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 - 어느 심리학자의 물렁한 삶에 찾아온 작고 따스하고 산뜻한 골칫거리
닐스 우덴베리 지음, 신견식 옮김 / 샘터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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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바퀴 돌 듯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삶에서 갑자기 누군가 방문한다면 어떨까. 낯설고 어색할 것이다. 불편할 지도 모른다. 지긋이 나이를 먹은 심리학자의 집에 불청객이 방문했다. 불청객은 다름 아닌 고양이 나비’.

 

갑작스런 동침으로 학자의 삶은 달라졌다. 매일 먹이를 챙겨 줘야 되고, 놀거리로 놀아줘야 한다. 집을 며칠 비워야 할 때나, 고양이가 집을 오래도록 비우면 신경이 쓰인다. 중성화 수술도 해줘야 한다. 그 이야기들은 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속에 생생히 담겨졌다. 작가는 그런 불편 속에서도 이런 고백을 한다.

 

나비는 꼭 선물 같은 기분이다. 기대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고 우리는 돈 한 푼 내지 않고 나비를 얻었다. (71)

 

심리학자인 작가는 인간의 심리를 헤아리듯 고양이를 관찰한다. 꼬리를 살펴보기도 하고, 잠자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한다. 고양이의 심리와 정신세계를 분석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작가는 점점 더 애정에 빠진다.

 

나비의 의도는 아마 그것과 상당히 다를 것임을 나도 기본적으로 이해하지만 나비가 인정을 베푼다고 상상하면 기분이 좋다. 그래서 나는 나비를 좀 더 쓰다듬어주고 나비는 계속 가르랑댄다. (148)

 

이 책은 고양이에 대한 에피소드만 있진 않다. 작가는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모습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요즘 사람들은 잠잘 겨를이 별로 없다. 도무지 쓸모없어 보이기도 하는 온갖 일에 항상 바쁘다. 책을 일거나 전화를 걸거나 일을 마쳐야 한다. 친구, 친지 또는 직장 동료와 근황 잡담을 하고 사회, 직장 또는 정치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둬야 한다. (172)

 

이에 반해 고양이는 이런 걱정 없이 잘 산다(172)”고 작가는 말한다. 재미있으면서도 뜨끔하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걱정을 안고 사는가.

 

이 책 곳곳에 작가의 고양이에 대한 사랑과 수고가 느껴진다. 마치 내가 직접 고양이를 키우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사랑해야 할 것들을 떠올려 보았다. 애완동물 뿐 아니라 가족, 친구, 그리고 자기 자신까지. 시인 나태주는 이렇게 노래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내가 사랑해야 할 것들을 자세히 보아야겠다. 작가가 고양이를 바라보았던 것처럼...

 

우리와 나비는 서로서로 삶의 일부가 되었다. 서로를 이해해서라기보다는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기 때문이다.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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