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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독법 - 유쾌하고도 섬세하게 삶을 통찰하는 법
김민웅 지음 / 이봄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동화’를 읽지 않은 지 오래다. 매일 쏟아지는 신간 속에서 동화를 살펴볼 여유는 없다. 유년시절의 내 마음을 따스하게 해주었던 동화, 이젠 더 이상 관심이 없다.
동화에 대한 책 『동화독법』이 관심을 끌었다. 이 책은 동화에 대한 애정을 되살리기에 충분했다. <미운 오리 새끼>, <신데렐라>, <인어공주>, <토끼전>, <이솝 우화>.... 어렸을 때부터 익히 들어오고, 수많은 갈래로 변주되어 온 이야기들이다. 작가는 누구나 쉽게 줄거리를 말할 수 있는 익숙한 이야기 속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시큰둥한 표정으로 책장을 넘기던 손은 어느새 감탄과 놀라움으로 바뀐다. ‘여기에 이런 의미가 있었다니....’
<개미와 베짱이>를 보자. ‘개미는 근면하고 베짱이는 게으르다. 우리는 개미를 본받아야 한다’라는 인식이 머릿속에 박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살펴보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우화에 나오는 개미 공동체는 자기들이 먹을 것은 마련했는지 모르겠지만, 고통받는 이웃에 대한 마음은 잃어버렸습니다. 제 아무리 먹을 것이 풍부하다 해도 그런 사회가 우리의 이상적 세계라고 볼 수 있을까요? (238쪽)
어떤가. 춥고 배고파서 고통당하고 있던 베짱이들. 그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우리는 한 번이라도 가져보았는가. 작가는 더 나아가서 개미와 베짱이가 공존하는 삶을 말한다.
‘개미와 베짱이의 삶’은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공존하면서 보완하고 조화로운 전체가 되는 길을 뜻할 수 있는 거지요. ‘개미+베짱이=근면성실하고 풍성하며 유쾌하고 존엄한 삶’이 아닐까요? (239쪽)
또한, 작가는 동화에서 발견한 삶의 지혜를 들려준다. <토끼전>을 보자. 자라의 꾐에 빠져 용왕에 잡혀가고, 그 위급한 순간에 기지를 발휘해 목숨을 구한 토끼. 하지만, 뭍에서도 독수리의 발톱에 사로잡힌다. 그 순간 바위틈에 용궁에서 가져온 귀한 보물주머니가 있다고 독수리를 꼬셔 위험에서 벗어난다.
험난한 세상입니다. 하지만 바위 틈 하나 정도만 있으면 됩니다. 포기하지 않고 낙담하지 않으면 되는 거지요. 아무것도 아닌 듯해도 ‘조금씩’ 밀고 나가면 그 바위틈은 어느새 난공불락의 견고한 요새가 될 수 있습니다. (225쪽)
학창 시절, 국어 시간에 동화나 소설의 풍경. ‘이 동화의 주제는 이것이다. 이 소설의 교훈은 이것이다.’라며 천편일률적인 답들을 노트에 베껴 적기 바빴다. 작가는 책 말미에 이렇게 말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갖지 못하면 그런 사회와 나라는 편견과 선입견 또는 세뇌된 지식으로 가득차, 자신의 진정한 발전을 위한 길을 모색하고 선택하는 일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하고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들 속에서도 새로운 생각의 단서를 발견하는 것은 내 안에 존재하고 있는 “사유의 촛대”에 불을 켜는 일입니다. (447쪽)
익히 잘 알고 있는 동화 속에 이렇게 다양한 의미와 생각거리가 숨어 있는지 몰랐다. 이 책을 통해 정답처럼 박혀 있던 동화들의 고정관념을 조금 벗어난 것 같다. 앞으로는 동화를 다른 관점으로 볼 것이다. 동화뿐 아니라, 모든 책들을, 아니 세상 모든 일을 바라볼 때도... 기존의 공식이나 정답이 아닌, 나만의 방식으로 바라보리라. 그럴 때 새로운 삶의 시각이 열릴 것이다. <미운 오리 새끼>의 경이로운 깨달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