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
이근후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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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를 위한>, <20대를 위한>... 요즘 출간되는 책에는 이런 제목이 많다. 아마 각 세대마다 어려움이 있고, 고민과 질문이 각기 다르기 때문일 것. 하지만, 다른 세대가 읽기엔 공감이 안 되는 책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그 세대가 읽더라도 너무 단편적인 내용이 많아 아쉽다. 이런 상황에서 각 세대의 고민을 귀 기울여 듣고, 따뜻하게 조언해 주는 편지가 도착했다. 바로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

 

저자는 이화여대 교수이자 정신과 전문의로 50년간 환자를 돌보고 학생들을 가르쳐온 이근후 박사. 퇴임 후 가족아카데미아를 설립, 청소년 성 상담, 부모 교육 등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30년 넘게 네팔 의료봉사 활동도 하고 있고, 몇 년 전에는 76세의 나이로 고려사이버대학 문화학과를 최고령으로 수석 졸업하기도 했다. 실로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책제목처럼 젊은 날을 살아가고 있다하겠다. 그런 그가 평생의 경험을 토대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이 책은 <인생의 사계절을 보내는 이들에게 띄우는 편지>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인생을 네 단계로 나눈 네팔을 따라 인생을 4단계, 4계절로 나누었다. 첫 계절 봄은 25세까지로, 태어나 부모에게 배우고 사회에서 학습하는 시기, 50세까지인 여름은, 익힌 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뜨겁게 사는 시기이다. 가을은 75세까지로 되돌아보는 시기로 노년으로 넘어가는 시간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 겨울은 인생의 사계절이 끝나는 시기로 새로운 봄을 기다리는 자유의 시간이라 말한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살아간다 해도, 우리 모두는 대부분 같은 사회 안에서 비슷한 과정을 거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인생의 각 단계마다 연령마다 보편적으로 느끼는 갈등과 행복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 역시 한 명의 인간이자 아버지로서, 아들로서, 남편으로서, 직장인으로서, 생활인으로서, 동료로서 당신처럼 인생의 사계절을 보내왔습니다. 당신의 마음에 어떻게 닿을지는 모르겠지만, 나 나름대로 정성들여 편지를 써봤습니다. (9)

 

이근후 박사는 단순히 사탕발림 식의 위로를 늘어놓지는 않았다. 자신의 80 인생을 반추하며, 순간순간 느끼고, 배웠던 삶의 지혜를 고스란히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몇 군데 살펴보자.

 

직업과 관련하여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떠올린다는 것은, 현장에 있는 나를 그리는 것이겠죠. 또한 머릿속에서 그려본 것만으로는 오류와 시행착오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하고 싶은 일은 직접 부딪쳐 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더 명확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고, 자신의 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31)

 

하고 싶은 일의 바탕에는 그것을 이루고자 하는 열망이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열망하는 일에 전념한다는 것은 그것만 한다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이루기 위해서라면 해야 할 다른 모든 것들까지 흔쾌히 해내는 태도가 열망입니다. (91)

 

이처럼 삶의 굽이굽이마다 펼쳐볼 삶의 지혜가 56편의 편지에 숨어 있다. 마지막 편지를 살펴보자. 저자는 10년 전 왼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고 당뇨, 고혈압, 통풍, 허리 디스크 등 일곱 가지 병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전하는 메시지이기에 곱씹어 볼만하다.

 

죽음이 두려운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내 일생의 가장 중요한 손님이니 차근차근 맞을 준비를 해나가야 합니다. 나도 나름대로 그러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죽음이란 단어가 경직된 의미가 아닌 예전보다는 훨씬 순한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렇게 죽음과 친해져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328)

 

인생을 시작하고, 계획하는 십대부터 인생을 잘 마무리하려는 노년에 이르기까지 숙고할 내용이 많다 하겠다. 힐링 서적들이 범람하는 이때, 전작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 있게 살고 싶다라는 책제목처럼 활기찬 인생을 살고 있는 이근후 박사, 그가 몸소 체험한 삶의 지혜를 들어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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