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골리앗 - 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기술
말콤 글래드웰 지음, 선대인 옮김 / 21세기북스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배수진(背水陣). ‘물을 등지고 진을 친다’, 어떤 일에 결사적인 각오로 임할 때 사용된다. 병법서나 전쟁사에서 간혹 볼 수 있는 단어이다. 객관적으로 전력이 약한 사람(단체, 나라)이 월등히 우월한 상대를 만났을 때, 배수진을 쳤었다. 뒤에는 물, 앞에는 강적. 죽을힘을 다해 싸울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대승’.

 

배수진은 옛날 책에서만 존재하는 거야. 실제 생활에선 써 먹을 수 없는 거라고.” 주위의 누군가가 코웃음 치며 치부할지 모른다. 이 책을 보여 줘라. 이 시대의 배수진을 모아 둔 책이다. 결코 이길 수 없는 강자의 콧등을 납작하게 만든 약자들이 여기 펼쳐져 있다. 제목도 의미심장한 다윗과 골리앗.

 

곳곳의 약자들을 핀셋처럼 골라 독자들에게 소개한 이는 말콤 글래드웰이다. 출판계의 아웃라이어’, 내놓는 책마다 국제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다. 티핑 포인트에선 폭발적인 성장점, 블링크에선 찰나의 판단력, 아웃라이어에선 성공의 비결을 설명해 온 그가 이번에 주목한 것은 약자이다. 흥미로운 것은 성경 인물 다윗이 책에 계속 언급되고, 제목에까지 떡하니 나와 있다는 점이다. 다윗은 이미 강자를 쓰러뜨린 약자의 고유명사가 된 것이다.

 

엘라 계곡에서 거인과 양치기를 본다면 당신의 눈은 칼과 방패, 그리고 번쩍이는 갑옷을 입은 남자에게 끌릴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아름다움과 가치 중 수많은 것들은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더 많은 힘과 목적의식을 가진 양치기로부터 나온다. (324)

 

이 책에 소개된 양치기중, 한 미국 대학생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그녀는 학급 최상위 성적으로 고등학교까지 마쳤다. 브라운 대학교와 메릴랜드 대학교를 갈등하다가, 브라운 대학교를 선택, 합격한다. 그녀와 가족들은 장밋빛 미래를 낙관했다. 브라운 대는 아이비리그 가운데 하나로, 뛰어난 학생들과 교수들을 거느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미국 대학 순위에서 톱 10 안에 들어 있다. 순위가 훨씬 떨어지는 메릴랜드 대신 여기를 선택한 것은 꽤 잘한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그녀는 불행해졌다. 그 학교에는 최고의 학생들만 있던 것이다. 어려운 과목에서도 최고 학점을 손쉽게 따내는 수재들이 그녀 주위에 가득했다. 고등학교까지 주목을 받았지만, 이제 그녀는 그런 명석한 학생들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적 박탈감을 경험하고 말았다. 그녀의 경우를 큰 물고기-작은 연못 효과라 부를 수도 있겠다. 엘리트 교육 기관일수록 학생들은 자신의 학업 능력에 대해 더 나쁘게 여긴다는 말이다. 사실 이 두 용어는 작가가 만든 말은 아니다. 각각 사회학자 새뮤얼 스투퍼, 심리학자 허버트 마시가 지어낸 말이다. 전공 서적에만 묻혀 있던 전문 용어들을 구체적 사례와 함께 생생하게 건져 낸 작가의 역량을 볼 수 있다.

 

! 다른 학생들은 그 과목을 마스터했어요. 시작할 때는 나와 똑같이 감을 못 잡던 학생들조차 말이에요. 나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울 수 없는 것 같아요.” (99)

 

가장 경쟁이 치열한 연못의 작은 물고기였던 그녀의 외침이었다. 눈치 챘는가?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일류대가 강자의 필수 조건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외에도 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기술이 책 곳곳에서 드러난다. 강력한 터키군에 맞섰던 유목민 베두인족 부대, 상대의 허를 찔렀던 농구 초보감독의 작전, 어눌한 난독증 환자들의 이해할 수 없는 대성공, 약한 북아일랜드 주민들을 강력하게 진압했던 영국군의 실수에 이르기까지. 실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약자들, 그리고 난감해하는 강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강자에 대해선 어떤 평가를 하고 있을까? 작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자신의 강함으로 인해 안일해지고, 소극적이 된다고. 신체 조건과 힘, 갑옷을 의지했던 골리앗이 좋은 예시가 되겠다. 자신이 그토록 자랑했던 강점이 약점이 된 것이다.

 

터키군이 그랬듯, 많은 군인과 무기와 자원을 가진 건 분명 강점이다. 그러나 기동성이 떨어지고 방어적 태세를 취하게 만든다. (39)

 

말콤 글래드웰은 전작 아웃 라이어에선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을 다루었다. 그들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었다. 1만 시간을 땀 흘려 노력했는데, 실패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탁월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실패자와 약자라 불리는 자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씁쓸함을 느낄지 모른다. 그런 그들에게 다윗과 골리앗은 안성맞춤이다. 무력감이 아닌 자신감을 준다. 절망이 아닌 희망을 준다. 대부분 자기계발서에서 말하는 거짓 희망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희망. 역사적 사건과 객관적인 데이터에서 추출된 약자의 기술나도 한번 해 볼 수 있겠는데.”라며 구체적 행동으로 그들을 이끌 것이다.

 

인생의 코너에 몰려, 이미 게임은 끝났고 승부는 다 결정되었다고 진작 인생의 수건을 던져버린 수많은 약자들, 그들을 향해 말콤 글래드웰은 이렇게 응원한다.

 

자신이 약자(underdog)라는 사실은 때때로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바꾸어놓을 수도 있다. 약자로 존재한다는 것은 문을 열어 기회를 만들어내고, 자신을 가르치고 일깨우며, 그런 처지가 아니었다면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20)

 

취업을 걱정하는 지잡대(‘지방 잡대학의 은어) 학생들, 부모로부터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극히 평범한 아이들, 깔창을 신어도 여전히 작은 루저들. 아직도 우물쭈물하고 승자들을 바라만 볼 것인가!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약자가 이길 수 있는 분명한 길이 존재한다! 배수진을 치든, 학익진을 치든 무언가 수를 써라! 이 시대 다윗들, 판을 새로 짜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높고 푸른 사다리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 많은 사람이 추구하는 가치이자 여러 종교의 핵심이다. 그런 이유로 사랑을 주제로 수많은 소설이 쓰였고, 영화가 만들어졌다. 너무 많이 쓰여 이제는 퇴색된 것만 같은 단어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랑이다. 바로 공지영!

 

사실 그동안 공지영은 좋은 필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사회의 문제를 뚝심 있게 밝힌다는 이유였다. 끊임없는 SNS 홍역에 시달렸던 것은 기본, 남다른 가정사까지 손가락질을 받았다. 그럼에도 우직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줄이지 않았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는 뜨거운 감자, 사형제도를 다루었으며, 도가니를 통해서는 묻혀 있던 장애우의 인권 문제를 수면 위에 띄웠다. 해직 노동자들의 처절한 투쟁을 담은 르포르타주 의자놀이도 강렬했다. 그런 그녀가 5년 만에 자신의 장기인 소설을 갖고 돌아왔다. 높고 푸른 사다리.

 

한 수도사의 사랑’. 한 구절로 이 소설을 정의할 수 있겠다. 요한 수도사는 소희라는 한 여인을 사랑한다. 수도원 밖과 안의 사랑이다. 통용될 수 없기에 더욱 안타깝다.이 세상과 나의 생이 그녀를 만나기 전과 만난 후로 나누어지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무채색에서 단번에 유채색의 세계로 전환되었다.”(p.193)

 

수도사의 사랑? 어쩌면 너무 익숙한 내용일 수도 있다. 어디선가 비슷한 이야기를 들어본 것 같다. 다행히 수도사의 사랑이라는 낯익은 퍼즐 옆에 작가는 또 다른 퍼즐을 맞춰 놓았다. 희한하게도 그것 역시 사랑이다. 수식어를 하나 붙여 보자. ‘타인에 대한사랑.

 

이 소설에는 주인공 요한 수사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미카엘, 안젤로, 토마스 수사. 이들은 다양한 목소리로 타인에 대한 사랑을 대변한다. 특히 미카엘은 철탑 위의 여성 노동자를 비롯하여, 성장의 한복판에서 고통당하는 이들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의 외침이다. 나는 사랑에 대해 말하려고 했던 거야. 작고 가난한 형제에 대한 사랑…….”(p.113) 비슷한 문제들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이 시대를 비추는 것 같고, 미카엘은 작가의 모습과 겹쳐 온다.

 

이성에 대한, 또한 타인에 대한 사랑이 날줄과 씨줄처럼 엮여 이야기를 고조시킨다. 그런데, 갑자기 탁한 무언가가 사랑의 베틀에 스며든다. ‘사랑이 배반한 듯 보인다. 푸르고 푸른 강물처럼 순수했던 수도사의 사랑, 그 사랑이 깨어진 것이다. 이미 요한은 신에게 귀속되었고, 소희에게도 그녀를 기다리는 남자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사랑의 결정체, 미카엘과 안젤로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사랑은 이처럼 덧없는 것인가?’ 읊조리며, 남은 소설을 읽어 내려가다 마지막 퍼즐을 발견한다. 역시 사랑이다. 이번 사랑에 붙는 수식어는 인류를 위한이다. 주위 인물들과의 사랑을 말하던 작가는 소설이 끝나갈 무렵, 범인류적인 사랑을 덧붙였다.

 

그 사랑이 꽃피운 현장은 바로 한국전쟁,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였다. 수많은 전쟁터에서도 구원이 시작된 곳은 바다 한 가운데, 그곳에는 각종 기뢰가 매설되어 있었다.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는 아비규환, 그 속에서 한 외국인 선장의 결단과 헌신으로 14,000명의 한국인은 목숨을 구하고, 안전한 곳으로 피신할 수 있었다.

 

압니다. 할 수 없는 이유 9999가지를요. 그러나 합시다. 이건 생명의 문제입니다. 이건 흥정의 대상도 고려의 대상도 아닙니다.” (p.334) 미친 짓이라며 그런 명령은 수행할 수 없다던 선원들에게 외친 선장의 말이다. 역시 작가의 목소리로 들렸다. 이 선장은 나중에 수사가 되어 종교에 귀의한다. 마리너스가 그의 이름이다.

 

감동은 있지만, ‘너무 작위적으로 끝나지 않았나?’ 생각하며 책장을 덮으려는 순간, <작가의 말> 한 구절이 나를 휘감았다.이 소설의 배경에는 세 사람이 서 있다. 첫 번째는 두말할 나위 없이 마리너스 수사님이다. 그에 대한 내 모든 소설의 서술들은 아주 작은 각색을 제외하면 고스란히 사실이며 실은 내 전언보다 훨씬 더 극적인 일들이 그 안에 잉태되어 있다.’ (p.375)

 

영화와도 같은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니. 실제로는 더 극적인 일들이 있었다니. 소설의 마리너스 선장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읽어본다. 진실의 힘, 역사의 힘이 느껴졌다. ‘진실이었기에 그렇게 더 울림을 주었구나. 역사속의 사건이었기에 그렇게 더 생생하게 표현되었구나!’

 

영감 있는 예술가는 평범함 속에서 비범함을 발견하는 법이다. 그 좋은 전범이 이 소설이다. 사랑이라는 흔한 소재를 잘 버물려서 깊은 맛을 내는 음식을 만들어 준 공지영 작가, 그녀에게 박수를 보낸다. 살기 각박하다고 외쳐대는 이 때, 좋은 소설 한 편은 깊은 울림과 함께 세상을 견디어내는 힘을 준다. 진실하고 아름다운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푸른 사다리를 선사할 작가의 펜을 응원한다. 희망으로 올라가는 높고 푸른 사다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
이근후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0대를 위한>, <20대를 위한>... 요즘 출간되는 책에는 이런 제목이 많다. 아마 각 세대마다 어려움이 있고, 고민과 질문이 각기 다르기 때문일 것. 하지만, 다른 세대가 읽기엔 공감이 안 되는 책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그 세대가 읽더라도 너무 단편적인 내용이 많아 아쉽다. 이런 상황에서 각 세대의 고민을 귀 기울여 듣고, 따뜻하게 조언해 주는 편지가 도착했다. 바로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

 

저자는 이화여대 교수이자 정신과 전문의로 50년간 환자를 돌보고 학생들을 가르쳐온 이근후 박사. 퇴임 후 가족아카데미아를 설립, 청소년 성 상담, 부모 교육 등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30년 넘게 네팔 의료봉사 활동도 하고 있고, 몇 년 전에는 76세의 나이로 고려사이버대학 문화학과를 최고령으로 수석 졸업하기도 했다. 실로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책제목처럼 젊은 날을 살아가고 있다하겠다. 그런 그가 평생의 경험을 토대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이 책은 <인생의 사계절을 보내는 이들에게 띄우는 편지>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인생을 네 단계로 나눈 네팔을 따라 인생을 4단계, 4계절로 나누었다. 첫 계절 봄은 25세까지로, 태어나 부모에게 배우고 사회에서 학습하는 시기, 50세까지인 여름은, 익힌 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뜨겁게 사는 시기이다. 가을은 75세까지로 되돌아보는 시기로 노년으로 넘어가는 시간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 겨울은 인생의 사계절이 끝나는 시기로 새로운 봄을 기다리는 자유의 시간이라 말한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살아간다 해도, 우리 모두는 대부분 같은 사회 안에서 비슷한 과정을 거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인생의 각 단계마다 연령마다 보편적으로 느끼는 갈등과 행복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 역시 한 명의 인간이자 아버지로서, 아들로서, 남편으로서, 직장인으로서, 생활인으로서, 동료로서 당신처럼 인생의 사계절을 보내왔습니다. 당신의 마음에 어떻게 닿을지는 모르겠지만, 나 나름대로 정성들여 편지를 써봤습니다. (9)

 

이근후 박사는 단순히 사탕발림 식의 위로를 늘어놓지는 않았다. 자신의 80 인생을 반추하며, 순간순간 느끼고, 배웠던 삶의 지혜를 고스란히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몇 군데 살펴보자.

 

직업과 관련하여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떠올린다는 것은, 현장에 있는 나를 그리는 것이겠죠. 또한 머릿속에서 그려본 것만으로는 오류와 시행착오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하고 싶은 일은 직접 부딪쳐 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더 명확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고, 자신의 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31)

 

하고 싶은 일의 바탕에는 그것을 이루고자 하는 열망이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열망하는 일에 전념한다는 것은 그것만 한다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이루기 위해서라면 해야 할 다른 모든 것들까지 흔쾌히 해내는 태도가 열망입니다. (91)

 

이처럼 삶의 굽이굽이마다 펼쳐볼 삶의 지혜가 56편의 편지에 숨어 있다. 마지막 편지를 살펴보자. 저자는 10년 전 왼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고 당뇨, 고혈압, 통풍, 허리 디스크 등 일곱 가지 병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전하는 메시지이기에 곱씹어 볼만하다.

 

죽음이 두려운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내 일생의 가장 중요한 손님이니 차근차근 맞을 준비를 해나가야 합니다. 나도 나름대로 그러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죽음이란 단어가 경직된 의미가 아닌 예전보다는 훨씬 순한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렇게 죽음과 친해져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328)

 

인생을 시작하고, 계획하는 십대부터 인생을 잘 마무리하려는 노년에 이르기까지 숙고할 내용이 많다 하겠다. 힐링 서적들이 범람하는 이때, 전작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 있게 살고 싶다라는 책제목처럼 활기찬 인생을 살고 있는 이근후 박사, 그가 몸소 체험한 삶의 지혜를 들어보지 않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 주인공은 모두 길을 떠날까? - 옛이야기 속 집 떠난 소년들이 말하는 나 자신으로 살기 아우름 3
신동흔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청전>, <콩쥐팥쥐>, <백설공주>, <신데렐라>, <장화홍련>... 어렸을 때 한두 번, 아니 수십 번 이상 들어온 이야기다. 시대와 상황은 달라도 약간 겹치는 부분이 있다. 대충의 내용은 이렇다. ‘착한 주인공이 역경을 만나서 고생하다가 자신의 능력과 주위의 도움으로 이겨내고, 결국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는.

 

또 한 가지 있다. 대부분 주인공은 자의든, 타의든 집을 떠난다는 사실. 집을 떠난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여기 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왜 주인공은 모두 길을 떠날까?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는 신동흔 교수로 대표적인 이야기꾼이다. 한겨레 옛이야기시리즈를 기획하고 살아 있는 한국 신화, 세계민담전집 1 한국편, 삶을 일깨우는 옛이야기의 힘등 사라져가는 옛 이야기를 현대의 언어로 풀고 있다. 그가 이번에 초점을 맞춘 것은 이야기 속 집을 떠난 주인공이다.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특히 다 큰 어른들이 아닌 아이들이 길을 많이 떠나지요. 그 아이들은 때로는 아직 철이 들기도 전인 어린아이인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막 철들 무렵의 아이들입니다. 세상과 본격적으로 대면하기 시작할 무렵의 아이들이지요. 그 아이들이 집을 나선다는 건 이제 비로소 자기 삶을 찾아 넓은 세상으로 첫발을 내디딘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30)

 

설명을 들으니, 그냥 어린이들만 읽는 것으로 치부해 버렸던 동화가 새롭게 다가왔다. 숲으로 추방당했던 백설공주, 눈먼 아비의 곁을 떠나야 했던 심청, 숲 속 마녀의 과자집에서 죽을 뻔한 헨젤과 그레텔 등 주인공들의 고난이 나름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한편, 언뜻 비슷해 보이는 주인공들을 비교하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콩쥐나 신데렐라는 장화 홍련과 달리 일을 하는인물이었지요. 콩쥐는 밭에 나가서 일하다가 검은 암소를 만나며, 잔치 자리에 나감으로써 원님을 만납니다. 그렇게 바깥세상과 접속함으로써 빛나는 비약을 이룰 수 있었지요. (67)

 

이 책의 미덕은 단지 동화 속 주인공을 좀 더 상세히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바로 주인공의 삶과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자신의 삶을 연결시킨다. 한마디로 주인공의 삶이 우리가 따라야 할 표본, 혹은 반면교사가 되는 것이다.

 

결연히 길을 나서서 고갯마루를 훌쩍 넘어설 때, 그렇게 계속 새 길을 찾아낼 때 마침내 우리 존재는 활짝 빛나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154)

 

특별한 목표도 재능도 없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죠?”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이 책이 주는 메시지이다. 신동흔 교수는 많은 동화 속 인물을 통해 이렇게 답한다. “걱정 말고 일단 움직이라.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라.”

 

왜 주인공은 모두 길을 떠날까?는 다음 세대에게 따뜻한 대화를 건네는 아우름세 번째 책이다. 저자는 젊은이에게 책 마지막에 이렇게 묻고 있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가, 또는 어디로 얼마나 멀리 움직이는지가 중요치 않다는 말입니다. 진정으로 움직이고 있는가 하는 게 관건이지요. 어떤가요? 지금 는 진정으로 움직여 가고 있나요? (207)

 

책을 덮기 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는 과연 움직여 가고 있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본회퍼 묵상집
찰스 링마 지음, 권지영 옮김 / 죠이선교회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강한 신념을 가지고 나치체제에서 저항하다 순교한 독일의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의 일반적인 소개다.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본회퍼는 이 소개가 전부이지 않을까? 물론, 정답이지만 이 대답에만 머무른다면, 우리는 참 본회퍼를 만나지 못할 것이다.

 

방법은 있다. 그의 평생의 역작들을 읽어본다면,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짐작할 것이다. 아니, 어렵다면 그중에서도 빛나는 어록이라도 읽고, 곱씹어본다면 어떨까? 본회퍼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밑그림을 그리는 데는 안성맞춤 아니겠는가. 본회퍼 묵상집은 바로 그런 책이다.

 

일 년 동안 매일 한 개씩 읽도록 구성한 이 묵상집은 단순히 본회퍼의 명언을 쭉 나열한 책이라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적절한 성경 구절과 저자 찰스 링거의 묵상글이 덧입혀졌다. 마무리에는 묵상, 기도, 사색의 짧은 글이 더해졌다. 한마디로 본회퍼의 말을 통해 깊이 성경을 묵상하고, 기도의 자리에까지 이어진다 하겠다.

 

읽으면서, 본회퍼라는 사람이 참 놀라웠다. 보통 한 사람의 말과 글에는 그 사람 고유의 색깔과 문체가 있기 마련인데, 그는 달랐다. 이게 다 한 사람이 썼느냐고 묻고 싶을 만큼 다양했다.

 

- 하나님의 뜻은 사람을 새로 창조하는 것뿐 아니라 환경을 새로 만드는 것이다. 녹슬지 않는 검(155, 518)

 

- 순종할 때는 온유하고 쉬운 멍에가 불순종할 때는 감당할 수 없는 짐이 된다. 자유를 향한 길(168, 531)

 

- 만일 우리가 올바르게 기도해야 한다면, 어쩌면 우리 자신의 마음과는 반대로 기도해야 할지도 모른다. 시편 이해(302, 105)

 

그의 다양한 말은, 때로는 부드러운 봄바람처럼 위로해 주기도, 날카로운 비수처럼 내 깊은 속의 욕망을 찌르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이 시대를 같이 살아가고 있는 듯한, 통찰력도 내비친다.

 

이 묵상들은 우리에게 도움을 준다기보다는 혼란을 일으키고, 경건하기보다는 세상적일지 모릅니다. 본회퍼는 성경적인 영성을 정치적인 현실성과 결합했고, 믿음을 순종과, 평화를 저항과, 공동체를 소탈한 개인주의와, 기도를 행동주의와 결합했습니다. (8)

 

본회퍼 묵상집으로 초대하는 저자의 글이다. 이 말만큼 본회퍼를 잘 묘사하는 말이 있을까. 특정한 신앙의 틀에 갇힌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여러 오해와 논쟁을 일으켰던 본회퍼. 그의 말은 부조리 속에서 살아가며, 끊임없이 고민하는 이 시대 그리스도인들에게 아직도 유효하다. 이 책의 원제는 이렇다. Seize the Day with Dietrich Bonhoeffer. 본회퍼의 글과 함께 2015년의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자. 한시라도 허투루 살지 말고, 그가 고민했던 신앙과 삶을 확 붙잡는하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