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8.6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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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제법 여름이라 할 만큼 이른 더위가 지치게 한다. 시원한 냉수처럼 <샘터 6>가 독자들을 찾아왔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이달에 만난 사람>. 이번 호는 국내 최고의 자동차 정비 명장 1호 박병일 씨였다. 자동차 정비는 약간 생소한 분야라 그의 이야기에 절로 빠져들었다. 그는 자동차관련 자격증만 모두 열일곱 개를 갖고 있으며, 25년 째 국내 유명 자동차 기술 전문지에 칼럼을 써 오고 있다.
 
이만큼 자동차 정비 기술을 익혔으니 저도 사회를 위해 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게 40대 후반쯤이었어요. 그때부터 지역 기능인들과 뜻을 모아 마이스터봉사단을 조직해 올해로 11년째 인천 지역 섬마을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18)
 

그는 가난한 기와공의 맏아들로 태어나 악착같이 자동차 공부에 매진했다. 그런 그의 노력으로 자동차 정비 명장이 되었고, 이제는 그의 기술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그의 마지막 꿈은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인간 명장이 되는 것이란다. 그의 꿈이 이루어져 많은 청년이 새로운 꿈을 꾸길 기대해 본다.
 
특집 <사표 내고 싶은 날>에도 눈길이 갔다. 포기해 버리고 싶고, 사표 내고 싶은 인생의 어려운 순간을 묵묵히 이겨내고 있는 우리네 이웃들의 이야기에 깊은 공감이 되었다.
 


 기자로 일하다 셰프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김성규 씨의 <삼시세끼 철학>도 곱씹을 만했다. 니어링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소박한 밥상의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이제 절기는 계절의 여왕인 봄을 빠르게 통과해 욕망의 상징인 뜨거운 여름으로 진입 중이다. 이럴 때야말로 치닫는 욕망에 브레이크를 걸고 삶의 균형을 점검하기 좋은 시기다. (45)
 
이밖에도 6월호에서는 마음을 풍성하게 해주는 이야기가 가득차 있다. <연암의 눈으로 세상 보기>, <사물에 깃든 이야기>, <이 여자가 사는 법-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 <희망 나누기>, <감성마을 산책-청담동>...
 
1년의 절반이 이제 지나간다. 남은 6개월도 지금처럼 건강하고 행복하게 걸어갔으면 좋겠다. <샘터>가 좋은 동반자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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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레폴레 아프리카
김수진 지음 / 샘터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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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여행 광풍이라 할 만하다. TV와 인터넷에선 여행 관련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하루가 멀다 하고 최저가 여행 상품이 나온다. 서점엘 가도 각양각색의 책이 여행을 부추긴다. 이런 여행 붐 속에서 내 눈을 확 사로잡은 책이 있다. 바로 폴레폴레 아프리카.
 
낯선 아프리카를 다룬 책이란 점이 독특했다. 그나마 잘 알려진 남아공, 에티오피아부터 이제 막 국가의 기틀을 잡아가고 있는 남수단공화국, 르완다까지 8개국이나 담았다. 또한, 한 젊은 특파원의 이야기라는 것도 신선했다.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아프리카는 어떤 모습일까?
 
반년 동안 동·남아프리카 8개국에 발 도장을 찍으며 만난 새로운 세상은 내게 폴레폴레도 괜찮아라고 말해줬다. 폴레폴레는 동아프리카에서 널리 사용하는 스와힐리어로 천천히를 뜻한다. (작가의 말)
 

다행히 딱딱한 기사체는 아니었다. 일반 여행객이라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도둑을 만난 일, 타지에서 만난 고마운 인연들, 환상적인 풍경과 맛있는 음식들... 하지만 이 책은 일반 여행책에서는 볼 수 없는 지점으로 우리들을 안내한다.
 
한국이 우리를 기억해주기를 바라지 않아. 지금 이렇게 신경 써주는 것만도 고마울 따름이야. 그저 죽기 전에 우리가 한국에서 돌봤던 고아 아이들을 한 번 더 볼 수 있으면 좋겠어…….”(56)
 
에티오피아에서 만난 한국전쟁 참전용사의 말이다. 이처럼 이 책은 거의 잊혀져가는 한국전쟁 참전 용사의 씁쓸한 면을 밝히고, 학교를 다녀야 할 나이에 커피 작업을 하는 아이들을 말한다. 일부 지역에서 실시되고 있는 여성 할례의 문제도 다루며, 아프리카 안에서도 이루어지는 인종 차별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작가가 직접 체험하고 발과 땀으로 쓴 이야기이기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작가는 아프리카 부족의 독특한 성인식을 바로 앞에서 지켜보고, 사자와 얼룩말이 뛰노는 대초원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또한 아프리카 최고봉에 올라 감격에 노트북을 흔들기도 한다. 마치 내가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다

아프리카는 미개하고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경제적으로 약간 부족하고, 치안이 위험하다 할지라도 아프리카의 각 나라들은 고유의 아름다움과 멋이 있었다. 잘 사는 서구의 모습만을 기준점으로 삼고 있던 나의 문제 아니었을까.
 
혹여나 아프리카를 갈 일이 있을 때, 다시 한 번 읽고 싶은 책이다. 작가가 앞으로 펼쳐나갈 인생도 기대된다. 아마도 매 순간 박진감 있고 모험이 가득하지 않을까...
 
이 새로운 경험, 사람들 덕분에 나의 G.P.S는 또 한 번 업그레이드된 것 같다. 이번에는 또 어디로 운전대를 돌리라고 이야기를 해주려나? (357쪽)

* <폴레폴레 아프리카> 책미리보기https://goo.gl/2MMkB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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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유정아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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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과 나를 비교할 때가 있다. 다들 문제없이 사는 것 같은데, 나는 안 그렇다. 나만 뒤쳐진 것 같기도 하고. ‘나만 시시하고 별 볼일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될 때 한 에세이가 나를 위로한다. 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그 과정은 지금도 진행 중이고, 나는 여전히 이루고 얻는 것보다 버리고 포기하는 게 더 많은 시시한 삶을 산다. 앞으로 버려야 할 것들이 무수히 많으리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게 예전처럼 무섭지 않다. 조금 시시해지면 뭐 어떻단 말인가. 할 수 없는 것을 하나씩 덜어 낼수록 나는 나를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을 텐데. (114)

 

 

저자 유정아 씨의 고백은 진솔하다. 아니 진솔하다 못해 너무 적나라해 나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다. 실망하고 실수하고 보잘 것 없는 나의 모습. 그럼에도 작가는 그 모습을 숨기지 않고 과감히 글로 표현한다. 그런 모습이 내게 위로를 준다. 어쩌면 너무 시시한 삶이지만, 그것이 글로 표현되었을 때, 그녀만의 특별한 것이 되지 않았을까.

 

잘못 든 길에도 둘러볼 풍경이 있을 것이고, 운이 좋다면 또 한 번 완벽하게 아름다운 순간을 마주칠 수도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 순간들은, 다음 날들을 살아갈 때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 줄 테니까. (48)

 

터키 여행 중, 길을 잘못 들어섰을 때의 소회이다. 잘못 든 길에도 예상치 못한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는 작가의 고백. 참 근사하지 않은가. 인생길도 마찬가지 아닐까. 예상하고 계획했던 대로 삶이 흘러가지 않더라도 그때마다 펼쳐지는 아름다운 순간들. 그 순간의 행복을 잡아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이 책은 어떤 특별한 경험을 말하지 않는다. 멋진 순간과 아름다운 곳이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삶의 소소한 순간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런 점이 내게 안심을 준다. ‘아 이 사람도 나와 같은 삶을 살고 있구나. 힘든 삶을 잘 견디고 있구나.’ 그런 동일성이 내게 위로를 주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준다.

 

그런데 참 희한했다. 내가 시시할 정도로 흔한 사람이라는 걸 내 입으로 이야기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더 이상 애써 무엇이 되려고 안간힘을 쓸 필요가 없고, 굳이 어떤 가능성을 보여 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제야, 내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112)

 

작가의 이 말을 곰곰이 헤아려본다. 이 책에 있는 소소한 내용들과 작가의 정직한 고백은 서서히 마음에 힘을 준다. 주위 사람들의 진심이 담겨 있지 않은 위로와 자기계발서의 헛된 내용보다 더. 삶에 지칠 때, 그리고 사는 것이 내 뜻대로 안 될 때, 주문처럼 외워 본다. ‘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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킁킁 가게 - 제39회 샘터 동화상 당선작
김윤화 지음, 혜경 그림 / 샘터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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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는 어린이만 읽는 책인 줄 알았다. 아이에게 읽어줄 때만 보게 되는 책이 동화였다. 그저 이 책이 아이에게 좋은가 안 좋은가만 대충 넘겨보곤 했다. 그렇지만 샘터동화상 당선작인 킁킁 가게를 보고 나선 동화의 정의가 바뀔 듯 하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냄새를 파는 가게를 다룬다. 미래에는 정말 이런 가게가 생길 수도 싶을만큼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했다. 500원만 있으면 각종 냄새를 맡을 수 있다니...
 
찬이가 서 있는 이곳은 사람 냄새코너예요.
사람에게서 나는 온갖 냄새를 모아 놓은 곳이지요.
땜 냄새, 술 냄새, 입 냄새, 방귀 냄새,
맨 끝에는 아기 냄새도 있어요.
찬이가 원하는 엄마 냄새만 아직 없네요.

 
찬이는 집 나간 엄마가 보고 싶다. 그래서 엄마 냄새를 찾고 있나보다. 한편, 아기 냄새를 찾고 있는 아줌마가 있다. 그녀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기를 그리워하고 있다. 이 둘이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마음의 빈자리를 채워주게 된다.
 
아줌마 아기가 떠나 버렸어요?”
찬이는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 아줌마는 입술을 실룩실룩하더니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려 버렸어요.
그러고는 아기처럼 엉엉 울기 시작했어요

  


별 생각없이 이 책을 읽었지만, 다 읽고 나선 다시 한번 처음부터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짧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깊이가 있는 동화였다. 찬이의 집안 이야기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동화에는 행복한 이야기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안타까운 이야기도 있다니...
 
작가는 무조건 아름다운 세상만 그린 것 같진 않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분명한 아픔, 상실, 눈물, 그리움을 그려 냈다. 또한, 그 아픔들 이면에 숨어 있는 희망, 따뜻함, 만남도 볼 수 있다
  
킁킁, 여러분도 냄새를 맡아 보세요. 엄마에게서, 아빠에게서, 가까운 친구에게서 어떤 냄새가 나는지요.
 
작가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냄새를 맡아보라고 말하고 있다. 어쩌면 가까이 있기에 그 소중함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가족, 친구들... 가끔은 찬이가 되어 그들의 냄새를 맡아보아야겠다. 헤어진다면 너무 가슴아플 그들이니까. 킁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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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에 빠진 고동구 샘터어린이문고 52
신채연 지음, 이윤희 그림 / 샘터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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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네잎클로버를 찾느라 돌아다닌 적 있다. 잎이 네 개 있는 클로버를 찾느라 다른 클로버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네잎클로버가 행운의 상징이기 때문. 빨간펜으로 이름도 쓰지 않았다. 큰일이 생긴다나. 어렸을 때는 왜 이렇게 행운에 집착했었는지...
 
행운에 빠진 고동구는 행운을 바라는 소년 고동구의 이야기이다. 동구는 초등학교 2학년으로 축구를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이다. 동구에겐 15초 차이로 늦게 태어난 쌍둥이 동생 동이가 있다. 둘은 쌍둥이지만 참 다르다. 통통한 동구와 달리 동이는 날씬하고, 늘 백 점을 맞는 동이와 달리 동구는 성적이 썩 좋지 않다. 엄마는 동구를 보며 이렇게 말하곤 한다.
 
차라리 동이가 더 빨리 태어나서 누나가 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동구야, 동이 공부할 때 너도 좀 해 봐. 맨날 공만 갖고 노니?” (13)
 
생일을 맞은 동구는 반 친구 채린이의 선물을 기대한다. 그렇지만, 동이만 받고 자신은 받지 못한다. 게다가 9월이 생일인 사람에게 행운의 색은 핑크색이고 피해야 할 색은 초록색이라는 내용을 듣게 된다. 동구는 심란할 뿐.
 
초록 물건만 잔뜩 있는 동구에게는 놀랍게도 불운한 일이 연이어 일어난다. 중요한 축구 시합을 앞두고 있어 동구는 더 심각해진다. 결국 친한 친구에게 핑크색 지우개를 빌리기까지 한다. 과연 동구는 불운을 이겨내고 멋진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까
  


간만에 읽은 동화책. 짧은 내용이지만, 나의 초등학교 시절을 돌아볼 수 있었다. 좋아하는 친구에게 잘 보이려는 모습, 친동생과 티격태격하는 모습, 반 친구들과 시도때도 없이 축구하며 놀던 모습... 평범한 초등학교 2학년 학생 고동구의 모습이 낯설지가 않고, 과거의 내 모습과 겹쳐 왔다.
 
또한, 중간중간의 삽화가 너무 사실적이고 재미있었다. 마치 내가 초등학교 아이들의 현장 속으로 찾아간 기분이랄까. 그렇다면,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이 책을 읽은 모든 친구들이 행운을 만날 준비와 기회를 만들기를 바라요. 행운은 노력하고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오거든요. 행운을 만나게 될 우리 친구들을 항상 응원할게요! (103)
 
어린 친구들을 응원하는 작가의 마음이 작품 전체에서 느껴져서 가슴이 따뜻해진다. 동심을 잃고 살아가는 어른들에게도 작가의 응원이 동일하게 전해진다. 일곱 살 아들과 다시 한 번 이 책을 읽고 싶다. 행운은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온다고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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