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 - 열 받아서 매일매일 써내려간 임신일기
송해나 지음, 이사림 그림 / 문예출판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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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출판사에서 새로운 책이 나왔다. 사실은 엄마를 이해하려고 신청한 《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 서평단이었지만, 엄마보다는 과장님이 많이 생각이 났다.

우리 과장님은 입사한지 약 8개월 만에 결혼을 하셨고, (잘은 알지 못하지만) 예정에 없었던 임신을 하게 되셔서 결과적으론 갑작스러운 병가, 이후 출산휴가를 쓰게 되셨다. 부서가 가장 바쁜 시기에 홀연히 변가를 내시고 사라진 과장님이 탐탁지 않았던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런 과장님이 병가를 다녀오시고, 나와 말씀을 하시다가 본인의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해주신 적이 있다. 본인도 전엔 회사 다니면서 임신한 여자 직원들 보면 괜히 얄밉기도 했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했다고, 근데 내가 이 입장이 되니까 어쩔 수가 없더라고, 이제서야 그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겠고 출산 앞에서 경력 단절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니 굉장히 씁쓸하다고. 그래서 본인은 여러분들이 임신하고 출산했을 때, 내 경우가 임신한 직원들을 위한 모범 사례가 되고 싶다고.

솔직하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과장님의 표정은 내가 이제껏 한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이었다. 씁쓸하고 슬퍼보이셨다. 그런데. 그런데도 말이지 과장님의 마음은 이해가 갔으나, 한편으로 나는 못되게도 이런 생각이 들었었다.

이미 과장님 말고도 그 전에 대리님이 좋은 선례를 남겨주셨는데요? , 대리님은 임신하시고 나서도 악바리처럼 참으면서 일하시고 끝까지 꽉꽉 채워서 일하다가 출산 휴가 가셨었는데요. 그게 이미 회사 직원으로서 좋은 선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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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그 생각이 얼마나 부끄러운 것인지를 깨달았다. 임신 증상이 개개인에게 너무나 다양한 모습으로 오며, 감히 그것을 일반화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야 깨달았다. 임신 과정에 대한 깊은 이해도 없는 상태에서 으레 이제까지 그랬듯, 다른 사람들 보다 입덧이 심하네, 노산이라서 좀 더 몸이 힘드신가봐요 이렇게 던진 말들이 부끄러운 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회 제도를 탓해야 한다 말을 하면서 사회 제도를 탓하기 보다는 인내심 없어 보이는 과장님을 탓했고, 임신에 대한 온전한 이해가 뒷받침 되지 않은 상태였던 나는 과장님의 노력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녀를 지지해주지 못했었다. 오히려 와이프님의 임신-출산 과정을 온전히 지켜보셨던 차장님만이 과장님의 가장 든든한 방패였고 위로였다.

이 책을 몇 달 전에 읽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 조금 더 과장님에게 힘이 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p.s. 근데 왜 엄마는 이 책을 읽고 싶어하지 않는 걸까? 임신했던 기억을 들추고 싶지 않아서인가. 엄마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다. 그 누구의 이야기와도 같지 않을 엄마의 임신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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