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반에 걸쳐 페미니즘 콘텐츠들이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다. 책, 도서, 영화, 드라마 등등. 반갑기도 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페미코인'에 탑승해서 내실 없이 찍어내거나 기획된 콘텐츠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무조건 페미니즘 콘텐츠라고 해서 분별 없이 받아들일 수도 없는 법. 이 와중에 좋은 기회를 통해 철수와영희 출판사의 《조선의 페미니스트》를 읽게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전, 10대 후반~20대 초반에 철수와영희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을 몇 권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책을 인상깊에 읽었던 지라 그 이후로 출판사명을 볼 때마다 희한하게 더 익숙하고 친숙하게 느껴진다. 네이밍 자체가 익숙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조선의 페미니스트》 는 역사학자 이임하의 '식민지 일상에 맞선 페미니스트들의 삶'에 대한 기록이다.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하나의 문장으로 정의하기엔 너무나 많은 뜻을 포괄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 수많고, 서로 다른 '페미니즘'들이 내포하고 있는 하나의 동일한 생각이 있다면, 여성의 인권 상승이겠지. 여기서는 여성의 인권 상승도 물론이거니와, 거기에 그친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노동자들의 인권 상승을 부르짖었다. 일반적으로 여성학자들은 한국 페미니즘의 출발점이 1099년 이화여대에서 시작된 여성학 강좌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 이전에 우리의 삶 속에서, 현장 속에서, 사회 운동 속에서 수많은 페미니스트들이 현실을 바꾸고자 했던 것이다. 이 책은 그 시절의 이야기를 다룬다.
내가 그 시절의 페미니즘을 처음 접하게 된 건 《조선의 페미니스트》 이전, 일제감정기 대중잡지에서의 대담과 설문조사 결과를 다룬《삼천리 앙케트》에서였다.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여성이 이혼을 했을 때 남편에게 위자료를 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사회의 큰 이슈가 되었다는 거다. 당시 여성운동가 및 사회운동가로서 활동했던 박인덕 여사는 남편의 아내, 자식의 어머니가 되기 전에 사람으로서 사회사업에 헌신하겠다고 선언했고, 이로 인혜 각계의 의견이 분분하며 논란거리가 되었다. 다시 말해, 박인덕 여사의 이혼 소송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이혼 시 여성이 남성에게 위자료를 주었던 첫 사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