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퍼 묵상집
찰스 링마 지음, 권지영 옮김 / 죠이선교회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강한 신념을 가지고 나치체제에서 저항하다 순교한 독일의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의 일반적인 소개다.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본회퍼는 이 소개가 전부이지 않을까? 물론, 정답이지만 이 대답에만 머무른다면, 우리는 참 본회퍼를 만나지 못할 것이다.

 

방법은 있다. 그의 평생의 역작들을 읽어본다면,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짐작할 것이다. 아니, 어렵다면 그중에서도 빛나는 어록이라도 읽고, 곱씹어본다면 어떨까? 본회퍼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밑그림을 그리는 데는 안성맞춤 아니겠는가. 본회퍼 묵상집은 바로 그런 책이다.

 

일 년 동안 매일 한 개씩 읽도록 구성한 이 묵상집은 단순히 본회퍼의 명언을 쭉 나열한 책이라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적절한 성경 구절과 저자 찰스 링거의 묵상글이 덧입혀졌다. 마무리에는 묵상, 기도, 사색의 짧은 글이 더해졌다. 한마디로 본회퍼의 말을 통해 깊이 성경을 묵상하고, 기도의 자리에까지 이어진다 하겠다.

 

읽으면서, 본회퍼라는 사람이 참 놀라웠다. 보통 한 사람의 말과 글에는 그 사람 고유의 색깔과 문체가 있기 마련인데, 그는 달랐다. 이게 다 한 사람이 썼느냐고 묻고 싶을 만큼 다양했다.

 

- 하나님의 뜻은 사람을 새로 창조하는 것뿐 아니라 환경을 새로 만드는 것이다. 녹슬지 않는 검(155, 518)

 

- 순종할 때는 온유하고 쉬운 멍에가 불순종할 때는 감당할 수 없는 짐이 된다. 자유를 향한 길(168, 531)

 

- 만일 우리가 올바르게 기도해야 한다면, 어쩌면 우리 자신의 마음과는 반대로 기도해야 할지도 모른다. 시편 이해(302, 105)

 

그의 다양한 말은, 때로는 부드러운 봄바람처럼 위로해 주기도, 날카로운 비수처럼 내 깊은 속의 욕망을 찌르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이 시대를 같이 살아가고 있는 듯한, 통찰력도 내비친다.

 

이 묵상들은 우리에게 도움을 준다기보다는 혼란을 일으키고, 경건하기보다는 세상적일지 모릅니다. 본회퍼는 성경적인 영성을 정치적인 현실성과 결합했고, 믿음을 순종과, 평화를 저항과, 공동체를 소탈한 개인주의와, 기도를 행동주의와 결합했습니다. (8)

 

본회퍼 묵상집으로 초대하는 저자의 글이다. 이 말만큼 본회퍼를 잘 묘사하는 말이 있을까. 특정한 신앙의 틀에 갇힌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여러 오해와 논쟁을 일으켰던 본회퍼. 그의 말은 부조리 속에서 살아가며, 끊임없이 고민하는 이 시대 그리스도인들에게 아직도 유효하다. 이 책의 원제는 이렇다. Seize the Day with Dietrich Bonhoeffer. 본회퍼의 글과 함께 2015년의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자. 한시라도 허투루 살지 말고, 그가 고민했던 신앙과 삶을 확 붙잡는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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