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인상에 남았던 글은 '우정'. 고양이와 고양이, 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있음'의 감각을 받아들이는 순간을 묘사하는 방식이 참 아름웠다. 고양이의 촉촉한 코에 얼굴을 갖다 댈 수 있게 허락해줄 때, 그 순간 촉촉하고 약간 차갑고 부드러운 콧등이 아무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우정의 감각을 선물한다는 그 문구. 참으로 동감되고 아름답다. 알함브라 궁전 글도 너무 아름답다. 알함브라에서 만난 그 고양이가 14세기의 흙먼지를 밟고 있다는 그 발상 자체가 놀라웠다.
《너는 우연한 고양이》 는 고양이 보리와, 고양이 일다를 사랑하는 고양이(가 되고픈) 집사가 쓴 조각글 모음집, 고양이를 키우시는 분이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동감하며, 감동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분위기가 너무 예쁘다. 고양이 세계와 집사 세계의 중간계에서 써내려간 몽환적인 고양이 산문집.
다 읽고 나니 (사실 한번 더 읽었다) 문지 에크리의 다른 책들도 이러한 분위기를 담고 있는지 묘하게 궁금해진다. 또한 저자인 이광호 작가님의 다른 책들이 궁금해진다. 그의 원래 색채가 어떤 모습인지 저자에 대한 궁금증까지 담아내는 책.
호오. 책 하나 참 매력적이다.이광호 작가님 글 진짜 잘쓰신다. 나도 우리 고양이들을 향한 사랑을 이렇게 감각적이고 시적이게 표현하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