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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유정아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4월
평점 :
다른 사람들과 나를 비교할 때가 있다. 다들 문제없이 사는 것 같은데, 나는 안 그렇다. 나만 뒤쳐진 것 같기도 하고. ‘나만 시시하고 별 볼일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될 때 한 에세이가 나를 위로한다. 『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그 과정은 지금도 진행 중이고, 나는 여전히 이루고 얻는 것보다 버리고 포기하는 게 더 많은 시시한 삶을 산다. 앞으로 버려야 할 것들이 무수히 많으리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게 예전처럼 무섭지 않다. 조금 시시해지면 뭐 어떻단 말인가. 할 수 없는 것을 하나씩 덜어 낼수록 나는 나를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을 텐데. (114쪽)
저자 유정아 씨의 고백은 진솔하다. 아니 진솔하다 못해 너무 적나라해 나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다. 실망하고 실수하고 보잘 것 없는 나의 모습. 그럼에도 작가는 그 모습을 숨기지 않고 과감히 글로 표현한다. 그런 모습이 내게 위로를 준다. 어쩌면 너무 시시한 삶이지만, 그것이 글로 표현되었을 때, 그녀만의 특별한 것이 되지 않았을까.
잘못 든 길에도 둘러볼 풍경이 있을 것이고, 운이 좋다면 또 한 번 완벽하게 아름다운 순간을 마주칠 수도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 순간들은, 다음 날들을 살아갈 때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 줄 테니까. (48쪽)
터키 여행 중, 길을 잘못 들어섰을 때의 소회이다. 잘못 든 길에도 예상치 못한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는 작가의 고백. 참 근사하지 않은가. 인생길도 마찬가지 아닐까. 예상하고 계획했던 대로 삶이 흘러가지 않더라도 그때마다 펼쳐지는 아름다운 순간들. 그 순간의 행복을 잡아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이 책은 어떤 특별한 경험을 말하지 않는다. 멋진 순간과 아름다운 곳이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삶의 소소한 순간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런 점이 내게 안심을 준다. ‘아 이 사람도 나와 같은 삶을 살고 있구나. 힘든 삶을 잘 견디고 있구나.’ 그런 동일성이 내게 위로를 주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준다.
그런데 참 희한했다. 내가 시시할 정도로 흔한 사람이라는 걸 내 입으로 이야기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더 이상 애써 무엇이 되려고 안간힘을 쓸 필요가 없고, 굳이 어떤 가능성을 보여 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제야, 내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112쪽)
작가의 이 말을 곰곰이 헤아려본다. 이 책에 있는 소소한 내용들과 작가의 정직한 고백은 서서히 마음에 힘을 준다. 주위 사람들의 진심이 담겨 있지 않은 위로와 자기계발서의 헛된 내용보다 더. 삶에 지칠 때, 그리고 사는 것이 내 뜻대로 안 될 때, 주문처럼 외워 본다. ‘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