었기에 차츰 아자부는 입소문이 나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었다. 

     

나는 아자부에서 쓰는 재료에 대해서는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다. 비용이 많이 들어도 재료만큼은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 (p.262)

     

 

용기와 희망

이 책은 비단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인생이라는 야구를 펼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희망과 용기를 주기에 충분하다. 이제 막 1회를 시작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9회까지 1점도 못 내고, 실의에 빠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8회까지 이기고 있다가 9회 역전홈런을 맞고, 마지막 공격만을 앞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일류 프로선수와 해설 위원의 푸른 꿈을 꾸다가 미처 그 꿈을 피어내지 못한 장건희 씨처럼. 

     

갑자기 찾아온 부상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야구선수의 꿈을 포기했을 때, 나는 인생의 가장 큰 고비를 맞닥뜨린 줄로만 알았다. 그보다 더 큰 좌절감을 느낄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삶이란 어린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녹록치는 않은 것이었나 보다. (p.14)

     

하지만, 저자는 이 어려움에만 머물지 않고, 계속 노력해 갔다. 다른 길을 찾아 적극적으로 노력한 것이다. 야구의 꿈은 접었지만, 열심히 학문에 매진해 당시만 해도 희소했던 스포츠 마케팅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었고, 사업에도 눈을 뜨게 되어 현재 20여개가 넘는 매장을 가진, 아자부의 창업자가 될 수 있었다. 인생의 쓴 맛을 본 저자의 글이기에 어쩌면 깊은 웅덩이에 빠진 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줄 수 있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장건희 씨의 성공을 통해 나도 해 볼 수 있겠다, 나도 저렇게 한번 살아봐야겠다는 희망도 주고 있다 

  

점점 서민들이 살아갈 자리가 없어지고, 대형 기업들의 출현으로 동네 가게들이 살아나기 힘든 이 때,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타석에 들어서 역전 홈런을 친 장건희 대표. 그가 이 책 <명품 붕어빵, 홈런을 날리다>에서 강조하고 있는 잠언들을 통해 독자들은 창업의 정보, 붙잡아야 할 삶의 가치, 다시 일어서야겠다는 용기를 얻을 것이다. 자신의 성공이야기를 감추지 않고, 많은 이에게 마음 좋게 나누어준 장건희 대표의 다음 시즌을 기대해 본다.

     

이제부터 우리는 위대한 도전에 나섭니다’(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 기술위원장,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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