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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이라고 오해하지 말고 차별하지 말고 - 기생충에게 마음을 열면 보이는 것들 ㅣ 아우름 25
서민 지음 / 샘터사 / 2017년 12월
평점 :
얼마 전, 북한 군인이 귀순했다. 총상 수술을 하던 중, 그의 배에 많은 기생충이 들어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북한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기생충을 갖고 있구나, 라는 동정심이 일기도 했다.
‘기생충’. 어떤 느낌이 드는가? 약간은 비위생적이고 징그럽고 불편하지 않은가. 확실한 것은 기생충이라는 말만 들어도 왠지 눈살이 찌푸려진다는 사실이다. 이 불편한 기생충을 평생 연구해 온 학자가 있다. 바로 방송과 글로 우리가 많이 접하는 서민. 그가 기생충에 대해 올바른 지식을 전하고자 한 권의 책을 들고 돌아왔다. 『기생충이라고 오해하지 말고 차별하지 말고』.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는 기생충과 기생충학에 대해 말하고, 2부는 작가의 글쓰기와 삶을 다룬다. 한마디로 1부는 기생충, 2부는 서민.
작가는 특유의 위트를 섞어 기생충과 우리의 삶을 대조시킨다. 기생충을 ‘회순이’라 부르기도 하고, 기생충이 움직이는 모습을 우리와 연결시킨다.
외로움에 지친 회순이가 위로, 또 위로 올라간 것처럼, 혼자 사는 사람들은 밤만 되면 텅 빈 집에 들어가는 대신 사람들로 북적이는 카페를 찾는다. 그렇게 생각하니 카페의 휘황찬란한 불빛들이 갑자기 쓸쓸하게 보인다. (17쪽)
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는 작가의 촌철살인이 곳곳에 드러나기도 한다.
선장과 승무원을 비롯한 관련자들이 혹시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건 아닌지 검사를 해봤으면 좋겠다.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픔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할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33쪽)
회충, 광절열두조충, 왜소조충, 창형흡충, 키모토아 엑시구아... 이처럼 작가가 소개한 기생충의 종류는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았다. 기생충이 다 거기서 거기인지 알았는데...
2부는 작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특히 작가는 외모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고 외로웠던 학창 생활을 담담히 그려낸다. 그리고, 어떻게 사람들이 외면하는 기생충학을 공부하게 되었는지 말한다.
작가가 말하는 글쓰기도 의미 있었다. 그의 글이 아니었다면 기생충은 아직도 우리에게 멀고 낯선 존재였으리라.
글쓰기라는 게 어렵고 쉽고를 떠나 일단 쓰는 게 중요하다. 앞서 알려준 글쓰기 기법들을 모조리 습득했다 해도, 글을 쓰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161쪽)
이 책을 통해 낯설고 불편하게 느꼈던 기생충이 조금은 친숙하게 다가왔다. 어쩌면 내가 그동안 불편하게 느꼈던 것들이 사실은 내가 잘 모르고, 관심이 없어서는 아니었을까. 이 책 제목처럼 내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오해하지 말고 차별하지 말아야겠다. 그것이 진정한 앎의 시작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