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페미니스트 - 식민지 일상에 맞선 여성들의 이야기
이임하 지음 / 철수와영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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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이제서야 서서히 꽃이 피려고 하고 있는 페미니즘이 있고.

20세기, 더 삭막하고 숨쉬기 힘들었던 시대에 씨를 틔우고 싹이 자라났던 페미니즘이 있었다.

사회 전반에 걸쳐 페미니즘 콘텐츠들이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다. 책, 도서, 영화, 드라마 등등. 반갑기도 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페미코인'에 탑승해서 내실 없이 찍어내거나 기획된 콘텐츠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무조건 페미니즘 콘텐츠라고 해서 분별 없이 받아들일 수도 없는 법. 이 와중에 좋은 기회를 통해 철수와영희 출판사의 《조선의 페미니스트》를 읽게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전, 10대 후반~20대 초반에 철수와영희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을 몇 권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책을 인상깊에 읽었던 지라 그 이후로 출판사명을 볼 때마다 희한하게 더 익숙하고 친숙하게 느껴진다. 네이밍 자체가 익숙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조선의 페미니스트》 는 역사학자 이임하의 '식민지 일상에 맞선 페미니스트들의 삶'에 대한 기록이다.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하나의 문장으로 정의하기엔 너무나 많은 뜻을 포괄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 수많고, 서로 다른 '페미니즘'들이 내포하고 있는 하나의 동일한 생각이 있다면, 여성의 인권 상승이겠지. 여기서는 여성의 인권 상승도 물론이거니와, 거기에 그친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노동자들의 인권 상승을 부르짖었다. 일반적으로 여성학자들은 한국 페미니즘의 출발점이 1099년 이화여대에서 시작된 여성학 강좌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 이전에 우리의 삶 속에서, 현장 속에서, 사회 운동 속에서 수많은 페미니스트들이 현실을 바꾸고자 했던 것이다. 이 책은 그 시절의 이야기를 다룬다.

내가 그 시절의 페미니즘을 처음 접하게 된 건 《조선의 페미니스트》 이전, 일제감정기 대중잡지에서의 대담과 설문조사 결과를 다룬《삼천리 앙케트》에서였다.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여성이 이혼을 했을 때 남편에게 위자료를 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사회의 큰 이슈가 되었다는 거다. 당시 여성운동가 및 사회운동가로서 활동했던 박인덕 여사는 남편의 아내, 자식의 어머니가 되기 전에 사람으로서 사회사업에 헌신하겠다고 선언했고, 이로 인혜 각계의 의견이 분분하며 논란거리가 되었다. 다시 말해, 박인덕 여사의 이혼 소송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이혼 시 여성이 남성에게 위자료를 주었던 첫 사례인 것이다.

왜 그런가 하면 비록 백만장자의 집에 태어났다 하더라도 조선의 여자는 그 재산에 대하여

하등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이 지금 조선의 가족제도요 사회제도입니다.

조선의 페미니스트, 180p

이렇게나 꽉막힌 시대에서 유영준, 정종명, 정칠성, 고명자, 허균, 박진홍, 이순금은 각자의 삶을 여권 신장을 위해 힘썼다. 건국부녀동맹, 조선부녀총동맹(부총), 남조선민주여성동맹(여맹), 민주주의민족전선(민전),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전평) 등 시대에서 한걸음 더 앞서나가고자 한 공동체들의 리더가 되어, 구성원이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억울한 옥살이를 하기도 하였고, 옥중에서 아이를 낳다가 아이를 떠나보내기도 하였고, 옥중에서 생을 마감하기도 하였다.


그 와중에도 안타까운 점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팜므 파탈의 여성 판타지로 소모되는 도구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박진홍의 경우에도 '사회주의자' 로서 그의 삶이 그려진 것이 아니라 '여성' 사회주의자의 비극적 사랑과 삶을 묘사하기 위한 도구로 그려졌다. (262p) 여성 사회주의자와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기자는 끈질기게 '성욕', '정조', '순결' 등 자극적인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슈거리가 될만한 대답을 이끌어내려고도 했었고.

그 때 당시에 이 분들이 썼던 글을 보면 지금도 소름이 돋는다. 사람이 사람의 정과 사랑을 구하는 데 있어서 무슨 수치가 있으며 거기에 무슨 욕심이 있는가. 노동자가 하루 10시간이란 과격한 노동을 부담하는 데 있어서 노동자로서 그의 적당한 보수를 요구하는 데 무슨 틀린 일이 있으랴. (허균, 245p)

지금보다 더 억눌린 사회 속에서 어떻게 이렇게나 단단하게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으셨을까, 존경스럽다. 이임하 저자께서 이 책을 집필할 때에 자료가 부족해 힘드셨다고 했는데, 그 정리되지 않은 자료들을 모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탄탄한 역사적 사료들로 구성된 책을 쓰신 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흩어져 있던 수많은 '조각'들을 모아 역사속에서 주목되지 못했던 여덟 사람을 수면 위로 드러나게 만든 것이다. 이임하 저자님의 수고가 아니었다면 이 여덟 명의 페미니스트들은 후대 사람들에게 그 존재조차 알려지지 못했을 테다.


책을 읽어가는데 이희호 여사님이 자꾸 떠올랐다. 이희호 여사님은 1922년에 태어나 얼마전 생을 마감했다. 여기서 언급된 여덞 명의 페미니스트가 지낸 시대를 같이 지내시고, 가는 길은 다를지언정 같은 목표를 가지고 살아오셨을 이희호 여사님이셨을테다. 이희호 여사님은 자서전인 <동행> 에서 본인이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인격으로 차별받지 않고 사는 평등한 사회를 꿈꾸는 페미니스트”라고 했다. 그는 “너무 일찍 꾼 꿈”이라면서도 “민주주의의 발전만큼 여성들은 스스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지켜보는 사람으로서 행복하다”라고 적었다.

그들이 먼저 꾼 꿈이 있기에 우리가 그 꿈을 이어 받을 수 있었던 거겠지. 이 책에 실리지 못한 분들이 더 많을 테다. 그 모든 분들의 몫까지 합하여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는 미래를 꿈꾸고 만들어나갈 수 있는 우리가 되길. 작가의 서문에 《조선의 페미니스트》(1권) 이라고 되어있었으니 앞으로도 시리즈가 계속 되길 바란다. 이런 책이 한권 한권 더 나올수록 한국의 페미니즘도 한겹 한겹 그 역사가 새로 쌓이게 됨을, 역사에 함부로 새겨지지 못한, 배제된 여성 인물들을 기억할 수 있는 소중한 통로가 됨을 믿는다.


박진홍, 1914~?. "십 년 감옥살이를 빼면 이제 겨우 스물 세 살이라니까요"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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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우연한 고양이 문지 에크리
이광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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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 에크리'는 지금까지 자신만의 문체로 특유의 스타일을 일궈낸 문학 작가들의 사유를 동시대 독자의 취향에 맞게 구성·기획한 산문 시리즈다. 에크리란 프랑스어로, 씌어진 것 혹은 (그/그녀가 무엇을) ‘쓰다’라는 뜻이다"

문학과 지성사에서 새로운 산문 시리즈가 출간되었다. 시리즈명은 문지 에크리로서, 총 5권으로 이루어져있고 그 중 내가 읽은 책은 이광호 저자의 《너는 우연한 고양이》. 이광호 저자는 책의 에필로그에서 고양이가 되기 위한, 고양이가 되려 하는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이 책은 저자의 그러한 고양이化를 위한 욕구를 잘 담아낸 책이다. 140쪽 내외의 얇은 책인데 자꾸 곱씹고 다시 읽게끔 만드는 매력적인 책.

《너는 우연한 고양이》, 이 책은 굉장히 시적이다. 산문의 사전적 정의에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 글모음 집이라고 하면 되는건가. 사전에선 산문을 '율격과 같은 외형적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문장으로 쓴 글' 이라고 표현하는데 이 책은 줄글이기도 하고 시이기도 하다. 줄글마저 시적인 표현을 하고 있어서 자꾸 곱씹게 된다. 1장에서는 고양이를 '너'로, 3장에서는 화자 자신을 '너'로 표현하며 같은 인칭대명사 아래에서 저자의 생각을 외롭고도 담담하게 풀어낸다. 작가의 글이나 문체 자체가 따뜻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데 희한하게 글을 읽다보면 그 속에서 '보리'와 '일다'를 향한 그의 마음이 드러나는것이, 참 신기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자꾸 우리 바다와 애기들이 떠올랐는데, 하긴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이 책에서 본인의 고양이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겠지. 근데 그럼에도, 더더욱 바다와 소리와 그레이와 미니쪼리가 생각난 이유는 아마 책 속에서 보리가 지니고 있다고 하는 선천성 심장 증후군 때문이리라. 우리 아가들의 품종인 랙돌은 선천적으로 심장병이 있다고 한다. 랙돌 뿐만이 아니라 대형묘의 경우 HCM - 비대성 심근증에 많이 걸린다고 하여 우리 집도 걱정을 많이 하고 있는 상태. 아직 정식으로 심장병 검사를 받아본 적은 없지만 언제든 심각한 상황으로 발발할 수도 있는 심장 질환이라.. 돌연사의 위험도 있을 뿐더러 심장 질환이다 보니 합병증도 생길 수 있다. 그 두려움 앞에서 '보리'를 바라보는 작가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뿐만 아니라 '네가 몸에 많이 머무는 시간은 어깨에 올라가 집안을 어슬렁 거릴 때이다. 너는 마치 이제야 적절한 시선의 위치를 찾았다는 듯이 동거인의 어깨 위에서 집 안 구석구석을 두리번거리며 내려다본다 (40p)' 구절에서도 아이들이 생각났다.

랙돌이 랙돌인 이유는, Ragdoll, 말 그대로 축 늘어져있는 인형 같다고 해서 랙돌이다. 보통 고양이들은 사람의 품에 안기는 것을 싫어하는데 랙돌은 얌전히 안겨있기도 하거니와, 특히 어깨에 걸치면 정말 얌전히 있기 때문. 근데 왤케 포스팅을 쓰는데 점점 아련해지는지 모르겠다. 우리 아가들을 생각하면 너무 좋다가도 괜히 심장병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다.


가장 인상에 남았던 글은 '우정'. 고양이와 고양이, 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있음'의 감각을 받아들이는 순간을 묘사하는 방식이 참 아름웠다. 고양이의 촉촉한 코에 얼굴을 갖다 댈 수 있게 허락해줄 때, 그 순간 촉촉하고 약간 차갑고 부드러운 콧등이 아무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우정의 감각을 선물한다는 그 문구. 참으로 동감되고 아름답다. 알함브라 궁전 글도 너무 아름답다. 알함브라에서 만난 그 고양이가 14세기의 흙먼지를 밟고 있다는 그 발상 자체가 놀라웠다.

《너는 우연한 고양이》 는 고양이 보리와, 고양이 일다를 사랑하는 고양이(가 되고픈) 집사가 쓴 조각글 모음집, 고양이를 키우시는 분이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동감하며, 감동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분위기가 너무 예쁘다. 고양이 세계와 집사 세계의 중간계에서 써내려간 몽환적인 고양이 산문집.

다 읽고 나니 (사실 한번 더 읽었다) 문지 에크리의 다른 책들도 이러한 분위기를 담고 있는지 묘하게 궁금해진다. 또한 저자인 이광호 작가님의 다른 책들이 궁금해진다. 그의 원래 색채가 어떤 모습인지 저자에 대한 궁금증까지 담아내는 책.

호오. 책 하나 참 매력적이다.이광호 작가님 글 진짜 잘쓰신다. 나도 우리 고양이들을 향한 사랑을 이렇게 감각적이고 시적이게 표현하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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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단어의 힘 - 내가 선명해지는
에번 카마이클 지음, 김고명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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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설명하는 한 단어가 무엇인가요?

20대의 마지막을 보내면서 정말 내가 원하는 가치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어할까, 내 인생을 어떻게 펼쳐나가야 할까, 방향성을 잡기 위한 고민을 많이 했다. 고민이라기보단, 그 고민의 답이 될 수 있는 경험들을 여러모로 많이 하고자 노력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내 나름대로의 키워드들을 잡고 그걸 주제 삼아 달려가고 있었는데, 다행히 그 방법이 틀리지 않았구나 하며 안도할 수 있도록 해준 책.

《한 단어의 힘》 은 에번 카마이클의 자전적 이야기이자, 에번카마이클닷컴 을 운영하는 사업가/브랜드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맨 처음에는 마케팅 서적이라기보단 자기계발서의 느낌으로 받아들였었는데 책을 읽어가면 읽어갈수록 '한 단어' 에서 시작된 가치가 브랜드가 되고, 그 브랜드가 확장되어 가는 모습을 설명해주고 있어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만들어진 브랜드에 대해서 마케팅의 방법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사업의 주체로서 브랜드를 확장해나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물론, 이미 존재하는 브랜드에서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

이 책에서는 '당신을 설명하는 한가지 단어' 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고 있다. 나를 설명해 줄 수 있는 한 단어, 내가 나의 인생에서 추구하고 있는 본질적인 가치를 찾는 걸 모든 과정중 첫번째로 이야기한다. 내가 사랑하는 여러가지 가치들이 있다면, 그 가치나 단어들을 연결해주는 미싱 링크가 되는 단어, 혹은 모든 가치들을 포괄적으로 포함알 수 있는 한 단어가 나를 대표하는 한 단어가 되는 것이다.

저자인 에반 카마이클은 우연히 보게된 스티브 잡스의 마케팅 연설 영상이 그의 인생의 트리거가 되었다.

내가 볼 때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치입니다. (..)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게 무엇인지 명확해야 합니다. (..) 애플의 본질, 애플의 핵심 가치는 열정이 있는 사람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 본질과 핵심 가치는 절대로 변하면 안됩니다.

한 단어의 힘 58~59P, 에반 카마이클

스티브 잡스가 말하는 본질과 핵심 가치의 중요성! 어반 카마이클의 경우는 #믿는다 Believe 였다. 이와 같이 핵심 가치를 정하고 난 후 에반 카마이클은 흔들리지 않고 나아갔다.

"이러한 한 단어는 단순히 광고 카피가 아니다. 삶의 방식이며, 사람들에게 당신을 이해시키는 키워드다."

본질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가치를 명확히 세워놓고 가면 많은 장애물이 있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추구하는 방향이 명확하기 때문에. 이러한 가치 설정이 이루어지고 나면, 브랜드를 그 위에 쌓아 올리면 된다.

혹시 지금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걸 말이라고! 나도 10억 달러가 있으면 우주에 족적을 남길 수 있다.'

그게 바로 당신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다. 물론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스티브 잡스는 억만장자가 된 후에야 세상에 영향을 미쳐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게 아니다. 세상에 영향을 미치려고 했기 때문에 억만장자가 될 수 있었다.

본질이 먼저고, 돈은 그 뒤에 따라온다

한 단어의 힘 46p, 에반 카마이클

나는 '성공' 에 대한 함의-논의를 경계한다. 왜냐, 성공의 정의는 모든 사람에게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성공의 기준이 될 수도, 세상으로부터 명예를 쌓는것이 성공의 기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지금의 내가 행복하게 사는 것이 행복의 기준이 될 수도 있고, 사람들에게 나눔과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정도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사람이 인생에서 추구하는 본질적인 가치에 따라 성공이란 말 자체도 굉장히 상대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보는데,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에반 카마이클의 방향성이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매우 잘 맞는 것 같았다. 뭐 여기선 '돈은 그 뒤에 따라온다' 추가적인 조건을 붙였지만서도, 뭐든지 본질이 먼저다.

여러모로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성과 일치하고, 내가 이제까지 가지고 있었던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글의 초반에 나름대로 키워드를 잡고 가고 있다고 했지만, 그 키워드들은 내 목표에 불과했다. 혹은 내가 사랑하는 것들. Jesus, Work Out, Book, Piano (Music) 따위의 큰 네가지 단어. 최근에는 Animal 까지 늘어났다.

또한 매번 내가 성공이니 뭐니 하면서 이야기 할 때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이유를 이야기할 때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었다.

1. 우리 엄빠 고생 덜 시키고, 고양이들 행복하게 살게 해주기 위해서

2. -=더 많이 나누고 베풀기 위해서

3. 내가 사랑하는 동물들을 더 많이 돌봐주기 위해서

그렇다면 내 자신을 설명하는 한 단어는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함을 느끼는가.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 모든 가치들에 대한 미싱 싱크 또한 공통점은 무엇인가.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내가 생각한 나의 한 단어는 #사랑이었다. 그러나 이는 직관적으로 떠오른 단어일 뿐 정말 진지하게 한번 더 생각해보고 싶다.

《한 단어의 힘》,은 '나'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마케팅 서적이다.

마케팅 서적이 될 수도, 때에 따라서는 인문학 서적이 될 수도, 자기계발서가 될 수도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삶의 방향성을 정하는 방법, 내 삶을 명료하게 바라보는 방법. 한 걸음 더 나아가 나를 설명하는 그 한 단어가 브랜드를 만들고, 가치에 따라 브랜딩 하고, 가치에 따라 경영하는 방법이 아주 친절하게 설며되어 있음. 에반 카마이클 본인의 경험과 함께 (정말 심플하지만 명료한) 좋은 예시들이 많이 실려 있어서 이해하기도 쉽고 적용하기도 쉽다. 독특하고 흥미로운 책이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추구하는 본질적 가치에 대해 KEEP CALM, BELIEVE AND CARRY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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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 - 열 받아서 매일매일 써내려간 임신일기
송해나 지음, 이사림 그림 / 문예출판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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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출판사에서 새로운 책이 나왔다. 사실은 엄마를 이해하려고 신청한 《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 서평단이었지만, 엄마보다는 과장님이 많이 생각이 났다.

우리 과장님은 입사한지 약 8개월 만에 결혼을 하셨고, (잘은 알지 못하지만) 예정에 없었던 임신을 하게 되셔서 결과적으론 갑작스러운 병가, 이후 출산휴가를 쓰게 되셨다. 부서가 가장 바쁜 시기에 홀연히 변가를 내시고 사라진 과장님이 탐탁지 않았던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런 과장님이 병가를 다녀오시고, 나와 말씀을 하시다가 본인의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해주신 적이 있다. 본인도 전엔 회사 다니면서 임신한 여자 직원들 보면 괜히 얄밉기도 했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했다고, 근데 내가 이 입장이 되니까 어쩔 수가 없더라고, 이제서야 그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겠고 출산 앞에서 경력 단절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니 굉장히 씁쓸하다고. 그래서 본인은 여러분들이 임신하고 출산했을 때, 내 경우가 임신한 직원들을 위한 모범 사례가 되고 싶다고.

솔직하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과장님의 표정은 내가 이제껏 한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이었다. 씁쓸하고 슬퍼보이셨다. 그런데. 그런데도 말이지 과장님의 마음은 이해가 갔으나, 한편으로 나는 못되게도 이런 생각이 들었었다.

이미 과장님 말고도 그 전에 대리님이 좋은 선례를 남겨주셨는데요? , 대리님은 임신하시고 나서도 악바리처럼 참으면서 일하시고 끝까지 꽉꽉 채워서 일하다가 출산 휴가 가셨었는데요. 그게 이미 회사 직원으로서 좋은 선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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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그 생각이 얼마나 부끄러운 것인지를 깨달았다. 임신 증상이 개개인에게 너무나 다양한 모습으로 오며, 감히 그것을 일반화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야 깨달았다. 임신 과정에 대한 깊은 이해도 없는 상태에서 으레 이제까지 그랬듯, 다른 사람들 보다 입덧이 심하네, 노산이라서 좀 더 몸이 힘드신가봐요 이렇게 던진 말들이 부끄러운 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회 제도를 탓해야 한다 말을 하면서 사회 제도를 탓하기 보다는 인내심 없어 보이는 과장님을 탓했고, 임신에 대한 온전한 이해가 뒷받침 되지 않은 상태였던 나는 과장님의 노력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녀를 지지해주지 못했었다. 오히려 와이프님의 임신-출산 과정을 온전히 지켜보셨던 차장님만이 과장님의 가장 든든한 방패였고 위로였다.

이 책을 몇 달 전에 읽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 조금 더 과장님에게 힘이 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p.s. 근데 왜 엄마는 이 책을 읽고 싶어하지 않는 걸까? 임신했던 기억을 들추고 싶지 않아서인가. 엄마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다. 그 누구의 이야기와도 같지 않을 엄마의 임신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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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 - 누가 뭐라고 해도
손미나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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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생은 B; Birth와 D; Death 사이의 C; Choice다.

STEADY and SLOW.

한 때는 뻔한 관용구 처럼만 느껴졌던 이 말들이 피부로 와닿는; 심지어 이 '피부로 와닿는' 다는 표현 조차 정말 살결로 느껴지고 실감나는 2019년이다. 여러 의미로 인생의 방향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이고, 삶의 목표를 설정하여 내가 선택한 길을 걸어가고 있는 29살을 보내면서 우연한 기회에 전 KBS 아나운서 손미나씨의 《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 를 읽게 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읽는 자기개발서 류의 에세이였다. 옛날에는 이런 책을 보며 자극을 받고, 이런 삶을 살아야지! 다짐했었는데.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 ~ 중학생 때 이런 종류의 책 읽기를 즐겨했었는데, 아 아련한 엣날이여. 그 때와 비교해 지금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은 부럽지 않다는 점. 아, 어떻게 보면 내가 겪지 못한 삶에 대한 부러움은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내 삶에 불만족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것. 손미나 씨의 책 제목처럼, '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 손미나 씨가 가는 길이 꽃길인 것 처럼, 내가 걷는 이 길도 나의 꽃길이다. 이 말을 고백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 아닌가 싶다.

잔잔히 흘러가는 에피소드들 사이에 느껴지는 건 손미나씨의 곧은 심지였다. 30대가 되기 전 크나큰 용기와 결단을 내린 그녀의 선택 Choice ; 곧 C가 정말 대단하다. 결과가 어찌됐건 자신이 선택한 그 길들을 꽃길 삼아,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걸어가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참 예쁘고 멋있다. 예전에 아나운서로 그녀를 접했을 때도 그 내면은 잘 알지 못하지만 그저 멋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 다시 봐도 여전히 멋진 사람이다.

예전이라면 느끼지 못했을 다른 종류의 도전과 확신을 얻어간 책이었다. 내가 미래에 손미나 씨의 나이가 되었을 땐 과연 어떤 고백들을 할 수 있게 될지 기대된다. 참 신기하다. 지금 이 순간에 이 책을 읽게 된 것이. 5년 전과 5년 후의 내가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어떤 결론을 내렸고, 내릴지 문득 궁금하다.


".. 사람이 나이가 들면 젊은 이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알게 되는 게 아니야. 그냥 딱 한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지."

"그게 뭔데요?"

"결국 인생에는 답이 없다는 사실! 그게 다야."

1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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