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행복 - 이해인 수녀가 건네는 사랑의 인사
이해인 지음, 해그린달 그림 / 샘터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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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신뢰할 수 있는 저자가 있다. 어떤 글이든 만족하고,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내겐 이해인 수녀님이 그렇다. 수녀님의 삶과 생각이 오롯이 담긴 산문집 기다리는 행복이 독자들을 찾아왔다.


 
이 책은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이후 6년 만의 신작으로, 영혼을 맑게 해주는 삶의 지혜와 소소한 일상에서 길어 올린 단상이 담겨 있다. 특히 암, 대상포진 등의 아픔을 견디면서도 감사를 놓지 않는 수녀님의 모습이 겸허히 나의 삶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아프면 습관적으로 나오는 푸념과 불평의 표현을 되도록 자제하고 감사의 표현을 자주 하도록 애씁니다. 병간호하는 이들이나 의료진에게는 수시로 감사를 전하고 퇴원할 땐 마음이 담긴 감사카드나 메모를 꼭 전하도록 합니다. (107)
 
수녀님의 이런 감사는 비단 사람에게만 전달되지 않는다. 사물까지도 글의 소재로 다뤄 따스한 인사와 안부를 전한다. 단추, 수첩, 타월까지도... 아마도 스쳐가는 모든 사람, 모든 것을 허투루 보지 않는 사랑의 힘이 아닐까.
 
삶의 여정에서 아름다운 순간들이 많이 오더라도 내가 발견하고 느끼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그래서 이 순간의 살아 있음이, 경탄의 감각이 더욱 소중한 것이리라. (58)
 
수녀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편지이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과 직접 손편지로 소통하시며 사랑과 우정을 나누신 수녀님. 그녀의 편지들도 엿볼 수 있었다. 2010년에 입적한 법정 스님의 옛 편지, () 박완서 작가에게 전하는 메시지, 어머니 선종 10주기에 바치는 글... 뿐만 아니라 세월호 1주기에 쓴 추모시 슬픈 고백도 깊은 여운을 준다.
  

 



책의 말미에는 19685월 첫 서원 이후 일 년 간의 단상 140여 편이 수록되었다. 이제 막 수녀를 시작한 수녀님의 순수한 기록들을 볼 수 있어 신선했다. 한편으로는 50여 년간 그 마음을 가다듬고 지켜오신 수녀님의 헌신에 고개가 숙여지기도 했다.
 
첫 서원 날. ‘주님 저를 받아주소서.’ 장미 속에 파묻힌 사랑의 여인들. 바들바들 떨리는 환희의 오늘. 주님, 당신은 제게 이렇게도 크게 갚아주시는 것입니까? 이제부터 내 이름은 클라우디아 수녀라고 불린다. 내 생애 최고의 날. 기쁘고 기쁜 날. 5.23 (332)
 
2018년 새해가 밝았다. 왠지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기도 하지만, 여전히 슬픔과 걱정, 여러 가지 잡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그럴 때마다 이해인 수녀님의 글을 읽어야겠다. 자신과 다른 사람과 세상 모든 것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사랑하는 수녀님처럼 마음의 때를 조금이라도 닦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모두 새해에는
사랑으로 흐르는 것 외엔
달리 할 일이 없는
새로움의 강이 되게 하소서.
복잡한 세상의 논리를
단순한 사랑의 진리로 덮으며
쉼 없이 흘러가는
용서와 온유의 강이 되게 하소서.
우리가 사랑으로 시작하는 모든 날은
언제라도 새날 새 아침인 것을
다시 알게 해주시는 새해 첫날의 하느님,
아침의 사랑으로 먼 길을 가야 할 우리 모두
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
다시 살게 하십시오.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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