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스터 캐리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6
시어도어 드라이저 지음, 송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월
평점 :
만민찮은 분량임에도 비교적 심플한 스토리에 빠른 전개로 지루할 틈 없이, 마치 소설은 이런 것 이라는 듯 깔끔하게 재밌다. 출간 당시 고고한 사회적 분위기에 반하는 내용으로 논란이 되었다던 등장인물들의 일탈 수준을 말하자면 막장에 절여진 21세기의 독자는 1900년도의 시스터 캐리가 그냥 쫌 귀여운 수준이었지만, 분명 성공과 출세에 있어 개인의 양심과 도덕적 헤이 신념 등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시대를 초월해 고민해야 할 문제이기에 그녀의 일단 성공이 이단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는 숙제로 남은 듯하다. 여튼 단번에 읽어버린 재밌는 벽돌책 오랜만. 뜬금없게 흥미로웠던 지점을 하나 꼽자면, 성공한 듯한 여자를 보내주는 아니 놓아주는 아니 붙들고 늘어지지 않는 아니 빨대를 꽂지 않는 심지어 자멸하는 기울어진 남자들의 느슨한 태도였는데, 아무리 되내어도 어색하고 충격적인 그 모습. 하.. 마치 소설은 이런 것이라는 듯ㅋ
PS. <시스터 캐리> 속 남자들의 이 황당할 정도의 '쿨한 자멸'에 대해 곱씹다 찌질하게 매달리지 않는 이 묘한 느슨함의 비밀은 뭘까 추측해 봤다. 첫째, 당시 남자들에게 '돈=남성성'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여자가 벌어다 주는 돈을 축내는 순간 남성성이 거세된다고 믿었기에(믿기지가 않는다ㅋ), 구질구질하게 기생하느니 차라리 혼자 방구석에서 말라 죽는 '고급진 자멸'을 택했다는 썰. 둘째, 이 소설은 '인간은 도시의 먼지일 뿐'이라 외치는 자연주의 문학으로, 남성들은 캐리를 붙잡을 의지도, 에너지도 이미 방전되어 거대한 뉴욕 생태계에서 자연 도태된 것이라는 썰. 셋째, 애초에 사랑이 아닌 쿨한 '비즈니스 계약'이었기 때문인데, 내 지갑과 너의 미모를 바꾸던 거래가 끝났으니, 미련 없이 계약을 종료한 것이라는 썰. 자존심만 쥐고 스러져간 남자들.. 자본주의의 냉혹함이 낳은 기괴하고도 쓸쓸한 블랙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성공한 여자에게 빨대를 꽂기는커녕 조용히 퇴장하거나, 굶어 죽는 남자라니 무슨 이유를 갖다 붙여도 어색하고 충격적이다...자세한 사항이 궁금하면 책으로 확인하자~ ㅋ