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6.9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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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 올림픽의 열기로 더 무더웠던 여름. <샘터 9>호를 펴보니, 올림픽을 느낄 수 있는 글들이 있어 반가웠다.

 

먼저, 배구 박미희 감독(흥국생명)의 인터뷰. 과거 코트의 여왕으로 불렸던 그녀는 한국 여자배구의 산증인이다. 선수 생활을 마치고도 계속 배구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은 그녀는 국내 프로스포츠 유일의 여성 감독으로서 팀을 한 단계 한 단계 상승시켰다. 하지만, 현역 시절 올림픽 노메달이 아쉬웠다는 박 감독. 그녀는 리더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감독이 된 후에는 리더의 역할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돼요. 사실 감독과 선수는 상하 관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역할을 맡고 있는 평등한 팀원일 뿐이에요. 저는 선수들이 자기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진짜 리더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18)

 

박 감독의 바람처럼 앞으로도 진짜 리더로 한국 배구를 발전시키고 성장시킬 그녀를 응원한다. 축구 수집가의 <대한민국 대표팀의 첫 올림픽>도 흥미로웠다. 1948년 런던 올림픽. 정부도 세워지기 전이라 장작 2021일동안 9개국 12개 도시를 거쳐 런던에 도착했단다. 첫 경기에선 멕시코를 5:3으로 이겼지만, 결국 8강전에서는 스웨덴에 0:12라는 엄청난 스코어로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 골키퍼였던 홍덕영 선생. 그의 소장품은 수원 축구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최초의 종이 여권, 런던 올림픽 팸플릿 등... 이런 가치 있는 물건들이 앞으로도 훼손되지 않고, 잘 보관되길 기원한다.

 


 

김승진 선장의 인터뷰도 흥미로웠다. 세계에서 최초로 무동력 요트 세계일주를 완주했다. 그는 자신의 꿈을 위해 무작정 도전하지 않았다. 계속 PD로 일하며 요트에 대해 공부했고 지식을 쌓았다. 그런 준비 끝에 2014년 출발해 209일의 여정을 완주할 수 있었다.

 

저는 계속 스스로에게 지금 즐거운지 질문해요. 만약 내일 등산을 하다가 바다에서보다 더 큰 기쁨을 느낀다면 주저 없이 산에 오를 거예요. 주부가 가구 배치를 바꾸는 게 즐겁다면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지 않더라도 이미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는 거 아닐까요?” (31)

 

내가 지금 즐거운지 자문해 보았다. 앞으로도 멋진 여행을 펼쳐 나갈 김승진 선장을 응원한다. 외에도 <샘터 9>호에는 시간이 멈춘 마을 <서천 판교마을>, <미술관 산책>, <재즈콘서트>, <서민의 글쓰기> 등 알찬 글이 가득하다.

 

무더운 여름이 끝나가고, 조금씩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멀리 휴가는 가지 못했더라도 <샘터>와 함께 시원한 가을을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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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 - 어느 심리학자의 물렁한 삶에 찾아온 작고 따스하고 산뜻한 골칫거리
닐스 우덴베리 지음, 신견식 옮김 / 샘터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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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바퀴 돌 듯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삶에서 갑자기 누군가 방문한다면 어떨까. 낯설고 어색할 것이다. 불편할 지도 모른다. 지긋이 나이를 먹은 심리학자의 집에 불청객이 방문했다. 불청객은 다름 아닌 고양이 나비’.

 

갑작스런 동침으로 학자의 삶은 달라졌다. 매일 먹이를 챙겨 줘야 되고, 놀거리로 놀아줘야 한다. 집을 며칠 비워야 할 때나, 고양이가 집을 오래도록 비우면 신경이 쓰인다. 중성화 수술도 해줘야 한다. 그 이야기들은 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속에 생생히 담겨졌다. 작가는 그런 불편 속에서도 이런 고백을 한다.

 

나비는 꼭 선물 같은 기분이다. 기대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고 우리는 돈 한 푼 내지 않고 나비를 얻었다. (71)

 

심리학자인 작가는 인간의 심리를 헤아리듯 고양이를 관찰한다. 꼬리를 살펴보기도 하고, 잠자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한다. 고양이의 심리와 정신세계를 분석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작가는 점점 더 애정에 빠진다.

 

나비의 의도는 아마 그것과 상당히 다를 것임을 나도 기본적으로 이해하지만 나비가 인정을 베푼다고 상상하면 기분이 좋다. 그래서 나는 나비를 좀 더 쓰다듬어주고 나비는 계속 가르랑댄다. (148)

 

이 책은 고양이에 대한 에피소드만 있진 않다. 작가는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모습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요즘 사람들은 잠잘 겨를이 별로 없다. 도무지 쓸모없어 보이기도 하는 온갖 일에 항상 바쁘다. 책을 일거나 전화를 걸거나 일을 마쳐야 한다. 친구, 친지 또는 직장 동료와 근황 잡담을 하고 사회, 직장 또는 정치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둬야 한다. (172)

 

이에 반해 고양이는 이런 걱정 없이 잘 산다(172)”고 작가는 말한다. 재미있으면서도 뜨끔하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걱정을 안고 사는가.

 

이 책 곳곳에 작가의 고양이에 대한 사랑과 수고가 느껴진다. 마치 내가 직접 고양이를 키우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사랑해야 할 것들을 떠올려 보았다. 애완동물 뿐 아니라 가족, 친구, 그리고 자기 자신까지. 시인 나태주는 이렇게 노래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내가 사랑해야 할 것들을 자세히 보아야겠다. 작가가 고양이를 바라보았던 것처럼...

 

우리와 나비는 서로서로 삶의 일부가 되었다. 서로를 이해해서라기보다는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기 때문이다.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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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독법 - 유쾌하고도 섬세하게 삶을 통찰하는 법
김민웅 지음 / 이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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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를 읽지 않은 지 오래다. 매일 쏟아지는 신간 속에서 동화를 살펴볼 여유는 없다. 유년시절의 내 마음을 따스하게 해주었던 동화, 이젠 더 이상 관심이 없다.

 

동화에 대한 책 동화독법이 관심을 끌었다. 이 책은 동화에 대한 애정을 되살리기에 충분했다. <미운 오리 새끼>, <신데렐라>, <인어공주>, <토끼전>, <이솝 우화>.... 어렸을 때부터 익히 들어오고, 수많은 갈래로 변주되어 온 이야기들이다. 작가는 누구나 쉽게 줄거리를 말할 수 있는 익숙한 이야기 속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시큰둥한 표정으로 책장을 넘기던 손은 어느새 감탄과 놀라움으로 바뀐다. ‘여기에 이런 의미가 있었다니....’

 

<개미와 베짱이>를 보자. ‘개미는 근면하고 베짱이는 게으르다. 우리는 개미를 본받아야 한다라는 인식이 머릿속에 박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살펴보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우화에 나오는 개미 공동체는 자기들이 먹을 것은 마련했는지 모르겠지만, 고통받는 이웃에 대한 마음은 잃어버렸습니다. 제 아무리 먹을 것이 풍부하다 해도 그런 사회가 우리의 이상적 세계라고 볼 수 있을까요? (238)

 

어떤가. 춥고 배고파서 고통당하고 있던 베짱이들. 그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우리는 한 번이라도 가져보았는가. 작가는 더 나아가서 개미와 베짱이가 공존하는 삶을 말한다.

 

개미와 베짱이의 삶은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공존하면서 보완하고 조화로운 전체가 되는 길을 뜻할 수 있는 거지요. ‘개미+베짱이=근면성실하고 풍성하며 유쾌하고 존엄한 삶이 아닐까요? (239)

 

 

또한, 작가는 동화에서 발견한 삶의 지혜를 들려준다. <토끼전>을 보자. 자라의 꾐에 빠져 용왕에 잡혀가고, 그 위급한 순간에 기지를 발휘해 목숨을 구한 토끼. 하지만, 뭍에서도 독수리의 발톱에 사로잡힌다. 그 순간 바위틈에 용궁에서 가져온 귀한 보물주머니가 있다고 독수리를 꼬셔 위험에서 벗어난다.

 

험난한 세상입니다. 하지만 바위 틈 하나 정도만 있으면 됩니다. 포기하지 않고 낙담하지 않으면 되는 거지요. 아무것도 아닌 듯해도 조금씩밀고 나가면 그 바위틈은 어느새 난공불락의 견고한 요새가 될 수 있습니다. (225)

 

학창 시절, 국어 시간에 동화나 소설의 풍경. ‘이 동화의 주제는 이것이다. 이 소설의 교훈은 이것이다.’라며 천편일률적인 답들을 노트에 베껴 적기 바빴다. 작가는 책 말미에 이렇게 말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갖지 못하면 그런 사회와 나라는 편견과 선입견 또는 세뇌된 지식으로 가득차, 자신의 진정한 발전을 위한 길을 모색하고 선택하는 일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하고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들 속에서도 새로운 생각의 단서를 발견하는 것은 내 안에 존재하고 있는 사유의 촛대에 불을 켜는 일입니다. (447)

 

익히 잘 알고 있는 동화 속에 이렇게 다양한 의미와 생각거리가 숨어 있는지 몰랐다. 이 책을 통해 정답처럼 박혀 있던 동화들의 고정관념을 조금 벗어난 것 같다. 앞으로는 동화를 다른 관점으로 볼 것이다. 동화뿐 아니라, 모든 책들을, 아니 세상 모든 일을 바라볼 때도... 기존의 공식이나 정답이 아닌, 나만의 방식으로 바라보리라. 그럴 때 새로운 삶의 시각이 열릴 것이다. <미운 오리 새끼>의 경이로운 깨달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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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6.7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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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만난 시원한 생수처럼, <샘터 7월호>가 찾아왔다. 반가운 마음에 펼쳤지만, 슬픈 소식이 먼저 들렸다. <샘터>를 창간했던 김재순 고문이 지난 5, 소천한 것이다. 그를 잘 알지 못했지만, 그의 샘터를 향한 열정과 애정이 있었기에, 거의 반세기 동안 <샘터>가 이어올 수 있지 않았을까. 그는 창간호에 이런 글을 썼다고 한다.

 

평범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가벼운 마음으로 의견을 나누면서 행복에의 길을 찾아보자는 것이 샘터를 내는 뜻입니다. (중략)샘터는 거짓 없이 인생을 걸어가려는 모든 사람에게 정다운 마음의 벗이 될 것을 다짐합니다.”

 

이 창간사처럼, 앞으로도 <샘터>가 많은 이들의 이웃, 친구가 되길 바란다. 이해인 수녀의 글<좋은 환자 되기 위한 십계명>도 곱씹어 보았다. 실제 투병중인 수녀의 고백이라 더 가슴에 다가온다.

 

이 순간 제가 살아 있음을 감사드립니다. 아직은 아픔을 안고 걸어야 할 삶의 여정에서 힘들어도 선과 미소와 평화를 잃지 않는 환자로 살고 싶습니다. 세상의 많은 환우들과 연대하며 고통 중에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수도자가 되게 하소서. (26)

 

 

배우 김민진 씨와의 인터뷰도 흥미로웠다. MBC <서프라이즈> 재연 배우로 잘 알려진 배우였다.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진 않지만, 연기를 향한 진솔한 그의 고백이 울림이 있었다. 앞으로도 많은 곳에서 다양한 역할로 만나길 기대한다.

 

굵직한 배역을 맡은 적은 드물지만 사기꾼, 비서, 조선시대 백성 등 다양한 역할을 해본 덕에 경력에 비해 많은 인물을 연기했어요. 재연배우라는 틀에 저를 가두지 않고 한 명의 연기자로 봐주시면 좋겠어요.” (31)

 

<내 인생에도 다이어트가 필요해>라는 주제의 특집도 재미있었다. SNS, 음식, 책 등 다양한 다이어트에 대한 이야기가 진솔했다.

 

외에도 <미술관 산책>, <할머니의 부엌수업>, <취미의 고수>, <사진이 있는 공간> 등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곳곳에 펼쳐져 있다. 몹시 더운 요즘, 시원한 곳에서 <샘터 7>를 아무 쪽이나 펼쳐보시길. 피서가 다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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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나만 지키면 손해 아닌가요? - 나의 행복과 우리의 행복이 하나라는 깨달음 아우름 12
김경집 지음 / 샘터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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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정의에 대한 책이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르고, 신문이나 뉴스에서도 정의를 말한다. 그만큼 많은 이들의 관심 있는 단어라 하겠다. 그럼에도 왠지 정의는 나와는 상관이 별로 없는, 다른 사람들의 것으로 치부할 때가 있다. 김경집 교수는 정의, 나만 지키면 손해 아닌가요?를 통해 정의가 무엇이고,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학교는 무엇을 배우는 곳일까? 우리 반에서 왕따가 생겼을 때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은 늘 정당할까? 그린벨트는 올바른 것일까? 악법도 법일까? 내가 누리는 행복이 혹시 다른 사람의 불행을 발판으로 한 것은 아닐까?’

 

이런 질문 앞에서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이런 질문을 던지며, 정의에 대해 생각하도록 돕는다. 저자는 정의란 무엇인가부터 규정한다.

 

이렇게 자발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며 그것을 선택하는 과정이 바로 정의입니다. 정의라는 건 그리 거창한 게 아닙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개념으로 정의되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행복하고 또한 우리가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이해하고 따르는 것, 그것이 바로 정의의 바탕입니다. (21)

 

또한, 정의의 본질에 대해서는 강자가 약자를 보호하며 함께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27)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학문을 배우고, 익히는 학교에서도 정의는 배워야 한다. 저자는 학교생활을 통해 연대 의식을 공유하고 학습하며 실천”(47)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역사 속에서도 정의의 다양한 모습을 끄집어낸다. 함무라비 법, 솔론의 개혁, 공자와 맹자, 칸트 등의 경우를 통해 정의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 왔고, 어떤 가치를 갖고 있는지 설명한다. 저자는 정의를 고민하고 대안을 찾는 과정 속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인격적으로 살아갈 수 있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더불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이 정의를 지키고 정의가 여러분을 지켜 줄 것을 기대합니다.”(175)

 

내가 행복하고 또한 우리가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강자가 약자를 보호하는, 배려와 공감에서 확보되는 그런 참된 정의가 우리 사회에 가득히 넘쳐나길 소망한다. 우선, 나부터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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